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 통로 개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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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백
작품등록일 :
2024.08.10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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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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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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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DUMMY

계약


KR1HHL(KR4,926) #33 의무실.


병상에 누운 조태백은 10여 명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흥분으로 들뜬 얼굴들이었다.


“조 대장. 도대체 뭘 어떻게 한 거야?”

‘이런 복덩이가 있나’하는 표정으로 조태백에게 묻는 사람은, KH그룹의 회장인, 최병삼이었다.


“다들 이러실 게 아닙니다. 조 대장은 지금 충분히 쉬어야 합니다.”

김태원은 의무실이 자기 영역이라는 걸 확인받고 싶었다.


“그렇지. 그래. 박 변호사만 남고 다들 나가 있어.”

김태원의 말에, 최병삼은 무엇이 가장 중요한 일인지 기억해냈다.

최 회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다들 의무실을 나갔다.


“조 대장. 연종민 엑스트라 휴먼이 우리랑 계약하겠지?”


최 회장은 연종민을 어떻게든 잡아야 했다.

연종민은 단순히 엑스트라 휴먼 한 사람의 가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연종민의 사례는 차원 통로 개척 이후의 첫 사례였다.


연종민과의 계약 그 자체만으로도 단번에 DT업계에서 최고의 주목을 받으리라는 건 자명했다.


“그거야. 종민이가 결정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종민이도 부모님과도 의논해야 할 테고요.”


연종민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성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뼈도 여러 곳 부러진 상태였고, 브레인 버스팅의 휴우증으로 극도의 두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아직은 안정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뭐래도 다 조 대장 덕분이잖아. 조 대장이 우리랑 일하고 있는데, 연종민 엑스트라 휴먼도 당연히 우리하고 계약을 해야지.”


서브 휴먼이 엑스트라 휴먼으로 각성했다는 말에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KR1HHL로 향했던 최 회장은 오는 도중에 대략의 사정을 파악했다.


최수광 소장과 김태원 의무실장, 그리고 공현덕 부대장 모두 한결같은 목소리로 조태백 덕분일 거라고 했었다.


“제가 종민이를 특별히 챙긴 건 맞지만, 꼭 그것 때문에 엑스트라 휴먼으로 각성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누구보다도 얼떨떨한 사람이 조태백이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되었을 때는, 연종민에게 괜한 몹쓸 짓을 했다는 후회도 했었다.

아직은 연종민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는 조태백이었다.


“조 대장. 종민이가 엑스트라 휴먼으로 각성한 건 아무리 봐도 조 대장 덕인 것 같아. 이걸 봐봐.”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김태원이 몇 장의 종이를 꺼냈다.


“회장님도 엑스트라 휴먼의 뇌파는 개인별로 독특한 특성을 나타낸다는 걸 잘 아실 겁니다.”

사람들의 지문이 다 다르듯이, 엑스트라 휴먼의 뇌파 기록 또한 다 달랐다.


“그건. 잘 알고 있네.”

최 회장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게 조 대장의 뇌파 기록이고, 이것들은 그 동안의 연종민의 뇌파 기록들입니다.”

김태원은 다섯 장의 뇌파 기록지를 내밀었다.

하나는 조태백의 것이었고, 네 장은 연종민의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게 지금 막 기록한 연종민의 뇌파 기록입니다.”

김태원은 추가로 한 장의 종이를 더 내놓았다.


“여기 보시면, 연종민의 뇌파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

최 회장과 조태백은 무엇이 변화한다는 것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묵묵히 김태원의 말을 믿을 뿐이었다.


“변화의 양이 너무 적어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으실 겁니다.”

김태원은 자기 눈에는 보이는 게 두 사람에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자! 그럼 이건 어떠십니까?”

김태원은 조태백의 뇌파 기록지와 연종민의 마지막 뇌파 기록지를 불빛 아래에서 겹쳐 보였다.


“어!”

조태백과 최회장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감탄사를 터트렸다.


“이거, 혹시 둘 다 제 거 아니에요?”

조태백의 눈에는 두 기록지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걸로 보였다.


“아니야.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가 달라.”

김태원은 기록의 몇 곳을 볼펜으로 표시했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

최 회장은 김태원이 지적한 곳들에서 미세한 차이를 발견했다.


“아직 학계에도 발표된 사례가 없어서, 좀 더 연구해 봐야겠지만,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종민이의 뇌파가 조 대장의 뇌파에 동화된 것 같습니다.”


“뇌파 동화?”

“예. 그게 이 뇌파 기록지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최선의 이론입니다.”

김태원은 확신을 담아 최 회장의 반문에 대답했다.


“좋았어.”

김태원이 내린 결론에 매우 흡족한 최 회장이었다.

최 회장은 이 사실이 어마어마한 가치를 갖는다는 걸 알았다.

DT업계의 가장 높은 자리로 KH그룹이 올라갈 비책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당분간 이 이야기는 우리만 아는 걸로 하세. 그리고, 박 변호사는 조 대장하고 연종민 엑스트라 휴먼의 뇌파 기록에 대한 보안 등급을 올릴 조치를 취하게.”

원래, 엑스트라 휴먼의 뇌파 기록은 차원 내성과 함께 극비로 취급되는 자료였다.

최 회장이 보기엔, 두 사람의 뇌파 기록은 비밀 중의 비밀이 되기에 충분했다.


“예.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박 변호사의 생각도 최 회장과 같았다.

이건, DT업계를 뒤집고도 남을만한 사건이 되기에 충분했다.


창도그룹 회장실.


“뭐야? 천안에서 엑스트라 휴먼이 또 나왔다고?”

KR1HHL에서 또 엑스트라 휴먼이 탄생했다는 소식은 곧 DT업계 전체로 퍼졌다.

정환국 회장도 소식을 곧 듣게 되었다.


“거기에 우리가 모르는 뭐 특별히 다른 거라도 숨겨져 있는 거야?”

불과 석 달 사이에 연달아 엑스트라 휴먼이 나온 사례는 없었다.

자신이 하는 말이 말도 안 된다는 걸 정환국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연이라고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배가 아팠다.


“KH 쪽에서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긴 합니다.”

보고하는 비서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게 뭔데?”

정환국은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워낙 쉬쉬해서 정확한 건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나오는 이야기로는 서브 휴먼이 각성했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뭐야? 뭐가 각성을 해?”


엑스트라 휴먼이 새로 탄생하면 그의 이름은 공개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KH그룹에서는 엑스트라 휴먼의 이름까지 극비 사항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뜬금없는 정보라 지금 사실 확인 중이긴 합니다만, 공제회로 KH 쪽에서 극비를 전제로 서브 휴먼 한 명에 대한 구체적인 계약 내용과 계약을 진행한 담당자에 대해 문의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차원 통로 개발을 하는 회사들 간에, 서브 휴먼은 사고 파는 물건이었다.

서브 휴먼에게 중요한 건 건강 상태와 계약 기간이 몇 년 남았느냐는 것뿐이었다.

그 외에 굳이 알아야 할 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밀로 해달라며 담당자에 대해서까지 물은 KH의 문의는 충분히 이상한 것이었다.


“돈을 쓰더라도, 뭐가 있는지 좀 더 알아봐.”

KR1HHL을 ‘괜히 팔았나’라는 생각을 하는 정환국이었다.


KH그룹 본사 로비에는 작은 단상이 하나 준비되었다.

기자들의 성화에 약식 기자 회견을 하기로 해서였다.


“왜 아직 엑스트라 휴먼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겁니까?”

한 기자가 홍보 담당 임원에게 물었다.


“몇 가지 확인할 사항이 남아서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곧 엑스트라 휴먼에 대한 공식 브리핑이 있을 걸로 알고 있습니다.”

홍보 담당 임원도 알고 있는 정보는 별로 없었다.

자신에게도 세부 사항을 철저하게 비밀로 하고 있었다.


“‘그렇게 알고 있다’라고만 하지 마시고, 구체적인 걸 좀 말씀해 주십시오.”

기자는 홍보 담당 임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곧 구체적인 브리핑이 있을 것입니다.”

홍보 담당 임원은 앵무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각성한 엑스트라 휴먼이 서브 휴먼이었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이건 확인해 주실 수 있습니까?”

이번엔 다른 기자가 질문했다.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저는 그것과 관련한 정보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 정보 출처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홍보 담당 임원은 이미 수차례나 받은 질문이었다.

홍보 담당 임원도 기획실에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했지만, 정확한 답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전부 다 모른다고 하실 거면, 왜 기자 회견을 하시는 겁니까?”

약이 오른 한 기자가 소리를 질렀다.


“공식적인 브리핑이 있을 때까지만 기다려 주십시오.”

홍보 담당 임원은 목구멍을 빠져 나올 뻔한, ‘니들이 하자고 해서 한 거잖아’라는 말을 삼켰다.


연종민의 집.


창도그룹에서는 차원 통로 개발회사 공제회 쪽을 통해 연종민의 정보를 확보했다.

연종민은 아직 KR1HHL에 있어 접촉이 안되므로, 연종민의 부모를 찾아왔다.


“얼마라고요?”

연종민의 아버지는 상대가 부른 액수가 믿어지지 않았다.


“아드님이 저희 창도그룹과 계약하시면, 연봉 500억 원에, 계약 축하금 1,000억 원을 더해서 합계 1,500억 원을 드리겠습니다.”

창도그룹의 차원 통로 담당 임원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 금액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진짜로 그 돈을 주는 게 맞아요?”

연종민의 어머니는 거의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어제, KH그룹이라는 곳에서 사람이 다녀갔었다.

그 사람은 아들이 엑스트라 휴먼으로 각성했으며 이삼일 몸을 추스른 다음에 집에 올 거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 이야기만으로도 꿈을 꾸는 것 같았는데, 이번에 창도그룹에서 나온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을 부르고 있었다.


“저희 회사에서도 계약 축하금 명목으로 이런 금액을 제안해 본 적은 없습니다. 아드님은 매우 특별한 경우라 이런 금액을 저희가 제안하는 것입니다.”

“특별하다는 게, 정신박약아가 됐다가 엑스트라 휴먼이 되어서 그렇다는 거죠?”

“예. 맞습니다.”

“그리고, 우리 종민이 같은 경우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없었고요?”

“예. 그거도 맞습니다.”


연종민이 엑스트라 휴먼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연종민의 아버지도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었다.

그래서, 창도그룹에서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세상에 유일한 경우라면, 돈을 더 쓸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연종민의 아버지는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당신, 그게 무슨 말이에요?”

연종민의 어머니는 남편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이미 아들을 두 번이나 팔았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연종민의 어머니에겐 남편의 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었다.


“당신은 가만히 있어.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연종민의 아버지는 도리어 부인을 타박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창도그룹에서 나온 사람은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좋습니다. 계약 축하금을 1,500억 원으로 해서 모두 2,000억 원 어떻습니까?”

돈이 얼마가 들든 상관없으니, 무조건 연종민과의 계약을 따내라는 정환국 회장의 명령이 있었다.

2,000억 원을 부르는 사람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목소리를 떨었다.


“알았습니다. 종민이가 오는 대로 내가 창도그룹하고 계약하라고 하겠습니다.”

KH그룹에서 나온 사람에게 돈에 대해 물었을 때, 들은 대답이 최대 600억 원이라는 말이었다.

두 번 생각해 볼 이유가 없이, 계약은 무조건 창도그룹과 함께였다.


“그러시지 마시고, 지금 바로 천안으로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혹, 아드님이 아버님과 의논하지 않고 계약서에 도장이라도 찍으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아! 맞네. 맞아. 그럽시다. 지금 당장 갑시다.”

연종민의 아버지는, 부인의 만류를 뿌리치며 집을 나섰다.


창도그룹 회장실.


“뭐야?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2,000억 원을 부르고도 계약을 못 따냈다는 게 말이 되냐고?”

정환국 회장은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정우람으로부터 단 한 푼도 상속받지는 못하면서, 애먼 돈 5,000억 원을 상속세로 낸 일.

KR1HHL에서 나온 엑스트라 휴먼과 계약 못한 일.

게다가 KR1HHL을 팔아 치우고 얼마 안 되어 또 엑스트라 휴먼이 나온 것.

거기다가 그 엑스트라 휴먼이 최초의 사례라는 점까지 한결같이 머리를 아프게 하는 일이었다.


“KH에서 도대체 얼마를 부른 거야? 우리가 더 부르면 되잖아?”

정환국에게 돈은 더 이상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다.

자존심의 문제였다.


“KH에서는 연봉으로 600억 원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게 다입니다.”

“뭐야? 그게 말이 되냐고. 그럼, 우리랑 계약 안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뭐래?”


“지난 번에 천안에서 각성했던 조태백이라는 엑스트라 휴먼의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래. 들어봤어.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인데?”

“연종민이가 계약에 대한 모든 권리를 조태백에게 위임했습니다. 그리고, 조태백이 우리랑은 죽어도 계약 못하겠답니다.”


결국 정환국은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던지고서야 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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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계약 조건 변경 24.09.01 58 4 12쪽
21 정우람의 유산 : TWO 24.08.31 44 2 13쪽
20 정보공개 24.08.30 45 1 15쪽
» 계약 24.08.29 48 3 13쪽
18 또 한 번의 브레인 버스팅 24.08.28 51 3 11쪽
17 엑스트라 라지(XL) 클래스 몬스터 24.08.27 56 2 12쪽
16 정우람의 유산 24.08.26 53 2 11쪽
15 연종민 24.08.25 55 3 12쪽
14 첫 임지(任地) 그리고 첫 사냥 24.08.24 56 3 12쪽
13 장하다. 조태백. 24.08.23 63 2 12쪽
12 브레인 버스팅(Brain Bursting) 24.08.22 73 3 13쪽
11 몬스터 사냥 +2 24.08.21 71 4 13쪽
10 더블 엑스트라 라지(XXL) 클래스 몬스터 24.08.20 77 2 12쪽
9 마나스톤 24.08.19 72 4 11쪽
8 서브 휴먼(Sub-Human) 24.08.18 71 1 12쪽
7 서쳐(Searcher) 24.08.16 80 2 13쪽
6 KR1HHL(KR4,926) 24.08.15 83 2 14쪽
5 차원통로 개척회사 공제회 24.08.14 88 4 15쪽
4 다시 차원통로 24.08.12 92 3 13쪽
3 9억원 24.08.11 99 4 14쪽
2 일당 백만원 24.08.10 119 3 12쪽
1 프롤로그 : 차원 통로 개척 24.08.10 146 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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