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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백
작품등록일 :
2024.08.10 06:53
최근연재일 :
2024.09.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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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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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종민

DUMMY

연종민


연종민을 사냥에 데려가겠다는 조태백의 말에 공현덕 부대장이 물었다.

“대장님. 아무래도 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부대장님.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비록 이렇게 됐지만, 종민이는 내가 잘 압니다. 무슨 일 생기지 않을 겁니다.”


조태백은 자신의 정성이 하늘을 감동케 해 엑스트라 휴먼으로 각성했다고 믿었다.

아니, 실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렇게 믿어야만, 연종민에게 기회가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조태백은 하늘을 감동시킬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내가 연종민을 사냥에 동행시키려는 것에 대해서 염려들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서브 휴먼은 폭주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니, 컴배터들로서는 사냥 중에 연종민이 폭주할 수 있다는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상황이 된다면, 그건 몬스터 둘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게 될 테니까.


컴배터 중 한 명이 용기를 냈다.

“대장님.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엑스트라 휴먼에게 찍히는 것은 당연히 껄끄러운 일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까닥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보다 무게가 더 나가는 건 아니었다.


“여러분이 절대로 안 된다고 하면, 몬스터 사냥에는 데리고 다니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내 얘기를 좀 들어주십시오.”

조태백은 간절한 마음이었다.


“내가 여기서 일반 인부로 일했던 건 잘 아실 겁니다.”


조태백의 말에 컴배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건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내 차원 내성이 180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종민이가 450이었습니다.”


조태백은 담담하게 자신과 연종민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연종민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른 채, 조태백의 옆에 그르릉거리며 서 있었다.


“인부들 사이에서는 브레인 버스팅과 관련된 일종의 믿음 같은 게 있습니다. 아무래도 활동량이 많으면 차원 물질이 몸에 더 빨리 쌓여 브레인 버스팅이 더 잘 올지도 모른다는 믿음입니다.”

조태백의 말에 몇몇이 동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차원 내성이 낮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 배려해 주는 게 관례처럼 되어 있습니다. 차원 내성이 낮았던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배려를 받았습니다.”

울컥해지려는 마음을 누르며 조태백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런 나를 대신해서 더 힘든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해 준 게, 나를 형으로 여기고 따르던 종민이었습니다. 재계약을 맺어 다시 이곳으로 왔을 때 종민이가 이렇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 마음이 얼마나 죄스러웠지 모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조태백은 잠깐 말을 그쳤다.


“여러분도 얘기 들으셨겠지만, 임시 서쳐 생활을 하는 동안에 종민이를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뭐라도 했던 게 내가 엑스트라 휴먼으로 각성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 믿음으로 종민이에게 뭐라도 해 주고 싶어서 이렇게 하는 겁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생기더라도, 여러분께 피해 가는 일은 절대로 만들지 않겠습니다.”

조태백은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했다.

그러고는, 대원들이 의논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켰다.


“좋습니다. 대장님의 마음이 그러니, 연종민을 사냥에 동행시키시죠. 다만, 연종민의 발에 발찌를 하나 더 다는 건 동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0여 분 뒤, 부대장 공현덕이 대원들의 통일된 의사를 가져왔다.


“그렇게 하시죠. 대원들께 고맙다고 전해주십시오.”

조태백은 연종민의 차원 내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었다.

발찌를 하나 더 추가하더라도 연종민에겐 큰 부담이 되지 않으리라는 걸 알기에 동의했다.


“종민아. 이리 와라. 라면 먹자.”

조태백은 사냥에만 연종민을 데리고 간 게 아니었다.

하루 24시간을 함께 지냈다.

자는 것도, 먹는 것도 함께였다.


“조 대장. 요즘도 돌멩이 삶아 먹어?”

의무실장 김태원은 조태백을 ‘조 대장’이라 불렀다.

엑스트라 휴먼씩이나 되는 조태백의 이름을 그냥 부를 수 없어서였다.


김태원이 조태백의 방에 놀러 왔다가 라면 냄비 속의 마나 스톤을 발견했다.


“돌멩이가 아니라, 마나 스톤입니다. 그리고, 이 마나 스톤은 아주 특별한 거라구요.”


조태백은 마나 스톤을 100% 확실하게 구분해 내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마나 스톤이 더 비싸게 팔릴지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라면 냄비 속 마나 스톤은 특별히 좋은 것이었다.


“당연히 특별한 것이겠지. 아무리 봐도 내 눈엔 그냥 돌멩이인데 말이야.”


각성 전 조태백이 마나 스톤을 가지고 했던 일들을 KR1HHL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서브 휴먼이 되는 게 무섭지 않았다면, 벌써 따라 하고도 남았을 거였다.

김태원도 한때는 마나 스톤과 열심히 눈싸움을 하기도 했었다.


“아이고. 이건 뭐냐? 이 물을 마시는 거냐?”

김태원은 여러 개의 돌멩이가 들어 있는 냉온수기의 물통을 가리켰다.


“내가 이건 아무나 한테 보여주는 게 아닌데, 의무실장님이니까 특별히 보여드릴게요.”


조태백은 투명한 유리잔에 냉온수기의 물을 받았다.


말과는 다르게, 조태백의 방에 놀러 오는 사람들은 모두 한 번씩은 한 경험이었다.


“자, 보세요. 물속에 파란색 빛이 있는 게 보이시죠?”

“보이긴 뭐가 보이냐? 내 눈엔 그냥 물이다.”


김태원의 눈에는 평범한 물이었다.

도리어, 마시기에는 여러모로 찜찜할 뿐이었다.


“그르릉. 그르릉.”

유리잔의 물을 응시하던 연종민이 물을 마시고 싶다는 표현을 했다.


“그래. 종민아. 이리 와. 형이 물 줄게.”

연종민은 조태백이 기울이는 잔에 입을 대고는 꿀꺽거리며 물을 마셨다.


“자. 우리는 간식 먹었으니, 마나 스톤이나 주으러 갈 겁니다. 실장님도 같이 가실래요?”

“아이고. 됐습니다. 나는 의무실에나 가야겠다.”

김태원은 너스레를 떨며 일어섰다.


“종민아. 이거 정말 좋은 거다. 그치. 너도 느껴지지?”

조태백은 기분 좋은 진동을 느꼈던 마나 스톤을 연종민의 손에 쥐여 주었다.


엑스트라 휴먼으로 각성한 후에, 조태백은 마나 스톤을 오감으로 느끼게 되었다.

마나 스톤에서 빛, 냄새, 맛, 소리 그리고 진동을 느꼈다.


조태백은 오감으로 마나 스톤을 느끼는 게 연종민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조태백은 연종민이 마나 스톤을 여러 감각을 이용해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르릉. 그르릉.”

연종민도 손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기분이 좋은지 흰 이를 드러냈다.

그걸 보는 조태백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여기까지입니다.”

정찰 임무를 맡은 개척대원이 조태백에게 보고했다.


지난 번의 더블 클래스 몬스터의 영역이 시작하는 곳까지가 경계 범위의 한계였다.

이삼일에 한 번씩 경계의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게 현재 개척대의 가장 주된 임무였다.


조용히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조태백에게 공현덕이 말했다.

“오늘도 특별한 건 없어 보이네요. 돌아가시죠.”


정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조태백이 공현덕에게 물었다.

“다른 더블 클래스가 자리를 잡았을까요?”


“전문가들이 그럴 가능성이 크다 하니, 괜한 모험을 하지 말아야죠.”

몬스터의 습성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주장으로는 그랬다.


더블 클래스 정도의 몬스터가 영역으로 삼는 곳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좋은 장소를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을 거라는 게 주장의 핵심이었다.


공현덕은 조태백이 너무 집중하는 게 아닌지 하는 걱정이 되었다.


“모험하라고 떠밀어도, 할 생각 없습니다. 그냥 무서워서 그럽니다.”


정우람의 허리가 잘리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 조태백이었다.

처음보다 확실히 약해지긴 했으나, 여전히 이 경계에 설 때마다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었다.


“털고 가겠습니다.”

전진기지로 돌아가는 길에 스몰 클래스 몬스터인 돌개미(stone ant)의 군락지를 발견했다.

조태백에겐 마침 기분 전환이 필요하던 차였다.

조태백의 말에 컴배터들이 무기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종민아. 왜 그래?”

조태백은 연종민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꼈다.

연종민의 허리와 연결된 줄을 쥔 오른손에 팽팽해지는 감각이 전해졌다.


“종민이가 왜 저러죠?”

연종민의 그런 모습은 공현덕에게도 익숙하지 않았다.


“글쎄요. 아무래도 사냥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연종민이었다.


“이렇게 된 거, 한번 시켜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서브 휴먼은 이지(理智)를 상실해서 그렇지, 차원 내성 만큼은 엑스트라 휴먼에 버금갔다.

스몰 클래스 몬스터라면 연종민에게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할 거라는 건 당연했다.


“그래. 종민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봐라.”

조태백은 연종민의 발에서 한 쌍의 발찌를 벗겨내고는 잡고 있던 줄을 놓았다.


여전히 한 쌍의 발찌는 그대로였지만, 그건 연종민에게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았다.

쏜살같이 돌개미들에게 뛰어드는 연종민의 손에는 몬스터의 뼈로 만든 몽둥이 하나가 들려있었다.


연종민은 마치 억눌렸던 분노를 폭발시키는 듯했다.

몽둥이로 돌개미의 머리를 깨고, 발로 짓밟고, 몸통으로 짓눌러 버렸다.

연종민이 100여 마리의 몬스터를 모두 박살내는 데는 1분이면 충분했다.


“헤. 헤.”

연종민은 온몸에 푸른색 피를 뒤집어쓴 채로 조태백에게로 돌아왔다.

연종민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종민아. 너 지금 웃는 거야?”

연종민이 소리 내어 웃는 건 조태백으로서도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헤. 헤.”

조태백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자, 연종민도 덩달아 즐거운 듯 웃는 소리를 냈다.


전진기지로 돌아오자마자 조태백은 의무실을 찾았다.

“정말이라니까요. 종민이가 ‘헤. 헤.’, 이렇게 웃었다니까요.”


연종민이 ‘그르릉’ 외의 소리 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김태원 의무실장에게 조태백은 몇 번째나 같은 말을 했다.


“조 대장. 내가 조 대장 말을 안 믿는 게 아니야. 그런데, 종민이가 여전히 그르릉 소리만 내고 있으니 그런 거잖아.”


“미치고 팔짝 뛰겠네. 종민아. 아까처럼 웃어봐. 응?”

“그르릉. 그르릉.”

조태백이 뭐라 하든 연종민은 여전히 그르릉거리기만 했다.


“조 대장. 그럼, 종민이 뇌파 검사나 해 보자. 무슨 변화라도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고.”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하여간 뭐라도 있을 겁니다.”

조태백은 김태원의 말에 흔쾌히 동의했다.


“자. 재워야 하니까, 이거나 먹여.”

김태원은 조태백에게 수면제를 내밀었다.


조태백이 연종민에게 수면제를 먹이는 동안, 김태원은 수면 뇌파 검사를 위하여 복잡한 전선들을 정리했다.


“음. 음.”

김태원은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연신 신음 비슷한 소리를 냈다.


“왜요? 왜 그러시는 데요?”

연종민이 좋아지고 있다고 확고하게 믿으면서도, 괜히 불안해지는 조태백이었다.


“뭐라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변화가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다만, 종민이에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김태원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조태백은 작은 변화라도 있다는 사실이 기쁠 뿐이었다.


아마도, 연종민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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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장하다. 조태백. 24.08.23 63 2 12쪽
12 브레인 버스팅(Brain Bursting) 24.08.22 73 3 13쪽
11 몬스터 사냥 +2 24.08.21 71 4 13쪽
10 더블 엑스트라 라지(XXL) 클래스 몬스터 24.08.20 77 2 12쪽
9 마나스톤 24.08.19 72 4 11쪽
8 서브 휴먼(Sub-Human) 24.08.18 7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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