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천재? 아니 음악의 신이 강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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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공
작품등록일 :
2024.08.08 20:41
최근연재일 :
2024.08.29 23:08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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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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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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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예슬이는 노래를 못한다

DUMMY

“잘 있어라 하람아. 이 형은 떠난다.”


축구무새 승우가 오늘도 또 헛소리를 지껄였다.

비몽사몽한 채 눈을 비비며 승우를 바라보니 두툼한 가방을 메고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어디 가는데.”

“축구 하러 간다.”


아니 무슨 축구하러 가는데 짐을 저리 바리바리 싸간단 말인가.


“3주 정도는 못 볼 거니까 그렇게 알고있어.”


그러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승우? 축구 캠프 참여한다고 하던데 아마 3주뒤에나 돌아올 거야.”


아침을 먹으면서 원장님께 여쭤보니 진짜로 멀리 떠나간 모양이었다.


‘이걸 당일 아침에 말해준다고?’


내 입장에서는 방이 커지는 것이니 좋다면 좋은 일이었으나 이렇게 갑자기 떠나갈 줄은 몰랐다.


‘축구에 진심이였구나.’


하긴 항상 축구 하자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다녔으니까 원 없이 축구만 할 수 있는 곳을 피해갈 이유는 없을 것이다.


“잠 다 깼어?”

“어, 깨써.”


‘안 깬 것 같은데.’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나와. 서아 누나 보러가야지.”

“우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예슬이 이마를 콩! 하고 때렸다.


“정신 차려.”

“알았어.”


잠시 뒤 외출복을 갖춰 입은 나와 예슬이는 근처의 정류장으로 향했다.


-삑


이제는 버스를 타는 것도 능숙했다.

키가 안 닿아서 손잡이를 잡을 수는 없었으나 균형감각으로 버티면 될 뿐이다.


“예슬이 네가 앉아.”

“아니야. 하람이 네가앉아.”


예슬이를 강제로 의자에 앉히니 왠지 흐뭇한 시선이 꽂히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탓은 아니겠지.’


“고로롱.”


잠깐 한 눈을 판 사이 고개를 꾸벅꾸벅 거리면서 잠들어 버린 예슬이.


이대로 버리고 내리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싶었으나 예슬이는 아직 핸드폰이 없었으니 기획사 근처에서 내렸다.


“이제는 알아서 잘 찾아오네?”

“네!”


이제는 경비분이나 안내 데스크에 계시는 분들과도 친해져서 곧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너의 영원한 사랑.


슬쩍 문에 귀를 데 보니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제는 우리가 들어가도 아랑곳하지 않을만큼 친해졌으나 이왕이면 쉬는 시간에 들어가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졸려...”

“어제 늦게 잤어?”

“응... TV보느라.”

“12시까지?”

“우우우.”


예슬이가 고개를 좌우로저었다.


“3시까지 봤어.”


참고로 초등학생들 취침 시간은 10시다. 방학이나 주말 전에는 12시까지로 늘려주시는데 3시까지 TV를 봤다는 건 몰래 봤다는 뜻일 것이다.


“예슬이 나쁜 아이네.”

“예슬이 안 나빠.”


진짜 졸린지 투닥이는 주먹에도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 있었다.


“조금 자.”

“우웅.”


바닥에 앉히니 그대로 누우려고 하길래 옆에 앉아서 어깨를 빌려줬다.


“뭐야. 왔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



20분 정도 지나니 열심히 연습하는 연습생들에게도 쉬는 시간이 찾아왔고 그제서야 우리는 발견될 수 있었다.


“예슬이자네? 어제 늦게 잤데?”

“어.”

“기타치느라 많이피곤했나?”


TV보느라 안 잤다고 하면 예슬이의 명예가 실추 되니 일단 입만 꾹 다물고 있었다.


“예슬아?”

“우우우.”


쉽게 일어날 기색이 안 보여서 일단 내 전용 녹음실 소파에 눕혀줬다.


“쿨쿨...”


편하게 누울 수 있게 되니 곧장 골아 떨어지는 예슬이.


“온 김에 멜로디라도 짜볼까?”

“좋지.”


예슬이가 듣고 깰 수도 있기 때문에 헤드셋을 서아 누나의 머리에 씌워졌다.


“원하는 게 뭐라고?”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도도하고 고고하고 아름답고 여왕님 스러워야 해.”


서아 누나가 우리들 앞에서나 텐션이 밝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그리 텐션이 밝지 않다.


“누나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을 수 있어?”

“가능하지 않을까.”

“데뷔한 이후에도 계속.”

“그건 안될 것 같은데.”


“그러면 타협점을 찾아야지.”


다행히 적당한 발상이 하나 있었다.


“절대 웃으면 안된다고?”

“어. 누나는 입만 다물고 있으면 도도해 보이니까 웃지 말고 안무를 추면 돼.”


하기 싫어서 억지로 하는 것 같은데도 안무가 너무 완벽해서 귀여워 보이는 게 포인트였다.


“일단 멜로디는 이런 느낌.”


이미 짜 놓은 멜로디가 있었으니 순식간에 나왔다.


“너 뭐야? 아니 이게 어떻게 바로 나와?”

“어제 생각을 해놨으니가 그렇지.”


1분 짜리 멜로디는 어느새 완벽한 노래가 되어 있었다.


“UCC니까 그렇게 긴 노래일 필요는 없겠지?”

“엄청 톡톡 튀는 노래네.”

“가사도 보여줄게.”


-타닥타닥


메모장을 열고 가사를 적어 나가기 시작하니 서아 누나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했다.


“가사가 이상한데.”

“뭐가?”

“여기, 이런 춤이 귀여워요? 이런 건 왜 들어가 있는 거야.”

“원래 어른들 눈에는 애들이 투정부리는 것도 귀여워 보이는 거야.”

“너도 어린애면서.”


서아 누나의 까다로운 요구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노래로는 안된다.


부르기 싫다는 듯 티를 팍팍 내면서도 일부러 귀여운 척을 함으로서 오는 그 귀여움을 살리는 게 기본적인 목적이었다.


“네가 한 번 불러봐.”

“알았어.”


이노래는 감정을 잘 살려야 하는 노래였다.

너무 애교부리듯 노래를 불러 버리면 노래의 맛이 안사니까.

투정 부리듯 불러야 한다.

근데 너무 투정을 부리면 귀엽지 않으니까 중간에 서 있어야 한다.


“저는 말이죠. 이런 춤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오.”


감탄하는 서아 누나의 반응을 내버려 둔 채 계속 노래를 불러 갔다.


“이제 저는 가요. 다들 안녕.”

“와 진짜 미쳤다. 그냥 네가 녹음까지 다 해주면 안돼?”

“노래는 누나가 직접 불러야지. 어떻게 불러야 할지는 알 것 같지?”

“응!”


“우우...무슨 일 있어?”


뒤를 돌아 보니 예슬이가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눈을 비비적 대고 있었다.


“하람이가 노래 다 만들었어.”

“내가 그렇게 오래 잤어?”

“어, 조금있으면 해가 질 거야.”


자연스럽게 사기가 튀어나오는 서아누나의 주둥이.


“안돼... 놀고 싶었는데.”

“괜찮아 기타 연습하다가 늦게 잔 거 아니야?”

“TV보다가 늦게 잔 건데.”


서아누나도 더 이상 커버쳐주지 못했다.


“완성된 거 한 번 들어봐.”


서아 누나가 예슬이에게 헤드셋을 씌워주자 마자 노래를 트니 예슬이의 잠이 완전히 달아나기 시작했다.


“되게 좋은 것 같아. 그런데 가사 없이 바로 춤추는 거야?”

“가사 여기 있어.”


메모장을 확인하는 예슬이의 표정이 점점 더 않 좋아졌다.


“가사가 왜이래?”

“직접 들어 보면 알 걸? 이렇게 부르면 돼.”


서아 누나 재능도 보통 수준은아니라서 순식간에 내가 불렀던 수준의 노래를 뽑아냈다.


“근데 나는 노래 잘 못 부르는데?”

“괜찮아 연습하면 되지. 오늘부터 연습하자.”

“저녁 넘어갔다면서 빨리 안 들어가면 원장님께 혼날거야.”

“괜찮아 아직 9시 밖에 안됐거든.”

“언니 설마 밤을 셀 생각이야?”


서로 이야기가 어긋나는 것을 지켜 보는 게 참 맛있었다.


“거짓말이야 아직 점심도 안 지났어. 아무리 피곤했어도 설마 아침부터 저녁까지 잤겠니?”

“그러면 둘이서 날 속인거야?”


가벼운 응징을 당하긴 했으나 응징당할 맛이 있는 장난이라고 생각한다.


“쉬는 시간 끝나가는 거 아니야?”

“맞아. 안 그래도 보컬 연습 중이니까 예슬이도 같이 가서 배우면 되겠다.”

“으응.”


별로 자신 없는 표정이었으나 괜찮을 것이다.

어린 아이가 음치여봤자 얼마나...


“나는 꿈이 될 거에요.”


“으윽...”


서아 누나가 귀를 막았다.


‘음정이 하나도 안 맞는데?’


음정이 안 맞는 건 그렇다 치고 국어책을 읽는것과 다를 바 없는 목소리지 않는가.


‘예슬이가 이 정도였나?’


노래를 잘 안 부르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못 부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잠깐 멈춰 볼까?”


저걸 보아라 보컬 선생님도 얘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지 않는가.


‘적당한 정도의 음치는 괜찮았는데...’


어차피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니 조금 실수가 있다고 해도 귀엽게 넘어갈 줄거라는 계산이 있었다.


그러나, 예슬이는 좀 과했다.


“나는 꿈이 있어요.”


“잠시만.”


선생님께서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게 보였다.


‘일부러 저러는 건 아니겠지?’


저 정도로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을 보면 일부러 노래를 못 부르는 게 아닐까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 당연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고의가 아니라 진짜로 노래를 못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누나.”

“왜?”


내가 서아 누나를 부르자 그녀가 왠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되물었다.


“UCC마감 기한이 언제 까지라고 했더라?”

“10일 남았어.”

“10일안에 될 것 같아?”


서아누나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 * *


“미안해.”

“아니야. 언니는 진짜 괜찮아.”


일주일이 흘렀것만 예슬이의 상태는 이전과 비슷했다.

분명 조금 더 잘 불러지긴 했지만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안무는 정말 완벽하게 따라했는데 이는 그녀의 운동 신경이 천재 수준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떡하지?”

“누나 혼자부르면 되지.”

“처음 작곡할 때부터 듀엣으로 작곡했는데 이제 바꾸라고?”


이것도 좀 애매했다.


“그냥 네가 불러라.”

“그것도 이상하잖아. 영상에 나오는 아이는 여자애 두 명인데 남자애 목소리가 끼어 들어?”

“흐으으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도 뚜렷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미안해...”


예슬이의 의지가 바닥을 뚫고 내려갈 기세였다.


“후우...어쩔 수 없나?”


아, 아.

나는가볍게 목을 푼 뒤 예슬이의 목소리를 따라했다.


“어때? 좀 비슷한 거 같아?”

“예슬이 목소리랑 똑같은데?”


의기소침해져 있던 예슬이의 눈빛도 똥그래졌다.


“예슬이가 노래를 잘 부른다면 이런 목소리지 않았을까?”


그런 마음으로 노래를 녹음하니 두 명 모두 나에게 따봉을 내밀고 있는 보였다.


“그러면 바로 녹음하고 UCC촬영하자.”


내 실력이면 편집도 금방 끝나니 그리 빠듯하진 않았지만 일은 원래 일찍 일찍 끝내둬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큐!”

“잠시만!”

“아니 왜 갑자기?”


사람들이 모두 떠나간 안무실을 빌리려 했는데 중간에 서아 누나가 양팔을 휘저었다.


“안무실에서 찍었으면 내가 연습생인게 티 나잖아.”


손익을 떠나서 굳이 밝힐 필요가 없는 정보긴 했다.


“그러면 어디가서 찍을까?”

“우리집! 내일 소망 고아원으로 차 끌고 찾아갈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누구 집이요?


‘괜히 찾아갔다가 어른들한테 혼나는 거 아니야?’


“알았어.”


어차피 책임은 서아누나가 지는 거니까 조용히 가서 영상만 찍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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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얼굴 공개 24.08.28 73 3 11쪽
» 예슬이는 노래를 못한다 24.08.27 83 3 11쪽
20 미션이 너무 어렵다 24.08.26 93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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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감정을 담는 법 +1 24.08.23 134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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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얘도 천재였다 +1 24.08.20 132 3 11쪽
13 사별의 경험 24.08.19 138 3 11쪽
12 작곡가? 나쁘지 않은데? 24.08.18 147 3 11쪽
11 견학! 24.08.17 152 2 10쪽
10 핸드폰! 24.08.16 160 3 11쪽
9 누나가 아니라 아줌마 아니에요? 24.08.15 170 3 11쪽
8 인터넷이 터졌다 24.08.14 174 3 11쪽
7 튀어나올 송곳 24.08.13 186 3 12쪽
6 첫 공연 24.08.12 190 3 12쪽
5 그대여, 나에게 사랑을 24.08.11 210 3 13쪽
4 한 소절만이에요 +1 24.08.10 220 5 12쪽
3 방과후 기타 교실 24.08.09 238 3 11쪽
2 전사들의 노래 24.08.08 261 3 12쪽
1 음악의 신, 강림 +1 24.08.08 32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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