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 통로 개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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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백
작품등록일 :
2024.08.10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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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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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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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스톤

DUMMY

마나스톤


트럭으로 30분을 달려서 도착한 곳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박덕수는 일장 훈시를 하는 걸 잊지 않았다.

“한 놈당 할당량이 100개야. 크기는 상관 안 해. 오로지 100개야. 그리고 한개 당 먹이 하나씩이야. 더 주거나 할당량 못 채운 놈들이 불쌍하다고 먹이를 줘서 일 망치지 마. 나중에 나 원망하지 말고.”


조태백과 최정국 두 사람은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좋았어. 한 번 믿어보지. 그리고 걔 중에 머리 쓴다고 그냥 돌멩이 가져오는 놈들도 있어. 아마, 새로 사람 바뀌었다고 되지도 않는 머리 쓰는 놈들 있을 거야. 그러니 먹이 주기 전에 탐지기로 확인하는 것 절대로 잊지 말고. 자. 그럼 일 시작!”

모든 일을 두 사람에게 떠넘기고 박덕수는 트럭 조수석으로 다시 올라갔다.


“자, 다들 이거 잘 알죠? 이거 가지고 와요. 그럼 맛있는 거 줄 테니까. 어서 가요.”


조태백이 맡은 서브 휴먼은 연종민을 포함해 세 명이었다.

조태백은 그들에게 그들이 찾아와야 할 마나스톤과 상으로 받게 될 육포를 눈앞에 보여주었다.


서브 휴먼들은 그동안 반복적인 훈련에 의해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조태백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나스톤을 찾기 위해 달려 나갔다.


“정국이 형.”

최정국에게 조태백이 다가가며 이름을 불렀다.

최정국은 자기가 맡은 두 명의 서브 휴먼을 출발시키고는 상으로 나눠 줄 육포를 정리하고 있었다.


“응. 왜?”


조태백이 서브 휴먼들이 발목에 차고 있는 쇠로 만든 고리를 가리켰다.

“그런데, 특수조 발목에 꼭 저런 거 달아야 할까요?”


“그러게 말이다.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게 아니겠냐?”


서브 휴먼들은 양 발목에 각각 5kg에 해당하는 쇠로 만든 발찌들을 차고 있었다.

발찌들에는 위치추적기 기능과 서브 휴먼을 통제하기 위한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었다.


이렇게까지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서브 휴먼들이 서쳐들보다 훨씬 우수한 신체적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한 끗 차이로 엑스트라 휴먼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 서브 휴먼이었다.


“정말로 서브 휴먼이 폭주하기도 할까요?”

“글쎄다.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긴 하다. 태백이 너는 어떠냐?”

“뭐. 나도 본 적은 없죠.”


매우 드물긴 하지만 서브 휴먼이 폭주할 때가 있었다.

서브 휴먼이 갑작스레 폭주했을 때, 서쳐로 하여금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벌어주는 게 발찌의 1차적 용도였다.

아무리 신체 능력이 우수한 서브 휴먼이더라도, 발찌의 무게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이나마 서쳐들이 대응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무게도 무게지만 이걸 누르면, 아예 꼼짝하지도 못하게 한다잖아.”

최정국은 함부로 누르면 안된다고 몇 번씩이나 주의를 받았던, 리모컨을 들어 보였다.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면, 양발의 발찌가 서로 달라붙는다.

이게 발찌의 실제적인 주된 기능이었다.


강력한 전자기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서브 휴먼의 양발을 묶는 아주 효율적인 장비였다.

갑작스런 상황에도 대비를 하고, 또 서브 휴먼을 벌주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특수조에는 4년이 된 사람도 있다던데,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을까요?”

“특수조도 특수조지만, 나는 그 가족들이 괘씸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이야 이런 자세한 사정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돈 벌어주는 기계 취급하고 있으니 정말로 안타깝구나.”

“결국에는 방법이 없는 거겠죠. 아마 우리 가족이라도 별수 없을 거 같습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들한테 뭐라 할 것도 없구나.”


서브 휴먼의 가족들은, ‘차원 통로 개척회사 공제회’에서 나간 김환술 같은 사람에게 결국에는 설득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화가 나고, 뭐라도 때려 부수지 않으면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분으로 가득 차더라도, 결국에는 결과는 같았다.

당장 먹고 사는 일이 눈앞에 닥친 현실인 사람들에게는 애초부터 선택하고 말고의 문제가 될 여지조차 없는 일이었다.


“더 심각한 건, 장기 계약을 해서 물건처럼 사고판다는 거잖아요.”

“그러게 말이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 같다. 너나 나는 절대로 특수조 되지 말자.”

“그게 뭐 뜻대로 되는 겁니까? 조심해야지요.”

“그래. 벌써 온다. 정말로 체력들은 좋네. 허허.”

마나스톤을 채취하러 뛰어나갔던 서브 휴먼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종민아. 하나씩 가져오면 힘드니까, 여러 개씩 가져와. 알겠어?”

“그르릉. 그르릉.”


서브 휴먼들은 한 번에 오로지 한 개씩만 가지고 왔다.

조태백은 원래 마나스톤을 채취하는 일이 서브 휴먼들에게는 쉬운 일일 거라 생각했었다.


마나스톤은 땅속을 파서 얻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땅 위에 떨어져 있는 걸 주워 오는 것이었다.

당연히, 본능적으로 마나스톤을 구별할 수 있는 서브 휴먼들에게는 식은 죽 먹기 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을 알게 된 태백은 안타까움에 가슴을 치고 싶었다.


다섯 명의 서브 휴먼들이 마나스톤을 채취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곳은 대략 반경 3km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망원경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보이지도 않는 먼 거리였고, 넓은 공간이었다.

그 공간을 뛰어다니며 백 개의 마나스톤을 채취하는 건 체력적으로 우수한 능력을 가진 서브 휴먼들이 아니라면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종민아. 제발 형 말을 들어. 한 번에 여러 개, 그래 두 개, 두 개 보이지. 두 개씩 가져와. 그럼 형이 육포도 두 개씩 줄게. 종민아, 알아들었어?”


오고 가면서 여러 개의 마나스톤을 한꺼번에 가져오면 일이 훨씬 쉬워질 텐데, 서브 휴먼들은 오로지 한 번에 한 개의 마나스톤만을 가지고 왔다.

알량한 육포 조각을 얻기 위해 서브 휴먼들은 오늘 하루 100여 km에 달하는 거리를 뛰어다녀야 할 것이다.


“그르릉. 그르릉.”

조태백이 아무리 안타까워하더라도 연종민의 눈은 조태백의 손에 들린 육포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힘들어서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오로지 관심은 육포뿐이었다.


조태백이 마나스톤 두 개를 눈앞에 들이대며 두 개씩 가져오라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연종민은 그르릉거리며 간절한 눈빛으로 육포를 바라볼 뿐이었다.


“일 다 끝났지? 가자고. 정리들 해.”

뭘 하는지 하루 종일 차 속에 틀어박혀 킥킥거리며 빈둥거리던 박덕수가 기지개를 켜며 차에서 내렸다.


“예. 조장님.”

“아. 그리고. 남는 물량 있지?”

“예. 일인 당 열 개 정도씩 더 채취한 거 같습니다.”

“그래? 잘됐네. 그럼 그건 오늘 제출하지 말고 잘 보관해 둬.”


조태백이 박덕수의 말에 이해하지 못하고 반문했다.

“예?”


“오늘 보니까 여기 자리가 좋은 거 같아. 저놈들 열심히 뛰어다니는 거 보니까 평소보다 물량이 좀 많이 나왔을 거야. 항상 오늘처럼 잘 나오는 거 아니야. 적게 나올 때를 대비해서 비축해 둬야지.”

“아. 예.”

“그리고,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그거 단 한 개도 밖으로 못 가지고 나간다는 건 잘 알지? 돈 된다고 날름할 생각은 하지도 마.”

“잘 알고 있습니다.”


차원 통로 밖에서야 마나스톤이 귀한 광물로 취급받지만, 차원 통로 내에서는 달랐다.

어차피 땅바닥에 굴러다니던 거였다

차원 통로 밖에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지만, 몰래 가지고 나갈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통로 안에서 마나스톤에 대한 관리는 의외로 느슨했다.


“이게 하나당 최소 5만 원씩만 잡아도 300만 원이네.”

조태백이 할당량을 제출하고 남은 60여 개의 마나스톤을 앞에 두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마나스톤의 가격은 일명 마나라고 불리는 차원 물질의 함량에 따라 가격이 정해졌다.

가격이 낮은 마나스톤은 만 원 정도에 불과한 것도 있는 반면, 가격이 높은 것들은 몇십만 원을 훌쩍 넘어 백만 원 가까운 가격에 거래되는 것도 있었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무사히 가네.”

저녁 식사까지 마치고 나면, 그때부터는 자유 시간이었다.


인부 일을 할 때에는,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렇지만, 서쳐가 된 뒤로 그런 일은 없었다.


서브 휴먼 1인당 하루 할당량인 100개씩만 채워 제출하고 나면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 자유 시간이었다.


“특수조는 이걸 어떻게 구분해 내는 걸까? 신기하네.”


조태백은 남는 시간마다 마나스톤을 가지고 놀았다.

놀았다기보다는 마나스톤과 일반 돌멩이를 구분할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렇지. 과학자들도 못하는 게 쉽게 될 리가 없지.”

벌써, 한 달 이상 노력했음에도 아무런 성과가 없는 조택백이었다.


킁킁.

“내가 뭐 하는지 모르겠다. 개도 아니고.”


쩝쩝.

“내가 미쳤지. 돌멩이를 핥는다고 맛을 아나?”


휙휙.

“돌멩이를 흔들어봐야, 소리가 날 리가 없지.”


“도대체 차이가 뭘까?”

‘마나스톤과 일반 돌멩이의 차이가 무엇이길래 서브 휴먼들은 본능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걸까’라는 물음은 이미 오래된 질문이었다.


과학자들도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조태백의 궁금증도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그 정도 수준이었다.

그러나, 서브 휴먼과 일을 하면서 다른 것으로 변해갔다.

서브 휴먼을 진정으로 돕기 원하는 조태백의 마음이 그걸 사명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었다.


“내가 마나스톤을 구별할 수 있다면, 특수조들에게도 도움이 될 텐데. 쉽지 않네.”

박덕수의 말대로, 하루에 100개의 할당량을 채우기 힘든 날들도 있었다.

그런 날에는 어김없이, 서브 휴먼들에 대한 식사량이 줄어들었다.


논리는 간단했다.


‘저것들이 배가 부르니까 열심히 일 안한다’였다.

일부러 식사량을 줄여서 마나스톤과 교환하는 육포 쪼가리에 목숨 걸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서브 휴먼이 할당량을 다 채우지 못한 날에는, 저녁과 그다음 날 아침까지 두 끼를 평소보다 절반 정도만 배급했다.

본능에 충실한 서브 휴먼들에게 배고픔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서브 휴먼들은 한 개의 육포라도 더 얻어먹기 위해 그런 날에는 너무나도 애처로울 정도로 마나스톤을 위해 뛰어다녔다.


조태백은 한 번에 여러 개를 가져오게 하려고 반복적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조태백은 서브 휴먼들에게 그건 부질없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조태백은 마나스톤을 구분해 내는 걸 익히려고 더욱 간절히 노력하였다.

자신이 미리 마나스톤을 모아 놓았다가 서브 휴먼들이 할당량을 못 채우게 되는 날에 도울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깡깡.

퍽.


“좋았어. 어디 보자.”

인부들의 숙소에까지 가서 망치를 구해 온 조태백은 기어이 마나스톤과 돌멩이를 쪼개기까지 했다.


“이것도 별 차이가 없는데.”


한때 반짝 마나스톤에 관심을 기울이다가 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조태백은 마나스톤을 살펴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서브 휴먼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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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장하다. 조태백. 24.08.23 63 2 12쪽
12 브레인 버스팅(Brain Bursting) 24.08.22 7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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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더블 엑스트라 라지(XXL) 클래스 몬스터 24.08.20 7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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