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빨 헌터가 탑 공략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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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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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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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어느 현자의 일기장

DUMMY

[히든 발동.]

[어느 현자의 일기장을 재현합니다.]


아까 보았던 허름한 오두막.

정신을 차렸을 땐, 여전히 나는 그곳에 있었음을 자각할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같은 장소는 아니었다.

아까 그곳이 다 쓰러져 가던 폐가 느낌의 오두막이었다면, 지금 있는 이곳은 사람의 향기가 느껴졌으니까.


‘뭐.. 뭐야..!’


그리고 이내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내 몸이 꿈쩍도 하지 않았으니.

마치 이곳의 한 풍경이 되어버린 것처럼.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보는 것, 듣는 것, 냄새를 맡는 것뿐이었다.


‘귀환!’


집으로 귀환하기 위해 스킬을 사용했음에도 발동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

이세계 상점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이후로 처음 느껴본 감정이 전신을 휘감는다.


젠장, 이런 말은 썩은 물에게 못 들었는데!


그렇게 한창 움직일 수 없는 나 자신과 씨름을 하고 있자니


끼익-


오두막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이 안으로 들어온 건 그때였다.


“마탑에는 별일 없으셨죠?”

“미안하오. 매번 이리 늦게 와서. 다음부터는 마중 같은 거 나오지 마시오. 집에 못 들어 올 수도 있소.”


오두막의 안으로 들어온 이들은 한 쌍의 젊은 부부였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서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런 젊은 부부.


그것을 어떻게 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풍경이 되어 바라보자니 그럴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최근에는 더 바쁘다오. 사람들이 거대한 탑을 인지한 뒤부터, 모두가 거기에 미쳐있으니 말이오.”

“아, 저번에 말씀하셨죠? 마법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이 마법처럼 기이한 능력을 쓰고, ‘탑’을 오른다고요.”

“맞소. 나 역시 ‘탑’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은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소.”


탑, 기이한 능력, 완전히 다른 세계.


여기까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깨달았다.


‘아..’


여긴 내가 사는 세계와 완전히 다른 누군가의 세계구나.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들 역시, 그가 살던 세계에서도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알겠소. 나 또한 무리하지 않을 터이니, 부인 역시 무리하지 마시오.”


그러나 그렇게 세상이 변했어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아, 참. 몸은 괜찮소? 집에 오는 길에 임산부가 먹으면 좋다고 하는 것들을 사 왔는데.”

“마음만으로도 기쁘네요. 어디, 뭘 사 왔는지 좀 볼까요?”

“크흠..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오. 그냥 이것저것..”

“정말 대단한 건 없네요?”

“아니, 그건 내가 너무 바빠서.. 아니오. 미안하오. 내일은 좀 더..”

“후후, 농담이랍니다. 저는 이것도 기쁜걸요?”


사랑.

탑이 생기고,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탑을 오를 때에도, 두 사람의 사랑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았다.


아니, 변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 일만 아니었다면.


풍경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며칠이 흘렀다.

정확히는 그의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지 1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똑똑-


누군가가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의 문을 두들긴다.

그 소리에, 부인이 서둘러 달려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문을 연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남편이 아니라, 그녀의 남편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


“세레나 부인, 맞으십니까?”

“.. 네. 맞는데요?”

“남편 분이 에드워드 마법부 부장, 맞으십니까?”

“.. 그런데요?”


어딘가 엄숙하고도 숙연한 분위기.

세레나라고 불린 여자 쪽은, 그제야 상황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마탑주께서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에드워드 마법부 부장은 ‘탑’에서 사망하셨습니다.”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가장 접하고 싶지 않았던 그의 소식.


“전달받은 바에 의하면, 에드워드 부장은 팀원들을 이끌고 계층 공략 중, ‘귀환 불가’ 지역에서 팀원을 내보내기 위해 홀로 그곳에 남았다고 합니다. 그곳의 괴물은 지금껏 접해온 괴물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며..”


뒤이어 그가 계속 말을 이었으나, 여자는 그저 자리에 주저앉아 흐느낄 뿐이었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두 사람의 이야기.

지구에서도 탑을 등반하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가 허다했기에, 나 역시 언론이나 SNS를 통해서 두 사람과 같은 사연이 있는 이들은 많이 접한 참이었다.


만약 이들의 이야기 역시 여기서 그쳤다면, 지구의 사람들도 겪은 안타까운 이야기들 중 하나로 남았을 테지만, 이 이야기의 끝은 여기가 아니었다.


“탑 입장.”


세레나는 탑에서 실종된 남편을 찾기 위해, 탑에 입장했으니.


‘아..’


현대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얻기 위해 탑을 오른다.

세상이 그러했고, 사람들이 그러했으며, 우선 나부터가 그러했다.


그러나 어떤 세계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탑을 오르는 이들 역시 존재했다.


그러나 어떠한 세계에도 기적과 같은 드라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잔혹하고도 안타깝지만, 만삭의 몸으로 아무것도 갖추지 못한 이가 탑에 입장한 결과는 뻔했으니.


그리고 그것은, 한 남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기엔 충분했다.


탑에서 실종된 남편을 찾기 위해 탑에 입장한 부인.

그리고 그러한 그녀의 소식을, 기적적으로 생환하여 집에 돌아온 남편이 들었으니.


“아.. 아아아아..”


남편은 그 자리에서 절규했다.

비명을 질렀다.

차라리 그곳에서 죽는 게 나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완전히 미쳐버렸다.


“살려.. 살려 내야..”


그 이후로 남자는 완전히 타락했다.

정도(正道)의 길을 걷는 마법사라면 절대 들여다봐서는 안 되는, 흑마법의 길에 빠졌으니까.


그의 목적은 단순하면서도 애틋했다.

죽은 아내를 되살리는 것.


그러나 그 단순하고도 애틋한 바람은, 누군가에겐 끔찍한 재앙이었다.


“사.. 살려주세요..”

“죽는 게 아니야. 다른 사람이 네 몸을 잠시 빌리는 거야.”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실험체로서 희생되었다.

실험에 실패한 사람들은 그대로 고블린, 오우거 따위의 괴물이 되어버렸고, 남자는 그런 괴물들을 밖으로 버려버렸다.


그리고 실험은 계속되었다.

그의 실험에서 괴물조차 되지 못한 채 땅에 묻혀버린 이들은 해골만 남아 이승을 떠돌게 되었고

그나마 실험에 성공하여 이성을 유지하던 사람들은 또 다른 실험에 의하여 하나의 몸에 붙게 되었다.


“흐흐흐흐흐..”


그의 알 수 없는 웃음소리와 함께 실험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또한 나 역시, 알 수 없는 부유감에 의해 정신이 아늑해져 갔다.


그렇게 점점 흐려지는 정신 속에서, 나는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탑에 입장하는 모습을 말이다.


[어느 현자의 일기장 재현 완료.]

[다시 현실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눈을 떴을 땐, 나는 집에 다시 돌아와 있었다.



* * *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그 일기장은 무엇이었을까.’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기에, 내게 그런 것을 보여주었는가.


그 이후로 나는 다시금 일기장을 꺼내어 거기에 적힌 글들을 읽어 보았다.

딱히 재현만 되지 않았을 뿐, 글의 내용은 내가 체험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탑에 올랐다가 실종된 남편.

그런 남편을 찾기 위해 따라서 탑에 입장한 부인.

그리고, 그곳에서 죽은 부인을 살리기 위한 남편의 잔학무도한 실험들.


도대체 이 일기장은 내게 무엇을 전하고자 이것들을 보여준 것인가.


그렇게 한참 동안 일기장을 읽으며 생각하다 보니, 이렇게 가만히 있어봤자 알아낼 수 있다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그리하여 곧바로 ‘이세계 상점’에 접속.

어쩌면, 썩은 물이라면 이것에 대해 알고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썩은 물에게 들은 답변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 튜토리얼 탑의 썩은 물 : 예? ‘어느 현자의 일기장’ 말입니까? 히든에 그런 것도 있었습니까?


그 역시, 이 정보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 황금 고블린 : 예. 최단시간으로 탑을 공략하여 얻은 징표와 히든을 공략하여 얻은 스킬들이 조합되더니..

- 튜토리얼 탑의 썩은 물 : 자.. 잠시만요. 최단시간으로 탑을 공략하셨다는 말씀입니까?


그의 말에 따르면 이러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적어도 자기가 아는 정보 내에선 최단시간으로 탑 공략에 성공한 동시에 히든을 공략한 사람은 없었다고.


- 튜토리얼 탑의 썩은 물 : 아시다시피, 히든은 최초 공략할 때에만 공략하실 수 있습니다. 나중에.. 그러니까, 강해진 후에 최단시간으로 왔던 층을 공략해도 히든을 찾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 황금 고블린 : 저처럼 저 레벨에 최단시간으로 탑을 공략하고 당신에게 정보를 받아 히든을 공략할 수도 있잖아요.

- 튜토리얼 탑의 썩은 물 : 예. 이론상으론 가능합니다. 이론상으론 말입니다.

- 황금 고블린 : 그게 무슨..

- 튜토리얼 탑의 썩은 물 : 황금 고블린 님처럼 하려면, 세 개의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하나는 탑에 처음 들어온 신입이여야 할 것. 그 다음으로는 최단시간으로 탑을 공략해야 할 것. 마지막으로는 히든을 공략해야 할 것. 이 중 하나라도 삑사리가 나면 전부 실패입니다.


일단 그가 말한 첫 번째 조건은 탑에 오른 모든 이들이 만족하지만, 두 번째 조건에서 그 수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그리고 그 극소수 중에서도 세 번째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은..


- 황금 고블린 : 아..


아무리 생각해도 한두 명 있을까 말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한두 명에 내가 포함된 거고.


- 튜토리얼 탑의 썩은 물 : 히든을 공략해보셔서 알고 있겠지만, 그 난이도가 엄청납니다. 제게 정보를 받은 대부분의 신입들은 그 이후로 연락이 끊겼지요.


설사 공략에 성공한 뉴비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는 보상에 비해 난이도가 너무 높아 다음 층부턴 히든을 찾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즉, 1층부터 8층까지 최단시간으로, 그리고 히든까지 공략한 사람은 내가 최초라는 뜻.


- 튜토리얼의 썩은 물 : 그러니 저도 그에 대한 정보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 다만, 다음 층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황금 고블린 : 다음 층 말입니까?

- 튜토리얼의 썩은 물 : 예. 제가 드린 정보에도 있지 않습니까? 8층부터 10층에 관한 정보 말입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이어진 나와 썩은 물의 토의.

그러나 우리 둘이 머리를 맞대고 여러 가설을 세워봤자 딱히 지금 시점에선 알아낼 수 있는 게 없다는 건 여전했다.


사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탑에 오르는 것.’


그러나 일단은 보류다.

지금 내 상태로 탑을 공략하는 건 무리가 있을뿐더러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이번에도 탑을 공략하다가 새로운 돌발 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썩은 물에게 받은 정보로 그 누구보다 탑 공략에 완벽하다고 생각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연속으로 최단시간으로 탑을 공략하고 히든을 공략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안일해져있던 것이다.


‘절대 안 되지.’


여기서 흐름이 끊긴다면, 영영 나는 이 일기장에 대한 것들을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도 알아낼 수 없을지도 모르지.


‘내가 알아내야 한다.’


그 일기장이 내게 하고자하는 말이 무엇인지, 또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

여기까지 와서 이대로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아니.’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최단시간, 히든에 공략하지 못한다면, 그건 과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니까.


- 황금 고블린 : 장인님. 지난번에 수리해주셨던 방어구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 혹독한 설원의 장인 : 또? 그 정도 스펙이면 10층까진 거뜬할 텐데?

- 황금 고블린 : 아뇨. 수리도 수리이지만, 지금 스펙에서 최대치까지 업그레이드도 부탁드립니다. 코인은 스펙업 되는대로 맞춰서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답게 과금을 해서 그 뒷이야기를 파헤쳐보기로 했다.


띵동-


또한 동시에 울려 퍼지는, 내 현실 집의 초인종 소리.


“백우현 씨 댁 되십니까? 한국 헌터 협회에서 나왔습니다.”


지난 번에 내가 신청한 각성자 등록을 위해 그들이 찾아온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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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날먹도 실력 +1 24.08.28 10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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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멸망한 세계 24.08.26 109 4 13쪽
14 24.08.25 120 4 12쪽
13 현자가 바랐던 세상 24.08.24 125 3 15쪽
12 세상을 바꾸는 망상 24.08.23 136 5 12쪽
11 밝고 아름다운 사람 24.08.22 149 5 13쪽
10 딸이 생겼습니다. 24.08.21 167 6 13쪽
9 영원한 세계의 현자와 사랑 24.08.20 157 6 14쪽
8 한국 헌터 협회 소속 헌터 24.08.19 166 6 13쪽
7 한국 헌터 협회 +1 24.08.18 174 6 11쪽
» 어느 현자의 일기장 24.08.17 181 6 13쪽
5 잡종들의 왕 24.08.16 186 6 12쪽
4 히든 공략 24.08.15 195 8 15쪽
3 특별한 상점에서 돈 쓰는 방법 24.08.14 206 8 15쪽
2 특별한 상점에서 돈 버는 법 +1 24.08.14 223 7 13쪽
1 특별한 상점이 생겼다 24.08.14 274 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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