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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백
작품등록일 :
2024.08.10 06:53
최근연재일 :
2024.09.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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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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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라지(XL) 클래스 몬스터

DUMMY

엑스트라 라지(XL) 클래스 몬스터


“아이고. 대장님. 대장님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네요.”

공현덕 부대장이 약간은 과장된 몸짓으로 조태백을 맞았다.

조태백이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걱정에서 벗어난 공현덕이었다.


“상황 보고하겠습니다.”

가깝게 지내더라도 상명하복의 조직 특성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다.

공현덕은 진행 상황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오 개월 전에 탐색을 끝낸 걸로 표시된 지역이라 방심했었습니다.”

정우람이 죽고 조태백이 개척대 대장으로 오기 전의 어수선한 시기에 탐색을 마친 걸로 표시된 지역이었다.


“얼음 개미(Ice Ant)가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배출해 놓은 배설물도 놓쳤으니까 말입니다.”


공현덕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정찰조의 잘못으로 미룰 수도 있었지만,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그래도, 우리 종민이가 제일 먼저 얼음 개미의 영역이라는 걸 발견했던 것 같습니다.”

컴배터들은 조태백이 없는 사이에도 연종민을 사냥에 데려갔었다.

넉 달 가까이 함께 하면서 연종민과 친해졌기에 가능했다.


“종민이가 평소보다 그르릉 소리를 더 자주 그리고 더 높이는 것을 봤을 때, 몬스터가 있을 가능성을 감지했어야 했습니다.”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연종민이 몬스터의 영역이라는 걸 알려줬을 것이다.


“아! 그리고. 종민에게 큰 상을 주십시오. 실은 종민이가 없었다면 이렇게 무사히 후퇴할 수 없었을 겁니다.”

보고 말미에, 공현덕은 연종민의 활약상을 이야기했다.


“부대장님.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조태백은 공현덕이 연종민을 칭찬하자 신이 나, ‘좀 더 자세히’를 주문했다.


컴배터들은 방심한 채로 얼음 개미의 영역 깊숙한 곳, 얼음 개미의 바로 앞까지 갔었다.

얼음 개미가 아이스 공격을 쏟아내기 직전까지도 아무 것도 모른 채였다.


“뒤쪽에서 갑자기 온도가 확 떨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이게 뭐지 하면서 몸을 돌리려는데, 그때 종민이가 내 시야를 가리면서 먼저 움직였습니다.”

공현덕은 그 상황을 최대한 자세하게 묘사하려 노력했다.


“그래서, 제가 ‘종민아. 왜 그래?’라고 말을 막 하는데, 그 때에 얼음 개미가 모래 속에서 몸을 드러내는 게 보였습니다. 그걸 보고 놀라서 무기를 꺼내려는 데, 그때는 이미 늦은 때였습니다. 얼음 개미가 공격할 모든 준비를 마치고 몸을 드러냈으니까요.”


공현덕은 몸짓까지 섞어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조태백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즐거워하니 공현덕도 덩달아 신이 났다.


“그 순간에는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대원들은 어떤 상태에 있는지 확인할 정신도 없었으니까요. 얼음 개미의 입에서 날카로운 얼음 알갱이들이 날아오는 걸 보면서 ‘죽는구나’ 하고 있는데, 글쎄, 그걸 종민이가 맨몸으로 막는 게 아니겠습니까?”

연종민이 몸으로 막지 않았다면, 최소 서너 명의 목숨은 그곳에 두고 왔어야 했을 것이었다.


“그 뒤로는 종민이가 탱커 역할을 잘해 줘서 무사히 후퇴할 수 있었습니다.”

연종민은 후퇴하는 과정에서도 몇 번이나 얼음 개미의 공격을 막아내며 대원들을 지켜냈다.

결국, 연종민이 입고 있던 몬스터 가죽 갑옷은 걸레짝이 되었다.


KR1HHL #33 의무실.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건 아니었다.

컴배터 대원 중 네 명이 작은 부상을 당했다.

별다른 이상이 없다 하더라도 개척대 대장으로서 조태백은 정확한 내용을 의무실장인 김태원에게 확인해야 했다.


“실장님도 종민이 얘기 들으셨죠?”

조태백은 대원들의 부상이 모두 가벼운 수준이라는 걸 확인하고는 연종민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 나도 들었다. 대원들 말로는 종민이가 나서지 않았다면 일이 나도 크게 났을 거라 하더라.”

“그쵸? 우리 종민이가 해낼 줄 알았다니까요.”

조태백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연종민의 자랑을 하는 데 열심이었다.


“종민이는 아무 이상 없다. 대원들 말로는 얼음 개미의 아이스 공격을 맨몸으로 그대로 받아 냈다던데, 깨끗해도 너무 깨끗하다.”

“그쵸? 종민이가 차원 내성으로는 이미 엑스트라 휴먼 아닙니까?”


연종민의 차원 내성이라면 얼음 개미와 일대일로 붙어 박살 낼 수 있는 수준은 되었다.

다만, 공현덕으로서는 조태백도 없는 상황에서 연종민이 폭주할 수도 있어 후퇴를 선택했을 뿐이었다.


“그르릉. 그르릉.”

조태백이 즐거워하는 게 자신 때문이라는 걸 아는지 연종민도 기분 좋게 그르릉거렸다.


이틀 뒤 아침.

조태백은 얼음 개미를 사냥하기 위해 나섰다.


“다들 잘 쉬었습니까?”

“예!”


가벼운 부상이라고 하더라도 부상은 부상이었다.

다음 날 바로 사냥을 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조태백은 하루는 쉬어가는 걸 선택했다.


“우리 이래도 되나?”

얼음 개미를 잡으러 가는 길에 컴배터 한 명이 옆의 대원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

“긴장을 안 해도 너무 안 하잖아.”


개척대들은 소풍이라도 가는 듯,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긴장한 채 후퇴하던 이틀 전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걱정할 이유가 없잖아. 대장님이 왔는데, 뭐가 걱정이야? 게다가 종민이까지 있잖아.”

컴배터들은 이젠 완전히 연종민을 믿게 되었다.


“그건 그렇네. 나는 종민이가 부대장님 통제를 안 받고 뛰쳐나갈까 걱정했었는데, 통제를 잘 따르는 것 보니까 믿음직하더라.”


서브 휴먼은 본능에 충실한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연종민은 그 본능을 이겨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몬스터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부대장 공현덕의 통제에 따라 탱커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후미의 컴배터들은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정찰조는 그렇지 않았다.

정찰조인 두 컴배터는 신경을 곤두 세운 채 앞으로 나아갔다.


“섯!”

정찰조 중 한 명이 오른손을 들며, 작은 소리로 대열을 세웠다.


“왜? 무슨 일이야?”

공현덕이 빠르게 정찰조에게로 다가왔다.


“달라졌습니다.”

정찰조는 몬스터의 배설물을 가리켰다.


“허!”

공현덕은 짧은 신음을 내 뱉었다.


“무슨 일입니까?”

무언가 심상찮은 분위기에 조태백도 앞으로 다가왔다.


“그르릉. 그르릉.”

연종민이 몸을 잔뜩 움츠리며 그르릉 소리를 높였다.


“아무리 봐도 이건, 불개미 여왕(fire ant Queen)의 배설물입니다.”

공현덕의 목소리에는 비장감이 묻어 있었다.


불개미 여왕의 배설물이라는 말에, 자기도 모르게 몸이 굳어지는 조태백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불개미 여왕은 더블 라지 클래스 몬스터이다.

개척대가 목표로 한 얼음개미 보다 한 등급 위였다.


조태백은 머리 속이 하얘졌다.


“일단은 여길 벗어나야 합니다.”

다른 답은 없었다.


“그래야겠지요?”

조태백에게도 다른 답은 없었다.


그때, 연종민이 조태백의 옆으로 바짝 붙어왔다.

명백히 겁먹은 행동이었다.


“이런!”

연종민이 조금 더 빨랐을 뿐, 조태백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들켰습니다.”

조태백은 자신을 쳐다보는 공현덕과 대원들에게 짧게 말했다.


“모두 스톱!”

조태백의 말이 마치기가 무섭게 공현덕이 묵직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여기서 부산한 행동을 보이면 몬스터에게 우리가 겁을 먹었다는 정보만 줄 뿐이다. 지금부터 모든 행동은 천천히. 그리고 소리가 나지 않도록 신중하게 해라.”


공현덕은 베테랑이었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음에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두 시 방향으로 100미터 이동한다.”

공현덕이 가리킨 방향엔 몇 개의 큰 바위가 모여 이룬 작은 언덕이 있었다.


“제가 종민이랑 앞에 서겠습니다. 대장님이 뒤를 맡아 주십시오.”

공현덕이 조태백에게 후미의 안전을 부탁했다.


“그러는 게 좋겠네요.”

조태백은 잡고 있던 줄을 공현덕에게 넘겼다.

그러고는, 맨 뒤로 자리를 이동했다.


“천천히. 천천히.”

공현덕은 끊임없이 연종민을 진정시켰다.

연종민은 마치 공현덕의 말을 알아듣는 듯, 공현덕과 보조를 맞췄다.


“전진기지에 상황을 알려서 전원 안전 장소로 대피하도록 하십시오.”

누가 뭐래도 조태백이 개척대 대장이었다.

목표로 했던 곳에 도달하자 조태백은 통신담당에게 명령을 했다.


“내 느낌엔, 성체는 아닌 것 같습니다. 부대장님이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조태백은 불개미 여왕의 압도하는 힘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조태백의 예민해진 감각은 그때에 비해 압도하는 힘이 현저히 작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배설물에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흔적들이 있었습니다.”

배설물에는 몬스터의 외골격 조각이 들어있었다.

그건, 딱딱한 부분을 소화하기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거였다.


“아무래도, 이쪽에 엑스트라 휴먼이 둘이라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공현덕은 더블 엑스트라 라지(XXL) 클래스인 불개미 여왕이 곧바로 공격하지 않은 이유를 추정했다.


“내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이쪽도 만만치 않다는 걸 본능적으로 감지했겠지요. 바로 공격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이기는 한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한 달 간의 엑스트라 휴먼 연수 과정에, 이런 상황을 상정한 교육은 없었다.

조태백은 뭘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마도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종민이의 발찌를 푸는 게 아닐까 합니다.”

“아! 그렇네요.”


현재 상황에서 그래도 희망이 되는 건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몬스터가 완전히 자라지 않은 어린 개체로 보인다는 거였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연종민이었다.

연종민이 도움이 된다면, 어쩌면, 이 위기를 넘길 수도 있을지 모른다.


“시간을 끌어서 우리에게 좋을 건 없습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시간은 몬스터 편이었다.

반나절이면 끝낼 거라는 생각에 가볍게 나선 개척대였다.

하루고 이틀이고 버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종민이가 도움을 좀 주면 내가 몬스터를 당분간은 잡아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태백은 공현덕에게 컴배터들의 후퇴를 제안했다.


“안됩니다.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공현덕으로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시간을 끌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가 먼저 공격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다른 방법이 없잖습니까?”

조태백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했다.


정우람은 세 엑스트라 휴먼이 작은 기운이라도 차리도록 기회를 줬을 때, 임시 서쳐들이 모여 있던 언덕으로 뛰어 올라올 수 있었다.

그랬다면, 정우람은 살 수 있었을 것이었다.

물론, 임시 서쳐들의 목숨을 대가를 치뤄야 했겠지만.


죽어야 한다면, 정우람과 같은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조태백이었다.


“잠시만요. 제발 잠시만요.”

당장이라도 연종민과 앞으로 뛰쳐나갈 것만 같은 조태백을 어떻게든 말려야만 하는 공현덕이었다.


“우선은, 몬스터가 먼저 공격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나마 최소한의 지형지물의 이점이나마 살려야만 했다.


“다음엔, 우리들이 원거리 공격으로 몬스터의 신경을 분산시키는 동안에, 대장님이 종민이랑 같이 공격을 하는 게 그나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별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다른 방법도 없었다.


“좀 위험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걸로 갈아입으십시오.”

공현덕은 온통 검은색인 위장복 두 벌을 내밀었다.

스텔스 능력이 있는 몬스터의 가죽으로 만든 옷으로, 차원 내성이 밖으로 내뿜어지는 걸 막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방어력이 떨어지는 단점은 감수해야 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옷을 갈아입는 조태백은 연종민과 함께 일어서며 대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들이 어떻게 해주느냐에 이 사냥의 성패가 달려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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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첫 임지(任地) 그리고 첫 사냥 24.08.24 56 3 12쪽
13 장하다. 조태백. 24.08.23 63 2 12쪽
12 브레인 버스팅(Brain Bursting) 24.08.22 73 3 13쪽
11 몬스터 사냥 +2 24.08.21 71 4 13쪽
10 더블 엑스트라 라지(XXL) 클래스 몬스터 24.08.20 77 2 12쪽
9 마나스톤 24.08.19 72 4 11쪽
8 서브 휴먼(Sub-Human) 24.08.18 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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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9억원 24.08.11 98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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