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빨 헌터가 탑 공략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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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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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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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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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영원한 세계의 현자와 사랑

DUMMY

[등반자, 백우현. 탑의 1층에 입장합니다.]


탑에 들어오자마자 훅 풍겨오는 풀내음.

여전히 저기에선 고블린들이 께륵대고 있었다.


‘일단 빠르게 잡아주시고.’


이미 더한 놈들도 만나고 온 참이라 몸풀기조차 필요 없는 상대.

처음에는 저쪽에서 내게 달려들었지만, 이젠 상황이 역전됐다.

곧바로 땅을 박파고 저들에게 달려든 내 목검이, 순식간에 고블린들의 목을 베었으니.


[공지 : 임무 – 1층 공략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울려 퍼지는 공지 음.

또한 지금까지 와는 공지와는 다르게, 그 어떠한 다른 멘트도 없었다.


‘더 빨리 깬 것 같은데.’


역시나.

썩은 물의 말이 맞다.

최단 기록과 히든은 첫 등반 때 오직 한 번.

이미 공략한 층을 더 빠른 속도로 재공략해도, 기록을 재갱신할 수 없는 것이다.


‘뭐, 상관없나.’


어차피 이곳에 온 이유는 그것을 확인하려는 이유도, 기록을 재갱신하기 위함도 아니다.

나는 이곳에, 10층을 공략할 단서를 얻으러 왔으니 말이다.


“후우..”


깊은 심호흡을 한 뒤, 나는 바닥에 내가 가져온 것들을 꺼냈다.


하나는 ‘어느 현자의 일기장’, 그리고 다른 하나는 ‘혼을 담는 그릇.’


우선 ‘어느 현자의 일기장’을 한쪽에 내려놓고, 나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여 ‘혼을 담는 그릇’을 발동시켰다.


‘분명, 여기에 이계의 존재들을 담을 수 있다고 했지.’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이계의 존재를 담기 위해서.

다만, 그 이유는 비단 10층 히든으로부터 탈출 수단을 마련하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그러한 나의 의지에 반응하듯, 아이템은 곧바로 발동되기 시작했고


[아이템, ‘혼을 담는 그릇(에픽)’이 발동됩니다!]

[이계의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끼에에에에엑-


그에 따라, 이곳저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좀비들.. 아니, 이계의 존재들이 아이템에 반응하여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성큼성큼, 내 육체를 탐하기 위해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녀석들.


촤악-


그에 따라 나는, 오로지 살아있는 육체를 갖고 싶다는 본능에만 충실한 녀석들의 목을 베기 시작했다.


10층 히든의 탈출 수단으로 영혼을 수집하려고 했다면 그냥 아무 영혼만 담아가도 되었으나, 내 목적은 그게 아니었으니.


‘세레나.’


그녀의 이름이, 내가 찾고 있는 영혼의 이름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얼굴도 보이지 않고, 말도 통하지 않는 이들로부터 정확히 그녀를 찾아내는 건 불가능.


그러나 분명, 그녀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이계의 존재.

그들은 탑에서 목숨을 잃고, 탑을 떠돌며 살아있는 육체를 탐하고자 하는 욕망만이 남은 존재들이라고 했다.

그런데 만약, 나에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에 반응하는 존재가 있다면?


저기, 내가 두고 온 ‘어느 현자의 일기장’에 반응하는 존재.

분명 내가 아닌, 저기에 반응하는 영혼이 세레나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이는 도박이다.

이들은 본능밖에 남지 않은 존재이기에, 이미 옛저녁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잊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왠지, 분명 그녀라면 내가 아니라 저쪽에 반응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것이 내가 일기장에서 본, 현자가 내게 보여준 두 사람의 변하지 않는 감정이었으니까.


그러니 만약, 세레나가 이계의 존재가 되었어도 그 감정이 변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분명 내가 아니라 저 일기장에 반응할 것이다.


“흡..!”


그러나 그러한 나의 기대와는 달리, 저 일기장에 관심을 보이는 좀비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내 육체를 탐하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들 뿐.


- 살고 싶어..

- 죽고 싶지 않아..

- 이럴 줄 알았으면 탑에 오르지도 않았어..

- 내 잘못이 아니야..


그것들을 베어냄에 따라 들려오기 시작한 그들의 사념.

이는 이미 8층과 9층을 공략하며 수도 없이 들어왔거늘, 언제 들어도 적응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 살려줘..

- 이젠 그만..

- 누가 나를 좀 죽여줘..

- 아니.. 죽고 싶지 않아..


그렇게 얼마나 많은 수의 영혼들을 베었을까.

그들이 쏟아내는 사념에 점점 정신이 피폐 해져가며 세레나에 대한 것을 포기하려는 순간


- 보고싶어.


단 하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념이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그에 따라 그쪽으로 돌아가는 시선.

그리고 그곳에는 분명


“하..!”


단 한 사람.

일기장을 앞에 서서 그것에 손을 뻗기도, 건들여 보기도 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존재 하나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어이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로 이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탑이 생겼어도, 이계의 존재가 되었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사랑.

아무래도 두 사람의 사랑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거웠던 모양이다.


“비켜!”


세레나의 영혼을 확인한 나는, 곧장 나를 둘러싼 영혼들을 베어내며 그녀에게 나아갔다.


- 살고 싶어..

- 아직 못 다한 게 많은데..

- 당신이 그리워.

- 죽고 싶지 않아..


수많은 이계의 존재의 존재들이 내뿜는, 삶의 미련에 대한 사념.


- 아파.. 너무 아파..

- 내 팔 돌려줘..

- 같이 집에 돌아가고 싶어.

-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오직 단 하나.


-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한 사람을 그리워하는 가사가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영혼들을 베어가며 그녀에게 도착한 나는 곧바로 ‘혼을 담는 그릇’을 발동시켰고


[‘혼을 담는 그릇(에픽)’이 발동됩니다!]

[대상자 확인! 해당 존재를 그릇에 담습니다!]


“내가 데려다줄게.”


그대로 그녀의 혼을 그릇에 담은 채, 탑을 다시 집으로 귀환했다.



* * *



어느 현자의 일기장.

혼을 담는 그릇.

멈춰버린 시계태엽.


[등반자, 백우현. 탑 10층에 입장합니다.]


세 개의 아이템 중, 아직 사용하지 않은, 사용법조차 알 수 없는 마지막 아이템, 멈춰버린 시계태엽.

여전히 이 아이템의 사용법은 모르겠으나, 출처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똑같다.’


8층부터 10층까지, 탑의 내부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책장의 위치부터, 꽂혀있는 책들까지 전부.

혹시 몰라서 입장 지역 근처에 있는 책들을 조금 외워뒀는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단 한 순간도 위치의 변화가 없었다.


‘심지어 먼지조차 없어.’


이는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지금까지의 탑 공략은 어땠는가.

아무리 같은 테마를 공유하고 있을지라도, 지형 자체는 변해왔다.


대표적으로 언덕을 테마로 했던 4층부터 8층.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언덕을 오른 끝에, 이 탑에 도달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곳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리 그대로.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멈춰버린 시계태엽이라는 아이템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공지 : 10층 공략이 완료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최단시간으로 10층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공략 성공 시간은 6분 47초입니다.]

[보상으로 징표가 주어집니다!]


그렇게 10층의 몬스터들인 이계의 존재들을 베고 나니, 클리어 공지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중요한 건 지금부터.

나는 클리어 알림이 뜸과 동시에 곧바로 히든이 있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 아, 참. 몸은 괜찮소? 집에 오는 길에 임산부가 먹으면 좋다고 하는 것들을 사 왔는데.

- 마음만으로도 기쁘네요. 어디, 뭘 사 왔는지 볼까요?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두 젊은 부부가 있었다.


- 탑 입장.


탑을 공략하던 중, 남편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탑에 뛰어든 부인이 있었다.


- 죽는 게 아니야. 다른 사람이 네 몸을 잠시 빌리는 거야.


탑에서 허망하게 죽어버린 그녀를 살리기 위해, 금기에 손을 댄 남편이 있었다.


이계의 존재가 되어버린 부인과

멈춰버린 시간에 갇혀버린 남편.


그렇게 끊어져 버린 인연.


쿠구구구구구구-


책장에 꽂혀있던 한 권의 책을 뽑자, 숨겨있던 공간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나는, 그 끊어져 버린 인연을 다시 이어보고자 한다.


[10층 히든 스테이지에 입장하셨습니다.]

[해당 지역은 귀환 불가 지역입니다.]

[10층의 히든 보스, ‘영원한 세계의 현자’가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책.

방에는 여전히 수많은 책들이 꽂혀있었다.

그것들은 전부, 시간 마법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 내가 살던 세상에서 수많은 이들을 희생하며 방법을 찾았지만, 끝내 내 아내를 살릴 방법을 찾지 못했지.


그러한 방 한가운데에 있는 건, 이제는 폭삭 늙어버린 어느 한 노인.

흑마법이 시전자의 생명력을 담보로 발현되는 만큼, 이제는 그에게서 일기장에서 보았던 젊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 이미 꺼진 불꽃은 다시 되살릴 수 없는 법.

- 그리하여 나는 다시 탑에 올랐다네.

- 꺼진 불꽃을 다시 되살릴 수 없다면, 그 이전으로 시간을 돌려버리면 되니까.

- 그러나 나는 실패했고, 이곳에 묶여 있다네.


나는 묵묵히 노인의 말을 들어주었다.

만약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왔다면 영문 모를 소리였겠으나, 나는 그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인연이 끊어진 지도 어느덧 수십 년.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의 시간만은 전혀 흐르지 않았다.


- 그대는 시간을 돌릴 수 있는가?


아니, 흘러선 안 됐다.


말을 마친 노인에게서 흉흉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예. 당신의 시간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아이템, ‘혼이 담긴 그릇(에픽)’이 발동됩니다!]


아이템이 발동됨에 따라, 그릇 안에 있던 이계의 존재 하나가 튀어나왔다.

이윽고 점차 자신만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는 그것.


나는 이를 악물었다.

솔직히 말하면 도박.

저것이 그가 찾던 세레나가 아닐 수도 있다.


- .. 이게..


이윽고 완전히 제 형태를 갖춘 이계의 존재.

그러나 여전히 내 눈에는 여전히 좀비와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


- 세레나?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변했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 세레나! 정말 당신이오?


사랑.

내 눈에는 그저 좀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저것을 본 노인의 눈에 이체가 서리기 시작했다.


- 맞구나.. 맞아..

- 어찌하여.. 어찌하여 탑에 오른 것이오..


노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이계의 존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


있는 힘껏, 노인을 꼭 끌어안을 뿐이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육체를 탐하고자 했던 이계의 존재들의 본능과는 달랐다.


- .. 맞소. 내 잘못이오.


그리곤 두 사람의 회포가 시작됐다.


- 그대의 말이 전부 맞소.. 나는 넘어선 안 되는 선을 넘어버렸소..


나는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 너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희생시켰소..


여전히 말 없는 이계의 존재는 노인이 사과할 때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세레나가 노인을 질책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나는 두 사람이 회포를 나누는 동안 조심스레 움직이는 것으로 노인에게로 향했다.

노인에게 향하는 길에는 여전히 수많은 책들이 있었고, 그 사이에는 이곳에서 희생된 수많은 이계의 존재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멈춰버린 시계태엽(에픽)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짹깍-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 내 이기적인 욕심 때문에..

- 죄 없이 희생된 수많은 목숨들..


먼지가 조금씩 내려앉았다.


- 정말 큰 죄를 지었어..


어느새 그의 앞에 도달한 내 발걸음이 멈춰있었다.

그곳에는 한 여인의 품에 안겨 흐느끼고 있는 노인이 있었다.


“...”


이곳에서 희생된 수많은 존재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나는 그의 목에 검을 들이 밀었다.


- .. 내 죄는 죽음으로도 갚을 수 없겠지.


어느새 그녀에게서 떨어진 노인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 그대에게 너무나도 큰 빚을 졌구나.


노인은 고개조차 들지 못한 채 바닥에 떨구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조금씩이지만 천천히 고개를 드는 것으로 나를 바라본다.


- 내 전부. 내 전부를 그대에게 전하겠네.


[한 자리에 모인 4개의 징표와 3개의 아이템, 하나의 혼이 반응합니다.]


- 부디, 이것으로 나와 같은 삶을 살아가지 않게 해주게.


[4개의 징표와 3개의 아이템, 그리고 하나의 혼이 결합하여 하나의 아이템을 완성합니다!]


나에게 자신의 전부를 넘긴 그의 몸을, 이계의 존재들이 달려들어 뜯기 시작했다.


[아이템, 현자의 정수(전설)가 완성되었습니다!]


서서히 이계의 존재들에게 몸을 뜯겨 노인의 형체가 사라져가는 가운데, 오직 한 존재만이 나를 오롯이 바라보고 있었다.


세레나.

분명 이것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저 존재의 이름일 것이다.


- 감사합니다.


이윽고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 그녀는 나를 보며 웃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내가 받은 아이템에 손을 올리는 그녀.


[아이템, 현자의 정수(전설)가 아이템, ‘현자와 여인의 정수(전설)로 바뀝니다!]


이윽고 그녀를 시작으로, 우리의 주변에 가득 차 있던 이계의 존재들이 하나 씩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계의 존재는 살아있는 육체를 탐하는 본능만이 남은 존재.

그러나 이들에겐, 그러한 본능보다도 더 간절히 바라는 게 있었다.

그것들을 전부 이룬 이상, 더는 이곳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


그렇게 모두가 전부 사라진 그곳에, 나와 두 사람의 정수가 담긴 아이템만이 있을 뿐이었다.


[공지 : 탑 10층에 대한 히든 임무가 클리어되었습니다! 특별한 보상이 지급됩니다.]


탑의 그 누구도 공략하지 못한, 10층 히든, 갈라져 버린 인연.


[히든 클리어에 대한 보상으로, ‘어느 현자의 시계태엽(전설)’이 지급됩니다!]

[히든 클리어에 대한 보상으로, ‘현자와 여인의 정수(전설)’이 지급됩니다!]


[칭호, ‘현자의 의지를 이어받은 자’를 획득하셨습니다! 탑의 모든 이들이 당신의 명성을 듣게 됩니다!]

[등반자 백우현의 서사, ‘갈라진 인연을 다시 이은 이야기’가 탑에 기록됩니다!]


이날, 나의 첫 서사가 탑에 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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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어느 현자의 일기장 24.08.17 180 6 13쪽
5 잡종들의 왕 24.08.16 185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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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특별한 상점에서 돈 버는 법 +1 24.08.14 223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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