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빨 헌터가 탑 공략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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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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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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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먹도 실력

DUMMY

우리들의 멸망에 관하여.


[알려드립니다. 금일, 해당 세계는 58층 등반에 실패했습니다.]


그것은 가로되, 가장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끔찍한 재앙과도 같은 날이었다.


[해당 세계는 패배했습니다. 패배에 대한 댓가가 시작됩니다.]


이 세계를 최전방에서 이끌었던 마법부 장관이 세상을 등졌고


[패배의 대가는 종말입니다.]


그동안 탑 안에서 죽여왔던 그것들이, 그들의 세계에 범람했다.


[종말이 시작됩니다.]


이것은 그들의 멸망에 관한 이야기였다.


[세계를 정복하지 못한 패배자들이여.]


시작은, 거대한 존재가 세계에 강림하는 것이었다.


[탑을 오를 땐 좋았더냐. 타인의 세계를 멸망시켰을 땐 희열을 느꼈더냐.]


그저 압도적인 존재.

모두가 그를 맞이한 순간,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타인의 세계를 멸망시키려면, 자신의 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지.]


재앙이 찾아왔다.


[심판의 시간이 도래했다.]


심판관.

이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해 탑에서 강림한 그는, 자신을 심판관이라고 말했다.


“맞서 싸워라! 여기가 뚫리면 우리는 멸망이다!”

“마탑주님..! 수가 너무 많습니다!”

“막아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라!”


심판관과 그 종말을 막기 위해, 모든 마탑의 마법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가 힘을 합친다고 한들, 그것들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마탑주님.. 서북쪽을 맡고 있던 마탑이 뚫렸습니다.”


가장 먼저 파멸을 맞이한 곳은, 적은 수의 마법사들을 보유하고 있던 청의 마탑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차례로 홍의 마탑이, 백의 마탑이 무너졌다.


마탑이 무너질 때마다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그곳은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지역이 되었다.

그렇게 인류는 이 세상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


한 사람을 구했다.


“살아남아라!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후일을 도모해라!”


또 한 사람을 구했다.


“아직 우리의 세계는 끝나지 않았다!”


살려야 하는 사람은 많은데,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적었다.


또한 그렇게 살려내도 살아남은 이들은 산 것이 아니었다.

종말에 따른 식량 부족, 언제 괴물이 또 들이닥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대한 슬픔.

그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그저 송장처럼 누워만 있을 뿐.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비로소 혼자 남게 되었을 때

끝까지 살아남은 최후의 인간이자 마탑주는, 깃팬을 들어 이 기록을 남겼다.


[당신의 세계는 멸망했습니다.]


허공에 떠 있는 저 메시지를 보며, 마탑주는 첫 마디를 적었다.


이것은 우리의 멸망에 관한 이야기다.


부디 자신들의 이야기가 후세에,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되길 바라며.



* * *



“준비됐어?”

“네, 전 준비 됐어요.”


하룻밤 자고 일어난 뒤, 탑 입장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나와 예나는 탑에 들어갈 준비를 모두 마쳤다.


“잠시만.”


이번에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유세라에게 연락.

녀석에게 유세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니, 이번에도 대모님이냐는 시덥지 않은 농담을 건네왔다.


그러나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근데, 왜 이렇게 빨리 출발하시나요?”


이번에는 탑에 입장하는 시간을 앞당겼다는 것이었다.


“예나야.”


그렇게 탑에 입장하기 전, 예나에게 해야 할 말이 있었다.


“네 이름의 뜻을 알고 있니?”


갑작스러운 나의 질문에, 예나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시계.. 쓰셨어요?”

“맞아. 우린 이미 한 번 11층을 갔다 왔어.”


역시 눈치 빠른 아이.

내가 녀석만의 암호를 말하니, 즉각 반응해온다.


“미래의 네가 전해달라더라. 내 말 좀 잘 들으라고.”

“.. 알고 있어요. 제가 대부님께 암호를 알려드렸다는 건 그런 뜻일 테니까.”

“그리고 이 대부님을 존경하고, 또 우러러보라고 하더라.”

“제가 아무리 대부님께 암호를 알려드렸어도, 절대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맹이들이란..


어쨌든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지는 것 같아서 농담을 던지니, 녀석이 피식 웃으며 그리 답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 내가 시계를 쓴 건 누가 죽어서도, 공략에 실패해서도 아니니까.”


실제로 공략의 성공 여부만 따지자면 성공이었다.

우리가 없는 와중에도 다른 헌터들이 알아서 해당 층을 공략했으니.


그럼에도 내가 시계를 써서 과거로 돌아온 것은


“네 소원 들어주려고.”


- 살리고 싶어요.

- 이곳에 있는 전부를 살리고 싶어요..


나는 여전히 그때 지었던 예나의 표정을 기억하고 있다.

너무나도 간절하게 내게 그리 말했던 그 표정은 도저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자.”


예나는 여전히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내 손을 잡고 스킬을 발동시켰다.



* * *



[등반자, 백지훈. 탑의 11층에 입장합니다.]

[칭호, ‘현자의 의지를 이어받은 자’에 의해, ‘현자의 의지’, 백예나가 소환됩니다.]


똑같은 풍경.

똑같은 자리.


“아, 백우현 헌터님.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입니다, 유세라 헌터님.”


똑같은 사람의 환영,


“이 아이가 지난번에 제가 말했던, 저희와 함께 탑을 공략할 아이입니다. 자, 인사해야지.”

“.. 백예나라고 합니다..”


똑같은 소개.

똑같은 어색한 인사.


참으로 기분이 묘했다.


이미 지나왔던 모든 순간들을 나 혼자만 기억한다는 게.


그러나 그런 감회에 젖을 시간은 없다.

대충 두 사람에게 서로에 대한 소개를 나눈 뒤, 곧바로 11층 공략 준비에 들어간다.


“11층은 몰려오는 괴물들로부터 1시간 동안 버티면 됩니다. 정확히는 피난민들이 피난할 시간을 버는 거긴 한데..”

“한 사람만 지키면 되는 거죠?”

“..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그게 가장 공략 가능성이 높고, 효율이 좋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똑같은 공략을 반복하기 위해서 시간을 돌린 게 아니었다.


“예나야. 뭔가 이상하지? 어딘가 익숙하고.”

“.. 네.”


녀석의 표정이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아마 이미 이 세계에 대해 대충 짐작하고 있을 터.


“네가 생각한 게 맞아. 여긴 이미 멸망해버린 세계. 그리고..”

“저희 아빠와 엄마가 있었던 곳이죠..?”

“.. 그래.”


눈치채지 않기를 바랐다.

그저 모르길 바랐다.


그러나 녀석에게는, 그것에 대해 알 권리가 있었다.


“저..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나와 예나의 겉잡을 수 없는 대화에, 유세라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유세라.

분명 저번에는 우리를 도와주겠다고 했으나, 과연 끌어들이는 게 맞을까.


- 팀이니까요.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말했던 그녀의 호의를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


“유세라 헌터님.”

“네. 말씀하세요.”

“유세라 헌터님의 공략법, 저는 그 반대로 할 생각입니다.”

“.. 네?”

“한 명만 살려서 11층을 클리어하는 게 아니라, 피난만 전원을 살릴 겁니다.”


그것이 내가 시간을 돌린 이유.


“그.. 그건 불가능합니다. 괴물들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저희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한 명도 없었죠? 지금까지 피난민 전원을 생존시킨 사례가.”

“.. 맞습니다.”


이유야 간단했다.

지구에는 내가 이세계 상점을 통해 구매한 대對 마수용 살상 지뢰가 없으니까.


그러나 지금의 내겐 그게 있다.


“그러니까 저희가 해 보자는 겁니다. 새로운 역사를 남기는 거죠.”

“그건..”


내 말을 들은 유세라가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뭐, 그리 오래 고민할 필요 없다.

내가 답을 줄 테니.


“제 말에 따라 성공적으로 공략에 성공하면, 사인해드리겠습니다.”

“.. 네?”

“제 팬이시잖아요. 엄청 열광적인.”


유세라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예나 때처럼 분위기를 풀기 위해 약간의 농담을 건넸건만


“..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무래도 사실인 듯했다.

뭐야, 무서워.



* * *



“이걸 설치하면 되나요?”

“맞습니다.”


공략 준비는 간단했다.

내가 이세계 상점에서 사온 지뢰들을, 괴물들이 들이닥치는 구역에 전부 깔면 된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한쪽에서는 예나가 마력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폭탄과 함께 함정 마법을 설치 중.

녀석의 마법은 폭탄과 비견될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으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속속히 이곳으로 온 외국의 헌터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우리가 아니라 유세라였지만.


“저분들이 도와줄 거 없냐고 묻는데,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이 지뢰들 좀 깔아달라고 부탁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러나 시간이 많이 남았던 탓일까.

그들은 유세라 뿐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관심을 보여왔다.


“제가 저분들과 함께 저쪽 구역을 맡겠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돕기 시작하면서 일처리는 수월해졌다.

이제 여기는 이만하면 됐겠지.


“이걸로 괴물들을 전부 죽일 수 있을까요?”

“당연히 전부는 무립니다.”


쏟아지는 괴물의 양은 상상 이상이다.

아마 이 폭탄들과 예나의 마법이 전부 발현되도 그것들을 전부 죽이는 것은 불가능.


그러나


“이건 시간 벌기 용입니다.”

“시간.. 말씀이십니까?”

“예. 저희의 목표는 시간을 버는 거지, 괴물들을 전부 죽이는 게 아니니까요.”


당연히 이정도로는 한 시간조차 버티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방법은 있었다.


- 검은 하늘의 본좌 : 아헤야, 너는 이미 멸망한 세계를 맞이할 자신이 있느뇨?


그것은 이곳에 오기 전, 본좌와 나눈 메시지였다.


- 검은 하늘의 본좌 : 본좌 역시 너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단다. 그러나 네가 구하고자 하는 것은 이미 멸망한 세계. 그렇다고 해서, 어찌 그 행동에 의미가 없겠느냐.


“여기는 유세라 헌터님에게 맡기겠습니다.”

“네? 백우현 헌터님과 예나는요?”

“잠시 어디 좀 갈 생각입니다.”


- 검은 하늘의 본좌 : 11층은 일정 이상의 등반자가 모이지 않으면 실현되지 않지. 그렇다면, 실현되기 이전의 세계는 어떤 상태인지 생각해 보았느냐?


이 층은 일정 이상의 등반자가 모여야 진행된다.

일정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야만 층이 활성화되고 임무가 주어지며, 피난민들이 쏟아진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냥 층이 활성화되면 무無에서 생성되어 임무가 진행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 검은 하늘의 본좌 : 그리하여 나는, 탑의 임무가 시작되기 전에 그 세계 전체를 둘러보았지.


“예나야.”

“예, 대부님.”

“슬슬 움직이자.”


많은 헌터들이 도와준 덕분에 이른 시간에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나 역시 본좌가 그러했던 것처럼, 임무가 시작되기 전에 이 세계를 둘러볼 것이다.


“그럼 저는..”

“여기서 다른 헌터들을 이끌고 지뢰 설치를 지휘해주십시오. 아,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임무 전에는 돌아올 예정입니다.”


유세라는 점짓 아쉬운 표정을 지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 역시 앞으로 내가 하려는 짓에 대하여 장담할 순 없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잠시 그들과 떨어지는 것으로 단독으로 움직이게 된 나와 예나.

우리는 그들이 지뢰 설치에 한눈을 판 틈을 타, 곧장 숲 안으로 돌입했다.


‘분명, 이 근처인데..’


피난민들과 괴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장소.

나와 예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그곳에 도착하니


“대부님..!”

“.. 그래.”


- 검은 하늘의 본좌 : 그리하여 내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아느냐?


“이건..”

“임무가 시작되기 전의 세계.”


즉, 멈춰버린 세계였다.


괴물들을 피해 도망치는 피난민들도, 피난민들을 쫓던 괴물들도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있었으니.


“임무가 시작되면, 그때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는거야.”


이미 멸망해버린 세계.

그리하여, 탑이 재현하는 것으로 만들어진 세계.


마치 동영상의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공략 준비가 되지 않은 이곳은 그저 멈춰있었다.


그러한 세계를 보며 충격을 먹은 것도 잠시, 우리에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다 날려버려!”


그저 가만히 멈춰 서 있는 그것들을, 시간이 흐르기 전에 전부 없애버리는 것이었다.


바야흐로 날먹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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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한국 헌터 협회 +1 24.08.18 175 6 11쪽
6 어느 현자의 일기장 24.08.17 181 6 13쪽
5 잡종들의 왕 24.08.16 186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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