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 통로 개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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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백
작품등록일 :
2024.08.10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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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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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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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 조태백.

DUMMY

장하다. 조태백.


조태백이 깨어났다는 소식에 달려온 동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었다.

“축하한다. 그리고 부럽다.”


엑스트라 휴먼은 절대자이다.

차원 통로 안에선, 인간들 꼭대기에 우아하게 서 있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신의 반열에 오른 동료를 부러워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태백아.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이렇게 된 거에는 내 공(功)도 있다는 거 잊지 말아라.”

최소장이 조태백의 동료들을 모두 의무실에서 내보낸 건, 이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아직, 조태백에겐 흔쾌히 최소장의 말에 동의할 만큼의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조태백은 다른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전 이젠 뭘 해야 합니까?”


“일단, 지구로 나가서 차원 내성 검사를 하는 게 제일 먼저 할 일이겠지.”

최소장으로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서브 휴먼이 된 경우는 몇 번 봤기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엑스트라 휴먼의 탄생을 목도하게 될 거라는 건 꿈에도 상상해 보지 않았다.


“그나저나 우리랑 계속 일 할거지?”

엑스트라 휴먼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략 자산이었다.

지금처럼 한국 내 첫 번째 개척이라는 명분을 얻기 위해 혈안이 되어 경쟁하는 때라면 특별히 더욱 그랬다.

최소장이 상부에 보고하자마자 들은 이야기가 ‘어떻게든 잡아라’였다.


“소장님. 저 며칠 휴가 써도 됩니까?”

조태백은 최소장에게 악감정은 없었다.

그러나, 조태백의 뇌리에는 정우람의 최후가 강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래. 그래. 그건 당연하지. 그런데, 태백아. 그냥 여기서 계속 일하면 안 되겠냐?”

회사는 조태백이 회사와 계약한다는 걸 조건으로 최소장에게 두둑한 상여금을 약속했다.

최소장이 지금껏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는 돈이었다.


조태백은 최소장에게 야박하게 굴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 회사와 계약할 수는 없었다.

“소장님. 그건 일단 지구에 갔다가 와서 결정하겠습니다. 그래도 되죠?”


“그래. 그래도 되지. 그러면, 서너 시간이면 본사에서 변호사들이 온다니까 그 사람들은 만나고 휴가 가는 걸로 하자. 내 얼굴을 봐서 그 정도는 해 주라. 태백아.”

최소장은 숫제 애원하다시피 매달렸다.


“알겠습니다. 일단 좀 쉬었다가 변호사는 만나겠습니다.”


아직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최소장이었다.

“그래. 태백아, 고맙다. 쉬어라.”


최소장이 의무실을 나가자, 이번엔 김태원 의무실장이 온갖 의문이 담긴 얼굴을 조태백에게 내밀었다.

“몸은 어떻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거 빼고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브레인 버스팅의 후유증이었다.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조태백의 머리는 부서지는 듯 울려댔다.


“그건 곧 없어질 거다. 정 견디기 힘들면 진통제라도 좀 줄까?”

“아닙니다. 없어지는 거라면 그냥 좀 견디죠.”

“그래. 잘 생각했다. 앞으로는 웬만해선 고통을 느낄 일이 없을 테니, 마지막 추억이라고 생각해라.”

김태원 의무실장의 목소리에는 부러움이 잔뜩 묻어 있었다.

의사라는 근사한 직업도 엑스트라 휴먼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했다.


“태백아. 나 솔직히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데, 몇 가지 검사를 해 봐도 되겠냐?”

이제 막 엑스트라 휴먼으로 각성한 사람을 볼 기회란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김태원은 조태백의 몸 안에서 일어난 변화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조태백은 기꺼이 동의했다.

“그렇게 하십시오.”


조태백이 검사 결과를 보며 김태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세 명의 변호사가 의무실로 들어왔다.


“제안은 감사합니다. 지구에 가서 가족들과 의논해서 답변드리겠습니다.”


변호사들은 연봉으로 기본급 100억 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조태백에게 돈은, 더는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다.

자신이 엑스트라 휴먼이 되었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우선이었다.


“100억 원은 최저액입니다. 차원 내성 결과에 따라서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일단 100억 원에 가계약 하시고, 구체적인 액수는 다시 정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결정만 하시면, 100억 원은 지금 당장 입금을 시켜 드리겠습니다.”

변호사들은 조태백이 100억 원이라는 금액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어떻게든 조태백을 잡아야만 했다.


“계약서 주고 가십시오. 가족들과 의논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조태백의 의사는 명백했다.

이 회사와 더는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

변호사들의 뒤에서 안절부절하는 최소장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더 매몰차게 답했을 것이다.


“차원 내성 20,000에 200억 원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10,000 넘을 때마다 100억 원씩 추가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물론, 성과급은 별도입니다. 어떻습니까?”


변호사들은 엑스트라 휴먼과 연봉 협상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 정도 조건이면 회사가 엄청나게 양보한 조건이었다.


그런 조건을 부르는 변호사들도 이번엔 쉽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들도 이곳에 오는 동안 정우람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의무실을 나가며 변호사 중 한 명이 투덜거렸다.

“하필이면, 그 장면을 볼 게 뭐랍니까?”


“누가 엑스트라 휴먼이 나오게 될 줄 알았겠나? 알았다면 어떻게든 정우람을 살렸겠지.”

변호사들은 정환국 회장의 심복들이었다.

그래서, 정환국과 정우람의 사이를 잘 알고 있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잖아. 여기 인부들하고 이야기 좀 해 보자. 뭐라도 건질 게 있을지 모르잖아.”

아무리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변호사들은 삼삼오오 모여 있는 인부들에게로 향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어찌 됐든 아직은 KR1HHL에 인부 또는 임시 서쳐로 소속된 조태백이었다.

조태백은 공식적으로 사흘간의 휴가를 받아서 지구로 나가게 되었다.


“맛있는 거 많이 가져오겠습니다.”

조태백은 진공 튜브 열차에 올라타며 동료들을 향해 한 번 더 몸을 돌렸다.

그런 그의 눈에,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서쳐들과 컴배터들 그리고 세 명의 엑스트라 휴먼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한없는 부러움을, 또 다른 사람들은 시기와 질투를, 그리고 세 엑스트라 휴먼은 당혹감을 얼굴에 드러내고 있었다.


조태백이 들어선 집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막내 고모 조영미가 제일 먼저 태백을 맞았다.

“장하다. 우리 태백이 정말 장하다.”


작은아버지 조길영은 ‘태백이가 왔다’는 말에 맨발로 뛰어나오며 조태백을 반겼다.

“이사한 집에는 처음 와 보지?”


거실에 있던 큰아버지 조대영이 먼저 아는 체를 했다.

“왔냐? 먼저 네 부모님께 인사해라.”


조태백이 들어선 안방에는 이번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만 있었다.

“저 왔습니다.”


“네 작은아버지한테 들었다. 네가 엑스트라 휴먼이 되었다면서? 정말이냐?”


새로운 엑스트라 휴먼의 등장.

그것도 차원 통로 안에서의 등장은 DT(Dimension Technology) 업계에선 항상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되는 뉴스였다.


조길영은 새로 등장한 엑스트라 휴먼이 조태백이라는 걸 알게 되자마자 온 가족에게 알리고는 조태백의 집으로 달려왔다.


가족과의 짧은 인사가 마칠 때쯤, 작은아버지 조길영이 조심스레 노크를 했다.

“태백아. 좀 들어가도 되겠냐?”


“예. 들어오십시오.”

조태백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큰아버지 조대영을 비롯해 조용상의 형제자매들이 들어왔다.


의례적인 축하 인사와 감사 인사를 교환한 후 조길영이 본론을 시작했다.

“차원 내성 검사는 아직 안 했지?”

“예. 아직입니다.”


“음. 그러면, 우리 회사랑 협약을 맺은 병원에서 하면 안 되겠냐?”

전 같았으면 ‘해라’라며 명령조로 이야기했을 작은아버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조심스럽게 부탁하듯이 이야기했다.


“예. 저야 어디서 하든 상관없습니다. 그게 도움이 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작은아버지를 비롯하여 사람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리고, 계약은 어느 회사와 할지 결정했냐?”

“그건 아직입니다. 제가 일하는 곳의 회사에서 계약하자는 제안은 받았습니다.”


작은아버지 조길영은 매우 조심스럽게 물었다.

“거기가 창도그룹이지? 혹시 제안받은 조건을 알려줄 수 있냐?”


“그건 좀 아무래도.”

“태백아. 오해하지 말아라. 아무래도 내가 우리 중엔 최고 전문가 아니냐? 너한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보려고 그런다. 이건 순수한 내 마음이다.”

조태백의 가족들도 궁금한 건 마찬가지였다.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조태백은 제안받은 조건을 말했다.


“와우! 정말 대단하구나.”

최소 200억 원이라는 말에, 다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


“태백아. 너도 잘 알겠지만. 이제부터 너에게 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네가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생기는 성과 수당은 그보다도 훨씬 많을 테니까 말이다.”

작은아버지 조길영은 그 액수에 놀라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누구보다도 업계 사정에 밝으니, 그 금액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아버지 조용상이 동생에게 물었다.

“길영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든 조용상에겐 아들 조태백이, 돈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었다.


“작은형. 그래서 계약 조건이 중요합니다. 돈 외에 추가로 몇 가지 사항을 더 요구해야 합니다.”


조길영이 진짜 원하는 건 자신이 조태백의 계약을 대리하고 싶은 것이었다.

전 같았으면 대놓고 말했을 테지만, 이젠 그럴 수가 없었다.

조태백의 말 한마디에 회사의 존망이 좌지우지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조태백이 시원하게 원하는 답을 주지 않자, 조길영이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태백아. 이렇게 된 거 솔직하게 이야기할게.”


“그러니까, 제 계약서에 한 줄 넣고 싶으시다는 거잖습니까?”


조길영 등이 원하는 건, 자신들의 회사가 대기업의 하청업체가 되는 것이었다.

조태백의 엑스트라 휴먼 계약을 대리하며, 그 조건을 첨가하고 싶어 했다.


“맞다. 어차피 대기업은 몬스터 사체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부산물 가공을 하청업체를 통해서 하고 있다. 그러니, 대기업 입장에서는 사소한 조건에 불과하지.”


회사가 지금껏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제대로 된 거래처를 확보하지 못해서였다.

대기업에 하청업체로 등록할 수만 있다면, 단번에 흑자로 돌아서는 건 일도 아니었다.


조태백이 원하는 답을 주지 않자, 이번엔 아버지 조용상에게 애원하는 조길영이었다.

“아. 그리고, 작은 형님도 잘 아시잖아요. 우리 회사 기술력만큼은 어디 내놓아도 절대로 빠지지 않습니다. 태백이가 욕먹게 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태백아. 너가 곤란한 상황이 아니라면, 좀 도와주는 게 어떻겠냐? 길영아 너도, 방금 한 말은 꼭 지켜야 한다.”

바지 사장이긴 했지만, 한때는 DT업체의 대표를 맡았던 아버지 조용상이었다.

자기 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아들의 후광을 등에 업고서라도 자신의 형제들 앞에서 목에 힘을 주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다.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시죠. 대신에 저도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조태백은 원래 모진 성품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집에 오는 내내 조태백도 실은 이런 모습을 상상했었다.


마지못해 조건을 들어주는 체하면서도 제대로 실리를 챙길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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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정우람의 유산 : TWO 24.08.31 45 2 13쪽
20 정보공개 24.08.30 45 1 15쪽
19 계약 24.08.29 48 3 13쪽
18 또 한 번의 브레인 버스팅 24.08.28 51 3 11쪽
17 엑스트라 라지(XL) 클래스 몬스터 24.08.27 56 2 12쪽
16 정우람의 유산 24.08.26 53 2 11쪽
15 연종민 24.08.25 55 3 12쪽
14 첫 임지(任地) 그리고 첫 사냥 24.08.24 57 3 12쪽
» 장하다. 조태백. 24.08.23 64 2 12쪽
12 브레인 버스팅(Brain Bursting) 24.08.22 74 3 13쪽
11 몬스터 사냥 +2 24.08.21 71 4 13쪽
10 더블 엑스트라 라지(XXL) 클래스 몬스터 24.08.20 78 2 12쪽
9 마나스톤 24.08.19 73 4 11쪽
8 서브 휴먼(Sub-Human) 24.08.18 71 1 12쪽
7 서쳐(Searcher) 24.08.16 80 2 13쪽
6 KR1HHL(KR4,926) 24.08.15 83 2 14쪽
5 차원통로 개척회사 공제회 24.08.14 89 4 15쪽
4 다시 차원통로 24.08.12 92 3 13쪽
3 9억원 24.08.11 99 4 14쪽
2 일당 백만원 24.08.10 119 3 12쪽
1 프롤로그 : 차원 통로 개척 24.08.10 147 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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