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천재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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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소년
작품등록일 :
2024.08.18 10:03
최근연재일 :
2024.09.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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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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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016화. 나는 천재가 아니니까

DUMMY

“한국 쪽 정보망을 다시 한 번 체크해봐야겠군. 아니면 일본 쪽 상주인력 한 명을 이쪽으로 이동배치하든지.”


“네?”


“빌어먹을, 저게 야구를 처음 하는 놈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내 손목을 걸고 장담하는데 절대 아니야. 분명 뭔가 있어. 다시 한 번 제대로 조사해보라고 해. 만약 저놈을 가르친 개인코치가 있다면 그 사람부터 미국으로 데려가야 할 것 같으니까.”


LA다저스 극동 아시아 스카우트 파트장의 손목은 무사할 것이다. 백호가 누군가에게 야구를 배운 건 사실이니까.


물론 그게 이번 생은 아닌지라 판정이 좀 애매하긴 하지만,


어쨌든,


방금 전 홈스틸에 놀란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건 상대 팀인 충주성진학교 선수들과 감독이었다.


해 볼만 하다 생각했다. 한때는 선수부족으로 대회 출전조차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고, 간신히 인원을 맞춰 대회에 출전한 후에도 거의 전 경기를 콜드게임으로 패배했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상위권 팀의 주전 멤버였다가 후천적 장애가 발생한 선수들이 차례로 전학 오며 전력이 확 올라갔다.


그렇기에 다른 팀은 무리더라도 청진하고는 한 번 해볼 만하다 생각했다. 엘리트 야구가 아닌 클럽야구를 지향하는 청진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오늘은 156km/h를 던지는 괴물 대신 135km/h 남짓한 공을 던지는, 중학교 이후 1년간의 공백기를 가졌던 투수가 선발이다.


충주성진에게는 첫 승을 올릴 절호의 찬스였다.


“청진고 파이팅!”


“가자! 가자!”


하지만,


1회 말이 시작되자마자 경기 분위기가 저쪽으로 확 넘어갔다.


백호의 홈스틸 한 방에 성진학교 선수들의 어깨가 축 쳐져버렸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런 상황에 감독인 나까지 이러고 있으면 어쩐단 말인가.


한 점을 먼저 내주긴 했지만 괜찮다. 경기는 이제 시작이다.


충주성진학교 감독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정태양! 정신 안 차려? 나머지들도 다! 집중해! 천천히, 차근차근 시작하면 돼!”


지금 그라운드 위에 있는 선수들 중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감독의 표정을 통해 그 뜻이 선수들에게 전달되었다.


안색이 돌아온 정태양이 이를 악물고 투구를 시작했다.


1번에서 3번으로 자리를 옮긴 최승우가 2루수 플라이, 그리고 4번 박정진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려나며 쓰리 아웃, 청진고의 1회 말 공격이 그렇게 끝이 났다.


한 점 뒤진 충주성진학교의 2회 초 공격,


공수교대 타임 동안 감독과 코치의 격려를 받은 성진학교 선수들이 한결 차분해진 표정으로 강유찬을 상대했다.


감독의 말이 맞다. 한 점을 먼저 주긴 했지만 여전히 유리한 건 우리다.


정태양을 비롯, 새롭게 전학 온 3명의 선수들은 모두 기존 학교에서 프로에 갈 재능이라는 소리를 듣던 유망주들이다. 비록 청각에 생긴 문제로 인해 잠시 궤도에서 이탈한 상태이지만 그 실력이 어디 갈 리 없다.


충주성진학교 선두타자가 강유찬의 초구를 노려쳤다.


따악!


- 잘 맞았습니다! 펜스 앞까지 굴러간 타구, 그 사이 타자주자는 1루를 돌아, 2루, 아! 3루! 3루까지 뜁니다! 3루에서, 3루에서! 아, 던지지 못합니다! 3루타! 3루타! 네! 충주성진학교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방금 전 이닝과 똑같은 상황! 무사 주자 3루 찬스가 만들어졌습니다!


- 네, 이제 시작이네요. 말씀드렸다시피 양 팀의 전력은 호각세거든요. 한두 점으로 끝날 경기가 아닙니다. 어쩌면 많은 점수가 날 지도 모르겠어요


충주성진학교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무사 3루 위기를 맞은 강유찬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다음 타자를 얕은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태그업을 시도했던 주자가 코치의 수신호에 기겁을 하며 3루로 돌아갔다.


하지만,


1사 3루, 한숨을 돌렸던 강유찬이 다음 타자에게 일격을 허용했다. 청각장애가 발생하기 전까지 황금사자기 4강팀의 주전이었던 선수였다.


딱!


- 쳤습니다! 유격수 옆으로 빠져나가는 타구! 정우진이 몸을 던졌지만, 아! 글러브 맞고 빠지는 타구! 아깝습니다! 그 사이 3루에 있던 주자는 홈인! 타자주자는 1루까지! 동점! 동점입니다! 충주성진학교가 곧바로 동점을 만들어냅니다!


- 지금은 잘 따라가긴 했지만, 음, 아쉽네요. 청진고의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갑니다. 네, 좋은 판단이에요. 강유찬 선수가 오랜만에 등판했다는 걸 감안하면 여기서 한 번 끊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겨우 2회가 시작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강유찬의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유찬아.”


“...네, 코치님.”


“왜 고개를 숙이고 있어. 자식, 포수 볼 때는 펄펄 날아다니더니.”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해? 잘 하고 있어. 1년 만에 등판인데 이 정도면 잘 하는 거지. 잠깐 쉬게 해주려고 올라온 거야. 그보다 우리 오늘 경기 끝나면 뭐 먹을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코치의 농담에 그제야 강유찬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본 코치가 씨익 웃으며 마운드를 내려갔고, 다시 경기가 재개되었다.


강유찬은 분명 좋은 투수였다. 재능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그건 중학레벨까지의 이야기였고, 이곳은 고교리그였다. 그리고 그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다.


강유찬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후회되었다. 나는 정말 어쩔 수 없이 야구를 그만뒀던 게 맞는가, 아니면 맞서 싸워봐야 어차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도망갔던 것인가.


그 공백이 아니었다면 이보다는 좀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었을 텐데. 동료들의 얼굴에 저렇게 어두운 표정이 떠오르지 않게 해줄 수 있었을 텐데.


“이잌!”


이를 앙 다문 강유찬이 전력을 다해 공을 뿌렸다. 137km/h의 포심이 바깥 쪽 낮은 코스를 향해 힘차게 날아갔다.


따악!


또다시 유격수 쪽으로 향하는 강한 땅볼 타구, 이번에는 놓치지 않았다. 몸을 던진 정우진이 그 공을 건져내 2루로 송구했다.


“아웃!”


- 네! 아웃! 더블 아웃! 6-4-3으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 청진고 수비진이 모처럼만에 완벽한 수비를 보여줍니다! 청진고가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 좋은 판단이었어요. 허둥거리지 않고 차분하게 2루로 송구했거든요. 네, 정우진 선수,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말 착실한 선수입니다


머리에서 시작된 땀이 모자를 타고 얼굴 전체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고개를 흔들어 땀을 털어낸 강유찬이 자신을 구해준 정우진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주장.”


“나이스 볼, 강유찬.”


**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한두 점으로 끝날 경기가 아니었다.


1회 초, 백호의 3루타에 이은 홈 스틸로 청진고가 한 점을 선취했지만 다음 이닝 충주성진학교가 곧바로 점수 차를 없애버렸다.


이후에도 양 팀은 엎치락뒤치락했다.


괜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충주성진학교가 정말 강해졌다. 전학생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청진고를 압박해왔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양 팀 선발 투수가 각각 한 점씩을 더 내주며 스코어는 2대 2,


3회 말, 선두타자 백호가 볼넷을 골라내며 1루로 나갔지만, 다음 타자인 정우진이 친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가며 허무하게 찬스가 무산되었다.


찬스 뒤에는 위기라는 말처럼 다음 이닝, 강유찬이 또 한 점을 실점했다. 머리 위로 날아가는 타구를 향해 중견수 최승우가 힘껏 몸을 던졌지만 글러브가 닿지 못했다.


그로서 스코어는 2대 3,


백호의 선발등판 불발에 시큰둥한 눈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스카우트들조차 손에 땀을 쥐고 그라운드를 바라보았다. 실력은 조금 부족하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불태우는 고등학생들의 플레이가 관중들을 집중시켰다.


- 아! 잡지 못합니다! 실책! 실책입니다!


- 지금은 스타트가 늦었어요. 네, 실책이 맞아요. 아, 조금 아쉽네요


여기저기서 실책이 터지고, 또 기록되지 않은 실수까지 터져 나왔지만 누구 하나 그들을 욕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완벽할 수만은 없다. 이 세상 모든 야구선수들에게는 각자의 히스토리가 있다.


선천적, 혹은 후천적인 장애를 갖고도 야구의 꿈을 포기 못한 충주성진학교 선수들, 그리고 직업 야구선수가 아닌 취미로서 야구부 생활을 하면서도 팀을 위해, 학교를 위해, 동료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던지고 있는 청진고 선수들.


조용했던 경기장이 점점 들썩거리고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관중들의 환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볼, 베이스 온 볼스.”


- 아, 또다시 볼, 볼넷입니다. 정태양이 백호를 볼넷으로 걸러 보냅니다. 두 타석 연속으로 볼넷을 얻어내는 백호입니다


- 성진학교로서는 당연한 선택입니다. 2사이긴 해도 주자가 2루에 나가 있었잖아요? 뭐가 어찌 되었던 지난 두 경기 연속 홈런에 이어 오늘도 3루타 하나를 때려낸 타자와 굳이 승부할 이유가 없죠. 더군다나 다음 타자인 정우진 선수가 앞선 두 타석에서 삼진과 병살타로 부진했음을 생각하면 말이죠


- 오늘 중계를 준비하면서 정우진 선수를 만나봤는데 팀을 떠나기 전에 주장으로써 꼭 뭔가를 해주고 싶다고, 그렇게 말하더군요. 좋은 인성을 가진 모범적인 학생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네, 야구부 활동을 하면서도 공부로도 전교 1, 2등을 다투는 수재라더군요. 솔직히 좀 아쉽기는 합니다. 타격은 몰라도 수비 하나만큼은 조금만 다듬으면 프로에서도 충분히 먹힐 거라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사람에게는 각자의 인생이 있는 거니까요. 무슨 일을 하든 언제나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네요


**


<2번 타자 유격수 정우진>


백호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2사 주자 1, 2루 상황, 타석에 들어선 정우진이 크게 숨을 들이켰다.


한 점 차로 뒤진 상황. 강유찬 뒤에 등판할 투수들의 실력이 고만고만하다는 걸 감안하면 여기서 반드시 점수를 내줘야 한다.


1루 베이스 위 백호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잠잠한 눈빛 속에 숨겨진 열정과 배려를 정우진은 안다.


겉보기에는 야구하는 로봇같은 녀석이지만,


항상 만사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짓고 다니면서도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하는 법이 거의 없다는 걸,


주장 자격 없는 못난 선배가 야구부실에서 혼자 훌쩍거리고 있을 때 못 본 척해줄 수 있는 그런 녀석이라는 걸.


파앙


“스트라이크!”


- 네! 주자가 득점권에 나가자 정태양이 다시 힘을 냅니다! 146km/h! 오늘 경기 가장 빠른 공입니다!


- 좋네요. 구속도 좋지만 제구가 정말 좋았어요. 역시 정태양입니다


1학기가 끝나면 자신에게 주어진 야구와의 시간이 모두 끝난다.


부모님과의 약속이다. 야구는 딱 3학년 1학기까지만 하기로, 만약 그 전에라도 성적이 떨어지면 곧바로 유니폼을 벗기로 약속했다.


다행이 전교 3위권 내의 성적을 계속 유지한 덕에 후배들을 두고 야구부를 떠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걸 위해 매일 몇 시간 밖에 못자는 강행군을 견뎌내야 했지만,


괜찮다. 그만큼 즐겁지 않았던가.


파앙


“볼.”


- 이번 공은 잘 골라냈습니다. 네, 확실히 말이죠. 정우진 선수가 타율이 낮아서 좀 묻히는 감이 있긴 한데 선구안은 타고난 거 같아요. 네, 아마추어보다는 프로에서 좀 더 빛을 볼 수 있는 타입입니다. 본인은 프로에 갈 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요


주말리그 전후반기가 끝나고 후반기 왕중왕 전이 시작될 때쯤에는 자신은 팀을 떠나야 한다. 유격수 자리에 큰 구멍이 뚫리겠지만 어쩔 수 없다. 애초에 그게 부모님과의 약속이었으니까.


그리고 의사가 되어야 한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두 형의 뒤를 따라 의학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어렸을 때는 당연하다 생각했던 그 길이 어느 순간부터는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의학서적보다는 야구이론서를 볼 때 가슴이 더 두근거렸고, 펜을 잡고 있을 때보다는 그라운드에서 배트를 들고 서 있을 때 더 행복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럼에도 정우진은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누려온 모든 것들,


안락한 집, 좋은 옷, 양질의 교육, 비싼 야구장비, 부모님이 아니었다면 그런 건 없었을 테니까. 인간 정우진이 갖고 있는 모든 건 부모님의 보살핌으로부터 완성된 것이니까.


다만,


아쉬울 뿐이다.


뻐엉


“스트라이크!”


- 이야, 이번에는 정말 완벽하게 제구된 공이네요. 낮은 코스에 꽉찬 포심이었습니다. 좋네요, 청각 문제로 정태양을 외면 중인 프로팀 스카우트들의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군요


- 그럴지도 모르죠. 이로서 원 볼 투 스트라이크가 되었습니다. 승부구로 어떤 공이 날아올지 궁금해지네요. 또다시 강속구? 아니면 변화구? 정우진 선수는 과연 그 공을 받아쳐 팀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요?


세상에 갓 태어나 아무런 자각조차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진로가 결정된다는 건 어찌 생각하면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정우진은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데 대해 아무런 불만도 없었다. 자신의 미래를 선택한 게 본인이 아닌 부모라는 걸 원망하지 않았다.


원래 세상이 그런 거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


딱!


“파울!”


- 아, 다행이네요. 하마터면 그대로 삼진을 당할 뻔했습니다. 잘 걷어냈어요. 정우진 선수가 끝까지 힘을 내네요


1루 베이스 위, 담담한 표정으로 서 있는 후배 녀석을 본다.


백호, 저 녀석을 볼 때면 가끔 이상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정말 웃긴 소리이지만 야구를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 같은 놈에게서 억지로, 누군가 등을 떠밀어 야구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부모님이 억지로 야구를 시킨 거냐고, 좋아서 야구를 하는 게 맞냐고.


심드렁한 대답이 돌아왔다. 누가 강제한 건 아니고, 야구를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냥 해야 해서 하는 거라고. 애매한 대답이었다.


뻐엉


“볼.”


- 아, 이번에는 잘 골라냈습니다! 아닌가요? 배트가 못 나온 건가요? 몸 쪽 낮은 코스에 꽉 찬 패스트볼이 볼로 선언됩니다! 투 볼 투 스트라이크!


어쨌든 재미있는 녀석이다.


요즘에는 저 녀석의 화법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자꾸 대화하고 싶고, 가끔은 장난을 치고 싶어질 때도 있다.


그런 후배에게,


자신이 팀을 떠난 후에도 여전히 청진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남아 있을 동료들에게,


뭔가 하나 해주고 싶다. 대단한 건 아니어도 뭔가 하나 남겨주고 싶다.


팀 창단 후 첫 3연승 기록은 어떨까?


너무 초라한 목표일까?


꾸욱


아니,


충분하다. 나는 백호 같은 천재가 아니니까.


그 정도 발자국만 남길 수 있다면 만족하고 야구를 그만둘 수 있을 것 같다.


스륵


변화구를 노리기로 했다.


근거도 없었고, 그렇다고 직감 같은 게 떠오른 것도 아니다.


그저 모험이었다. 다음 공으로 커브 볼이 들어올 거라는 가정 하에 펼치는 모험,


다음 타격에 모든 걸 건다.


정태양의 손끝에서 튀어 오른 공이 곡선을 그리며 포수 미트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정우진의 배트가 간결한 궤적을 그리며 회전했다.


딱!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코스가 좋았다.


배트 밑단에 맞은 타구가 강한 바운드를 일으키며 1루수 옆을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파울라인을 타고 데굴데굴 외야를 향해 굴러갔다.


- 빠졌습니다! 빠졌어요! 2루 주자는 3루를 돌아 홈까지! 1루에 있던 백호는 2루를 거쳐 3루! 3루! 아! 계속 달립니다! 백호 선수가 폭주합니다!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홈으로 파고 듭니다! 홈에서! 홈에서! 홈에서! 세이프! 세이프! 살았습니다! 살았어요! 주자 두명 모두 살았습니다! 정우진이 극적인 적시타를 때려냅니다!


홈을 밟은 주자들을 동료들이 둘러쌌다. 청진고 응원단에서 비명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백호의 주루 플레이에 감명을 받은 프로팀 스카우트들이 뭔가를 열심히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만들어낸 정우진이 2루 베이스 위에서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들썩거렸다. 사람들의 시선, 기자들의 카메라가 그에게로 향했다.


“심판님, 잠시만요.”


“타임!”


홈플레이트를 밟은 채 정우진을 가만히 바라보던 백호가 타임을 요청하고 2루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기자들이 앉은 곳과 정우진 사이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주장, 그러다 울보로 박제될 것 같은데요.”


“...얀마.”


“나이스 배팅.”




두 사람이 내민 주먹이 한 점에서 만났다.


4대 3 역전, 청진고가 다시 리드를 되찾아오는 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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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031화. 그 인터넷이라는 거 나도 좀... +22 24.09.16 5,778 226 18쪽
31 030화.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로봇이 되거라 +20 24.09.15 6,468 234 14쪽
30 029화. 이대로 돌아가라고? +15 24.09.14 7,133 240 19쪽
29 028화. 못할 일 같은 건 없다 +25 24.09.13 7,434 246 17쪽
28 027화. ...하기 딱 좋은 날씨네 +31 24.09.12 7,647 268 16쪽
27 026화. 피해라 +18 24.09.11 7,795 231 12쪽
26 025화. 애송이들 +24 24.09.10 8,130 236 21쪽
25 024화. 웃고 있는 거 맞지? +20 24.09.09 8,195 252 17쪽
24 023화. 동영상 강의 참조해서... +21 24.09.08 8,381 235 14쪽
23 022화. 구원투수 +12 24.09.07 8,605 217 13쪽
22 021화. 한 번 해보자고 +21 24.09.06 9,009 221 19쪽
21 020화. 박살 +15 24.09.05 9,052 266 16쪽
20 019화. 더! 더! 더! +24 24.09.04 9,127 273 18쪽
19 018화. 약속대로 박살내주지 +23 24.09.03 9,064 242 19쪽
18 017화. 팔꿈치를 붙여야 +16 24.09.02 9,029 259 17쪽
» 016화. 나는 천재가 아니니까 +16 24.09.01 9,217 239 17쪽
16 015화. 기대, 그리고 두려움 +25 24.08.31 9,601 245 25쪽
15 014화. 해보려 한다 +23 24.08.30 9,497 235 18쪽
14 013화. 보는 눈의 차이 +26 24.08.29 9,569 244 14쪽
13 012화. 삼대장 +23 24.08.28 9,753 252 17쪽
12 011화. 나는 행복합니다 +24 24.08.27 9,773 247 15쪽
11 010화. 백호 등장 +21 24.08.26 9,771 275 17쪽
10 009화. 그냥 제가 치겠습니다 +27 24.08.25 9,764 234 16쪽
9 008화. 주말리그 개막 +17 24.08.24 9,845 237 14쪽
8 007화. 내가 터트려준다고 +18 24.08.23 9,947 225 13쪽
7 006화. 너 진짜 야구 안 할 거야? +12 24.08.22 10,356 215 13쪽
6 005화. 이번 삶은 흥미롭다 +16 24.08.21 10,915 214 14쪽
5 004화. 청진고 야구부 +15 24.08.20 11,430 229 14쪽
4 003화. 인터넷 보고 배웠는데요 +14 24.08.20 11,825 239 16쪽
3 002화. 분노라는 감정 +15 24.08.19 12,743 248 14쪽
2 001화. 그걸 왜 이제 말해주는 건데! +83 24.08.19 14,280 338 20쪽
1 000화. 프롤로그 +17 24.08.19 15,600 23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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