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천재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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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소년
작품등록일 :
2024.08.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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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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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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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화. 마지막 관문

DUMMY

<창단 후 첫 봉황대기 3라운드 진출을 노렸던 청진고,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놓고 무너지다>


<선발투수 강유찬의 호투, 4번 타자 박정진의 선제 쓰리런 홈런, 필요한 순간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던 백호의 슈퍼플레이, 하지만 너무나도 부족했던 선수단의 뎁스>


<2라운드 탈락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청진고 1학년생 백호, 프로팀 스카우트들 “한 마디로 말해 야구천재다. 어떤 포지션을 선택하든 최고가 될 재능을 갖고 있다”>


<경서고의 열두 번째 우승을 끝으로 막을 내린 봉황대기, 고교야구팬들의 관심은 KBO 신인드래프트로 옮겨져... 과연 프로팀의 지명을 받을 선수는 누가 될지?>


“운동장 말고 부실로 다 집합하라고 전달했습니다. 감독님.”


“그래, 수고했다. 현수야. 아, 백호는? 온대?”


“...1시간 정도 외부에 나갔다와야 한다고, 그래서 같이 못 볼 거 같다던데요.”


“음...”


차기 주장을 맡기로 한 이현수의 말에 감독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그 경기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건가’


감독은 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많은 선수들을 지켜봐온 서광수는 안다.


백호에게는 승부에 대한 절실함이 별로 없다.


처음에는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뭐랄까,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나면 나머지는 알 바 아니라는 기저가 깔려있다는 걸 서광수는 눈치 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럼에도 백호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 그를 중심으로 청진고는 사상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오랜 시간 야구를 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백호처럼 적당히 이기적인 게 더 낫다고 생각했기에 따로 주의를 줄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그러던 녀석이 지난 봉황대기 2라운드에서의 패배에는 조금 다르게 반응했다.


겉보기에는 별 다를 게 없지만 동료들을 대하는 게 조금 이상해졌다. 문제는 대체 왜 그러는 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거였다. .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이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의 감정이라는 걸 백호조차 몰랐으니 말이다.


“일단 다들 들어와. 땀 냄새 나니까 창문 활짝 열고. 최승우, 넌 뭘 그렇게 흘리면서 먹는 거야? 유찬아, 저쪽 문 좀 열어서 고정해놔. 옳지. 자, 그럼 TV 튼다.”


TV를 켜고 스포츠 채널을 클릭했다. 올해 드래프트 신청서를 접수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KBO 신인드래프트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화면 속, 행사장에 초대받은 까까머리 선수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직전년도 최하위를 기록한 부산 타이탄스가 올해 봉황대기 우승팀인 경서고 에이스 서정우를 지명하며 드래프트가 시작되었다.


전체 대상자 1,055명, 그들 중 오늘 이름이 불릴 선수는 고작 110명 남짓.


10%도 안 되는 합격률, 하지만 이미 자리가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인 상위 순번을 제외하면 그보다 더 희박한 확률.


각 구단 관계자의 입에서 누군가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카메라에 비친 선수들의 얼굴에 희비가 엇갈렸다.


1라운드 10명, 2라운드 10명, 3라운드, 4라운드...


그렇게 11라운드 9순위까지 총 109명이 프로팀의 지명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든 인천 레인저스의 스카우트 팀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인천 레인저스 지명하겠습니다. 전일IT고 3루수 오준택.”


“네! 축하드립니다! 오준택 선수! 이로서 11라운드까지 모든 지명이 끝났습니다!”


사회자의 멘트와 함께 2028 KBO 신인드래프트가 막을 내렸다.


기적은 없었다.


오랜 고민 끝에 드래프트 신청서를 접수한 청진고 주장 정우진의 이름은 결국 불리지 않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정우진은 더 이상 야구부에 나오지 않았다. 박정진 역시 승려가 되기 위한 수행을 준비한다며 발길이 뜸해졌고 얼마 후에는 그마저도 끊어졌다.


그 둘을 끝으로 청진고 야구부에서 3학년들의 흔적은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부원들이 찾아왔다.


**


“그래,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는 못 생겼지.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나는 야구선수야. 그리고 얼굴로 안타를 치는 녀석은 본 적이 없지.”


“그거 요기 베라가 한 말 같은데?”


“맞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이고 우상이지. 그처럼 한 시즌을 실책 없이 마치는 게 내 야구인생의 목표야.”


“흠.”


포지나 몰리나, 마우어도 아니고, 하다못해 로드리게스나 포사다도 아니고 요기 베라?


열다섯 살짜리가 좋아하기에는 너무 옛날 선수 아닌가.


“타격 훈련 시간인데 프로텍터는 왜 입고 있는 건데.”


“명포수는 언제나 자신의 장비를 몸에서 떨어뜨리지 않지.”


골 때리는 놈이 들어왔다.


기존 학교에서 주전경쟁을 이기지 못한, 혹은 야구 인프라가 열악한 곳에서 유학을 꿈꾸던 녀석들이 우르르 청진고로 전학을 왔다.


지금 내 앞에서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놈은 강원도 야구클럽 출신으로, 서울로 전학을 시도하다 막판에 청진고로 방향을 튼 민주원이라는 놈이다.




딱!




따악!


“큰소리 친 것치고는 타격은 영 별로인데.”


“...나는 안타를 못 쳤을 때 나를 비난하지 않는다. 방망이를 탓할 뿐이다. 그리고 그게 계속되면 방망이를 바꾼다.”


“이럴 때 쓰라고 요기 베라가 그런 말을 한 건 아닐 텐데.”


“코치님, 잠시만! 저 배트 좀 바꾸겠습니다!”


일단 타격은 별 볼일 없어 보인다. 상위타순에 서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면 포수로서의 수비력은...


“좋아, 민주원은 준비됐다. 마음 놓고 던져 봐!”


“오른 손 뒤로 집어넣어라. 손가락 부러진다.”


“요기 베라는 부상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지.”


무슨 헛소리야. 그 양반이 다치는 걸 얼마나 싫어했는데. 그리고 넌 요기 베라가 아니라 민주원이잖아.


본인을 3인칭으로 부르는 놈 중 제대로 된 놈을 한 번도 못 봤다.


그럼에도 감독의 말에 따르면 꽤나 잘하는 포수란다. 클럽 팀이긴 하지만 강원도 쪽에서는 수비 좋기로 꽤나 유명했다고 한다.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9월이다. 프로에서였다면 이제 슬슬 정규시즌이 끝나가는 시점이다.


나는 평소에도 강했지만 가을에 특히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였다.


컨디션이 절정에 달한 내 육체에서 발사된 공이 155km/h의 속도로 날아가 민주원의 미트 깊숙히 틀어박혔다.


뻐어어엉!


흠,


포구 자세가 상당히 안정적이다. 컨디션이 좋은 나머지 나도 모르게 제구가 살짝 날렸는데 미트를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 무리 없이 그 공을 받아낸다.


어디 한 번 더, 이번에는 슬라이더로.


뻐어엉!


“공 좋다! 요기 베라가 받아도 깜짝 놀라겠어!”


그 양반이 선수로 뛸 때는 리그 포심 평균이 140도 안 됐는데. 당연히 깜짝 놀라겠지.


어쨌든 생각보다 더 괜찮다. 야구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난 강유찬조차 포수로서의 재능은 이놈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아, 이놈의 입단을 계기로 강유찬은 투수 임무에만 전념하기로 결정되었다.


뻐어엉!


“최고야! 역시 이 학교로 전학 오길 잘 했어!”


실전에서 저렇게 떠들다가는 상대 타자한테 쳐 맞을 거 같은데.


저 나풀거리는 주둥이와 이상한 컨셉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자.


“...저기.”


“음?”


“다 했으면... 나도 좀 던져 봐도 될까? 혹시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해.”


이번에 청진고로 전학 온 선수는 모두 일곱 명, 전원 1학년이다. 재미있게도 처음 보는 얼굴들이 꽤 섞여 있다. 아마도 야구부에 대한 내 적극적인 개입이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 게 아닌가 싶다.


저기 홈플레이트에 앉아 감동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민주원이 유학을 위해 대전에 온 거라면, 여기 나와 눈도 못 마주치는 이 소심한 투수는 서울 팀에서 제 자리를 잡지 못해 청진고로 넘어온 녀석이다.


민주원은 처음 보지만 이놈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안다.


염승진, 내 기억 속에는 상대 타자의 머리를 노리는 빈볼과 벤치 클리어링으로 남아있는 서울 코디악스의 셋업맨이다. 그런 놈이 쑥맥같은 표정으로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고 있다.


이놈 혹시 전생의 기억을 갖고 있는 건가? 나한테 덤비다 얻어맞아 턱이 박살났던 걸 기억하는 건가.


“그... 혹시 턱은 괜찮은 거지?”


“응? 턱?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응, 괜찮은 거 같아.”


“흠.”


그럴 리가 없지. 이젠 하다하다 별 생각이 다 드는구나.


염승진에게 마운드를 양보하고 두 녀석의 플레이를 관찰했다.


출렁


“...공 좋다! 좋긴 한데 좀 더 미트 쪽으로!”




“헉! 저거 비싼 장비라고 했는데!”


염승진, 저 사나운 치와와 같은 놈의 어릴 적 성격이 왜 저 모양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서울 팀에서 제대로 자리를 못 잡고 여기까지 온 이유는 확실히 알겠다.


145km/h를 넘기는 구속,


문제는 제구력이다. 공이 날리다 못해 사방으로 춤을 춘다.


뻐엉!


“...나이스 볼!”


몇 개의 폭투 끝에 간신히 포수 미트로 공이 들어갔다. 몸을 날려 억지로 공을 받아낸 민주원이 엄지를 치켜들었지만 염승진의 얼굴은 이미 꺼멓게 죽어 있었다.


“염승진.”


“으응...?”


“너 원래 오버핸드였어?”


“어... 그렇다고 봐야겠지?”


강유찬도 그렇고, 이놈도 그렇고 왜 이렇게 팔각도를 못 높여서 안달인 걸까. 코치에게 내 의견을 전달해줘야겠다 생각하며 피칭랩을 벗어났다.


따악!


“좀 더 빠르게!”


따아악!


“눈으로만 보지 말고 귀로도 판단하라고!”


그라운드로 나오니 야수들의 수비훈련이 한창이었다.


3학년 다섯이 빠지긴 했지만 대신 일곱 명의 전학생이 들어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내년 신입생은 수적으로 질적으로 상당히 풍성할 것이다.


어쩌면,


나는 이 반복되는 삶을 통틀어 가장 강한 청진고 야구부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갈 사람은 가고, 올 사람들은 또 오고,


운동장에 차가운 바람이 불고, 훈련 사이사이 선수들이 부실로 뛰어 들어가 스토브에 손을 녹이는 계절이 돌아오고,


내 열여섯 번째 생일이 지나고,


새로운 해가 밝았다. 나는 2학년이 되었다.


2028년 2월, 제주 서귀포에 차려진 전지훈련 캠프,


겨울 햇살을 받으며 잠깐 멍을 때리고 있는데 강유찬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백호.”


“왜.”


“너 얘기 들었냐?”


“무슨 얘기.”


“우진 선배님, 그리고 정진 선배님.”


“어.”


“미국 갔대.”


“알아.”


“어? 알아? 그럼 정진 선배님, 스님 되는 거 포기한 것도?”


“그것도 알지.”


“그래? 그럼 그 두 분 앞으로 어쩔 계획이신지도 알아? 그건 아무도 못 들은 거 같던데.“


KBO 드래프트가 끝나고 며칠 후 정우진이 날 찾아왔다. 야구를 계속 하고 싶은데 뭘 어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조언이 필요하다고. 왠지 꼭 내게 물어야 할 것 같았다고.


다른 사람의 인생에 끼어드는 건 질색이지만 나도 모르게 대답해버렸다.


국내에 남아 육성선수에 도전하든, 일본으로 건너가 사회인 리그에서 뛰며 프로팀 입단 기회를 노리든, 아니면 미국 독립리그에서 뛰며 마이너리그 트라이아웃을 노려보든, 그 셋 중 하나를 골라보라고.


묘한 웃음과 함께 정우진이 떠났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박정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 받으려고 했는데 손가락이 미끄러져 받고 말았다.


그 사람다운 질문이 날아왔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 있다고 생각하냐고. 아무래도 뒤늦게 만화책에 심취한 모양이다.


솔직하게 대답해줬다. 그 책을 끝까지 봤다면 알겠지만 아무리 도망 가봐야 해결 되는 건 없다고. 운명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은 그 운명과 맞서 이겨내는 것뿐이라고.


내 진심과 경험을 담은 대답에 박정진은 만족한 듯했다.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집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서 그 두 사람을 한 번에 만났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 둘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미국으로 간단다. 정우진의 형이 살고 있는 시카고로. 그곳에서 독립리그 팀을 알아보고,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마이너리그 트라이아웃을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왜 하필 골라도 제일 난이도가 높은 걸 고른 거냐고,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저 행운을 빈다고만 말해주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두 사람을 본 마지막.


“야구.”


“응?”


“야구 할 거야. 그 선배들.”


“그래?”


“쯧, 모르겠다. 왜 이렇게 야구밖에 모르는 바보들이 많은 건지. 이게 뭐 그리 좋다고.”


“뭔 소리야. 야, 너도 야구 선수야.”


“됐고, 햇볕 그만 가리고 저리 가. 그림자 진다.”


“늙은이 같은 놈.”


뭐가 됐든 그것이 그들이 원하는 일이라면,


잘 됐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의지나 환경이 아닌 본인들의 뜻대로 살아가길 바란다.


누군가에게 휘둘리며 살아가는 건 나 하나만으로 충분하니까.


**


딱!


“아웃!”


- 경기 끝났습니다! 7대 1, 청진고의 완승! 아, 강합니다. 만년 하위권이던 청진고가 몰라볼 정도로 강해졌습니다! 2028 주말리그 전반기에서 오늘 경기까지 5전 전승을 내달립니다


- 7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15개나 잡아내고, 거기에 결승 투런홈런까지 쳐낸 백호 선수도 대단했지만, 청진고의 다른 선수들도 칭찬받아야 마땅합니다. 백호의 뒤를 이어 2이닝을 잘 막아낸 강유찬, 두 투수와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 새로운 주전포수 민주원, 오늘까지 다섯 경기에서 타율 0.350을 기록한 리드오프 최승우까지, 이거 칭찬해주고 싶은 선수들이 한 둘이 아니네요


- 자, 이렇게 되면 주말리그 중부권역의 순위가 요동칩니다. 방금 전 끝난 대전우수고와 남일고, 우승후보 간의 경기는 대전우수고의 3대 2 한 점차 역전승으로 끝이 났습니다. 이로서 현재까지 순위가... 네, 대전우수고와 청진고가 5승으로 공동 1위, 남일고가 4승 1패로 3위로 내려앉았네요


- 영원한 우승후보였던 남일고지만 에이스 김서율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지 못했네요. 반면 대전우수고에는 부상에서 돌아온 2학년 조상혁 선수가 있었고요


- 이제 각 팀당 단 두 경기씩만이 남게 되었는데요. 남일고가 먼저 1패를 당하긴 했지만 아직은 모릅니다. 앞으로 이 주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었다.


자체 청백전을 치르는 것조차 버거워하던 청진고 야구부의 부원이 37명으로 늘어났다. 그 중 절반이 1학년이었지만 그럼에도 작년과는 비교할 전력이 아니었다.


청진고는 강해졌다. 그리고 그 강해진 전력은 경기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2028 주말리그 전반기 개막 후 5연승,


아직 대전우수고와 남일고, 두 강호와의 대결이 남아있긴 했지만 선수단의 분위기를 말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주말리그 전반기 우승을 노려보겠다는 의욕에 선수들이 활활 타올랐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주말 사이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고교야구를 비롯 모든 운동경기 취소>


<취소된 경기가 차주로 연기되며 마지막 7주차 토, 일, 이틀 연속 경기를 소화하게 된 중부권역 고교 팀들>


“흠... 이렇게 되면 백호를 대전우수, 남일, 어느 쪽에 내야 하지.”


“형님, 골치 좀 아프시겠네요.”


“남 말 하듯 하지 마, 이 자식아. 너 이 팀 코치야.”


“그죠, 코치죠. 하지만 감독은 아니잖아요?”


“망할 놈. 니 말대로 이 문제는 내가 고민해 볼 테니까 넌 백호랑 유찬이 컨디션 체크나 확실히 해. 아, 승진이 그 녀석도.”


“여부가 있겠습니까.”


5전 5승, 잔여경기는 두 경기, 하지만 잔여 일정이 주말 이틀 간 연이어 잡히며 둘 중 한 경기에는 백호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문제는 그 두 경기 상대가 모두 강팀들이라는 것.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서광수 감독이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토요일 대전우수고 경기 선발은... 강유찬.”


“네?”


“네가 선발이다. 그리고 백호는 남일고 전에 나선다.”


“알겠습니다. 감독님.”


아무리 에이스 김서율이 빠졌다 해도, 그리고 지난 대전우수고와의 경기에서 패배했다 해도,


서광수가 판단하기에 청진의 전반기 우승에 있어 최대 걸림돌은 남일고였다. 우승 DNA가 뼈 속까지 박힌 그 팀을 잡기 위해서는 에이스 백호가 필요했다.


그리고 또 하나 믿는 구석이 있었다면 그건 대전우수고, 정확히는 그날 선발로 예상되는 조상혁에 대한 강유찬의 경쟁의식이었다.


“그래봐야 너랑 같은 학년이야. 이길 수 있겠지?”


“해보겠습니다!”


“목소리 좋다. 마음에 들어.”


그렇게 선발투수가 결정되었다.


토요일 6차전 대전우수고 전 선발 강유찬,


일요일 7차전 남일고 전 선발 백호,


시간이 총알처럼 흘렀다. 대전우수고 전이 열리는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청주종합운동장 야구장,


지난 대결에서 빈볼을 던지다가 백호에게 얻어맞고 반 시즌을 날린,


그럼에도 실력 하나는 진짜인,


자신에게 야구를 그만둘 생각을 들게 만들었던 최악의 빌런,


조상혁,


마지막 남은 그 악연의 고리를 끊어버리기 위해,


강유찬이 마운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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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천재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찢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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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034화. 이겨내라 NEW +15 14시간 전 4,344 196 13쪽
» 033화. 마지막 관문 +26 24.09.18 6,543 288 17쪽
33 032화. 청진고 +27 24.09.17 7,211 312 15쪽
32 031화. 그 인터넷이라는 거 나도 좀... +24 24.09.16 7,898 286 18쪽
31 030화.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로봇이 되거라 +22 24.09.15 8,325 283 14쪽
30 029화. 이대로 돌아가라고? +17 24.09.14 8,871 293 19쪽
29 028화. 못할 일 같은 건 없다 +30 24.09.13 9,094 299 17쪽
28 027화. ...하기 딱 좋은 날씨네 +32 24.09.12 9,244 313 16쪽
27 026화. 피해라 +19 24.09.11 9,391 275 12쪽
26 025화. 애송이들 +25 24.09.10 9,727 283 21쪽
25 024화. 웃고 있는 거 맞지? +21 24.09.09 9,755 302 17쪽
24 023화. 동영상 강의 참조해서... +23 24.09.08 9,937 283 14쪽
23 022화. 구원투수 +13 24.09.07 10,156 261 13쪽
22 021화. 한 번 해보자고 +21 24.09.06 10,600 260 19쪽
21 020화. 박살 +15 24.09.05 10,623 315 16쪽
20 019화. 더! 더! 더! +26 24.09.04 10,702 325 18쪽
19 018화. 약속대로 박살내주지 +24 24.09.03 10,655 285 19쪽
18 017화. 팔꿈치를 붙여야 +17 24.09.02 10,595 309 17쪽
17 016화. 나는 천재가 아니니까 +16 24.09.01 10,797 286 17쪽
16 015화. 기대, 그리고 두려움 +25 24.08.31 11,221 291 25쪽
15 014화. 해보려 한다 +28 24.08.30 11,105 277 18쪽
14 013화. 보는 눈의 차이 +26 24.08.29 11,166 289 14쪽
13 012화. 삼대장 +23 24.08.28 11,366 295 17쪽
12 011화. 나는 행복합니다 +25 24.08.27 11,417 289 15쪽
11 010화. 백호 등장 +24 24.08.26 11,401 322 17쪽
10 009화. 그냥 제가 치겠습니다 +28 24.08.25 11,375 285 16쪽
9 008화. 주말리그 개막 +18 24.08.24 11,492 283 14쪽
8 007화. 내가 터트려준다고 +19 24.08.23 11,637 272 13쪽
7 006화. 너 진짜 야구 안 할 거야? +12 24.08.22 12,064 255 13쪽
6 005화. 이번 삶은 흥미롭다 +16 24.08.21 12,721 251 14쪽
5 004화. 청진고 야구부 +15 24.08.20 13,290 275 14쪽
4 003화. 인터넷 보고 배웠는데요 +14 24.08.20 13,732 284 16쪽
3 002화. 분노라는 감정 +16 24.08.19 14,799 294 14쪽
2 001화. 그걸 왜 이제 말해주는 건데! +88 24.08.19 16,592 403 20쪽
1 000화. 프롤로그 +19 24.08.19 18,201 28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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