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 통로 개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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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백
작품등록일 :
2024.08.10 06:53
최근연재일 :
2024.09.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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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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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휴먼(Sub-Human)

DUMMY

서브 휴먼(Sub-Human)


조태백은 3팀, 채취팀에 배치되었다.

새로 서쳐가 된 인원들 중 이유야 어쨌든 서류상으로는 차원 내성이 높은 편에 속하는 걸로 되어 있으니, 3팀에 배치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3팀 1조 조장 박덕수라고 한다.”

박덕수는 처음부터 다짜고짜 반말이었다.


“내가 사회에서는 그 유명한 일성이네 식구였다는 건 말하지 않겠다.”


박덕수는 키가 너무 작아서, 도저히 건달을 했을 거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건달 물을 먹긴 먹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기 말로는 서울에서 가장 크다는 일성파에서 중요한 일을 했었다 한다.

실제로는 건달들 밑에서 잔심부름이나 하고 용돈이나 받던, 반달(반건달) 축에도 못 끼는 초승달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건달이 몸집만으로 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박덕수의 몸집은 건달로 보기에는 많이 이상했다.

1미터 60센티미터가 간신히 넘는 키를 더 크게 할 수는 없으니 몸무게라도 키우겠다고 작정하고 먹어댔던 게 무리가 되었다.


살찌기 위해 가리지 않고 무작정 먹어대 다행히 몸무게가 많이 늘긴 했다.

그런데, 몸무게의 대부분이 복부 쪽으로 몰렸다는 게 문제였다.

살만 왕창 늘어서 올챙이배, 그것도 굉장히 심한 올챙이배를 하고 있어서 기형적으로 보이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고, 서류 보니까 최정국씨가 나이가 나보다 몇 살 많던데, 군대 한 번 더 갔다 생각하고 불만은 갖지 말라고.”

최정국은 서른한 살로 박덕수보다 네 살 더 많았다.

박덕수는 처음부터 자신에게 나이 대우를 받을 생각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우리 조가 맡을 ‘그놈들’은 모두 다섯이야. 나는 전혀 관여 안 할 테니 두 사람이 알아서 나눠서 맡아. 숫자가 많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게 더 좋은 거라는 걸 두 사람도 잘 알 거야. 나 개차반이거든.”


자기 말 마따나 박덕수는 서쳐들 사이에서 ‘개차반’으로 통했다.

건달 출신이라는 배경을 들먹이며 되지도 않는 무게를 잡고 다녀서 다른 서쳐들이 상대도 해 주지 않았었다.


이렇게 신입들이 들어오면서 그나마 조장이라도 하게 된 경우였다.

원래대로라면 박덕수가 한 명을 맡고, 조태백과 최정국이 나머지 인원을 두 명씩 나눠 맡아야 했다.

그렇지만, 박덕수는 당연하다는 듯이 두 사람에게 모든 일을 떠맡기겠다고 선포했다.


“몬스터가 나타나면 두 사람이야 엉덩이 쳐들고 머리 숨기기에 급급하겠지만, 나는 달라. 결국 몬스터를 처리해야 하는 건 나라고. 그러니, 불만은 갖지 마.”

박덕수는 차원 내성으로도 경력으로도 서쳐들 중에서는 낮은 편이었다.

기껏해야 후방에서 가장 약한 등급인 스몰클래스 몬스터나 상대했을 게 빤하였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조태백과 최정국으로서도 굳이 박덕수의 허세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내가 두 사람 입장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그놈들’ 가능하면 내 눈에 안 띄게 관리하는 게 두 사람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좋을 거야.”


박덕수가 말하는 ‘그놈들’은 바로 서브 휴먼들이었다.


박덕수는 건달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밥, 빨래, 청소나 잔심부름을 도맡아 했다.

게다가, 종종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건달들에게서도 온갖 서러운 일을 당해야만 했다.


더이상 건달로는 희망이 없어, 차원 통로에 가서 노가다나 해야겠다 결심하고 받은 건강 검진에서 운 좋게 차원 내성 1,290을 받아 서쳐가 되었다.


덜컥 서쳐가 되자, 그 동안의 서러움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작용했는지,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온갖 갑질을 해대고 있었다.


자신은 특별히 선택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는 박덕수는 서브 휴먼들을 결코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서브 휴먼이라는 말도 과하다면서, 사람이라면 도저히 입에 담지 못할 말로 그들을 불렀고, 또 그들을 짐승 취급했었다.

서브 휴먼들을 ‘그놈들’이라고 부른 건 박덕수로는 조태백 등을 생각해 그나마 최대한의 아량을 베푼 것이었다.


개척대에서도 박덕수의 그런 성질을 잘 알고 있어 서브 휴먼과 만날 일 없는 임무만을 맡겼었다.

그러나, 그런 사정을 알지 못하는 정우람이 새로운 대장으로 오고, 또 대대적인 이동이 있으면서 채취팀의 조장이 된 것이었다.


“자.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하자고. 뭐 내일까지는 총기 사용법 교육 있다니까 잘 받아. 나중에 총이 무섭네 마네 하면서 눈물 질질 짜지 말고. 자 그럼 모레 보자고. 해산.”


조태백과 최정국 두 사람은 그나마 박덕수가 두 사람에게 대답이나 대꾸를 강요하지 않고, 혼자 떠들어대다 가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소문난 개차반 박덕수랑 같이 활동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두 사람은 일도 시작하기 전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제가 박덕수보다 한 살 어린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봅니다. 정국이 형님 괜찮으시겠어요?


박덕수와 헤어지고 배정받은 숙소로 가는 길에 조태백이, 황당했을 최정국을 위로하자 최정국이 체념하듯 답변했다.

“태백아 별수 있냐? 까라면 까야지. 예비군도 끝난 내가 이게 뭔 일인지 모르겠다. 군대 한 번 더 갔다고 생각하라잖아.”


차원 통로 KR1HHL에는 모두 37명의 서브 휴먼이 있었다.

그중에서 이곳에서 브레인 버스팅을 경험한 사람은 연종민을 포함해서 모두 7명이었다.

KR1HHL 개척이 시작된 지 4년이 되었으니, 일 년에 평균 두 명 정도가 발생한 것이다.

인부들의 평균 상주 인원이 연평균 100여 명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이곳에서의 브레인 버스팅 발생 확률은 2% 정도라 하겠다.


차원 통로 입소 전 교육에서 0.00034%가 어쩌고저쩌고 하던 과학자라는 사람의 말대로라면 고작 400명 중에 7명이나 서브 휴먼이 되었다는 건 불가사의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7명을 제외한 나머지 30명은 같은 회사의 다른 차원 통로에서 일하다가 온 경우거나, 아예 다른 회사에서 이곳으로 팔려 온 사람들이었다.

회사들은 서브 휴먼들을 장기 계약으로 묶어서 노예처럼 매매하고 있었다.


이틀간의 기본 교육을 마치고, 서쳐로서의 첫 근무일이 시작되었다.


아침 조회에서, 채취팀 팀장인 허명술은 신입 서쳐들을 한 번 훑고는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며 말했다.

“얼굴 표정들을 보니, 그래도 예상외로 그리 불편해 보이지 않으니 다행이네요.”


개척대에서 서브 휴먼를 관리하는 팀이 채취팀이었다.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해 봐야, 말 그대로 동물 취급하는 정도니 채취팀에 오래 있다 보면 인성이 삐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팀장 허명술도 그런 부류 중 하나였다.


조태백은 허명술이 입꼬리 올리는 걸 보았다.

조태백은 허명술의 입꼬리 뒤에는 그의 속마음이 들어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속마음은 ‘너네들이 우리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잘 알아. 그렇지만 너네도 결국 똑같아지고 말 거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생각해 보니까, 뭐 특별히 불편할 일도 없겠네요. 여기서 서브 휴먼 중 아는 애들이라 해 봐야 많아야 두세 명 정도일 테니까요. 불편하면 미리 말해요. 한 번 배정 받으면 나중엔 바꾸기 곤란하니까.”

허명술은 비꼬듯 말하는 걸 그치지 않았다.


“저, 팀장님.”

“조태백 대원. 무슨 일입니까?

“연종민은 제가 관리하고 싶습니다.”

“연종민? 연종민이 누구야?”


허명술의 물음에 조태백에게 미리 얘기를 들어 알고 있던 박덕수 조장이 얼른 나섰다.

“52번을 말합니다. 팀장님.”


“아! 마지막에 온 놈? 뭐, 조장하고 얘기가 다 된 거 같으니, 그렇게 해요. 그리고 말 나온 김에 하는 말이지만 서브 휴먼은 이름이 없습니다. 무조건 번호로 부르세요. 알았습니까?”


서브 휴먼이 되는 순간부터 그들에게 이름은 서류상의 글씨에 불과해진다.

오로지 숫자로만 분류되고, 번호로만 기억되었다.


“다른 사항 없으면 배정된 놈들 데리고 일 나가세요. 신입들 있으니까 다시 한번 더 강조하지만, 절대로 할당량 못 채우는 놈들에겐 먹을 거 함부로 주지 마세요. 조장들은 특히 신입들이 실수하지 않도록 잘 지도해주시고요. 조별로 구호 외치고 출발.”


“폼생폼사 깡생깡사.”

“한 번 사는 인생 멋지게 살자.”

“인생 한 방. 굵고 짧게.”

“오늘도 무사히.”

“내일은 없다. 오늘만 있다.”


조태백이 속한 1조의 구호가 ‘폼생폼사 깡생깡사’였다.

건달이었던 걸 가문의 영광쯤으로 생각하는 박덕수의 인생 좌우명이 1조의 구호가 되었다.


“우리가 맡은 놈들이 18번, 37번, 40번, 47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52번, 이렇게 다섯이니까 조태백이 가서 인수해 오고, 최정국은 놈들 먹이하고 우리 먹을 거 수령해 와. 10분 뒤 출발할 거니까 얼른들 다녀와. 어. 발 보이지.”

박덕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사람이 달려 나갔다.


서브 휴먼들의 숙소는 컨테이너 박스였다.

기본적으로 일반 인부들이 사용하는 수준의 숙소와 같고 1인 2실이라는 점도 같았다.

다만, 책상이나 거울 등이 없다는 점과, 서브 휴먼들을 묶어둘 목적으로 특수 제작된 쇠고리가 벽에 붙어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태백이 왔냐?”

서브 휴먼들의 숙소에 조태백이 도달했을 때는, 이미 경비팀 중 일부가 서브 휴먼들을 일렬로 정렬시켜 놓고 채취팀에서 찾으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수 형. 안녕하세요. 18번, 37번, 40번, 47번, 그리고 종민이 데리러 왔습니다.”

인부에서 같이 서쳐로 올라 온 김인수에게 조태백이 서브 휴먼들의 인수증을 내밀었다.


“알았다. 잠시만 있어라. 내가 다 데려오마.”


“휴!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풍경이네.”

잠시 후에, 한 줄로 묶여서 이끄는 대로 김인수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서브 휴먼들을 보며 조태백이 한숨과 함께 눈을 찌푸렸다.


서브 휴먼들은 차원 통로에서 잡은 몬스터의 질긴 가죽으로 만든 요대를 차고 있었다.

요대 안에는 여러 겹으로 꼬인 피아노 줄의 강도에 버금간다는 특수 가공된 철사가 들어있었다.

요대의 앞과 뒤로 쇠고리가 부착되어 있고, 이 쇠고리들을 연결해서 다섯 명의 서브 휴먼들이 한 줄로 연결되어 있었다.


“여기 서명해라. 아침 저녁으로 한 번씩만 볼 나도 이렇게 심난한데, 넌 어떻하냐?”

“뭐, 어떻게 되겠죠. 조장한테 한 소리는 듣겠지만, 내가 잘 대해줄 수 있다는 걸로 위안을 삼아야지요.”

“그래. 그렇게 마음먹으니 됐다. 어서 가라. 늦겠다.”

“예. 인수형도 하루 잘 지내십시오.”


“자, 다들 뛰어가자고요.”

조태백이 서브 휴먼들이 묶여 있는 줄을 잡아당기며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모두들 조태백의 달리는 속도에 보조를 맞추며 뛰었다.


“하나, 둘, 하나, 둘.”

자꾸 마음이 우울해지려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든 유쾌하게 받아들여 보려고, 조태백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구호를 외치며 앞서 나갔다.


“자. 어서 태워. 운전은 최정국이 하고 조태백은 뒤에 타.”


“자 얼른들 올라갑시다. 어서요.”

“야! 조태백 똑바로 안 해?”


채취팀 한 조에 중기관총을 거치할 수 있도록 개조된 1.5톤 트럭이 한 대씩 배정되어 있었다.

트럭의 짐칸으로 서브 휴먼들을 태우면서 서브 휴먼들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는 조태백에게 한소리를 하고는 박덕수가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조수석에 올랐다.


텅텅.

“출발하세요.”

서브 휴먼들과 같이 짐칸에 오른 조태백이 운전석 위를 두드리며 출발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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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엑스트라 라지(XL) 클래스 몬스터 24.08.27 56 2 12쪽
16 정우람의 유산 24.08.26 53 2 11쪽
15 연종민 24.08.25 54 3 12쪽
14 첫 임지(任地) 그리고 첫 사냥 24.08.24 56 3 12쪽
13 장하다. 조태백. 24.08.23 63 2 12쪽
12 브레인 버스팅(Brain Bursting) 24.08.22 73 3 13쪽
11 몬스터 사냥 +2 24.08.21 71 4 13쪽
10 더블 엑스트라 라지(XXL) 클래스 몬스터 24.08.20 77 2 12쪽
9 마나스톤 24.08.19 72 4 11쪽
» 서브 휴먼(Sub-Human) 24.08.18 71 1 12쪽
7 서쳐(Searcher) 24.08.16 79 2 13쪽
6 KR1HHL(KR4,926) 24.08.15 82 2 14쪽
5 차원통로 개척회사 공제회 24.08.14 88 4 15쪽
4 다시 차원통로 24.08.12 92 3 13쪽
3 9억원 24.08.11 98 4 14쪽
2 일당 백만원 24.08.10 118 3 12쪽
1 프롤로그 : 차원 통로 개척 24.08.10 146 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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