음악천재? 아니 음악의 신이 강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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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공
작품등록일 :
2024.08.08 20:41
최근연재일 :
2024.08.2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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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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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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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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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첫 공연

DUMMY

나는 어제 올린 노래의 댓글들을 확인했다.


-오빠 나를 죽여요ㅠㅠ

-나 꼬셔주면 금방 넘어갈 수 있는데...


노래가 노래다 보니 여성으로 추정되는 댓글이 많이 보였다.


-오빠 나를 가져요(덜렁)

-형 진짜 미쳤다... 남자도 넘어갈 듯


물론 남성으로 추정되는 댓글들도 많았으며 노래의 의도가 아니라 분위기와 짜임새를 좋아하는 댓글도 많았다.


-전사들의 노래가 나온 지도 203일째... 이번에도 웅장한 노래가 나올 줄 알고 기대했지만 왠 사랑 노래가 있더군요. 그런데 이게 왠 걸? 노래가 너무 좋은거에요. 마신은 신입니다. 그래서 마신인가?


-근데 전작은 아카펠라인데 왜 이번작은 기타 가지고 사랑 노래함? 그래도 노래는 좋음.


간간히 노래의 분위기를 아쉬워 하는 글들도 있었으나 노래는 좋다는 건 공통된 의견인 것 같았다.


'취향에 안 맞는 건... 어쩔 수 없지.'


대 놓고 여자를 유혹하는 노래가 모두의 취향에 맞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더 웃긴 일이다.

애초에 한곡의 노래로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



댓글을 적당히 읽은 나는 시선을 살짝 올려 조회수를 바라봤다.


[1,231,423]


전사들의 노래의 첫날과 비슷한 수치였다.


'이번에는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고 올렸다는 걸 감안하면 최종 조회수는 전사들의 노래 보다 떨어지려나?'


"하람아! 원장님이 밥 먹으래!"

"엉."


밖에서 들려오는 예슬이의 목소리에 컴퓨터를 끄고 밖으로 나갔다.


"오늘 저녁 뭐야?"

"돈까스."

"오."


돈까스는 못 참지.

당연히 냉동을 튀겨서 만든 제품이지만 튀기는 사람의 솜씨가 일품이라 아주 바삭바삭하고 맛있었다.


"하람이 어디 있다 왔어?"

"컴퓨터실에 있었어요."


생활은 어느 정도 분리된 공간에서 하지만 식사할 때는 모든 연령층이 다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한다.

한참 형 누나들을 무서워할 나이대였으나 나는 애초에 어린이가 아닌데다가 이곳에 있는 이들은 가족이나 다름 없었으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돈까스 하나를 받아 자리에앉았다.


"기타 치는 거 진짜 안 보여 줄 거야?"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 돈까스에 젓가락을 가져가려는 순간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눈동자만 슬쩍 움직여 보니 중등부의 누나들.

내가 기타를 처음 가져온 날 부터 계속 기타 쳐 달라고 조르는 데 이게 전부 애들이 내 기타 실력을 소문내서 그렇다.


"네, 안 보여 줄거에요."

"한 번만 보여주면 안되니? 누나가 맛있는 거 사줄게."


"안~ 돼요."


다시 돈까스로 젓가락을 내밀려고 할 때 갑자기 돈까스 하나가 내 식판에 더 올려졌다.


"이래도 안 보여 줄거야?'


협상을 조금 할 줄 아는 누님인 모양이었다.

내가 진짜 어린 아이였다면 깜빡 넘어갔을 것이 분명했다.


"안돼요."


돈까스를 다시 집어 그녀의 식판에 올리니 입이 댓바람 처럼 나왔다.


"우리 하람이 괴롭히지 마!"


상황이 다 마무리 된 이후에야 영웅이 등장했다.

예슬이가 나와 누나들 사이를 막으면서 소리치자 누나들은 알았다는 듯 시선을 돌리더니 갑자기 급격하게 고개를 꺾어 예슬이를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우리 예슬이도 기타 배운다고 하지 않았니?"


마치 새로운 먹잇감을 찾은 호랑이들을 보는 듯 했다.


'우리의 이예슬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예슬이의 반응은 내 상상을 조금 초월했다.

부끄럽다는 듯 시선을 돌리면서도 조금 더 물어 달라는 듯한 티를 내는 것 아닌가.


"응, 하람이 보다는 못 치지만 나도 꽤 잘 쳐!"

"언니들 한테 기타 치는 거 보여줄 수 있니?"

"하지만 기타가 없는데..."


예슬이가 슬쩍 나를 바라봤다.

기타를 빌려 달라는 묵언의 압박.


"가지고 올게."

"헤헤."


기타를 가져오면서 조정을 조금 했다.

지금은 그대여, 나에게 사랑을을 치기 가장 적당하게 맞춰져 있으니 일반적으로 쓰는 셋업으로 바꾼 뒤 예슬이에게 가져다 줬다.


식당은 어느새 예슬이의 단독 콘서트 장이 된 상태.

밥을 다 먹은 아이들도 나가지 않고 예슬이의 연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부끄러운데."


그래도 예슬이는 슈퍼 인싸였기 때문에 기타를 받자 마자 가볍게 튕기기 시작했다.


-띠리링


가볍게 음정을 확인한 예슬이가 본격적인 연주를 시작했다.


-딩디기딩.


"어, 나 이 노래 알아."


기타를 배운 지 한 달도 안 된 아이들에게 얼마나 대단한 노래를 알려주겠나.

예슬이가 치는 곡은 상당히 유명한 애니메이션 ost였다.


'확실히 예슬이는 재능이 있어.'


적어도 나 보다 재능이 있는 건 확실했다.

아직 기타를 배운지 한 달도 안된 애가 연주에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 말 다 했다.


'평소에는 헤실헤실 거리는 아인데 연주할 때만 되면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란 말이지.'


악보에 시선을 고정하고 땀이 흐를 정도로 집중하는 모습은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충분히 멋지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였다.

괜히 선생님이 기타리스트로 크게 성공할 재목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다.


"와아아아! 예슬이 멋지다."

"헤헤."


연주가 끝나자 마자 박수 갈채가 터져나왔다.

어느새 나타난 원장님도 옆에서 같이 박수를 치고 계셨다.


"진짜 잘하는 데? 가수 해도 되겠어."

"으으, 그렇게 잘하는 거 아니야. 나 보다 하람이가 훨씬 더 잘해."


예슬이의 말에 시선이 나에게로 몰리는 게 느껴졌다.


'예슬아? 네가 그런 말을 해 버리면 괜한 관심이 끌리잖니?'


"맞아! 하람이 형 기타 진짜 잘 쳐!"


내 연주를 들은 적 있는 유치원생들의 증언에 무거운 관심이 어깨에 올려졌다.


'이럴 때에는...'


탈출이 답이었다.

돈까스는 이미 다 먹었으니 즉시 탈출해도 아쉬운 부분은 없다.


-휙!


그대로 문을 열고 뛰쳐나가니 다행히 관심을 피할 수 있었다.


* * *


한가로운 토요일, 나는 지금 고아원이 아닌 다른 장소에 나와있었다.


'공원에서 하는 공연이라 다행이네.'


스테이지 같은 데에서 하는 공연이었으면 원장님이 절대로 허락해 주시지 않으셨을 것이다.


"멀리 가지 말고 자리에 잘 앉아있어."

"알았어!"

"넹."


내 옆에는 두 명의 지인이 같이 있었다.

한 명은 자기도 같이 가고 싶다고 때를 써서 합류한 예슬이었고 다른 한 명은 원장님이 보호자 개념으로 붙여준 하윤이형이었다.


현재 대학생으로서 나가 살고 있긴 하지만 소망 고아원 특성상 끈끈한 가족애를 가지고 있기에 원장님의 부탁에 한걸음에 달려 나온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이 형이 선생님 밴드의 팬이어서 그런 거겠지만.'


밴드 '색채', 대중 가수들 정도의 인지도는 없어도 아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실력파 밴드라는 모양이다.

장르 가리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딥한 노래는 물론 대중들에게도 먹히는 노래도 자주 부른다.


'애초에 무거운 음악을 주로 하는 밴드였으면 이런 공원에서 공연을 할리가 없겠지.'


주변을 둘러 보면 동년배는 하나도 없고 고등학생부터 어르신들 까지 꽤 다양한 연령층이 고루 분포해 있었다.


"반갑습니다. 밴드 색채의 드러머 유서빈이라고 합니다. 바쁜 시간 내주셔서 공연에 참여해 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 드리며..."


자신을 유서빈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상당히 듬직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키 큰 드워프를 보는 것 같네.'


색채의 구성원은 총 네명, 선생님이 기타리스트와 보컬을 겸하고 있었고 드럼이 한 명, 키보드가 한 명, 기타리스트 한 명으로 이루어진 구성이었다.


"그러면 바로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


구석에서 작은 함성 소리가 들리니 하윤이형이 움찔하고 떠는 것이 느껴졌다.

시 주최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처음 보는 밴드를 보고 함성을 지르지는 않을테니 아마 방금 함성의 주체는 색채의 기존 팬들일 것이다.


-지이이잉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공연이 시작됐다.

남녀노소 다 즐겨야 하는 환경이다 보니 그렇게 헤비하지는 않았다.


"어? 이 노래..."


'들어 본 적 있는데?'


영화 ost였다.


"들어 본 적 있는 노래지?"


형의 어깨가 잔뜩 올라가 있는 걸 보니 색채의 노래인 모양이다.


"선생님 밴드가 만든 노래야?"

"눈치 빠른 놈..."


첫노래라 그런지 상당히 신나는 선곡이었다.


"하늘 위로 날아~"


'확실히 이름 값은 하는 밴드네.'


색채라는 이름에 걸 맞게 고유의 색채가 확연하게 들어났다.

보컬은 자유 분방하게 튀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악기와의 조화를 기가 막히게 유지하고 있었고 드럼도 엄청 파워풀 하게 치는 것 같으나 섬세하계 계산된 세기와 템포를 유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합을 아주 오래 맞춰온 밴드였기 때문인지 어수룩한 밴드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이 없었다.


"와아... 선생님 엄청 멋지다."

"하람이도 나중에 한현호씨 같은 가수가 되고 싶은 거지?"

"조금 다를 걸?"


어지간한 밴드는 나를 못담으니 아마 계속 홀로 활동할 것 같았다.


'그래도 큰 틀에서는 비슷하나?'


기획사를 통해 가수로 대뷔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다음 노래 갑니다."


색채의 노래는 정말 다양했다.

당장이라도 하늘 위로 날아갈 것 같은 곡에서부터 적당히 애절한 발라드, 펑키한 노래 부터 심지어 국악 느낌이 나는 곡도 있었다.


'진짜 뭐든 다 해 보는 밴드인 것 같은데.'


중요한 것은 모든 곡의 완성도가 상당했다는 것.

왜 실력파 밴드라고 부르는 지 알 것 같았다.


"저희가 준비한 곡은 여기 까지입니다."


유서빈의 말에 공연장 전체에 아쉬움이 흘러갔다.

색채의 팬이 아니었더라도 그들의 노래는 충분히 사람들의 아쉬움을 이끌어낼 힘이 있었다.


"다만 이후 공연이 하나 더 준비되어 있는데요."


우리 한현호 선생님께서 입을 여셨다.


'즉흥곡이라도 한다는 건가?'


아니면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르려는 걸지도 모른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저는 요즘 근처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기타 선생님을 하고 있습니다."


느낌이 세했다.


"재능이 엄청난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를 여러분께 소개 시켜드리고 싶어요."


'저 양반이 진짜!'


"하람아, 잠깐 나와보겠니?"


선생님이 나를 바라보자 시선이 확 쏠렸다.


'이걸 도망갈 수도 없고...'


분위기를 생각하면 탈주도 불가능하다.


"선생님이 부르잖아. 한 번 가봐."


같이 동행인들이 무대 위로 나를 올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위로 올라왔다.


'분위기는... 다행이 나쁘지 않네.'


지금까지의 공연이 성공적이었기에 관객들은 큰 불만을 가지지 않는 걸로 보였다.

공연이 다 끝났으니 일어나는 사람이 있었지만.


"자기 소개 좀 해줄래?"

"싫은데요."


시니컬하게 대답하니 웃음소리가 터져나오는 게 느껴졌다.


"그래 우리 하람이가 부끄러움이 많구나, 선생님한테 배운 곡 하나 연주해 줄 수 있니?"


여기 까지 나와서 할 수 없다고 할 순 없으니 일단 기타를 건네 받았다.

밴드용이 아니라 수업에 사용하는 기타를 말이다.


'이걸 들고 다녀?'


준비해 준 의자에 앉아 가볍게 기타를 만졌다.


-띠리링


가볍게 조정을 하니 오오오! 하는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적당히 실력 발휘 좀 해볼까?'


딱 이 나잇대의 수재가 할 수 있는 수준만큼 실력발휘를 할 생각.

물론 기준은 나.


-징기지깅


연주를 시작 하자 마자 공연장에 침묵이 감돌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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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9회차가 수정되었습니다(업로드 실수) 24.08.25 60 0 -
23 고급 돈까스 24.08.29 60 2 11쪽
22 얼굴 공개 24.08.28 73 3 11쪽
21 예슬이는 노래를 못한다 24.08.27 82 3 11쪽
20 미션이 너무 어렵다 24.08.26 93 3 10쪽
19 방학이다! +4 24.08.25 110 2 11쪽
18 내 싸인을 왜 네가 받아가요? +1 24.08.24 110 3 11쪽
17 네가 걔구나? +1 24.08.24 123 3 11쪽
16 감정을 담는 법 +1 24.08.23 134 3 9쪽
15 예슬이는 천사다 +1 24.08.22 130 4 11쪽
14 얘도 천재였다 +1 24.08.20 132 3 11쪽
13 사별의 경험 24.08.19 138 3 11쪽
12 작곡가? 나쁘지 않은데? 24.08.18 147 3 11쪽
11 견학! 24.08.17 152 2 10쪽
10 핸드폰! 24.08.16 160 3 11쪽
9 누나가 아니라 아줌마 아니에요? 24.08.15 170 3 11쪽
8 인터넷이 터졌다 24.08.14 174 3 11쪽
7 튀어나올 송곳 24.08.13 186 3 12쪽
» 첫 공연 24.08.12 190 3 12쪽
5 그대여, 나에게 사랑을 24.08.11 210 3 13쪽
4 한 소절만이에요 +1 24.08.10 220 5 12쪽
3 방과후 기타 교실 24.08.09 238 3 11쪽
2 전사들의 노래 24.08.08 261 3 12쪽
1 음악의 신, 강림 +1 24.08.08 32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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