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 통로 개척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태백
작품등록일 :
2024.08.10 06:53
최근연재일 :
2024.09.01 10: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595
추천수 :
61
글자수 :
121,756

작성
24.08.15 20:58
조회
82
추천
2
글자
14쪽

KR1HHL(KR4,926)

DUMMY

KR1HHL(KR4,926)


KR1HHL의 서른두 번째 전진 기지.

KR1HHL #32의 운동장에는 이백 명에 약간 못 미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 중 100여 명은 인부들이고, 나머지 80여 명은 서쳐(searcher)와 컴배터(combatter)들이었다.


그들 앞에서 관리소장 최수광이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십니까? 관리사무소장 최수광이라 합니다.”

“상부에서는 앞으로 최소 1,000에서 최대 2,000킬로미터 정도가 케이알 원 호텔호텔리마(KR1HHL)의 끝일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차원 통로의 관리 번호는 무선 호출 부호의 형태를 참고한 것으로, UN이 국제 표준으로 제정한 기준에 따랐다.

한국에서는 국제 기준을 따르면서도, 별도의 괄호로 한국에서 발견된 순서를 표시하고 있었다.

KR4,926은 한국에서 4,926번째로 발견된 차원 통로라는 의미였다.


“대략 200km 당 하나씩 전진 기지를 만들며 왔으니 지금까지 개척한 거리에 2,000km를 더하면 최대 8,300km 정도가 될 거라 예상됩니다.”


개척이 진행 중인 차원 통로 중 가장 길다고 알려진 곳은 중국에 있는 CH2AAK(알파 알파 킬로)였다.

CH2AAK는 현재까지 25,000km를 개척했음에도 아직 그 끝을 알 수 없다고 한다.

차원 통로 폭이 25km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으니, 그 폭까지 생각한다면 정말로 끔찍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인적 자원이 무궁무진한 중국이니까 버텨내는 거지 다른 나라 같았으면 손을 들었어도 벌써 들고 말았을 게다.


“3.7이라는 차원 강도를 감안했을 때 딱 평균 정도의 규모라고 판단됩니다만, 문제는 개척 속도가 평균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상부에서 판단하고 있다는 겁니다.”


차원 통로가 생겨난 10년 전, 처음에는 모든 차원 통로를 정부에서 관리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차원 통로가 생겨나고, 또 자연스레 사라지기도 하면서 정부의 힘만으로는 모든 차원 통로를 관리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에 도달했다.


게다가, 차원 통로에서는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갖는 것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그걸 가만히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을 민간 기업들이 아니었다.

정부를 상대로 한 강력한 로비를 진행하였고, 자연스럽게 민간 기업들이 개발에 참여하게 되었다.


한국의 경우엔 차원 강도 3.0은 넘어야 채산성이 확보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차원 강도 4.0 미만까지의 차원 통로 개발권을 민간에 입찰로 넘겼는데, 모두 100여 개였다.


현재 개척 중인 차원 통로의 평균 차원 강도가 3.4로 3.7은 3.4에 비해 대략 다섯 배 정도의 규모였다.

그럼에도, 평균이라고 하는 건, 남들보다 속도가 느리니 남들처럼 열심히 일하라고 말하고 싶은 높은 사람들의 욕심이었다.


“그래서 상부에서 이번에 추가로 인원을 확보해서 무조건 1년 6개월 안에는 개척을 완료해서 한국 최초, 더 나아가 세계 최초로 차원 통로 개척을 완료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일단, 인부들은 100명 정도가 추가될 겁니다. 그리고 서쳐와 컴배터도 추가될 건데, 그 건에 대해서는 개척대 책임자로 새로 오신 엑스트라 휴먼이신 정우람 님께서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최수광 소장은 마이크를 옆에 서 있던 30대 초반의 남성에게 넘겼다.


곱상한 외모에 안경을 써서 지적인 풍모가 확 풍기는 엑스트라 휴먼 정우람은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였다.

“안녕하십니까? 방금 소개받은 엑스트라 휴먼 정우람입니다. 할 말은 많지만 그건 차차 하기로 하고, 이 자리에서는 서쳐와 컴배터 확충 건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방금 최소장님을 통해 들으신 것처럼 새로운 인부들이 100여 명도 추가되니, 기존 인부들 중에 차원 내성이 높으신 분들로 30명 정도를 서쳐로 차출하겠습니다. 그리고 서쳐들 중에서도 마찬가지로 20명 정도를 컴배터로 차출합니다.”


일반 인부들은 ‘차원 내성 1,000’ 미만인 사람들이었다.

기준은 그런데, 실제로 700을 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평균적으로는 300 정도였다.

그리고 서쳐들은 1,000에서 2,000 사이이고, 컴배터는 그보다 높아 10,000 이하까지이지만, 실제로는 5,000 정도가 한계였다.

엑스트라 휴먼의 경우에는 서쳐나 컴배터에 비해 0이 하나 내지는 두 개가 더 붙은 사람들이었다.

차원 내성이 낮은 사람이 20,000 정도이고,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엑스트라 휴먼은 200,000 정도인 걸로 알려져 있었다.


차원 내성의 숫자는 차원 통로 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반 인부들에게는 브레인 버스팅을 경험하지 않고 안전하게 견뎌낼 수 있는 ‘안전의 한계’였다.

그리고, 서쳐 이상의 경우엔 그들이 차원 통로에서 얼마나 강한 존재인가를 나타내는 ‘능력의 한계’를 의미했다.


“뭐야? 지금 뭐라는 거야? 태백아 저거 무슨 소리냐?”

“철민이 형이 들은 대로 아닙니까? 우리들 중에 30명을 수색개미로 차출한다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말이 되냐고? 차원 내성이 낮아서 잡부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수색개미를 하라니? 이거 죽으라는 소리잖아?”


서쳐와 컴배터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 듯 그 쪽에서는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인부들 사이에서만 소란이 일었다.


“아! 잠시만 조용히 주십시오. 인부 여러분들의 걱정이 뭔지 잘 압니다. 서쳐로 차출되시는 분들은 경비나 보급 등, 후방에서 지원하는 업무만을 하고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 안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서쳐로 활동하는 동안은 일당이 50만원씩 추가됩니다.”


인부들의 연봉이 3억 원이라면, 서쳐들은 평균적으로 5억 원, 그리고 컴배터들은 10억 원 정도를 연봉으로 받고 있었다.

물론 개인 간의 차이는 있었다.

서쳐의 경우에는 그 차이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컴배터들 사이에는 개인적으로 능력의 차이가 크므로 연봉에 있어서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개인차가 있었다.


인부들 사이에서 리더로 인정되는 이철민이 다른 동료들의 눈짓에 손을 들고 나섰다.

“엑스트라 휴먼님. 질문 있습니다.”

“예. 말씀하세요.”

“수색개미 ···, 아니 그러니까 서쳐로 차출된 사람은 거부할 수도 있습니까?”


“그건 안 됩니다. 차출되신 분들은 내일부터 ‘개척대’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혹 계약상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 하는 분들이 계실 텐데 그 문제에 대해서는 최소장님이 말씀해 주실 겁니다.”


공식적으로는 차원 통로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통칭해서 개척대라 불렀다.

그러니, 인부들도 개척대에 속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적으로 위험한 일을 담당하는 쪽에서는 자신들만을 개척대라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서쳐와 컴배터를 묶어서 통상적으로 ‘개척대’라 불렀다.


“아. 아. 여러분들이 동의해서 서명한 계약서에는 일정한 사유로 부득이한 상황이 발생한 때에는 보직을 변경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소장님. 그럼 지금 이 상황이 계약서의 그 일정한 사유로 발생한, 부득이한 상황이라는 겁니까?”

“아. 그건 생각하기 나름인데요. 상부에서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뭔 소리야?”

“제대로 알아듣게 좀 말해 보세요.”

인부들 사이에서 누구라고 말할 것도 없이 여러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철민이 소란을 잠재웠다.

“자. 다들 조용 좀 해 봐.”


인부들 사이의 소란이 잦아들자 이철민이 최수광 소장에게 물었다.

“소장님. 소장님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이철민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다른 인부들도 맞장구를 쳤다.

“그래. 맞아. 소장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래요. 그거 잘 물었네요.”


최수광 소장은 인부들에게 꽤 인기가 있는 사람이었다.

좀 나이가 든 축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맏형과 같았고, 20대 초반의 어린 사람들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인부들 중에서 서브 휴먼이 발생할 때에는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했고, 어떤 음식이 ‘차원 통로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좋단다’라는 소리만 들으면 천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구해다가 인부들에게 먹였다.


“솔직히 나 최수광, 개인적으로는 부득이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명목상의 최고 관리자는 최소장이지만, 최소장이 실제로 관리하는 인원은 인부들만이었다.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되는 개척대에 속한 서쳐와 컴배터들 중에는 최소장을 얼굴 정도로만 아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또 공식적인 자리이므로 존댓말을 사용하던 최소장이 작심한 듯 반말을 사용했다.


“나라고 속이 편하겠냐? 나도 당연히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상부에서는 법적인 검토까지 다 거쳤다면서 자료까지 내미는데 나라고 별수가 있었겠냐? 몇몇 차원 통로에서 그렇게 한 곳이 있다더라. 그때도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었는데, 차원 통로는 매우 특수한 상황에 처한 곳이므로 계약서에서 말하는 부득이한 상황에 대해서 폭넓은 해석이 가능하다고 법원에서 판결이 났다더라.”


“뭐야? 법원도 정부 편인 거야?”

“원래, 그 나물에 그 밥이지. 그런 줄 몰랐어?”

“그럴 줄 알았어. 에이. 퉤.”


차원 통로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대부분이 긴가민가 하면서도 정부의 발표를 믿고 차원 통로에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그 어떤 계층의 사람들보다 컸다.

그리고, 자신들이 정부라는 거대한 힘에 비해 얼마나 초라한지를 잘 알기 때문에, 최소장이 법원이라는 말을 입에 올렸을 때 이미 포기하고 말았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 이왕이면 기분 좋게 받아들이자. 그래도 내가 추가 보수는 많이 받아 냈잖냐? 원래는 30만 원 주겠다는 걸 내가 우겨서 50만 원으로 한 거다. 나도 너네한테 이런 말 하는 게 좋겠냐?”

최소장은 말은 진심이었다.


“에이. 알았수.”

“그럼 그렇지. 수광이 형이 우리 뒤통수 칠 리는 없잖아.”

“알았으니까, 후딱 명단이나 발표하고 끝냅시다.”

“발표하고 말고 할 게 뭐 있어? 갈 사람 다 정해져 있구만.”


새로운 인부가 오면 제일 먼저 묻는 건, 이름과 나이였다.

그러고는 최우선적으로 묻는 게, ‘몇 일짜리 차원 내성이냐?’였다.

그렇기에 순서대로 서른 명을 자르면 어떤 사람들일지 빤 한 일이었다.


“자. 그럼 명단 발표하겠습니다. 이철민, 김인수, 최정국, 박민철 ······,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태백. 이상입니다.”

“뭐야? 거기 조태백이 왜 들어가?”

“소장님. 그거 잘못된 거 아닙니까?”


차원 내성 180인 조태백은 인부들 사이에서도 매우 낮은 편에 속했다.

인부들은 자신보다 차원 내성이 낮은 사람을 보며 상대적인 위안을 받곤 했다.

그런 그들에게 최고의 위안이 되던 사람이 조태백이었다.

그런 조태백이 서쳐로 차출되는 명단에 들어간 일이 인부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최소장은 조태백에 관한 이야기가 더 나오는 걸 막아야만 했다.

“조태백이 이 명단에 포함된 건, 이미 조태백 본인과 얘기가 다 끝났습니다. 그러니 그 이야기는 하실 필요들 없습니다.”


“태백이가 돈 때문에 다시 왔다던데, 정말로 돈이 필요한 모양이네.”

“태백이 불쌍해서 이를 어쩌냐?”


인부들 중에서 1년의 의무를 마친 사람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는 있었다.

이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시 돌아오는 건 결코 흔한 일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조태백이 돌아왔을 때, 인부들은 매우 믿어지지 않는 상황에 놀랐었다.

거기다가 2년 계약이라는 걸 알았을 때에는 조태백을 가계(家計)를 책임진 소년 가장 보듯이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봤었다.


조태백의 옆에 있던 이철민이 놀라서 물었다.

“태백아. 최소장 하는 말이 사실이냐?”


“맞아요. 소장님하고 얘기 다 했습니다.”

“네가 그렇다면야 할 말 없다만, 무슨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거냐?”


조태백과 최소장 사이에는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

조태백이 2년 계약을 연장하려 했던 게 문제였다.

2년 계약을 위해 가짜로 만들었던 조태백의 건강 검진표가 말썽이 됐다.

조태백의 새로운 건강 검진표에는 차원 내성이 520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엑스트라 휴먼 정우람이 인부들의 건강 검진표를 한꺼번에 모아 놓고 직접 서쳐로 올라갈 인원을 선택했기 때문에, 최소장으로서도 어떻게 손을 써볼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사실은 이렇습니다.’라고 밝힐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랬다간 최소장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조태백이 서브 휴먼이 되더라도 상부에서야 어찌 됐든 손해는 아니니 조태백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소장은 책임 추궁을 받을 게 명약관화한 상황이었다.

그런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조태백으로서도 사실을 밝힐 수는 없었다.


“다시 오면서 새로 받았나 보지.”

“시간이 지나면 차원 내성이 올라가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던데, 태백이가 그런 경우인가 보네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조태백의 이름이 거론될 때 곤란해 하는 최소장이나 조태백의 얼굴을 보면서 대충이나마 상황을 이해한 인부들이었다.

인부들은 하나둘 고개를 끄덕이며 흩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차원 통로 개척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계약 조건 변경 24.09.01 58 4 12쪽
21 정우람의 유산 : TWO 24.08.31 44 2 13쪽
20 정보공개 24.08.30 45 1 15쪽
19 계약 24.08.29 47 3 13쪽
18 또 한 번의 브레인 버스팅 24.08.28 50 3 11쪽
17 엑스트라 라지(XL) 클래스 몬스터 24.08.27 56 2 12쪽
16 정우람의 유산 24.08.26 53 2 11쪽
15 연종민 24.08.25 54 3 12쪽
14 첫 임지(任地) 그리고 첫 사냥 24.08.24 56 3 12쪽
13 장하다. 조태백. 24.08.23 63 2 12쪽
12 브레인 버스팅(Brain Bursting) 24.08.22 73 3 13쪽
11 몬스터 사냥 +2 24.08.21 71 4 13쪽
10 더블 엑스트라 라지(XXL) 클래스 몬스터 24.08.20 77 2 12쪽
9 마나스톤 24.08.19 72 4 11쪽
8 서브 휴먼(Sub-Human) 24.08.18 71 1 12쪽
7 서쳐(Searcher) 24.08.16 80 2 13쪽
» KR1HHL(KR4,926) 24.08.15 83 2 14쪽
5 차원통로 개척회사 공제회 24.08.14 88 4 15쪽
4 다시 차원통로 24.08.12 92 3 13쪽
3 9억원 24.08.11 98 4 14쪽
2 일당 백만원 24.08.10 119 3 12쪽
1 프롤로그 : 차원 통로 개척 24.08.10 146 4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