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천재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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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소년
작품등록일 :
2024.08.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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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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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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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화. 그 인터넷이라는 거 나도 좀...

DUMMY

말도 안 될 만큼 긴 시간을 야구장에서 보내다보면 기억하지 않아도 될 것들까지 자꾸 머리에 쌓이게 마련이다. 그간 상대해온 선수들의 특성과 버릇, 습관, 하다못해 자질구레한 사생활들까지 말이다.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이다. 이런 건 잘도 기억나는데 왜 세계사나 지리 같은 암기과목은 머리에 남지 않는 걸까. 그것만 아니었다면 최승우 저놈하고 같이 묶여 특별반 수업 같은 건 안 들었어도...


어쨌든,


지금 강유찬에게 필요한 건 자신감이다. 지금 저 녀석이 가진 공으로 진산고 타자들을 압도하는 건 무리다. 저놈의 재능이 싹틔우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의 단련이 요하다.


하지만 녀석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타자를 잡아내는 경험을 쌓게 해줘야 한다.


결국 방법은 이것뿐이라는 결론이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


“아영이랑은 잘 만나고 계시죠?”


“......”


“어? 설마 헤어진 건 아니죠? 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


“...시발, 너 뭐야? 니가 아영이를 어떻게 알아?”


사실 별 것도 아니다.


프로 입단이 거의 확실시되는 고교 유망주가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 살았던 아이돌 연습생과 여전히 톡을 주고받으며 썸을 타고 있는 것 정도는 외부에 알려져 봤자 흔한 가십거리조차 못 된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떨어지는 낙엽조차 조심 중인 당사자에게는 심장이 철렁 떨어지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얼굴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핏덩이들을 상대로 이게 뭐하는 짓인가 현타가 오려 했지만,


어쩔 수 없다. 당장은 내 핏덩이부터 살려야 하니까.


“조심하세요. 기자들이 냄새 맡은 거 같더라고요.”


“...!”


날 보는 진산고 유격수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온 것처럼 흔들거린다.


녀석의 심장이 부산 앞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활어처럼 펄떡거린다. 그 소리가 나한테까지 들릴 정도다.


뒤쪽을 흘끔 돌아보았다. 예상대로 주심은 우리 둘 간의 대화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만약 오늘 주심이 이 사람이 아니라, 학생다운 규율과 질서를 중시하는 꼰대였다면 이 작전은 써먹지 못했을 것이다.


혼란에 빠진 타자, 선수들 간에 오가는 대화를 신경 쓰지 않는 심판, 눈이 반쯤 풀린 채 내 손끝만 쳐다보고 있는 강유찬,


우리 팀의 승리 확률이 조금이나마 올라갔다.


‘한가운데 커터’


끄덕


“흠, 아영이네 소속에서도 대충 눈치 챈 거 같은데 그러다 데뷔에 영향 주고 그러는 건 아니겠죠?”


“...!”


타자가 몸을 부르르 떠는 순간, 강유찬이 던진 130km/h 커터가 존 한복판으로 말려 들어왔다. 이 타자가 평상시 상태였다면 놓칠 리 없는 공이었다.


하지만,


부웅


“스윙!”


“......”


심리전에 한 번 휘말리기 시작하면 닳고 닳은 프로선수도 허둥대기 마련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트래시 토크 잘하기로 유명한 포수들의 몸값이 괜히 비싼 게 아니다.


그 많은 회귀를 겪으며 감정이 거의 다 사라져버린 나조차도 트래시 토크를 시도하는 상대 포수와 멱살잡이를 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한 번 귀에 거슬리기 시작하면 계속 신경을 건드린다.


뻐엉


“스트라이크!”


“......”


프로선수들도 그런 마당에 이제 스물도 안 된 애송이들이 100년 넘게 숙련된 내 트래시 토크를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타자의 배트가 허공을 가르고, 강유찬의 어깨가 점점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딱!


- 네, 힘없이 1루로 굴러가는 공, 박정진 선수가 잡아서 베이스를 밟습니다. 아웃! 아, 최 위원님. 오늘 강유찬 선수 컨디션이 아주 좋은데요? 강호 진산고의 1, 2번 타자를 깔끔하게 잡아냈습니다


- 음, 제가 보기에는 진산고 타자들의 컨디션이... 네, 일단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죠


“와아아아아아-! 강유찬! 강유찬! 강유찬!”


“청진고 파이티이이이잉!”


됐다.


일단 아웃카운트 두 개는 벌었다. 바닥까지 떨어졌던 강유찬의 자신감이 +30 정도는 오른 것 같다.


하지만 진짜는 이제부터다.


<3번 타자 포수 양준성>


진산고의 주전포수이며 가장 강한 타자, 그리고 주장, 한 마디로 말해 저 학교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거대한 체구의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여, 백호라고 했지? 네가 그렇게 야구를 잘 한다며? 잘 부탁한다.”


“......”


이놈에게는 트래시 토크가 아무 소용이 없다.


나중에 부산 타이탄스 주전포수가 되어 KBO 10개 구단 모든 선수들과 친목 질을 하게 될 알아주는 술주정뱅이, 아니, 호인이 바로 양준성이다. 야구선수라기보다는 시골마을 이장 자리가 더 어울리는 인간이다.


트래시 토크? 아마 내가 말을 걸어주면 재미있는 후배가 나왔다고 껄껄 웃어댈 게 뻔하다. 물리 면역이다. 딜 자체가 안 들어간다.


‘일단 몸 쪽 하이패스트볼, 최대한 강하게’


끄덕


그런 이유로 이번 타자와는 순수하게 실력으로만 승부해야 한다.


양준성, 몸 쪽 공을 잡아당겨 담장 밖으로 날려버릴 능력을 가진 장타자, 그렇기에 초구는 더더욱 몸 쪽 공이다. 대신 바싹 붙여서.


뻐엉


“볼.”


“휘유, 하마터면 맞을 뻔했네. 실투지?”


“아뇨, 쟤가 야구 복귀한지 얼마 안 돼서 제구가 왔다 갔다 합니다. 최대한 조심시키겠지만, 혹시 몸에 맞더라도 오해는 말아주세요.”


“그래? 뭐 그런 거면 어쩔 수 없지. 괜찮아, 마음껏 던져보라고 해.”


역시나,


말로는 안 된다.


‘바깥쪽 커터, 구속이 낮아도 좋으니 최대한 존에 걸치게’


끄덕


몸 쪽 하이패스트볼로 살짝이나마 뒤로 물러나게 했으니 다음에는 바깥쪽 낮은 코스에 걸리는 커터다. 강유찬의 팔이 힘차게 회전하며, 내가 요구한 코스로 공을 뿌렸다.


하지만,


뻐엉


“볼.”


“아깝네. 많이 빠졌어.”


“......”


이번 대회가 끝나면 강유찬의 투구 밸런스에 대한 세부 조정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열다섯 투수가 제구가 흔들리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구속을 포기하고 던진 공이 이렇게나 많이 빠지는 건 확실히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미래에 호랑이 유니폼을 입고 어깨가 빠질 때가지 공을 던져야 할 놈이니 지금부터 잘 돌봐줘야 한다.


어쨌든,


투 볼 노 스트라이크, 일발장타력을 갖춘 타자를 상대로 궁지에 몰렸다.


확실하게 카운트 하나를 잡고 갈까, 아니, 양준성 이놈은 공이 눈에 들어오면 볼 카운트 상관없이 바로 배트가 나오는 놈이다.


그럼 차라리 걸러?


다음 타자인 박정후는 장타력은 조금 부족해도 컨택 하나는 확실한 놈이다. 회귀 초반에 그놈과 타격왕을 놓고 경쟁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흠.”


“왜, 투수가 말을 안 들어? 아니면 내가 너무 잘 해서 던질 데가 없나? 하하.”


예비 술주정뱅이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뾰족한 해답 같은 건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선취점을 내줄 경우 마운드 위 저 애송이의 멘탈이 와르르 무너질 거라는 거다.


이럴 때는 수비진을 믿고 승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


‘일단 카운트부터 하나 잡자. 한가운데 포심’


끄덕


아직까지 집중모드가 유지되고 있는 강유찬이 내 사인이 나가기 무섭게 곧바로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작은 체구임에도 탄력이 넘치는 녀석의 몸에서 137km/h 포심이 발사되었다.


하지만,


따아악!


- 쳤습니다! 중견수 쪽으로 날아가는 공! 최승우 선수가 전력을 다해 펜스 쪽으로 질주합니다! 넘어갈 것인가! 아니면 잡힐 것인가!


양준성의 벼락같은 스윙이 강유찬의 공을 정확하게 받아쳤다. 그라운드 정중앙을 향해 날아가는 타구, 이제 믿을 건 최승우의 수비능력과 안양천에서 불어오는 역풍뿐이다.


과연 하늘은 강유찬을, 아니, 우리를 도울 것인가.




- 아웃! 아웃! 네! 아깝네요! 넘어갈 것 같던 타구가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힙니다! 아, 진산고로서는 그라운드 쪽으로 불어오는 역풍이 너무 야속할 것 같습니다. 홈런이 되었어야 할 타구가 중견수 글러브에 걸려들고 맙니다!


흠,


아무래도 하늘이 이 승부를 조금 더 지켜보고 싶은 모양이다.


아쉬워하는 양준성을 뒤로 하고 강유찬에게 손짓했다.


“이닝 끝났으면 후딱 후딱 움직여라. 괜히 마운드에서 폼 잡지 말고.”


“...그냥 못 본 척 좀 해주면 안 되냐?”


**


- 오늘 청진고의 라인업은 여러모로 파격적입니다. 지난 주말리그 전반기에서 4개의 홈런을 때려냈던 백호 선수가 오늘은 1번 타자로 나섭니다. 위원님,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 네, 이건 그러니까 지난 경기에서 백호 선수에게 쏟아졌던 고의사구를 방지하기 위한 그런 전략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광수 감독의 생각은 그런 거죠. 1회부터 무사에 주자를 내고 시작할 자신 있는가? 그럼 어디 한 번 해봐라


“형님.”


“왜.”


“솔직히 말씀해보세요. 백호 1번에 놓은 거 형님 작품 아니죠?”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딱 봐도 형님 스타일이 아닌데요, 뭐.”


“쯧, 귀신같은 놈. 맞아, 백호 저 녀석이 자처한 거야. 1번으로 내보내달라고.”


지금까지 청진고의 득점루트는 그랬다. 앞선 타자들이 어떻게든 루상에 출루하면 백호가 해결하거나, 혹은 백호와 박정진의 장타로 한 번에 점수를 내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것마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상대 투수인 장태준의 최고구속은 150km/h에 살짝 못 치지만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좌완 투수다. 당장 프로에 가도 통할만한 완성도 높은 선수다.


그런 투수가 마운드에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청진고의 선발은 백호가 아닌 강유찬이다. 밸런스가 안 맞는다.


결론은 하나다.


어떻게든 선취점을 올려 경기를 타격전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 감독실을 찾아온 백호는 리드오프 역할을 자처했고, 서광수는 도박을 건다는 심정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최 코치야.”


“네, 형님.”


“너한테만 하는 말인데,”


“네.”


“우리가 백호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백호가 우리를 이끌고 있다는 생각 안 드냐?”


“그걸 이제 아셨수?”


“쯧, 예전에는 말이야. 천재 같은 건 안 믿었거든. 아무리 대단한 타자도 4할은 못 치고, 어떤 위대한 투수도 0점대 방어율에 20승은 못하잖아. 운동에서 천재성은 존재하지만 결국은 노력으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죠.”


“그래, 아니야. 세상에는 정말 천재가 존재했어. 우리가 아직 못 봤던 것뿐이지.”


청진고 감독과 코치가 대화를 주고받던 그때, 그라운드에서는 진산고 포수의 머리가 맹렬히 회전하고 있었다.


‘흠, 무서운 놈일세’


백호가 상대팀 타자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경기를 이끌고 있듯 진산고 포수 양준성 역시 청진고 선수들에 대한 전략을 구상해놓았다.


기본적으로 저 팀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백호다.


올 시즌 주말리그와 봉황대기를 거치며 여덟 경기 동안 7할 가까운 타율과 다섯 개의 홈런을 때려낸 백호는 누가 뭐래도 이번 대회 가장 조심해야 할 타자 중 하나다.


물론 저 팀에 백호만 있는 건 아니다.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가끔 뜬금포를 날리는 박정진도 있고, 최승우나 정우진 같은 타자들도 있다.


그럼에도 청진고를 상대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백호 앞에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다. 만약 위험한 상황에 백호가 등장하면 무조건 거른다.


그거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1번 타자 포수 백호>


중심타선에 설 거라 예상했던 녀석이 1번으로 나오며 준비해놓았던 모든 작전이 흐트러졌다.


선취점이 중요한 경기다. 무사에 주자 1루를 만들어주는 건 여러모로 위험하다. 심지어 저 녀석은 주말리그에서 홈스틸까지 성공시키며 자신에게 도루 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지 않았는가.


양준성이 덕아웃을 바라보았다. 사인은 나오지 않았다. 포수의 판단에 맡긴다는 뜻이다. 진산고 역사상 이 정도 권한을 부여받은 포수는 그리 많지 않다. 양준성이 감독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인 후 투수에게 사인을 보냈다.


‘볼이 되도 좋으니 최대한 존에 걸쳐서’


끄덕


볼넷으로 내보낼 거면 차라리 자동고의사구가 낫다. 에이스의 투구 수를 아끼려면 그게 훨씬 효율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놈을 그냥 1루로 내보내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렇다고 승부를 걸자니 한 방이 무섭다. 이럴 때 포수와 투수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이다.


최대한 어렵게, 최악의 경우 볼넷을 내준다는 각오로 범타를 유도하기 위한 피칭.


제구력과 변화구 완성도에 있어서만큼은 전국 3학년 투수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장태준의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이 백호를 유혹했다.


하지만,


파앙


“볼.”


- 이야! 이걸 골라내네요!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완벽했던 커브,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었어도 무방할 만큼 좋은 공을 백호 선수가 골라냅니다!


처음 백호가 야구를 시작했을 때 가장 고생했던 게 바로 이 선구안이었다.


야구선수에게 필요한 여러 능력 중 선구안은 참으로 골 아픈 녀석이다. 공이 존안으로 들어오는지 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이 능력은 동체시력과 판단력, 선수 각자의 감각, 거기에 수많은 경험이 더해지며 완성된다.


백호는 이 선구안을 타고나지 못했다. 광주 타이거즈의 3루수로 활동하던 회귀 초반, 타율과 장타력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건 이 선구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무한한 시간이 그 재능의 한계를 부숴버렸다. 120년 동안 투수가 던지는 공을 지켜본 그는 ABS 시스템보다도 정확한 선구안을 갖게 되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마지막 해에는 백호가 볼이라 판단해 골라낸 공을 ABS가 스트라이크로 판정하는 바람에 해당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이슈가 불거졌을 정도다.


그런 백호의 선구안이 존 밖으로 빠져나가는 공을 귀신같이 골라냈다.


파앙


“볼! 볼입니다! 결국 백호가 볼넷으로 출루합니다! 이러면 차라리 자동고의사구를 주는 게 나을 뻔했네요. 여섯 개나 되는 공을 던지고 결국 볼넷을 허용한 진산고의 에이스가 허탈한 표정으로 백호를 쳐다봅니다


- 자, 이제는 백호 선수의 발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식경기에서 도루는 주말리그 충주성진학교 전에서 기록한 홈스틸 하나뿐이지만 저 선수 베이스 러닝을 보면 엄청 빨라요. 자, 진산고 배터리, 긴장해야 합니다


백호가 걸어 나가며 무사 1루가 되었다. 타석에 백호 바로 뒤 2번 타자라는 중책을 맡게 된 최승우가 들어섰다.


<2번 타자 최승우>


1루에 선 백호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투수의 신경을 건드렸다. 메이저리그에서만 열 번이 넘는 도루왕을 차지했던 백호가 전력을 다해 상대 투수를 괴롭혔다. 열여덟에 불과한 애송이 투수가 그 압박감을 견딜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딱!


- 쳤습니다! 아, 2루수 정면으로 가는... 어! 빠졌어요! 못 잡았습니다! 글러브 맞고 엉뚱한 곳으로 굴러가는 공! 그 사이 1루 주자는 2루를 돌아 3루까지! 타자 주자 2루로! 2루에서! 세이프! 세이프! 아! 결정적인 순간에 진산고 2루수가 실책을 저지르고 맙니다!


- 방금은... 네 2루수를 탓할 수도 없네요. 느린 화면 보시죠. 타구가 2루수 쪽으로 향하죠? 1루에서 2루로 뛰던 백호 선수가 타구 앞에서 잠깐 멈췄다가 슬쩍 뛰어넘습니다. 그 때문에 시야가 가려진 2루수가 타구를 놓친 거예요. 네, 이건 의도된 플레이입니다. 정말 영악하네요, 아니,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노련합니다. 조금만 더 노골적이었다면 수비방해로 선언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성공시키네요


- 아, 그렇군요. 정말 대단하네요. 이야, 그동안은 백호 선수의 장타력에만 집중했는데, 서광수 감독은 알고 있었나보군요. 백호 선수가 1번에서도 이런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단 걸 말이죠


알고 있었을 리 없다.


서광수 감독이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말했다.


“저런 건 또 어디서 배운 거야? 최 코치, 니가 가르쳐줬어?”


“아뇨.”


“뭐지...”


“인터넷에서 배우지 않았을까요?”


“...아무래도 그 인터넷이라는 거, 나도 좀 봐야겠어.”


백호의 센스 덕분에 병살타가 될 뻔 했던 상황이 무사 주자 2, 3루로 바뀌었다.


<3번 타자 유격수 정우진>


백호의 전진배치로 3번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정우진이 배트를 짧게 잡고 덤벼들었다. 어떻게든 선취점을 내기 위해 전력을 다해 장태준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장태준은 역시 장태준이었다. 백호에게 연달아 당하며 반쯤 정신이 나갔던 장태준이 투수코치의 방문을 받은 후 급격히 멘탈을 회복했다. 그가 던지는 3종의 변화구와 묵직한 포심이 정우진을 압박했다. 그리고 결국,


딱!


- 아! 아깝습니다! 내야 높이 떠오르는 공, 타이밍은 맞은 것 같은데 맞는 부위가 좋지 않았네요. 배트 윗 단에 맞은 타구가 2루수 머리 위로 떠오르며 원아웃, 무사 주자 2, 3루가 1사 주자 2, 3루가 됩니다


- 네, 장태준의 승리네요. 워낙 구종이 다양하다 보니 정우진 선수가 제대로 맞추질 못했어요. 좋은 공이네요


양 팀 응원단이 목이 터져라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팬들 역시 알고 있는 거다. 오늘 경기에서 선취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우진이 아웃 당했음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1사 주자 2, 3루 득점 찬스,




한국야구 전체를 통틀어도 가장 큰 체격을 갖고 있는, 폭주하는 백호를 말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예비 불자께서 큰 걸음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4번 타자 1루수 박정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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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034화. 이겨내라 NEW +12 5시간 전 2,540 139 13쪽
34 033화. 마지막 관문 +24 24.09.18 5,735 271 17쪽
33 032화. 청진고 +27 24.09.17 6,721 301 15쪽
» 031화. 그 인터넷이라는 거 나도 좀... +24 24.09.16 7,492 277 18쪽
31 030화.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로봇이 되거라 +22 24.09.15 7,940 275 14쪽
30 029화. 이대로 돌아가라고? +17 24.09.14 8,501 284 19쪽
29 028화. 못할 일 같은 건 없다 +29 24.09.13 8,733 287 17쪽
28 027화. ...하기 딱 좋은 날씨네 +32 24.09.12 8,896 304 16쪽
27 026화. 피해라 +19 24.09.11 9,033 265 12쪽
26 025화. 애송이들 +25 24.09.10 9,376 276 21쪽
25 024화. 웃고 있는 거 맞지? +21 24.09.09 9,408 293 17쪽
24 023화. 동영상 강의 참조해서... +23 24.09.08 9,576 273 14쪽
23 022화. 구원투수 +13 24.09.07 9,800 251 13쪽
22 021화. 한 번 해보자고 +21 24.09.06 10,240 251 19쪽
21 020화. 박살 +15 24.09.05 10,275 306 16쪽
20 019화. 더! 더! 더! +25 24.09.04 10,353 316 18쪽
19 018화. 약속대로 박살내주지 +24 24.09.03 10,297 276 19쪽
18 017화. 팔꿈치를 붙여야 +17 24.09.02 10,241 299 17쪽
17 016화. 나는 천재가 아니니까 +16 24.09.01 10,440 277 17쪽
16 015화. 기대, 그리고 두려움 +25 24.08.31 10,859 282 25쪽
15 014화. 해보려 한다 +26 24.08.30 10,750 271 18쪽
14 013화. 보는 눈의 차이 +26 24.08.29 10,817 282 14쪽
13 012화. 삼대장 +23 24.08.28 11,016 288 17쪽
12 011화. 나는 행복합니다 +25 24.08.27 11,070 281 15쪽
11 010화. 백호 등장 +24 24.08.26 11,060 316 17쪽
10 009화. 그냥 제가 치겠습니다 +28 24.08.25 11,039 278 16쪽
9 008화. 주말리그 개막 +18 24.08.24 11,146 276 14쪽
8 007화. 내가 터트려준다고 +19 24.08.23 11,289 265 13쪽
7 006화. 너 진짜 야구 안 할 거야? +12 24.08.22 11,712 249 13쪽
6 005화. 이번 삶은 흥미롭다 +16 24.08.21 12,353 245 14쪽
5 004화. 청진고 야구부 +15 24.08.20 12,909 267 14쪽
4 003화. 인터넷 보고 배웠는데요 +14 24.08.20 13,342 274 16쪽
3 002화. 분노라는 감정 +16 24.08.19 14,370 285 14쪽
2 001화. 그걸 왜 이제 말해주는 건데! +87 24.08.19 16,096 389 20쪽
1 000화. 프롤로그 +19 24.08.19 17,626 27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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