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천재? 아니 음악의 신이 강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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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공
작품등록일 :
2024.08.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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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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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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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싸인을 왜 네가 받아가요?

DUMMY

“네가 걔구나?”


나로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 놓은 한예지가수님은 곧 나를 노려 보기 시작했다.


‘내가 뭔가를 잘못한 게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애초에 내가 이 분을 만나는 게 처음인데 내가 무슨 잘못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혹시 제가 무슨 결례를 저질렀나요?”

“결례? 그래 결례긴 하지.”


그녀가 거칠게 의자를 빼고 내 자리 앞에 앉았다.


‘싸인 하나 받는 게 저렇게 화낼 정도의 결례면 애초에 안 나오는 게 맞지 않아?’


환생자의 정신을 가지고 있으니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거지 여기 앉아있던 사람이 예슬이 정도만 되었어도 엄청 겁을 먹었을 것이다.


‘생각보다 성격이 안 좋으신 모양이네.’


“네가 보낸 문자 아주 잘 읽었단다 친구야.”

“문자요?”


내가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던 적이 있던가?


‘만나는 것도 오늘이 처음인데 어떻게...’


내 영특한 머리는 순식간에 사실을 도출했다.


‘내 곡 받아 간 게 이 분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의문이 해소됐다.

그녀가 나를 째려보고 있는 이유도 이해가 되었다.


감정을 담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어떻게 목소리를 내면 감정이 담겨 있는 것처럼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같은 소리를 들었으니 당연히 빡이 돌만했다.


나도 내 문자 내용을 예슬이한테 보여준 뒤 한 대 맞은 이후에야 내 잘못이 뭔지 깨달았다.


“그래. 문자. 어린애가 보낸 거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상세하더라고.”

“죄송해요. 제가 너무 과했던 것 같아요.”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이야기하자 그녀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니?”


‘무한환생자요.’


여기서 이딴 대답을 하면 분위기가 망가질 거다.


“김하람이요.”

“그건 이름이잖아. 정체가 뭐냐니까?”

“정확한 출생은 알 수 없는 고아이며 현재 나이 8살에...”


내 신상 정보를 읇기 시작하자 그녀가 급하게 손을 저었다.


“아니 그런 걸 물어 본 게 아니라...”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만들고 싶은 노래가 많은 초등학생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그래 내가 미안하다. 어떻게 너 같이 어린 나이에 그 정도 실력을 가질 수 있니? 됐어?”


그래, 알고 싶은 게 있으면 그대로 물어야지. 정체가 뭐냐는 식으로 돌려 물어볼 게 아니야.


“재능이죠.”


나는 당당하게 나섰다.

물론 수많은 회차동안 내가 쌓아왔던 노력으로 만들어온 실력이었으나 내가 무한환생자라는 것 보다는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이 더 말이 되지 않았는가?


“그래, 곡을 잘 만드는 건 재능이라고 치자, 그런데 그렇게 감정을 세분화하는 건 재능의 영역이 아니야. 작정하고 붙어서 탐구를 해봐야 알 수 있는 일이지.”


“탐구했죠.”


내 인생 몇 개를 갈아 넣어서.


“감정을 어떻게 담냐니... 그런 질문을 받은 제 입장도 이해해 주세요. 스스로노래를 불러 보면서 감정을 담았을 때 어떤 목소리가 나는 지 체크하는 게 쉬운 일인 줄 아세요? 제가 과했다는 건 이해하지만 그렇게 무섭게 나오시면 겁먹을 수 밖에 없다고요.”


이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차린 그녀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미안하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그런 감정을 담니?”


이 양반, 끈질기다.


‘실장님 급인데?’


실장님이랑 꽤 친하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람은 역시 끼리 끼리 논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 모양이다.


“실제로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서 원하는 감정을 뽑아낸다고 생각하면 쉬워요. 대신 감정에 먹히지 않는 연습을 해야겠죠.”


내 말이 오직 하나의 정답은 아니다.

나는 남들에게 음악을 배우지 않고 오직 나만의 산을 쌓아올라간 인간이었으니까.

갈라파고스화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네 경험에서 감정을 뽑아냈다고?”

“네.”

“진짜로?”


그녀가 거듭 묻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가 받은 노래는 정말 가슴 아픈 이별 노래였으니까.


어린 아이가 이별을 할 일이 뭐가 있냐는 소리겠지.


“진...”


세 번째로 묻기 전에 그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짜 일수도 있겠구나. 응.”


그녀가 갑자기 내 말을 받아드린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고아신분이 이럴 때는 도움이 되나?’


멀쩡하게 잘 살았던 성인 시절의 기억도 잘 나지 않는데 더 어렸을 때의 기억이 날 리가 없다.

친부모와 어떻게 헤어졌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으며 그 때의 감정이 남아있을리도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가슴 아픈 이별이 많이 있었다.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나이에 부모를 잃은 충격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겠으나 나는 수많은 인생을 살아오며 수많은 절친을 잃었고 많은 부모를 잃었으며 가슴 아픈 이별을 견뎌냈다.


이 안에서 이별이라는 감정에 초점을 맞춰 부르면 감정을 가득 담는 것 정도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사실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그냥 지레 짐작하게 하는 게 최선이다.

애초에 나도 내 상황에서 담을 수 없는 감정으로 만들어진 노래라면 아무리 흥이 올랐다고 해도 그 감정을 그대로 담아 부르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만난 김에 몇 가지 질문을 해도 될까?”

“싸인해 주신다고 약속해 주시면요.”


나는 곧장 싸인지를 내밀었다.


“네 이름 적어 주면 되지?”

“아니요. 이하윤이라고 적어 주시면 돼요.”

“심부름이구나?”

“친한 형의 부탁이라고 해두죠.”


한예지는 슥슥 싸인을 한 뒤 나에게 내밀었다.


“그래서 무슨 질문을 하고 싶으신데요?”

“너 대체 왜 가수 안 하니?”


매번 매번 듣는 질문이었기에 이제 나 나름데로도 방어책이 있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서요.”

“때같은 게 어딨어. 지금 당장 데뷔해도 다 때려잡을 것 같구만. 나까지 포함해서.”


그녀의 눈은 매우 강렬했다.

실장님이 나를 처음 봤을 때랑 비슷한 수준으로.


“정정할까요? 아직은 제가 담을 수 있는 감정이 많이 없어서요.”


노래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는 상대였기 때문에 이런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저는 아직 어려요. 경험해 본 것도 많지 않고 여러 감정을 느껴 본 적도 없어요. 가수로 살면 그 다양한 감정들, 경험들을 놓치게 되는 거잖아요?”


막 생각한 변명거리였으나 적어도 그냥 때가 안됐다고 이야기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합리적이었다.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아.”


좋아 잘 먹혀 들어간 모양이다.


“누나가 한 가지 부탁해도 될까?”


‘누나가 아니라 아줌마 아닌가?’


초등학생한테 형, 누나 소리하려면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10대 중반을 향해 달려나가는 6학년이면 몰라도 1학년은 고작 8살 밖에 안된다.


25살만 되도 17살 차이니 누나가 아니라 이모에 가깝지.


심지어 나는 현대 지구처럼 늦게 결혼하는 세상이 아니라 15살 정도만 돼도 시집장가 다 가는 세계에 서의 삶이 훨씬 더 길었으니 실장님이나 가수님 모두 이모 뻘로 보였다.


‘솔직히 이모도 많이 봐준거지.’


“하지만 한예지 가수님은 누나가 아닌걸요.”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

“그게 아니라 누나가 아니잖아요.”


빠직하는 소리가 실시간으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나 아직 20대 초반이거든?”

“군인형들을 다 아저씨라고 부르죠? 한예지 가수님은 군인아저씨들이랑 나이가 비슷하죠? 따라서 한예지 가수님도...”


-쿵!


내 완벽한 논리는 강하게 내리쳐진 테이블에 막혀 버렸다.


“이모 정도로 할까요?”

“애초에 군인들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게 이상한 거야. 너도 군대가면 뼈저리게 느낄걸?”

“전 군대 안 가는데요?”

“내 친구도 그러더라 자기 대에는 통일 될 줄 알았다고.”

“아니 그게 아니라 저는 진짜 안 가요.”


“어디 아픈데 있어?”

“고아는 군대 안가요.”

“아.”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그래서 부탁이 뭔데요?”

“싸인한 장만 해줘. 장래에 가장 유망한 가수님인데 1호 싸인은 내가 가져가야 하지 않겠어?”


장래에 가장 유망한 가수가 될 거라는 건 맞았지만 1호 싸인은 아니었다.


“제 1호 싸인은 이미 친구한테 줬는데요?”

“그러면 2호 싸인이라도 줘.”

“그리고 장래에 가장 유망한 가수도 아니죠. 마신이 있잖아요?”

“그 분은 신이니까 신경안 써도 돼.”


슥슥 싸인을하고 2호 싸인이라는 것 까지 표기해서 내밀었다.


“오케이 땡큐.”

“그런데 진짜 제 노래 이번 앨범에 안 넣으실 거에요?”

“어. 너 보다 못 부르는 데 어떻게 앨범에 넣니?”

“지금 한 번 불러 보실래요?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요.”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에게 훈수질이라니.

이건 못 참지.


“아니. 저번에 준 도움이면 충분해. 혼자 도전해 보고 정 안될 것 같으면 그 때 부탁할게.”


아쉽게도 훈수질할 기회는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그러면 누나는 이만 간다.”

“카페왔는데 커피 하나 안 시켜도 돼요?”

“회사거라서 상관 없어.”


그렇게 한예지 가수님은 떠나갔다.


‘나도 슬슬 갈까?’


실장님이 사준 바닐라 라떼를 쪽쪽 빨며 건물 밖으로 나섰다.


‘혼자서는 어디도 못 가던 과거의 내가 아니란 말씀!’


예전에는 어디를 가든 실장님이든 선생님이든 어른의 시선 아래에 있어야 했지만 동년배에 비해 압도적으로 어른스러운 내 모습에 원장님도 결국 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오늘은 실장님도 일이 바빠 나를 태워다 주시지 못하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복귀할 생각이었다.


“어, 하람이 하이. 근데 네가 왜 여깄어? 너 원래 월요일에는 안왔잖아.”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중 서아 누나를 마주쳤다.


“오늘은 일이 좀 있어서.”

“손에 들고 있는 싸인지들은 뭐야?”


서아 누나의 표정이 일순간 날카로워졋다.


“형 누나들이 받아달라고 한 싸인들.”

“아하, 네가 받은 건 아니지?”


‘내가 해주긴 했지.’


“근데 누나는 왠 일이야? 원래 훨씬 더 늦게 돌아가잖아.”

“월요일은 조금 쉬는 날이야. 다른 날 보다 일찍 퇴근해서 푹 쉬어 줘야해.”


이서아씨는 주말에도 나와서 하루종일 연습할 정도의 노력가니 하루 정도는 쉬어도 된다.

그것도 하루 종일 쉬는 게 아니라 그냥 저녁에 퇴근하는 것 뿐 아닌가.


“근데 하람이 너는 어디 가려고?”

“이제 집 가야지. 버스 타고 갈거야.”

“갈 때 없으면 우리 집 차 타고 가.”


이런 호의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좋아.”


잠시 기다리니 굉장히 비싸보이는 차가 서아 누나 앞에 멈춰섰다.


“같이 타자.”

“일단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운전석을 바라보니 나잇대가 이상했다.

서아누나의 어머니라고 하기엔 나이가 너무 적고 언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았다.


‘늦둥이인가?’


“언니, 내 친구 태워다 줄 수 있지?”

“물론입니다. 아가씨.”


아가씨라는 말을 듣고 무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맞다 이 누나 엄청 부잣집이었지.’


푹신한 시트에 몸을 맡기니 기사 누나가 나를 바라봤다.


“어디로 모시면 되겠습니까?”

“소망 고아원이요.”


그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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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얼굴 공개 24.08.28 73 3 11쪽
21 예슬이는 노래를 못한다 24.08.27 83 3 11쪽
20 미션이 너무 어렵다 24.08.26 94 3 10쪽
19 방학이다! +4 24.08.25 111 2 11쪽
» 내 싸인을 왜 네가 받아가요? +1 24.08.24 111 3 11쪽
17 네가 걔구나? +1 24.08.24 123 3 11쪽
16 감정을 담는 법 +1 24.08.23 134 3 9쪽
15 예슬이는 천사다 +1 24.08.22 130 4 11쪽
14 얘도 천재였다 +1 24.08.20 132 3 11쪽
13 사별의 경험 24.08.19 138 3 11쪽
12 작곡가? 나쁘지 않은데? 24.08.18 147 3 11쪽
11 견학! 24.08.17 152 2 10쪽
10 핸드폰! 24.08.16 160 3 11쪽
9 누나가 아니라 아줌마 아니에요? 24.08.15 171 3 11쪽
8 인터넷이 터졌다 24.08.14 174 3 11쪽
7 튀어나올 송곳 24.08.13 186 3 12쪽
6 첫 공연 24.08.12 190 3 12쪽
5 그대여, 나에게 사랑을 24.08.11 210 3 13쪽
4 한 소절만이에요 +1 24.08.10 220 5 12쪽
3 방과후 기타 교실 24.08.09 238 3 11쪽
2 전사들의 노래 24.08.08 261 3 12쪽
1 음악의 신, 강림 +1 24.08.08 32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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