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 통로 개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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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백
작품등록일 :
2024.08.10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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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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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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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차원통로

DUMMY

다시 차원통로


“태백아. 나 정말로 애 많이 썼다. 그건 알아줘야 한다.”

“예. 알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소장님.”

조태백은 결국, 차원 통로 KR1HHL(KR4,926)에 다시 왔다.


“그럼 계약서 쓰자. 표시해 놓은 데 모두 서명해라.”


조태백이 서명을 하고 최수광 소장에게 서류를 건네줬다.

“여기 있습니다.”


“음. 다 맞게 했구나. 6억 원은 네 아버지 계좌로 한 시간 안에 입금될 거다.”

“감사합니다. 소장님.”

“감사는 무슨. 내가 더 고맙지.”


원래는 바보 같은 아버지가 교도소에 가든, 아니면 운이 좋아서 집행유예로 끝나든 상관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럴 작정으로 집에 갔었고, 아버지의 형제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 결심을 굽히지 않았었다.

그러나, 조태백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 또 있었다.


“우리 다음 주 월요일까지 집 비워줘야 한 대.”

서먹서먹한 가족 간의 대화를 마치고 집을 나서던 조태백에게 여동생 태민이 주저하며 내뱉은 말 한마디가 조태백을 결국 다시 이곳으로 오게 했다.


조태백이 다시 차원 통로에 들어가겠다고 하자 당연히, 아버지나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은 말렸다.

그러나, 당장 생활해야 하는 집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이 없었다.

월세로 단칸방이라도 얻어 버텨보자는 게 그나마 나은 대안이었다.


“과학자들이 제 차원 내성이라면 4년까지는 절대로 안전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2년 정도 더 차원 통로에서 일한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습니다. 태민이 수능도 불과 삼 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반지하 단칸방 생활하는 것도 문제고, 또 아버지가 교도소 가시면 심리적인 충격도 무시 못 할 겁니다. 아. 그리고 일은 힘들지 않습니다. 뭐, 먹는 것도 잘 나오고요. 그냥 제가 차원 통로 갔다 오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입니다.”


목돈을 만들 가장 쉬운 길이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조태백이 선택할 길은 하나밖에 없었다.

조태백은 차원 내성에 대해 과장을 해 가며 가족들을 설득했고, 어차피 차원 통로에 가는 거, 말끔히 정리하자는 생각으로 2년 계약을 했다.


3억 원은 아버지 조용상이 회사와의 관계를 청산하는 데에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3억 원으로는 작은 전세집을 마련하고 일부는 생활비로 사용하도록 했다.


“이런 말 자꾸 하니까 나도 좀 쪽팔린다만 나 정말 애썼다. 그러니 무조건 2년을 채워 줘야 한다. 안 그러면 나 정말 곤란해진다.”

“예. 소장님. 잘 알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원래 차원 통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1년 단위로 계약을 했다.

물론 1년을 무사히 채운 사람들 중에 다시 1년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2년 이상의 장기 계약은 드문 경우에 속했다.

조태백을 고용한 고용주 측에서는 조태백이 2년을 정상적으로 채우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절대로 손해는 안 본다는 걸 잘 알았기에 2년 계약을 해줬겠지만, 어쨌든 최소장이 뭔가 아쉬운 소리를 했을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나저나 건강 검진은 어떻게 처리하셨어요? 저 애초에 차원내성(次元耐性)이 180이었던 거 잘 아시잖아요. 최대로 해야 1년 연장 밖에 안 됐을 텐데요.”


과학자들은 차원내성의 8배에 해당하는 기간을 ‘안전 구간’으로, 그리고 4배까지를 ‘절대 안전 구간’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차원 내성 180을 기준으로 하면, 조태백의 절대 안전 구간은 180의 4배인 720일, 곧 2년이었다.

조태백은 이미 1년을 차원 통로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절대 안전 구간은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건 알려고 하지 말아라. 그냥 내가 애써서 해결했다고만 알고 있어라.”


차원 통로 개발이 본격화되고, 차원 통로의 내부 사정이 암암리에 퍼져나가면서 일할 사람들이 부족하게 되자 건강 검진에 각가지 편법이 끼어들 틈이 생겨났다.

편법을 잘 이용하는 것도, 관리사무소장의 능력으로 치부되는 시대였다.


“반갑다. 태백아. 지구 물맛 좋더냐?”

“어디 물맛만 좋았겠어요? 다른 것도 좋았겠지? 태백이형. 안 그러우?”


2개월 남짓 지났을 뿐인데, 처음 보는 얼굴들도 적지 않았다.

아직은 알고 있는 얼굴들이 더 많았고, 다들 떠들썩하게 태백을 환영해 주었다.


최수광 소장이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실없는 소리들 그만하고 다들 주목해 봐.”


“태백이를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여기서 일 년 잘 지낸 경력자니까 그렇게들 알고 있고. 아. 태백아. 그래도 정식으로 인사는 한 번 해야지.”

“조태백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26살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인사는 그걸로 됐고. 태백이도 오고 했으니까 속도 좀 올려 보자고. 위에서 쪼아대는 통에 나 죽을 맛이야. 다들 좀 도와줘.”

“소장님. 그게 맨입으로 됩니까?”

“알았어. 안 그래도 준비한 거 있으니까 다들 먹고 힘내라고.”

“옛썰.”

“하하하!”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간만의 기분 좋은 소리에 억지웃음으로라도 기분을 전환하려 했다.


조태백은 친하게 지냈던 이철민이 건네는 소주 잔을 들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차원 통로로 들어왔던 막내 연종민의 안부를 물었다.

“철민이 형. 막내가 안 보이네요?”


이철민은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말이다. ···.”


이철민이 제대로 답을 하지 않자, 조태백의 머리에 불안한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맞다. 이제는 특수조다.”

“걔. 건강 검진에서 차원 내성 450 나와서 하늘이 무너져도 5년까지는 아무런 문제 없을 거라고 했었는데?”

“그러게 말이다. 그놈 딱 세 번까지만 연장하겠다고 하더니 그렇게 됐다. 얼마 안 됐다. 한 보름 됐나? 그럴 거다.”

“개 같은···.”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잇지는 못했다.

애꿎은 소주 잔만 연거푸 들이킬 뿐이었다.


차원 통로에는 ‘차원 물질’이라고 불리는 ‘뭔가’가 있다.

그 ‘뭔가’에 대해서 많은 과학자들이 이런저런 많은 학설들을 내놓았지만, 그 어떤 학설로도 정확하게 실체를 밝혀내지 못해서 아직은 통칭으로 ‘차원 물질’이라 부른다.


차원 물질에는 몇 개의 별명도 있긴 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마나’와 ‘브레인 스트라이커(brain striker)’가 있었다.


마나라는 별명은 인간으로 하여금 초월적인 힘을 갖게 한다고 하여 붙여졌다.


그리고, 브레인 스트라이커라는 별명은 뇌를 공격하는 물질이라고 해서 붙여진 것이었다.

아는 사람들은 그냥 줄여서 ‘스트라이커’라고들 부르는데, 이 별명은 쉬쉬거리며 알려진 별명이었다.

정부 차원에서는 차원 물질과 관련하여 어떤 부작용도 공식적으로는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막내 연종민은 브레인 스트라이커의 공격을 견뎌내지 못한 것이었다.


“혹시, 좋은 쪽으로 간 건 아닙니까?”


조태백의 질문에 이철민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러게나 말이다. 좋은 쪽으로 갔으면 내가 특수조라고 했겠냐?”


차원 통로에서 일하는 사람들 몸에는 차원 물질이 점진적으로 쌓인다.

그리고 이 차원 물질이 임계치에 도달하여 한계를 넘으면 뇌를 자극하게 된다.


자극이라는 말은 점잖게 부른 말이었다.

실제로는 엄청난 고통을 수반해 뇌의 전 영역을 공격하게 된다.

그 고통의 정도가 마치 뇌가 폭발하는 것 같다 해서 ‘브레인 버스팅(brain bursting)’이라고 불린다.


브레인 버스팅을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었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브레인 버스팅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그때 옆에 계셨습니까?”

“나하고는 현장이 달랐다. 본 사람들 말로는 끔찍했다고 하더라.”

태백은 조심스럽게 질문했고, 철민은 담담하게 답했다.

철민이 그나마 억지로라도 담담함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연종민의 브레인 버스팅을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종민이에게는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내가 거기 없었다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조태백과 이철민 그리고 연종민, 이 세 사람은 차원 통로에서 가장 가까이 지내던 사이였다.

연종민의 불행에 누구보다도 더 괴로워했던 철민이었다.

그럼에도, 그 광경을 보지 않았던 걸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태백은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

자신도 같은 생각을 했을 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아서였다.


“나중에라도 좋은 쪽으로 바뀔 수는 없을까요?”

“그러게나 말이다. 그런 기적이라도 있다면 좋겠구나.”

태백도 바뀌는 것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기적이라도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안타까움을 견딜 수 있었다.

그건, 대답하는 철민도 같았다.


브레인 버스팅을 겪는 사람들은 반드시 둘 중에 한쪽으로 가게 된다.


좋은 쪽과 나쁜 쪽.


좋은 쪽으로 간 사람들은 ‘엑스트라 휴먼(Extraordinary Human Being)’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된다.

그야말로 인간을 뛰어넘는 초월적 존재가 된다.


그리고, 나쁜 쪽으로 간 사람들은 ‘서브 휴먼(Sub-Human Being)’이라 불리게 된다.

이지(理智)를 잃고 본능만 남은 동물과 같은, 인간 이하 존재라는 의미가 포함된 명칭이었다.


당연하게도, 좋은 쪽보다는 나쁜 쪽이 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았다.

인부들은 ‘나도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에, ‘서브 휴먼’이라는 말로는 차마 부를 수 없었다.

그래서 인부들 사이에서는 ‘특수조’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있었다.


“얼마나 더 남았을까요?”

연종민에 대한 대화는 두 사람을 모두 의기소침하게 했다.

안 그래도 연종민이 특수조가 된 일로 그동안 마음고생을 했을 이철민을 한 번 더 괴롭힌 꼴이 된 조태백은 괜히 이철민에게 미안해졌다.


조태백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차원 통로의 끝이 얼마나 남았는가로 대화 주제를 바꿨다.

“그나저나 언제쯤 끝날 것 같습니까?”


이철민은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조태백의 질문이 반가웠다.

쳐져 있던 목소리 톤을 높이며 조태백의 질문에 대답했다.

“글쎄다. 지난 번에 수색개미 애들이 지나가면서 말하기로는 거의 끝나 가지 않겠냐고는 하더라.”


차원 통로 안에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그들을 모두 통틀어서 ‘차원 통로 개척자’ 또는 ‘개척대’라고 부르지만, 같은 개척대들 사이에서도 명확하게 계급은 존재하고 있었다.

계급 피라미드의 맨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바로, 조태백과 같은 보통의 인부들이다.


인부들 사이에서는 개미들과 같은 계급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자조적인 의미로 자신들을 ‘일개미’라고 불렀다.

이 일개미들도 두 종류로 나뉘는데, 보통의 일개미와 특별한 일개미가 있었다.

조태백과 같은 보통 사람들이 보통의 일개미이고, 연종민과 같은 특수조가 바로 특별한 일개미들이다.


일개미 위로는 수색개미라 불리는 ‘서쳐(searcher)’와 병정개미라 불리는 ‘컴배터(combatter)’가 있었다.

그리고, 개미 계급의 꼭대기가 여왕개미라 불리는 ‘엑스트라 휴먼’이었다.


“그래도 통로 끝까지는 꽤 남아 있겠죠?”

“그렇겠지? 종민이가 그렇게 될 때쯤이니까 아마 이십일 전쯤 일 거다. 여왕개미 납신다고 병정개미들이 몰려다니더라.”

“여왕개미가 떴으면 통로 개척은 빠르면 일이년이면 끝날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차원 통로의 초입에는 특별한 위협은 없었다.

그러나, 그 끝을 향해 갈수록 위협은 증가했다.

점점 더 강한 몬스터의 등장이 그 위협이었다.


처음엔, 병정개미와 수색개미만으로 개척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강한 몬스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여왕개미들이 출동하게 되었다.


여왕개미가 출동한다는 건, 강력한 몬스터가 등장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이건 이제 차원 통로의 끝에 도달하기 시작했다는 소리였다.


아직 차원 통로의 끝에 다다른 사례는 없었다.

미국이나 중국 또는 러시아 같은 강대국들도 아직 그 끝을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DT(차원 기술) 쪽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엑스트라 휴먼이 처리해야 할 정도의 강력한 몬스터가 등장하기 시작하면 끝이 시작된 걸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여기 KR1HHL(KR4,926)에 엑스트라 휴먼이 나타났다는 건 이제 끝이 시작되었다는 의미였다.


물론, 끝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끝인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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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정우람의 유산 : TWO 24.08.31 45 2 13쪽
20 정보공개 24.08.30 45 1 15쪽
19 계약 24.08.29 48 3 13쪽
18 또 한 번의 브레인 버스팅 24.08.28 51 3 11쪽
17 엑스트라 라지(XL) 클래스 몬스터 24.08.27 56 2 12쪽
16 정우람의 유산 24.08.26 53 2 11쪽
15 연종민 24.08.25 55 3 12쪽
14 첫 임지(任地) 그리고 첫 사냥 24.08.24 57 3 12쪽
13 장하다. 조태백. 24.08.23 64 2 12쪽
12 브레인 버스팅(Brain Bursting) 24.08.22 74 3 13쪽
11 몬스터 사냥 +2 24.08.21 71 4 13쪽
10 더블 엑스트라 라지(XXL) 클래스 몬스터 24.08.20 78 2 12쪽
9 마나스톤 24.08.19 73 4 11쪽
8 서브 휴먼(Sub-Human) 24.08.18 71 1 12쪽
7 서쳐(Searcher) 24.08.16 80 2 13쪽
6 KR1HHL(KR4,926) 24.08.15 83 2 14쪽
5 차원통로 개척회사 공제회 24.08.14 89 4 15쪽
» 다시 차원통로 24.08.12 93 3 13쪽
3 9억원 24.08.11 99 4 14쪽
2 일당 백만원 24.08.10 119 3 12쪽
1 프롤로그 : 차원 통로 개척 24.08.10 148 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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