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천재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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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소년
작품등록일 :
2024.08.18 10:03
최근연재일 :
2024.09.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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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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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024화. 웃고 있는 거 맞지?

DUMMY

포수라...


내 여덟 번째 삶이자 야구선수로는 세 번째 삶 때였다.


시즌 도중 팀의 1, 2, 3번 포수가 며칠 간격을 두고 모두 줄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2군에서 키우던 유망주는 음주운전으로 구속되어버렸다. 그 결과 신고 선수로 입단한 열여덟 애송이가 주전포수가 되고 말았다.


당연히 팀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었다. 가을야구 진출이 간당간당했던 광주 타이거즈는 그날 이후 5연패의 늪에 빠져들었다.


결국 내가 포수 마크스를 쓰길 자처했다. 그 바로 전 삶에서의 경험을 믿고, 저런 애송이에게 안방을 맡기느니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낫다는 마음으로.


결론만 말하자면 부상을 당한 1, 2, 3번 포수는 결국 시즌이 끝날 때까지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했고, 나는 열여덟 애송이와 함께 번갈아 안방을 책임졌다. 광주 타이거즈는 천신만고 끝에 와일드카드를 획득했지만 서울 코디악스에게 박살나며 내 여덟 번째 삶은 그렇게 끝났다.


“...야, 이거 괜찮은 거 맞는 거지? 너 실전에서 포수 본 적 없잖아?”


“그래도 너보다는 잘 할 걸.”


“언제 해봤다고.”


“말했잖아. 인터넷에서 보고 집에서 연습했다니까.”


“나중에 너희 집 한 번만 같이 가보자. 대체 무슨 인터넷을 보고 뭘 어떻게 연습했다는 건지. 진짜 궁금해서 그래.”


“오늘 이기면 데려가주지.”


“진짜?”


“그래, 진짜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 던지기만 해. 잊지 마. 네 상대는 저기 주자들이 아니야. 타석에 있는 타자야. 저놈이 아무리 잘 쳐봐야 4할이야. 10번 중 6번은 아웃이라고. 내 말 알아들어?”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베테랑 포수 같은데.”


“내가 너 같은 애송이들을 몇이나... 음, 됐고 아무튼 가봐. 심판 인내심이 슬슬 바닥난 것 같으니까.”


강유찬을 마운드로 돌려보내고 홈플레이트 뒤에 주저앉았다.


답답한 마스크와 보호 장비를 두르고 나니 갑자기 예전 악몽들이 피어오른다.


속 터지는 투수 놈들을 붙잡고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발버둥 치던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난다.


갑자기 현타가 밀려왔다. 경기 전 박정진 옹께서 해주신 말씀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본다.


과거는 이미 사라졌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느니라.


그래,


내 처참했던 과거의 기억은 이미 사라졌다. 그걸 기억하는 사람도 나뿐이고, 그걸 마음에 두고 있는 것도 나뿐이다. 어느 누구도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더 억울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머리 쪽으로 하나 던져. 시원하게’


‘미쳤어? 그러다 맞으면?’


‘쫄보같은 놈’


덕아웃에서는 따로 사인이 나오지 않았다. 우릴 믿는 건지, 아니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이기로 한 것인지, 아무튼 사인에 대한 선택권은 내게로 넘어왔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건 타자의 기를 꺾어버리는 거다. 2사 만루 상황에서 최고의 초구는 타자 머리통으로 날아드는 빠른 공이다.


아, 물론 맞히라는 뜻이 아니다. 겁만 주라는 거다.


하지만 틀렸다. 강유찬에게는 그럴 배짱도, 컨트롤도 부족했다. 내가 열다섯 살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한 듯하다.


어쩔 수 없다. 정석대로 가는 수밖에.


‘바깥쪽 낮은 코스, 커터’


끄덕


우타자의 바깥쪽에서 말려들어오는 백도어성 컷패스트볼을 요구했고, 강유찬이 거의 비슷한 코스로 내가 원한 공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뻐엉


“볼.”


- 볼! 볼입니다! 최동선 선수가 잘 골라냈습니다! 배트가 나올 법도 한데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지난 성진학교 전에서 제법 긴 이닝을 소화해냈던 녀석이 이제 겨우 몇 타자를 상대했을 뿐인데 벌써부터 볼 끝에 힘이 없다. 아마도 긴장하거나 혹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하다.


방금 공은 오히려 타자가 안 쳐줘서 다행이다. 최동선의 능력을 감안하면 밀어 친 안타가 됐을 확률이 높다.


어쨌든 커터의 위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오늘은 봉인이다. 이제부터는 포심만 갖고 승부해야 한다.


‘몸 쪽 낮게, 포심’


끄덕


3루에 박충원, 2루에 이승구, 1루에 홍시우,


모두 발 빠르고 주루 센스를 갖춘 주자들이다. 특히나 3루에 있는 박충원은 지난 해 청룡기와 황금사자기에서 도루왕을 차지했던 놈이다. 광주 타이거즈에서 나와 함께 뛴 적도 있는데, 성격이 좀 경박해서 문제이지 야구 자체는 잘 하는 놈이다.


내가 포수마스크를 쓰는 걸 어이없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박충원이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투수를 자극했다. 조금만 틈이 생기면 바로 홈으로 파고들겠다는 뜻이었다.


‘주자는 신경 쓰지 말고’


끄덕


마운드 위 투수가 프로였다면 주자에 대한 견제를 주문했겠지만 열다섯 애송이에게 그런 것까지 바라는 건 무리다. 그 일은 내가 해야 한다.


파앙


“볼.”


- 다행입니다! 다행입니다! 하마터면 폭투가 나올 뻔했습니다! 아, 백호 선수의 블로킹이 정말 좋았습니다. 저 선수가 포수를 한다고 했을 때 조금 의아해했는데... 네, 아니네요. 믿는 구석이 있었군요


- 신기하네요. 블로킹은 말이죠. 그냥 운동신경이나 재능으로만 되는 게 아니거든요. 훈련이 필요해요. 그런데 방금 블로킹은... 뭐랄까, 정말 블로킹이 뭔지를 한 눈에 보여주는 정석적인 플레이였습니다. 아, 도대체 청진고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저 선수, 대체 왜 저렇게 다 잘 하는 거죠?


무슨 일이 일어나긴, 아무 일도 없다. 다들 평온히 야구를 하고 있을 뿐.


무슨 일이 일어난 건 내 과거다. 그 수없이 많은 고통의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완성시킨 거다.


내가 블로킹을 완벽히 성공시키고 나니 강유찬의 얼굴에 깃들어있던 긴장감이 한층 옅어졌다.


다만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다.


투 볼 원 스트라이크, 볼넷을 내주면 그걸로 끝이다. 설사 동점으로 막는다 해도 강유찬의 볼 끝을 감안하면 이번 이닝이 끝이다. 이놈마저 마운드에서 내려가면 청진고는 멸망인 거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 시기가 제일 힘들다. 팀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올해 어느 정도 성적을 올리면 가을쯤에는 여기저기서 전학생들이 합류할 것이다. 기존 팀 주전경쟁에서 밀려난 놈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청진고에게는 귀한 자원들이다. 신입생들이 들어오는 내년부터는 한층 풍부해진 선수단으로 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놈으로 이 경기를 끝내야 한다. 공 받는 노예에서 공 던지는 노예로 신분이 바뀐 놈에게 세 번째 공 사인을 보냈다.


‘한 가운데 정확하게’


‘진짜?’


‘잔말 말고 던져’


프로 선수라면 몰라도 아직 볼카운트가 남은 상황에서 쉽게 배트를 휘두를 타자는 고교야구에 없다. 아니, 가끔 있긴 한데 적어도 최동선 이놈은 아니다.


파앙


“스트라이크!”


- 네, 이번에는 스트라이크입니다! 한 가운데 들어온 134km/h 포심에 주심의 손이 올라갑니다. 위원님, 방금 공은 어땠나요?


- 음, 솔직히 말하면 위험했죠. 최동선 선수가 노렸다면 벌써 이 경기는 끝났을 겁니다. 구속도 그렇고 회전수도 그렇고, 공의 위력이 많이 떨어졌네요. 좀 더 조심해서 승부해야 합니다


스트라이크 하나는 더 잡았지만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다. 이 구위로 삼진을 노리는 건 무리일 것 같다.


‘다시 바깥쪽 낮은 코스 포심, 빠져도 좋으니 몰리지 않게’


끄덕


내 사인과 동시에 강유찬이 곧바로 투구 동작에 들어갔다.


하지만, 바깥쪽으로 요구한 공이 존 한복판으로 밀려들어오고 말았다.


따악!


- 아! 큽니다! 큽니다! 좌측을 향해 힘차게 날아가는 타구! 넘어가느냐! 이대로 경기가 끝나느냐! 파울! 파울! 아, 정말 간발의 차로 파울입니다! 최동선 선수가 허탈한 표정으로 외야를 바라봅니다!


- 끝내기 만루 홈런이 나올 뻔했네요. 네, 한 1미터 정도 벗어났나요? 역시 좋은 타자입니다. 고등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파워네요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방금 공은 넘어간 거나 마찬가지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무조건 넘어갔을 것이다.


다시 한 번 확실해졌다.


강유찬의 공으로는 최동선을 잡을 수 없다. 다른 수를 찾아야 한다.


딱!


“파울!”


- 파울! 파울입니다! 네, 잘 맞은 타구였지만 라인 밖으로 나가고 말았습니다. 최동선 선수가 정말 아까워합니다! 또 한 번의 끝내기 찬스가 무산됩니다


- 맞는 족족 정타네요. 강유찬 선수의 구위가 한계에 달한 것 같아요. 바꿔주라고 말하고 싶지만... 네, 신생팀의 한계죠. 보는 제가 다 안타깝네요


“남일고 파이팅! 끝내자! 끝내버리자!”


“최동선! 홈런! 최동선! 홈런!”


아직 경기가 끝난 것도 아닌데, 그라운드 위 분위기는 이미 끝난 것처럼 느껴졌다. 강유찬의 표정은 절망감과 실망감으로 엉망이 되었고, 내야수들 중에는 다리를 떨고 있는 녀석들도 있었다.


반면 남일고의 분위기는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베이스를 꽉 채운 주자들이 마치 사냥감을 포위한 사자들처럼 강유찬을 압박했다.


그 순간,


살아날 길이 보였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빈틈이 내 눈에 들어왔다. 과할 정도로 들썩거리는 3루 주자의 엉덩이가 내게 영감을 줬다. 지난 삶에서 봤던 박충원의 안 좋았던 버릇들이 떠올랐다.


‘피치아웃’


‘뭐?’


‘시키는 대로 해’


강유찬이 반항했지만 무시하고 밀어붙였다.


바깥쪽으로 공이 날아왔다. 타자가 멍한 눈으로 그 공을 바라보았다.


파앙


재빠르게 오른쪽으로 몸을 빼며 그 공을 받아냈다. 요구했던 것보다 너무 많이 빠졌다. 하지만 괜찮다. 이 정도는 내 어깨로 커버가 가능하다. 3루쪽을 향해 디딤발을 내딛었다.


“돌아와!”


남일고 주루코치의 비명과 함께 박충원이 황급하게 몸의 방향을 돌렸다.


역시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내가 박충원 저놈의 본 헤드 플레이 때문에 얼마나 속을 태웠는지가 생생히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이를 부득 갈며 3루를 향해 힘차게 공을 뿌렸다.


- 3루! 아! 3루!




떠들썩하던 경기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오늘 경기 몇 차례의 잔 실수를 저지른 우리 3루수가 가장 중요한 순간 자신의 몫을 해냈다. 그의 글러브가 귀루하려던 주자의 손등을 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


“아웃! 아웃!”


“우아아아아아-!”


- 끝났습니다! 끝났습니다! 경기 끝났습니다! 아! 이게 무슨 일인가요!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2사 주자 만루! 남일고의 끝내기 찬스가 결국 견제사로 무산되고 맙니다! 박충원 선수가 넘어진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합니다!


- 네, 방금 플레이는, 와, 정말 감탄 밖에 안 나오네요! 저걸 예상한 걸까요? 아니면 덕아웃에서 사인이 나온 걸까요? 어느 쪽이든 정말 대단합니다! 벼랑 끝에 몰렸던 청진고가 1학년 선수의 슈퍼플레이 한 방에 극적으로 부활합니다! 부상당한 이현수를 대신해 포수 마스크를 쓴 백호가 자신의 어깨로 이 치열한 승부에 마침표를 찍어버렸습니다!


- 과감한 피치아웃, 정확하고 빠른 송구, 3루수의 태그도 정말 멋졌습니다! 청진고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옵니다! 강유찬 선수가 글러브를 집어던지고 만세를 부릅니다! 네, 보는 제가 다 감격적이네요. 우승입니다! 매년 최하위를 다퉜던 청진고가 창단 후 첫 우승을 만들어냈습니다!


“미친! 어떻게 거기서 그런 생각을 한 거야? 이겼어! 우리가 이겼다고!”


“알았으니까 이것 좀 놓고 말해.”


“백호야! 백호! 우리 백호!”


“선배님, 저 이거 장비부터 좀 벗으면 안 될까요, 답답해서요.”


“우승이다! 우승! 백호, 인마! 이리 와! 이리 오라고!”


“감독님,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네가 했지! 우승이다! 최 코치! 우승이라고!”


“저도 알아요, 형님! 이겼다! 이겼다고!”


밀려드는 선수들과 감독, 코치들에게서 벗어나 보호 장비부터 풀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오랜만에 차서 그런지 정말 답답하다.


급한 대로 프로텍터와 레그 가드부터 풀어헤치니 그제야 숨이 좀 쉬어졌다.


힘들다. 애송이들 데리고 우승한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구나.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줄줄 흘리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강유찬에게로 걸어갔다.


눈가가 벌겋게 달아오른 녀석이 만세 자세를 그대로 유치한 채 마운드 위에 서 있었다.


“뭐 하냐, 영화 찍냐.”


“...카메라 가리지 마. 저기 기자들이 나 찍고 있잖아.”


“쯧, 그냥 끝내기 홈런 맞고 마운드 위에서 펑펑 울게 냅뒀어야 했는데.”


“...재수 없는 천재 새끼.”


천재는 무슨, 진짜 천재는 지 놈이면서.


중학교 때 야구를 그만뒀던 놈이 갑자기 마운드에 올라와서 남일고 상대로 이 정도 버틴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모르나보네.


“그보다 최승우한테 들었는데 너 야구 그만둘 생각이라며.”


“시발... 아무한테도 말 하지 말라니까.”


“됐고, 진짜 그만둘 거야?”


내 말에 강유찬이 눈가를 벅벅 문지르며 대답했다.


“아니, 미쳤냐. 이 좋은 걸 왜 그만 둬? 다음에는 삼진으로 끝낼 거다. 두고 봐.”


강유찬의 표정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나로 인해 또 누군가의 인생이 바뀌었다는 걸.


하지만 저 녀석의 바뀐 인생도, 지금의 저 각오도, 기분 나쁘게 빛나는 표정도,


결국 내가 타이거즈의 우승에 실패하고 나면 물거품이 되고 말겠지.


“왜,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데?”


“좋겠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도 돼서.”


“뭐, 뭔 소리야, 내가 얼마나 생각이 많은 사람인데.”


“시끄럽고, 괜히 폼 잡지 말고 저기 가서 응원단한테 인사나 해. 니 이름 부르고 있잖아.”


“넌?”


“혼자 있고 싶다.”


“뭔 소리야...”


저기, 부처님. 거기 들리면 대답 좀 해주시죠. 누구나 마음속에 부처를 품고 산다면서요. 제 마음에도 있으면 말 좀 해보란 말입니다.


미래는 아직 결정된 건 아니죠? 제가 만들 수 있는 거 맞는 거죠?


타이거즈, 그 빌어먹을 팀을 우승시키고 나면 이런 걱정 안 해도 되는 거 맞죠? 이 애송이의 꿈도 지켜줄 수 있는 거 맞습니까?


이번에도 아니면 정말 가만 안 있을 겁니다.


전 한다면 하는 인간이라는 거 잊지 마세요.


“백호야! 뭐하냐! 이리 와! 사진, 다 같이 사진 찍어야지!”


우리 담임선생은 언제 또 왔대. 저 플래카드는 또 뭐야.


어라, 그러고 보니 우리 교장도 와 있었네?


“아이고, 교장선생님, 여기 가운데로 오시죠!”


“어허! 무슨 소리, 선수들이 가운데로 서야지. 백호 군! 이쪽으로 와요! 여기, 그렇지. 여기 가운데로. 자, 다 같이 크게 한 번 외쳐봅시다! 청진!”


“청진!”


“청진!”


“청진!”


“파이팅!”


“파이티이이잉!”


“자, 찍습니다!”


찰칵


**


“야, 강유찬.”


“왜.”


“이상하지 않냐.”


“뜬금없이 뭔 소리야.”


“백호 그 놈 말이야.”


“걔가 이상한 게 한두 개야? 그 중에서 뭐가 이상한데.”


“말이 안 되지 않냐? 이제 막 야구를 시작한 놈이 그렇게 잘 한다는 게?”


“또 그 소리야? 천재라서 그런가보지 뭐.”


“그런가... 진짜 천재는 그렇게 막 아무 거나 다 잘할 수 있는 건가.”


“악보 보자마자 다 외워서 치는 음악가도 있고, 책 한 번 읽으면 다 외워버리는 천재도 있는데 백호 같은 놈이 없으리란 법은 없지.”


“쩝, 그래. 뭐, 그럴 지도... 가만, 근데 야, 이거 사진 좀 봐봐.”


“아, 왜 자꾸 귀찮게 하는데. 나 이거 오늘까지 끝내야 한단 말이야.”


“아니, 이거 우승 기념사진에 백호, 이 놈 얼굴 좀 보라고.”


“매일 지겹게 보는 얼굴은 왜... 어라? 얘, 웃는 건가?”


“그치? 네가 봐도 웃는 것처럼 보이지? 입 꼬리 이거, 올라간 거 맞지?”


“흠, 다시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냐, 웃는 거 맞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린 알지. 얘 이 정도면 웃는 거야.”


“아닌 척 하더니 지도 기쁘긴 기뻤나보네. 난 그놈 야구하는 로봇인줄.”


“아... 내일은 또 그놈이 얼마나 괴롭히려나.”


“정 힘들면 그냥 도망치던지 무시해. 너답지 않게 왜 그렇게 열심인데.”


“몰라... 시발, 그러려고 해도 이상하게 그놈 앞에 서면 움츠러드네. 선생님이나 감독님보다 난 그놈이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흐흐, 내가 언젠가 너 임자 만날 줄 알았지. 잘 걸렸다. 이 새끼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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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032화. 청진고 NEW +23 21시간 전 4,054 222 15쪽
32 031화. 그 인터넷이라는 거 나도 좀... +22 24.09.16 5,777 226 18쪽
31 030화.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로봇이 되거라 +20 24.09.15 6,467 234 14쪽
30 029화. 이대로 돌아가라고? +15 24.09.14 7,132 240 19쪽
29 028화. 못할 일 같은 건 없다 +25 24.09.13 7,433 246 17쪽
28 027화. ...하기 딱 좋은 날씨네 +31 24.09.12 7,646 268 16쪽
27 026화. 피해라 +18 24.09.11 7,795 231 12쪽
26 025화. 애송이들 +24 24.09.10 8,129 236 21쪽
» 024화. 웃고 있는 거 맞지? +20 24.09.09 8,194 252 17쪽
24 023화. 동영상 강의 참조해서... +21 24.09.08 8,380 235 14쪽
23 022화. 구원투수 +12 24.09.07 8,605 217 13쪽
22 021화. 한 번 해보자고 +21 24.09.06 9,009 221 19쪽
21 020화. 박살 +15 24.09.05 9,052 266 16쪽
20 019화. 더! 더! 더! +24 24.09.04 9,125 273 18쪽
19 018화. 약속대로 박살내주지 +23 24.09.03 9,062 242 19쪽
18 017화. 팔꿈치를 붙여야 +16 24.09.02 9,028 259 17쪽
17 016화. 나는 천재가 아니니까 +16 24.09.01 9,216 239 17쪽
16 015화. 기대, 그리고 두려움 +25 24.08.31 9,600 245 25쪽
15 014화. 해보려 한다 +23 24.08.30 9,496 235 18쪽
14 013화. 보는 눈의 차이 +26 24.08.29 9,569 244 14쪽
13 012화. 삼대장 +23 24.08.28 9,752 252 17쪽
12 011화. 나는 행복합니다 +24 24.08.27 9,773 247 15쪽
11 010화. 백호 등장 +21 24.08.26 9,770 275 17쪽
10 009화. 그냥 제가 치겠습니다 +27 24.08.25 9,764 234 16쪽
9 008화. 주말리그 개막 +17 24.08.24 9,844 237 14쪽
8 007화. 내가 터트려준다고 +18 24.08.23 9,946 225 13쪽
7 006화. 너 진짜 야구 안 할 거야? +12 24.08.22 10,354 215 13쪽
6 005화. 이번 삶은 흥미롭다 +16 24.08.21 10,915 214 14쪽
5 004화. 청진고 야구부 +15 24.08.20 11,430 229 14쪽
4 003화. 인터넷 보고 배웠는데요 +14 24.08.20 11,824 239 16쪽
3 002화. 분노라는 감정 +15 24.08.19 12,741 248 14쪽
2 001화. 그걸 왜 이제 말해주는 건데! +83 24.08.19 14,275 338 20쪽
1 000화. 프롤로그 +17 24.08.19 15,600 23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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