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빨 헌터가 탑 공략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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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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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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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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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딸이 생겼습니다.

DUMMY

[이세계 상점 공지 : 탑의 히든, 10층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공략자는 황금 고블린님입니다!]


검은 하늘의 본좌도, 혹독한 설원의 장인도, 만세의 도서관장도.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최초의 업적.

내가 애용하는 이세계 상점 역시, 나의 그러한 업적을 공지로써 축하해 주었다.


‘이거, 이런 공지도 해 주는 거였어?’


공지를 보자마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상점에서 저런 식으로 대문짝만하게 공지를 띄운 것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 만세의 도서관장 : 황금 고블린님! 이게 대체 무슨 공지인가요?!?!

- 검은 하늘의 본좌 : 아헤야. 내가 방금 이상한 전보를 들었다만..

- 혹독한 설원의 장인 : 자네, 히든을 공략할 때 내가 만들어준 방어구 착용했겠지?

- 튜토리얼의 고인물 : 저는 황금 고블린님이 해내실 줄 알았습니다! 제게 10층 히든에 대한 공략법을 파실 생각 없으십니까?


이미 상점의 메시지는 포화 상태.


‘설마, 현실 공지도 뜨는 건 아니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익명 커뮤니티도 이리 난리가 났는데, 현실은 어떠할까.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H마켓에 접속해 보았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니, 곧바로 넘어가지는 창.

아무래도 한국 헌터 협회에서 나의 가입을 승인해 놓은 모양이다.


‘족히 1달은 걸린다고 들었는데.’


뭐, 이게 다 우리나라가 빨리빨리 민족이니 그럴 수 있는 거 아니겠나.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아무래도 내 상상이 현실이 된 모양이었다.


⎿ 떴다! 히든 10층 공략!

⎿ 와, 씨. 이게 되네?

⎿ 솔직히 10층 최단기록 공지 이후, 히든 공략 공지 안 떠서 실패했다고 생각한 사람 개추. 일단 나부터.

⎿ 개추

⎿2222


불타고 있는 커뮤니티 창.

그리고 곧바로 그들은 인터넷 기사들을 퍼다 나르기 시작했다.


[10층. 이번에도 최단기록, 히든 클리어.]

[미국 헌터 협회, 탑 10층 히든 공략에 대해 묵묵부답.]

[1층부터 10층까지 최단기록, 그리고 히든을 클리어 한 사람은 누구?]


⎿ 뭐야, 미국이 몰래 키운 비밀 병기 아니었음?

⎿ 중국 쪽도 아닌 듯. 지들이 공략한 것처럼 빙빙 돌려 말하다가 반박 불가 질문 들어오니까 도망 가드라.


나에 대해 추측하는 수많은 게시물들과 댓글들.


⎿ 아무튼 확실한 건, 그 사람은 국가권력급 스킬을 가졌단 거임.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 미국 헌터들 전부 박살 낼 수 있음.

⎿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 차라리 그 사람이 한국인이라는 말을 더 믿겠다.

⎿ 그건 진짜 아님.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커뮤니티를 껐다.


‘공지가, 지구의 헌터들에게도 뜨고 있다.’


이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세계 상점의 공지에 올라온 것처럼, 지구의 헌터들에게도 해당 공지들이 뜬 모양.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건


‘기분은 좋네.’


나에 대해 추측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사람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은 어느새 내 행보에 주목하고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분 좋았다.


뭐, 그건 그거고.

집에 돌아왔으니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아이템.’


이번 10층 히든 공략으로 얻은 아이템들.

이 아이템들이 어떤 기능과 효과를 가졌는지 봐야지 않겠는가.


‘우선은..’


가장 먼저 꺼넨 아이템은 [어느 현자의 시계태엽]이라는 아이템이었다.

무려 전설 등급의 아이템!

아무래도 [멈춰버린 시계태엽]의 진화 형태인 듯 했다.


[어아템 정보]


이름 : 어느 현자의 시계태엽

등급 : 전설

유형 : 보조무기(장신구)

설명 : 어느 현자가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만든 아이템입니다. 현자는 수많은 희생 끝에 시간을 돌리는 방법을 찾아냈으나, 그중 일부의 힘 밖에 재현할 수 없었습니다. 한 계층당 1번, 계층 공략 전으로 시간을 돌릴 수 있습니다.


‘와.. 씨.’


아이템 정보를 보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한 마디로 정리 하자면, 공략하기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뜻 아닌가.

이는 분명 내 안전에, 공략에 큰 도움을 줄 게 분명했다.

여차하는 순간이 오면, 시간을 돌려버리면 되니까.


‘탑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앞으로 11층부터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탑을 공략하게 될 텐데, 이런 든든한 한 방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예를 들면, 탑 내부에서의 헌터들 간에 싸움이라든가.


‘다음은..’


이렇게 두 개의 아이템 중 하나가 엄청난 성능을 자랑한다면, 이 다음 아이템에 자연스럽게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나는 곧바로 다음 아이템을 꺼냈고


[아이템 정보]


이름 : 현자와 여인의 정수

등급 : 전설

유형 : ???

설명 : 어느 현자와 여인이 자신들의 인연을 다시 이어준 감사의 표시로 전한 그들의 전부입니다. 현재, 아이템의 상당 부분이 잠겨 있습니다.


‘흠..’


기대했던 것 이하의 아이템이 나오자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냥 커다란 알처럼 생겼는데, 이걸 어디에 쓰는지 도통 모르겠다.

분명 현자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만큼 대단한 물건일 텐데 말이다.


뭐, 그래도 언젠가 쓸 일이 있을 테다.

우선은 내 침대 위에 잘 모셔두고, 나는 이세계 상점에 접속했다.


‘.. 대단한 업적이긴 한가 보네.’


상점의 메시지 창에는 나와 조금이라도 교류가 있었던 사람들의 메시지로 가득 차 있었다.

우선 그들에게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마지막으로 검은 하늘의 본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 상점에서, 내게 가장 처음으로 많은 도움을 준 사람.


- 검은 하늘의 본좌 : 그래, 아헤야. 분명 탑의 히든을 클리어 한 건 대단한 성과구나. 많은 아헤들이 그곳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들었다만.

- 황금 고블린 : 본좌님 덕분이죠. 운도 좋았습니다.

- 검은 하늘의 본좌 : 겸손은 분명 미덕이지. 내가 선물로 준 목검이 네 수련에 도움에 되었다니 기쁘구나.

- 황금 고블린 : 감사합니다. 본좌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탑을 오를 생각도 못 했을 거예요

- 검은 하늘의 본좌 : 겸손은 분명 미덕이지만, 과하면 기만이 된단다. 너는 네가 한 업적을 조금 자랑스럽게 여겨도 될 듯 하구나.


자랑스럽다라.

그럼에도 내가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건,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크나큰 불행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마치 내가 이어준 두 인연처럼.

어쩌면 내가 탑 공략에 대해 보상을 받고 좋아하고 있는 와중에도, 어느 세계에선 탑끔찍한 재앙과 다름없을 것이기에.


- 검은 하늘의 본좌 : 헌데, 아헤야. 네 기분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구나.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가 그러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 황금 고블린 : 어떻게 아셨어요?

- 검은 하늘의 본좌 : 본좌는 모르는 게 없느니라. 네 속옷 색깔도 맞춰볼까?


순간 뭔가 감시 당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행히 나를 감시하는 장치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 황금 고블린 : .. 그냥, 뭔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 검은 하늘의 본좌 : 무엇이 말이더냐.

- 황금 고블린 :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탑 때문에 고통받고 있을 거잖아요.


내 메시지를 받은 본좌는 한동안 답장을 보내오지 않았다.

그는 내 메시지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 같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러나, 이윽고 돌아온 그의 답변은 그러한 내용이 아니었다.


- 검은 하늘의 본좌 : 탑 때문에 고통받지 아니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으랴.

- 검은 하늘의 본좌 : 너의 업적은 자랑스러워하되, 고통받는 그들을 잊지 아니한다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니겠느냐.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그의 메시지.

그 함축된 의미를 그에게 묻고자 했으나, 왠지 그래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내 그만두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관장으로부터 폭풍 메시지가 오기 시작한 것은.


- 만세의 도서관장 : 황금 고블린님! 정말 대단합니다! 아직 하나의 서사 밖에 완성되지 않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황금 고블린님의 서사를 보고 싶어 합니다!

- 황금 고블린 : 제 서사요?


그러고 보니, 10층 히든 공략을 성공했을 때 그러한 문구를 본 기억이 있다.


[등반자 백우현의 서사, ‘갈라진 인연을 다시 이은 이야기’가 탑에 기록됩니다!]


이 탑에 기록된 나의 첫 번째 이야기.


- 만세의 도서관장 : 아! 서사에 대해 잘 모르시는군요! 서사란, 말 그대로 이야기! 우리가 탑을 오르며 써 내려가는 이야기입니다!

- 황금 고블린 : 정확히 그 이야기라는 게 뭐죠?

- 만세의 도서관장 : 이야기는 존재 그 자체입니다! 가령, 수백 년 동안 오로지 검으로만 탑을 오른 등반자가 있다고 칩시다!

- 황금 고블린 : 예.

- 만세의 도서관장 :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 그 인물이 뒤에서 화염구를 쏘아대면 어떻겠습니까? 말이 안 되지요?


확실히.

근육질의 전사가 갑자기 후열에 서서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은 상상이 안 가긴 했다.


- 만세의 도서관장 : 그런데 만약에, 해당 인물이 저명한 대마법사를 만나서 마법을 배우는 이야기가 추가되면 어떻습니까? 말이 되지요?

- 만세의 도서관장 : 서사란 그런 겁니다! 존재 그 자체!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증명할 수 있는 힘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군요!


그러니까,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 황금 고블린 : 서사를 쌓으면 쌓을수록,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죠?

- 만세의 도서관장 : 맞습니다! 당신의 강함을, 서사들이 증명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내가 10층을 공략할 수 있었던 것도


- 황금 고블린 : 감사합니다. 관장님 덕분에 10층을 공략할 수 있었어요.


내가 이들과 맺은 관계가,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 만세의 도서관장 : 과찬이십니다! 제가 한 게 뭐가 있단 말입니까!


어느 젊은 부부의 불행한 이야기가


- 만세의 도서관장 :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만세의 도서관에 기록된 황금 고블린의 서사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검은 하늘의 본좌 : 그래서? 이제는 그대의 이야기가 자랑스러워졌는가?

- 혹독한 설원의 장인 : 이놈아, 뭘 감사까지 하냐? 내 장비면 당연히 그 정도는 거뜬하지.

- 튜토리얼의 썩은 물 : 감사는 됐습니다. 그보다, 10층 히든에 대한 정보를 좀 팔아주시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었다.


이들과 함께 쌓아 올린 나의 이야기.


‘나쁘지 않네.’


이야기에서 이야기로.

누군가의 이야기가 나를 통해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건,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될 일이었다.


그리하여, 본좌의 말처럼 그들의 고통을 잊지 않고


- 황금 고블린 : 예, 관장님. 공개해주세요. 다만, 코인 받는 건 잊지 마시고요.

- 황금 고블린 : 본좌님의 말이 맞습니다. 제 업적이 자랑스럽습니다.

- 황금 고블린 : 나중에 제 서사 보시면, 장인님의 방어구가 얼마나 대단한 역할을 했는지 아실거에요.

- 황금 고블린 : 제게 히든 정보를 사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제 서사를 공개한 참이거든요.


지금 이 순간을, 우리가 쌓은 이야기를 자랑스러워하기로 했다.


번쩍-


그리고 그때였다.

내 옆에 두었던, [현자와 여인의 정수]가 빛을 뿜기 시작한 것은.


쩌저저저저적-


이윽고 갈라지기 시작한 정수.

그것은 내가 손을 쓰기도 전에 계속해서 갈라지기 시작했고


‘뭐.. 뭐야..!’


이내 방안을 가득 메운 빛이 점점 사라지더니, 하나의 형체를 완성했다.


“.. 어?”


이윽고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었다.

작은 체구에, 이국적이게 생긴 소녀.

어림잡아, 한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


‘갑자기 웬 아이가..’


그렇게 잠시 이 상황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버지?”


소녀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 아니네. 대부님이네.”


그리곤 열리는 아이템 정보


[아이템 정보]


이름 : -

등급 : 전설

유형 : 분류 불가

설명 : 현자와 여인이 자신들의 인연을 이어준 사내에게 남긴 전부(딸)입니다. 현자의 모든 지식을 갖고 있는 존재입니다.


“...”


아이템 정보를 보며 나는 두 눈을 꿈뻑일 수 밖에 없었다.


분명 두 사람에게 아이가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는 이미 일기장을 통해 보았으니까.


그러다 불현듯 떠오른, 현자의 마지막 말.


- 내 전부. 내 전부를 그대에게 전하겠네.


아니, 전부를 전하겠다고 해서 무슨 지식이나 스킬 같은 걸 내게 준다는 말인 줄 알았지, 이렇게 딸을 떠넘기는 거였냐고!


“대부님?”


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그러한 호칭으로 나를 불렀다.


착각이 아니다.

저 아이는 확실히 나를 대부라고 부르는 것으로, 후견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아무래도 나와 두 사람과 있었던 일들을 전부 알고 있는 모양.


일단은 나를 멀뚱멀뚱 바라보는 저 아이에게 뭔가 말을 해 줘야 했고

그리하여 27살의 젊은 청년이자 총각인, 나 백우현은


“어어.. 그래.. 반갑다.. 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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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보고 싶었던 것 24.09.02 42 1 14쪽
21 멸망한 세계의 구원자 24.09.01 43 2 16쪽
20 종말 아닌 구원 +1 24.08.31 59 3 13쪽
19 구원의 형태 24.08.30 80 2 14쪽
18 외로운 이에 대한 위로 24.08.29 94 3 14쪽
17 날먹도 실력 +1 24.08.28 104 4 12쪽
16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24.08.27 109 4 13쪽
15 멸망한 세계 24.08.26 109 4 13쪽
14 24.08.25 120 4 12쪽
13 현자가 바랐던 세상 24.08.24 125 3 15쪽
12 세상을 바꾸는 망상 24.08.23 136 5 12쪽
11 밝고 아름다운 사람 24.08.22 149 5 13쪽
» 딸이 생겼습니다. 24.08.21 167 6 13쪽
9 영원한 세계의 현자와 사랑 24.08.20 157 6 14쪽
8 한국 헌터 협회 소속 헌터 24.08.19 166 6 13쪽
7 한국 헌터 협회 +1 24.08.18 174 6 11쪽
6 어느 현자의 일기장 24.08.17 180 6 13쪽
5 잡종들의 왕 24.08.16 186 6 12쪽
4 히든 공략 24.08.15 194 8 15쪽
3 특별한 상점에서 돈 쓰는 방법 24.08.14 206 8 15쪽
2 특별한 상점에서 돈 버는 법 +1 24.08.14 223 7 13쪽
1 특별한 상점이 생겼다 24.08.14 274 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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