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빨 헌터가 탑 공략을 너무 잘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글짓기
작품등록일 :
2024.08.14 17:26
최근연재일 :
2024.09.02 22:17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3,113
추천수 :
107
글자수 :
133,791

작성
24.08.31 22:34
조회
59
추천
3
글자
13쪽

종말 아닌 구원

DUMMY

전부 죽었다.


마탑주가 속해있던 황의 마탑의 마법사들 뿐만 아니라, 세계의 멸망을 막고자 했던 10만여 명의 마법사들이 사망했다.


그러나 살아남은 이들도 있었다.

마탑주를 포함하여, 일부 살아남은 마법사들은 사람들을 피난 시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대도시.

탑에서 끝없이 몰려온 괴물들이 대도시를 급습했다.


“마탑주님.. 이제 더 이상 막기 어려울 것입니다. 내일이면 성벽이 무너질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입니다.”


따라서 마탑주는, 한평생 이곳에서 살아왔을 이들에게 명했다.

당신들의 보금자리를 떠나라고.


그의 말에 따라 대도시의 주민들이 피난 행렬에 몸을 실었다.

다만, 당연히 그 많은 수의 주민들을 대피 시키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다.


“제가 남겠습니다.”


그의 제자 중 하나가 피난을 거부한 사람들을 모아 최후의 저항을 벌였다.

폭발에 휘말려 불에 타는 도시를 뒤로하고, 살아남은 이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직 종말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으로.

심판자의 심판이 닿지 않은 곳으로.


그러나 도망친 곳엔 결코 낙원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 절반 이상.. 피난민들의 행방이 묘연합니다.”


바다를 건너는 와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을 잃었다.


“.. 이제 가시지요. 더는 기다릴 순 없습니다.”


늪지대를 건너는 와중, 또 절반을 넘게 잃었다.


“.. 여긴 저희가 맡겠습니다. 마탑주께서는 난민들을 다독여서 대피하십시오.”


절반을 잃고, 또 그의 절반을 잃고, 또 그 절반을 잃었다.


“마탑주님. 부디 이 세계를 지켜주소서..”


그들은 믿고 있었다.

마탑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이 세계의 재건이 가능하다고.


그렇기에 마탑주는 피난을 멈출 수 없었다.

그들의 희생을 헛되이 할 수 없었으니.


다리를 건너는 와중에 또 절반을 잃었고, 잠시 쉬기 위해 들린 마을에서 괴물들의 습격을 받아 또 그들을 잃었음에도, 피난의 행렬을 멈출 수 없었다.


“.. 천 명 중, 살아남은 이는 50여 명입니다..”


피난에 피난을 거듭한 끝에 도착한 대륙의 끝.

처음 피난을 시작할 땐 그 끝을 알 수 없었던 사람들의 숫자가, 이제는 숫자를 셀 수 있을 만큼 확연하게 줄었다.


최후의 인류.

여기에 도달한 이들이, 이 세계의 유일한 인류인 것이었다.


그러나 멸망은 이미 정해진 운명.

이들의 피난은 그 운명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조금 늦추는 데 불과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광-


동굴의 벽면이 무너지며 괴물들이 쏟아진다.

마탑주는 지팡이를 들었고, 사람들은 나무 막대기와 돌맹이를 들었지만, 범람하는 멸망의 파도를 조금도 늦추지 못했다.


“모두 대피하라!”


마탑주가 외쳤으나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도망칠 곳 따윈 없다는 것을.

더 이상의 피난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또한 그들은 그저 바랐다.

지속되는 이 고통이 끝나기를.

여기까지 온 이들에게, 더 이상 도망칠 힘이 남아 있지 않았으므로.


“아직 우리의 세계는 멸망하지 않았다!”


어두컴컴한 동굴 안.

인류 최후의 보루.


희망을 잃지 않고 홀로 그리 외치는 건 마탑주 뿐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대신 들려오는 건 비명소리.

가장 먼저 어린 아이들에게 자신의 식량을 나누어주던 청년이 고블린의 칼에 맞았다.

그는 자기 먹기에도 터무니 없이 부족한 식량을 받았을 때도, 언제나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던 청년이었다.


“커헉..! 마탑.. 주님..”


그를 돕기 위해 마법을 발현하던 젊은 마법사가 이계의 존재에게 목을 물렸다.

그는 마탑주가 속해 있던 황색 마탑에서도 유망하여, 언젠가 마탑주의 자리를 물려 받을 인재라고 평가받던 유망한 마법사였다.


“아.. 안돼..!!”


젊은 남자가 젊은 여성을 품에 안고, 고블린이 휘두르는 검을 전부 등으로 받는다.

두 사람은 피난하는 동안 사랑의 싹을 틔운 커플이었다.


남자가 죽자 여자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무언가를 감싼다.

그녀가 감싼 것은 갓난아기.

멸망에 와중에서 태어난 최초이자 최후의 아이로, 피난민들의 희망의 상징이었던 아이였다.


아기가 울기 시작한다.

우렁찬 생명의 울음소리는, 생명의 불씨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뚝 하고 끊어진다.


“아아..”


비명소리가 점점 잦아진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잃지 말라고 항상 이상한 농담을 했던 청년의 비명소리도, 마탑주에게 마법을 알려달라고 조르던 소년의 비명소리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노래했던 소녀의 비명소리도 전부 끊겼다.


“이.. 이...놈들이 감히..!”


폭주한 마탑주가 마법을 난사한다.

마탑주가 발현한 마법들이 괴물들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으나, 그것은 잠시뿐이었다.


[그렇게 반항한다고 한들, 너의 세계가 돌아올 듯 싶더냐.]


심판자.

그는 단칼에 마탑주가 쏘아낸 마법들을 전부 무력화시키고, 순식간에 그의 다리를 앗아갔으니.


“커헉..!”


그럼에도 마탑주는 포기하지 않는다.

여기서 어떻게든 벗어나 다른 장소를 찾는다면, 그곳엔 분명 아직 살아남은 인류가 있을 테니까.


[가소롭구나. 너희들은 다른 세계의 존재들이 살려달라고 울부짖을 땐 아랑곳 않더니, 이제 와서 구원자가 되고자 하느냐.]


마탑주의 세계는 다른 세계의 존재들을 멸망시키는 것으로 탑에 올랐다.


[네 세계의 존재들만 가엽더냐. 네가 멸망시킨 세계의 존재들은 가엽지 않더냐.]


그리고 지금,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있으랴.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다른 이들의 세계를 멸망시켜야 했는데.


[타인의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한다면, 자신들도 멸망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지.]


심판자가 검을 위로 치켜든다.

이윽고 서서히 그 검이 떨어지며, 마탑주의 목으로 향한다.


[타인의 세계를 멸망시킨 너의 죗값. 그것을 갚을 수 있는 길은 오직 멸망뿐이다.]


심판자의 말에 죄책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만이 자신들이 살 수 있는 길이었고, 또 그들 역시 그러했으니까.

만약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한들, 마탑주는 똑같이 그들의 세계를 멸망시키리라.


생각을 마친 마탑주는 죽음을 직감하고 두 눈을 감았다.

그의 말이 전부 맞다.

타인의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했다면, 자신의 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렇기에 그저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신들은 타인의 세계를 멸망시키려다 패배했고,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니.


이것으로 이 세계의 역사는 끝.

그의 죽음으로 이 세계는 그대로 멸망을 맞이할 터였다.


“...”


분명, 그러했어야 했다.


마탑주가 두 눈을 떴을 땐, 모든 것들이 멈춰있었다.

그에게 향하는 감시자의 검도, 다른 사람들을 죽이던 괴물들도, 비명을 지르던 사람들도 전부.


[당신의 세계는 멸망했습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공지.


‘이게 무슨..’


[탑이 당신에게 거래를 제안합니다.]

[거래를 승낙할 시, 당신의 세계는 탑에 귀속됩니다.]


‘가엾은 사람들은 무슨 죄란 말인가..’


계약 내용을 보며 마탑주는 생각했다.

탑을 공략하다 실패한 것은 오로지 자신과 같은 마법사들.

패배에 대한 대가는 자신들만 치르면 되거늘, 어찌 무고한 사람들마저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그의 눈동자엔 여전히 자신이 어떻게든 해줄 거라며 믿고 따르던 사람들의 눈동자가 선명했다.


“계약하겠다! 내 영혼을 팔아서라도 계약할 테니, 부디 이 무고한 사람들을 다시 살려다오!”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당신의 세계는 탑에 종속됩니다.]

[당신은 ‘심판자’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모든 능력치가 탑의 층수에 맞게 조정됩니다.]

[당신의 세계를 정복하고 탑에 오르려는 등반자들을 맞이하십시오.]


*


“대부님. 정신 차리세요.”


한참 ‘멸망한 세계의 흔적’을 읽으며 마탑주와 그들의 세계에 관한 것들을 엿보고 있을 때였다.


“아직 이 세계의 결말을 본 게 아니에요.”


* * *



[등반자, 백우현. 탑의 20층에 입장합니다.]

[칭호, ‘현자의 의지를 이어받은 자’에 의해, ‘현자의 의지’, 백예나가 소환됩니다.]


“어, 여긴..”


사람들과 함께 입장한 20층.

그러나 우리와 함께 왔어야 할 다른 헌터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나와 예나만 따로, 어느 동굴에 소환된 것이었다.


“내가 자네들만 따로 이곳으로 소환했다네.”


그리고 들려오는 어느 한 목소리.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으며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심판자.”


나는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아니, 마탑주.”


여기까지 오면서 모은 히든, ‘우리들의 멸망에 관하여’라는 일기장을 전부 읽어 본 참이니.


“20층에 도착한 것을 환영한다네, 등반자여. 나는 이 세계의 최후의 인류이자, 이 층을 관장하고 있는 심판자, 하데우스라고 하네.”


우리들이 지금까지 싸워온 심판자는 일기장에서 보았던, 이 세계를 멸망시켰던 심판자가 아닌 마탑주였다.

탑과 계약하는 것으로 이 세계를 탑에 종속시킨 장본인.


“너무 경계하지 말 거라, 안판테의 아이여. 내가 너희를 소환한 것은, 너희를 죽이고자 함이 아니다.”


여차하는 순간, 마법을 발현하려는 예나를 향해 그가 말했다.

동시에 우리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입 밖으로 꺼낸 ‘안판테’라는 사람은, 예나 친부의 본명이었으므로.


“.. 역시 알고 계셨습니까?”

“모르는 게 이상하지. 그 녀석의 기운이 저 아이에게서 짙게 느껴지거늘.”

“...”

“헌데 신기하구나. 너는 분명 존재해서는 안 되는 아이렷다.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만 하시지요.”


내가 그의 입을 막았다.


“그래, 미안하구나. 내가 실례했어.”


그는 자신의 실수를 자각했는지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희만 이곳으로 부른 이유가 뭡니까.”

“계약의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서지.”

“탑과 마탑주가 한 계약 말씀이십니까?”

“맞네. 이제 그 계약의 끝을 맞이할 때가 되었어.”


[‘멸망한 세계의 마탑주’가 ‘계약’을 소환합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궁-


그때였다.

알 수 없는 진동과 함께, 그의 뒤에 거대한 비석 하나가 솟은 것은.

마탑주가 천천히 비석 쪽으로 다가가, 그것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나와 탑의 계약 내용은 간단했네. 내가 이 층의 심판자가 되어, 탑을 오르려는 등반자를 대적하는 것. 그 대신 나는, 이 세계를 영원히 반복한다.”


멸망을 맞이한 세계의 최후의 인간은, 이 세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세계를 영원히 반복되는 시간의 굴레에 가두었다.

끊임없이 등반자를 맞이하고, 그들이 탑을 오르면 다시 되돌아가는.


“다만, 계약을 취소할 방법이 존재하지.”

“그게 뭡니까.”

“나와 다른 방식으로 탑을 공략하는 등반자를 맞이할 것.”


마탑주의 세계가 등반하는 방법은 ‘파괴’였다.

다른 이들의 세계를 무참히 짖밟고, 기어이 다음 층으로 등반하는.


“그러나 자네는 달랐지.”


그들의 등반 방식이 ‘파괴’였다면, 우리의 등반 방식은 ‘구원’.

우리는 여기까지 오르는 과정 속에서, 단 한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지 않았다.

그것이 이 세계의 주민이든, 헌터든.


“물론 계약을 취소하지 않아도 된다네. 다만, 나는 이제 이 세계에 끝을 고하고 싶구만.”


마탑주는 수백.. 아니, 어쩌면 수천, 수만 번을 반복하며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의 세계를 영원한 시간의 굴레에 가두는 것이 ‘구원’이 아님을.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파괴’임을.


“그대가 여기까지 올라온 방식 그대로, 이 세계 전체를 구원해주지 않겠나.”


[공지 : 20층의 임무가 변경됩니다.]


[20층 임무 – 멸망한 세계에 대한 구원]


임무 설명 : 멸망한 세계의 최후의 인간은 탑과의 계약을 통해 ‘심판자’가 되어 이 세계를 영원한 시간의 굴레에 가두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지쳤습니다. 그는 자신의 세계에 종말을 고할 구원자를 찾고 있습니다.


클리어 조건 : ‘최후의 인간’이자 ‘심판자’, 하데우스의 사망

실패 조건 : 등반자, ‘백우현’의 임무 포기.

제한 시간 : -


“대부님..”

“그래.”


임무는 간단했다.

그저 내 눈앞에 있는 노인을 죽이면 되었다.


심지어 노인은 우리를 적대하지 않는 상태.

해당 임무를 클리어하는 건 참으로 간단했다.


그러나


“탑, 듣고 있지?”


나는 그러한 결말 따위 바라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 그를 죽이는 순간, 단 한 명의 사망자 없이 클리어해 온 그 모든 노력이 전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니.


그리하여 나는


“나는 심판자를.. 마탑주를 죽이지 않겠다.”


내 말에 따라 동굴 전체에 침묵이 흘렀다.

마탑주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고, 예나는 내게 옅은 미소를 보내주었다.


이 세계의 구원의 형태는 결코 종말이여서는 안 됐다.


탑.

그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결코 그것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장비빨 헌터가 탑 공략을 너무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공지입니다 24.08.28 72 0 -
22 보고 싶었던 것 24.09.02 43 1 14쪽
21 멸망한 세계의 구원자 24.09.01 44 2 16쪽
» 종말 아닌 구원 +1 24.08.31 60 3 13쪽
19 구원의 형태 24.08.30 81 2 14쪽
18 외로운 이에 대한 위로 24.08.29 95 3 14쪽
17 날먹도 실력 +1 24.08.28 105 4 12쪽
16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24.08.27 110 4 13쪽
15 멸망한 세계 24.08.26 110 4 13쪽
14 24.08.25 120 4 12쪽
13 현자가 바랐던 세상 24.08.24 126 3 15쪽
12 세상을 바꾸는 망상 24.08.23 137 5 12쪽
11 밝고 아름다운 사람 24.08.22 149 5 13쪽
10 딸이 생겼습니다. 24.08.21 167 6 13쪽
9 영원한 세계의 현자와 사랑 24.08.20 157 6 14쪽
8 한국 헌터 협회 소속 헌터 24.08.19 166 6 13쪽
7 한국 헌터 협회 +1 24.08.18 175 6 11쪽
6 어느 현자의 일기장 24.08.17 181 6 13쪽
5 잡종들의 왕 24.08.16 186 6 12쪽
4 히든 공략 24.08.15 195 8 15쪽
3 특별한 상점에서 돈 쓰는 방법 24.08.14 207 8 15쪽
2 특별한 상점에서 돈 버는 법 +1 24.08.14 224 7 13쪽
1 특별한 상점이 생겼다 24.08.14 276 8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