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천재? 아니 음악의 신이 강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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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공
작품등록일 :
2024.08.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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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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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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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나에게 사랑을

DUMMY

-수근수근


저 멀리서 나를 바라보면서 수근 거리는 여자애들이 보인다.


'적응은 꽤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고아 꼬리표는 못 때나?'


인생 1회차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아직 어려서 따돌림의 대상이 되어도 빠져나가지 못했던 과거의 나와는 다르게 지금은 친구를 충분히 만들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으로 따돌림의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뒷담화 까지 막지는 못하는 모양.

곧 수근 거리던 여자애들 중 하나가 가져오더니 갑자기 초콜릿을 내밀었다.


"이거 먹어!"


그리고는 그대로 돌아가는 데 친구들이 꺄르륵 웃는 걸 보니 쓰레기라도 버린 모양.


'아니네. 그냥 초콜릿이네.'


당분은 언제나 옳으니 바로 까서 입안에 털어 넣었다.


'슬슬 신곡 준비해야 하는데.'


한동안 유튜브를 뜨겁게 달궜던 전사들의 노래는 조회수 400만대 후반에서 겨우 열기가 잡혔다.

노래의 특성상 반복해서 듣는 경우가 많기에 아직까지도 조회수는 찔끔찔끔 오르고 있지만 대체적인 성장은 다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


'인터넷의 열기도 많이 사그라 들었고.'


400만이 넘는 조회수 중 구독을 한 사람은 만 명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전사들의 노래 처럼 운이 좋지 않은 이상 이전 처럼 빠르게 조회수가 늘지는 않을 것이다.


'솔직히 전사들의 노래는 운이 좋았지.'


결국 지금 조회수 근처 까지 성장했겠지만 하루만에 그렇게 빵 터질 수 있던 것은 운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번에는 저번 처럼 목소리만 이용해서 곡을 만들 건 아니니까.'


전사들의 노래는 노래 그 자체 외에도 충분히 뜰만한 요소들이 많이 있었다.


'환생 초기라서 상식이 모자랐어.'


전사들의 노래는 수 백번의 목소리 녹음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목소리 하나하나에 세심함을 기울여 불렀으니 당연히 각기 다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테고 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파급력이 컸다.


그래서 이번에는 전사들의 노래에 비해서 파급력이 작은 노래를 부를 생각이었다.


"기타를 빌려 달라고?"

"네! 고아원에서도 연습하고 싶어요."


방과 후 선생님 한현호씨가 깊은 고심을 반복했다.


'안 빌려 줄 것 같은 얼굴은 아닌데.'


대신 빌려주는 대가로 무언가를 뜯어갈 것 같은 표정이다.

한현호는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타입이었다.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맹이한테 뭘 뜯어가려고.'


"그래 빌려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이요? 노래 들려드리는 건 안돼요."

"한 소절도?"

"한 단어도요."


내가 결사 반대하자 한현호는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노래는 안 시킬게 대신 얼마 후에 이 근처에서 선생님 밴드가 공연을 하는데 찾아와 줄 수 있겠니?"

"표 살 돈이 없는데요."

"설마 내가 너 보고 표를 사라고 하겠니? 선생님이 줄 거니까 걱정하지마."


'공연이라.'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나도 언젠가는 콘서트나 공연같은 걸 할테니 미리 보고 배워두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무엇보다도 공짜가 아닌가.


"좋아요."


그렇게 거래는 성립됐다.


곧 다른 애들이 들어왔고 나와 선생님은 비밀스런 거래를 숨긴 채 수업을 이어나갔다.



-징 지기 징.


가볍게 기타를 연주하니 아이들이 나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이 정도면 평범한 수재 느낌이겠지?'


기타 방과후가 시작 된지도 3주째, 일주일에 이틀을 듣는 수업이었기 때문에 나는 겉으로 보이는 성장 속도를 최대한 늦췄다.

가벼운 곡만 깔끔하게 연주할 수 있는 수준이니 그리 대단한 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같이 수업을 듣는 예슬이도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같으니까.


"대한민국 음악계의 미래가 밝구나..."


근데 왜 선생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는 걸까.


* * *


등에 커다란 기타 가방을 메고 고아원으로 돌아오자 원장님이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 하람아? 이거 어디서 났니?"

"방과 후 선생님께서 빌려 주셨어요. 고아원에서도 연습하고 싶어서요!"

"어... 그래 감사하다고 인사는 드렸지?"


상호 합의된 계약으로 받은 물건이라 감사 인사는 안 했다고 하면 등짝 스매쉬를 당하겠지?


"네!"

"그래, 망가지지 않게 조심하고 연습 잘 하렴."


원장님이 사무 일을 하러 떠나가자 마자 학교 마치고 하교한 저학년 아이들, 그리고 유치원 부 아이들이 나에게로 몰려 들었다.


"형, 그거 모야?"

"기타라고 하는 거야."

"기타?"

"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해주는 악기지."


아이들의 시선이 뜨거워졌다.


한 번 쳐달라는 의미겠지.


'주변에 어른들 없지?'


중고딩부 형 누나들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할 시간이고 직원분들은 영유아들 케어하느라 바쁘시다.

원장님도 잡무 처리하러 가셨으니 어른들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간만에 실력 발휘 좀 해볼까?'


손 발이 좀 짧긴 하지만 노움의 몸으로도 연주해 본 적 있는 악기니 이 정도는 패널티도 아니다.


-띵~


가볍게 줄을 튕기니 아름다운 선율이 주변으로 울려퍼졌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일반적인 코드만 쓰자.'


노래는 아이들의 눈에 맞춰서 애니메이션 OST로 정했다.


경쾌하게 기타줄을 튕기니 아이들이 신나서 둠칫 둠칫 춤을 추는 게보였다.


"날아라!"


그 중 한 명이 주제가의 노래의 따라 부르기 시작하니 단체로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참 아이들 같아서 나도 모르게 연주가 더 경쾌해졌다.


"하람이 너 뭐야! 수업 중에는 그렇게 잘 치지 않았잖아!"

"아..."


연주가 끝나자 마자 배신자를 발견한 황제의표정을 짓고 있는 예슬이를 보며 나는 비상 사탕을 꺼내들었다.


* * *


'큰 일 날 뻔했네.'


사탕으로 예슬이의 입을 막은 나는 그날 새벽 컴퓨터 실에 몰래 기어 들어왔다.


'건물 사이의 거리가 넓은 게 이럴 때 도움이 되네.'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일이다.

아무리 조심히 한다고 해도 주변에 소음이 새어나갈 수 밖에 없다.

컴퓨터 실 자체가 원장님 실이 있는별관에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면 정말 대가리가 깨졌을 거다.


'작게 부른 다음 음량을 키웠을 때 사람들의 귀에 들릴 것 까지 계산했었어야 했겠지.'


상상만해도 소름이 끼친다.


'그래도 오늘은 한 번만 녹음하면 되네.'


백 개 가 넘는 목소리를 합성해야 했던 전사들의 노래에 비하면 반주를 깔아줄 기타를 아예 들고 시작하니 녹음 횟수가 현격하게 줄었다.


-좌라랑~


가볍게 현을 튕기니 완벽한 세팅이 손 끝으로 느껴졌다.

이번에 올릴 곡은 바드로 활동할 때 꽤 많이 불렀던 곡인 그대여 날 봐줘요. 라는 곡이었다.


'전사들의 노래에 비하면 훨씬 가벼운 편이지만 이 노래를 애가 불렀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곡의 내용은 간단했다.

그냥 여자를 꼬시는 노래다.


정확히 말하면 밤 하늘 아래 모닥불을 앞에 둔 채 오늘 밤 한 판 하자는 말을 돌려서 유혹하는 노래인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외모가 되니까.'


모든 스텟 중 가장 먼저 최고치를 찍은 게 외모 분야다.

심지어 드래곤도 꼬신 적이 있으니 유혹 효과는 확실하다.


'대신 모닥불이나 밤 하늘 아래라는 분위기 버프는 못 받지만.'


내용은 자체는 쉬운 노래였지만 이를 유튜브에 올릴 거면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았다.

아무래도 사람 한 명을 꼬시려고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듣는 노래니까 노래 속에 숨겨진 의도를 표현해야 했다.



'구구 절절하게 사랑을 바라는 것 같지만 실상은 아니란 말이지.'


노래의 화자는 상대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냥 오늘 하루뜨거운 밤을 보내고 싶을 뿐 그러나 이 의도를 감추고 사랑을 구걸한다.

이 감정 전체를 듣는 이에게 전달해야 한다.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으나 문제는 없었다.


'내가 경험해 본 적 있는 일이니까.'


실제로 그런 의도를 가진 적이 꽤 있었으니까. 몰입해서 감정을 싣는 건 어렵지 않다.

조금 순진한 친구들은 노래 속에 담긴 의도를 못 알아 차릴 테고 예민한 친구는 바로 알아 차릴 그 좁은 간극에 감정선을 올려 놓는 게 가능했다.


100번의 한생에 걸친 감정단련 덕분이다.


'무엇보다도, 누구든 꼬실 수 있다는 듯 당당히.'


-퉁~ 둥둥둥.


이 노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기타다.

단순한 선율이 아니라 조금 더 복잡한, 인간의 마음과 주변 사물이 만들어내는 듯한 하모니, 심지어는 심장소리 마저도 흉내내야 한다.


"잠시, 나를 봐줘요."


-지이이잉


몰입을 위한 가벼운 전주 뒤에 바로 노래가 시작된다.

아직 변성기도 오지 않은 어린 목이지만 잘 쥐어짜내면 자기가 잘생길 걸 아는 멋진 미남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과하게 느끼하지 않은 멋들어진 목소리.


그러나 포장되어 있는 목소리 아래에 숨겨진 의도가 있다.


"세상이 이리 아름다운데."


녹음은 한 번의 실수 없이 완벽하게 이어졌다.


"그대, 나를 보나요."


-둥둥둥둥두두두...


심장소리를 연상케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녹음이 마무리 됐다.


"후우!"


충분히 괜찮은 연주였다.

내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것 만큼 완벽하게 연주했다.

녹음본의 앞뒤 잡음만 잘라 낸 체 올리면 된다.


'이걸로 충분한가?'


바로 사진 하나를 구해서 업로드를 하려던 찰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판타지 세계의 감성에 공감할 수 있을까?'


가사 자체는 노래의 배경이 판타지라는 걸 알 수 있는 요소는 없다.

그러나 현대에 맞게 각색하면 더 어울리는 가사와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다는 것도 확실했다.


'... 됐다. 어차피 현대 배경으로 만들면 내가 감정을 못 실으니까.'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도 감정을 실을 수는 있으나 진짜 경험해 본 일만큼은 못하다.

그리고 전사들의 노래 처럼 내 과거의 삶을 올린다는 느낌도 있었다.


'업로드.'


노래를 부르는 시간과 가볍게 편집하는 시간, 그리고 녹음된 노래를 듣는 시간을 다 합쳐서 20분이 안 걸렸다.


빠르게 기타를 들고 방으로 복귀했다.


'조회수가 얼마나 올라 있을까?'


적으면 적은 데로 가슴 아플 것 같고 많으면 많은데로 과한 관심이 아닐까 걱정하겠지만 당장은 조회수가 많이 찍혔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었다.


* * *


'뭐야? 새 노래 올라왔네.'


이서아는 유튜브 알람을 클릭했다.

그녀가 유일하게 알람 설정을 해 놓은 유튜브에 새 노래가 올라온 모양이다.


'그 정도 규모의 노래만 하나 만드는 데 반년 씩 걸릴만하지.'


그녀는 아직 전사들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했다.

이번에도 완벽한 아카펠라 하모니를 기대한 그녀를 반긴 것은 [그대여, 나에게 사랑을] 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노래였다.


'모닥불이랑... 기타?'


썸네일을 보는 순간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사랑 노래야?'


살짝 실망감이 들었지만 혹시 모르니 노래를 들었다.



-퉁~ 둥둥둥.


-잠시, 나를 봐줘요.


조금만 듣고 노래를 끄려고 했으나 강렬한 도입부가 그녀를 끌어 당겼다.


'뭐지?'


허스키하면서도 살짝의 느끼함을 가미한 목소리는 그 목소리 만으로도 너무 멋있었다.


그녀는 홀린 듯이 노래를 감상했다.

자신을 바라봐 달라는,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 달라는 남자의 노래.


그러나 그녀는 무언가가 다르다고 느꼈다.


'남자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하룻밤의 파트너로서 자신을 바라보는 남성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 했다.



-그대, 나를 보나요.


이제야 자신을 보냐는 듯 구슬프게 끝나는 마무리.


-둥둥둥둥두두두...


이후 이어지는 기타 소리에 맞춰 그녀의 심이 싱크를 맞췄다.


"으흑..."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드디어 자신을 봐줬음에 감사하는 남자의 말로 끝나는 걸로 보였으나 실상은 사랑 하나 없는 노래.

그에게 빠진 자신은 이미 빠져나갈 수 없는데 사랑 받을 수 없는 결말이 그대로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진짜 미쳤다.'


홀린 듯이 다시 노래를 들었다.

그녀만 알았으면 좋겠는 노래인데, 과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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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방학이다! +4 24.08.25 11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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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네가 걔구나? +1 24.08.24 122 3 11쪽
16 감정을 담는 법 +1 24.08.23 133 3 9쪽
15 예슬이는 천사다 +1 24.08.22 129 4 11쪽
14 얘도 천재였다 +1 24.08.20 131 3 11쪽
13 사별의 경험 24.08.19 138 3 11쪽
12 작곡가? 나쁘지 않은데? 24.08.18 146 3 11쪽
11 견학! 24.08.17 152 2 10쪽
10 핸드폰! 24.08.16 160 3 11쪽
9 누나가 아니라 아줌마 아니에요? 24.08.15 170 3 11쪽
8 인터넷이 터졌다 24.08.14 173 3 11쪽
7 튀어나올 송곳 24.08.13 186 3 12쪽
6 첫 공연 24.08.12 189 3 12쪽
» 그대여, 나에게 사랑을 24.08.11 210 3 13쪽
4 한 소절만이에요 +1 24.08.10 220 5 12쪽
3 방과후 기타 교실 24.08.09 237 3 11쪽
2 전사들의 노래 24.08.08 261 3 12쪽
1 음악의 신, 강림 +1 24.08.08 32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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