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천재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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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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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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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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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화. 피해라

DUMMY

“야, 최승우.”


“왜, 다리 아파? 내가 앞에 탈까?”


“...다 왔는데 바꿔 타는 게 더 귀찮고, 그게 아니라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말해봐.”


“안 불편해? 뭐, 필요한 거 없어? 아니,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 엄마가 물어봐달라고 하셔서. 혹시 학교 다니는데 필요한 거 없냐고.”


친구의 말에 최승우가 잠깐 멍한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대답했다.


“없어.”


“이번 달 배트 구입비는?”


“누가 내줬어.”


“내줬다고? 누가?”


“몰라. 안 그래도 감독님한테 물어봤는데 대답 안 해주시더라.”


“음...”


“그나저나 강유찬.”


“왜.”


“너 오늘은 조용하다?”


“뭐가?”


“조상혁이랑 시합인데 그 새끼 얘기 한 번도 안 하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강유찬이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그러네. 그러고 보니 좀 있으면 그놈 얼굴 또 봐야 하는데 이상할 정도로 별 생각이 안 드네.”


“뭐야, 그렇게 죽일 것처럼 이를 갈더니 벌써 용서해준 거야?”


“용서라...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야, 근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넌 왜 조상혁 욕 안 해?”


“흠, 나는 뭐, 지난번에 그 새끼 백호한테 당하는 거 보고... 성불했다고 해야 할까? 내가 그렇게 저주하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놈이 백호한테 완전히 박살나는 걸 보니까... 그냥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저딴 놈한테 그렇게 신경을 쓴 건가?”


친구의 말에 강유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것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렇게 높아만 보이던 조상혁의 실력과 위상이 사실 별 것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며, 마음속에 쌓여 있던 분노가 저도 모르게 사라져버렸다.


사라져버린 분노 대신 새롭게 자리 잡은 감정은 야구 잘하는 선수들에 대한 부러움과 동경, 그리고 열정이었다.


157km/h를 던지는 좌완 김서율 선배의 환상적인 투구, 그리고 그 환상적인 투수마저 박살내버린 백호의 존재.


이 두 명의 선수에게 강유찬은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그들을 동경하면서 동시에 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물론 갈 길은 멀고도 멀다. 김서율은 고교 좌완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다. 그리고 백호는,


백호는...


“최승우.”


“왜.”


“우리 열심히 하면... 전국대회 우승, 그런 것도 해볼 수 있을까?”


“우승? 흠... 글쎄, 올해는 힘들어도 내년이나 내후년? 그쯤에는 도전해볼만 하지 않을까? 그 괴물 놈이 갑자기 다치거나 전학가거나 그러지만 않는다면?”


“그래, 그렇지... 전국대회 우승이라...”


김서율이나 백호 같은 괴물들을 넘어서는 건 아직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고교 야구 생활의 최종 관문인 프로 선수가 되는 것 역시 3년이나 남았다.


개인적인 목표를 세우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강유찬은 당장의 목표를 전국대회 우승으로 잡기로 했다.


“야, 근데 비올 거 같지 않냐?”


“그러네.”


“경기 날마다 날씨가 미친 듯이 좋더니 웬 일이래.”


습한 바람과 함께 한 두 방울씩 빗방울이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청진고와 대전우수고의 주말리그 후반기 첫 경기가 예정된 날 아침의 풍경이었다.


**


“조상혁.”


“......”


“조상혁!”


“...네, 감독님.”


“쯧, 정신을 어디에 두고 있는 거야.”


전반기 청진고 전의 패배는 대전우수고에게 단순한 1패가 아니었다.


지난 14년 간 남일고와 번갈아 1, 2위를 독차지하던 팀이 3위라는 치욕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그로 인해 교장을 비롯 후원회와 동문, 선배, 심지어 재단이사장에까지 경고를 들어야만 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1학년이긴 하지만 앞으로 3년 간 이 팀의 마운드를 책임져야 할 에이스의 상태가 이상해졌다. 투구와 타격 밸런스가 동시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이유가 뭔지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같은 1학년이며,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상대,


백호에게 완전히 박살이 나버린 게 이유였다.


“잊어버려. 너도 봤겠지만 그놈은 난 놈이다. 너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야구에는 타고난 놈이라는 뜻이야.”


사실은 조상혁보다 백호의 재능이 윗줄이라는 걸 정태식 역시 알았지만 지금 굳이 그런 말을 꺼낼 만큼 그는 멍청하지 않았다.


아들 뻘밖에 안 되는 놈의 비위를 이렇게 살살 맞춰줘야 한다는데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정태식의 혀는 멈추지 않았다.


“사자도 가끔 하이에나에게 물릴 수 있는 거다. 상황에 따라 도망을 가야 할 때도 있어. 다 그런 거다. 매번 이기기만 한다면 야구라는 스포츠는 존재하지도 않았겠지. 그러니까 기운 차려. 이기면 돼. 오늘 이겨서 네가 최고라는 걸 보여주란 말이야. 내 말 알아들어?”


“......”


“쯧, 그래. 알아들은 걸로 아마. 나가 봐. 가서 경기 준비 해. 비가 올 것 같으니까 몸 충분히 풀어두고.”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조상혁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 감독실을 빠져 나왔다.


그라운드로 향하는 복도를 걷는 조상혁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시발, 누굴 바보로 아나...”


조상혁도 안다. 그날 백호라는 놈에게 진 게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걸. 그게 우연이었다면 청진고가 남일고를 꺾고 전반기 우승을 차지하는 일 같은 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1학년에 불과하지만 다른 선수들을 눈 아래로 내려다보는데 익숙한 조상혁이다. 중부권역에서 자신과 맞설 투수는 김서율을 비롯 한 손가락 안에 꼽힐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 모두 얼마 후면 프로가 될 3학년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놈에게 일격을 얻어맞았다. 그냥 진 것도 아니다. 별의 별 꼴사나운 모습을 다 보여주며 완전히 패배했다.


“개새끼, 두고 보자...”


조상혁이 이를 부득부득 갈며 그라운드로 향했다.


**


- 야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을 시작으로 7월 첫째 주까지 약 7주간 진행될 2027 고교야구 주말리그 후반기 첫 경기, 청진고와 대전우수고, 대전우수고와 청진고 간의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 나온 이석민입니다. 제 옆에는 최영식 위원님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위원님


- 안녕하세요, 최영식입니다


- 경기 시작까지 30분 정도가 남은 가운데 이곳 공주시립야구장에는 약간의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 네, 만에 하나 경기 초반에 비가 쏟아져 노 게임이 선언되면... 아마도 다음 주 경기가 없는 시간에 재경기가 잡힐 겁니다. 그렇게 되면 선수층이 얇은 청진고로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겠네요. 토, 일 연달아 경기를 치르게 될 경우 에이스 없이 한 경기를 치러야 하니까요


- 그렇군요. 양 팀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에서 대회를 소화할 수 있도록 이 비가 더 굵어지지 않기를 바래야겠군요. 자, 어쨌든 지난 전반기 양 팀 간의 경기는 3대 0, 청진고의 승리로 끝났었습니다. 그 경기에서 백호 선수는 9이닝 14K 무실점 완봉승을 기록했고, 타석에서는 단타 하나가 빠진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죠


- 네, 지난 주말리그 전반기 최고의 스타는 누가 뭐래도 백호 선수일 겁니다. 156km/h를 던지고, 타석에서는 장외홈런을 날리는 고교 1학년 선수의 등장에 국내 야구계가 열광하고 있죠. KBO팀들뿐만이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백호 선수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 좋습니다. 반면 대전우수고의 미래이자 현재로 불리던 조상혁 선수는 청진고 전에서 쓴 맛을 봐야했습니다. 패전 투수가 된 건 물론이고 타석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죠


- 음... 경기 전에 대전우수고 감독과 만나봤는데, 다행이도 그날 패배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고 하더군요. 오늘 멋지게 복수하겠다고 말이죠. 네, 역시 조상혁 선수도 좋은 선수임에 분명합니다


-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광고를 들으신 후 계속 중계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2027 고교야구 주말리그 후반기 첫 경기, 청진고와 대전우수고 간의 1차전을 저희 KBC 라디오와 함께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비가 내리는 날을 좋아하던 시절도 있었다. 운동에는 도통 취미도 없고 재능도 없었던 초등학교 내내 그랬다. 비가 오면 밖에서 체육수업을 안 해도 돼서 그게 너무 좋았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대충 200년 정도.


이제 나는 체육시간을 두려워하는 꼬맹이가 아니다. 운동, 그 중에서도 야구와 관련된 거라면 그 무엇도 두려워할 필요 없는 존재가 되었다.


부슬비가 내리는 그라운드, 저 멀리 얼굴 가득 여드름 꽃이 핀 못생긴 놈 하나가 우리를, 아니, 나를 노려보고 있다. 놈의 분노가 여기까지 생생히 느껴진다.


대전우수고 선발 조상혁이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놈은 대체 뭘 처먹고 자랐길래 저렇게 상판때기가... 그게 아니라, 뭘 위해 저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걸까. 야구 하나 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거기에 다른 사람에 대한 증오까지 활활 불태우며 저렇게 에너지를 낭비하는 걸까.


이 저주는 내가 아닌 저놈에게 갔어야 했다. 그럼 저 머저리도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깨달을 수 있었을 텐데.


“자, 첫 경기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후반기 우리 목표는 3위 안에 들어 대통령배 출전권을 따내는 거다. 그러면 주말리그가 끝난 후 좀 쉬었다가 황금사자기를 치르고, 또 좀 쉬었다가 대통령배를 치를 수 있게 되겠지. 어때, 내 계획이?”


“좋습니다, 감독님!”


“그래,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구나.”


말은 저렇게 하지만 속으로는 우승을 하고 싶을 거다. 어쨌든 우린 주말리그 전반기 우승팀이니까. 그러니까 지금 감독이 저런 식으로 말하는 건,


부담,


그래, 음... 나로서는 잊어버린 지 한참 된 감정인 그 부담감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고 싶어서인 거다.


“최승우.”


“네, 감독님.”


“알바 안 하니까 좀 덜 피곤해보이네?”


“헤헤.”


“짜식, 웃긴. 그래, 이제 체력이 좀 돌아왔으면 열심히 해봐. 가서 어떻게든 출루해야지. 청진고의 리드오프는 너다.”


“넵! 반드시 살아나가겠습니다!”


최승우의 호언장담 속에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반드시 살아나가겠다던 최승우는 초구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딱!


“아웃!”


“......”


“방해 되니까 멍하니 있지 말고 후딱 들어가라.”


“...패장은 유구무언이올시다.”


뭐라는 거야, 역사 과목 낙제한 것 때문에 충격이라도 받았나.


하긴...


남 말 할 때가 아니구나. 기말고사 때는 정말 공부라도 좀 해야 할 것 같다.


바빠 죽겠는데, 쯧.


<2번 타자 유격수 정우진>


감독이 말한 것처럼 이번 후반기의 목표가 중부권역 3위 안에 드는 거라면 오늘 대전우수고와의 경기가 상당히 중요하다. 여기서 이기면 사실상 3위는 확보되는 거다. 남일고를 포함 두 번 정도는 져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다면?


그럼 일이 복잡해지겠지.


물론 질 생각 같은 건 없다. 나는 한 번 꺾은 상대에게 복수의 기회를 허용하는 그런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다.


뻐엉!


“스트라이크! 아웃!”


물론 쉬운 상대는 아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조상혁은 좋은 투수다. 연타로 점수를 만들어내는 건 힘들 것이다.


경기에 대한 집중도, 구장의 크기 등을 감안하면 전반기 경기 때처럼 홈런으로 승부가 결정 날 확률이 높다.


최승우에 이어 정우진마저 삼진으로 물러나고 내 차례가 돌아왔다.


<3번 타자 투수 백호>


저놈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오늘 경기는 우리 중 누가 먼저 홈런을 허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거라는 걸.


마운드 위 못생긴 놈이 이를 악 물고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나 역시 정신을 집중하고 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와라.


포심? 커브? 스플리터?


뭐가 됐든 넘겨주마.


큰 것을 날리기 위해 타격 폼을 조정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조상혁의 손끝에서 하얀 공이 붕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내 귓가에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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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032화. 청진고 NEW +23 21시간 전 4,059 222 15쪽
32 031화. 그 인터넷이라는 거 나도 좀... +22 24.09.16 5,778 226 18쪽
31 030화.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로봇이 되거라 +20 24.09.15 6,469 234 14쪽
30 029화. 이대로 돌아가라고? +15 24.09.14 7,135 240 19쪽
29 028화. 못할 일 같은 건 없다 +25 24.09.13 7,435 246 17쪽
28 027화. ...하기 딱 좋은 날씨네 +31 24.09.12 7,647 268 16쪽
» 026화. 피해라 +18 24.09.11 7,797 231 12쪽
26 025화. 애송이들 +24 24.09.10 8,131 236 21쪽
25 024화. 웃고 있는 거 맞지? +20 24.09.09 8,195 252 17쪽
24 023화. 동영상 강의 참조해서... +21 24.09.08 8,381 235 14쪽
23 022화. 구원투수 +12 24.09.07 8,607 217 13쪽
22 021화. 한 번 해보자고 +21 24.09.06 9,010 221 19쪽
21 020화. 박살 +15 24.09.05 9,052 266 16쪽
20 019화. 더! 더! 더! +24 24.09.04 9,128 273 18쪽
19 018화. 약속대로 박살내주지 +23 24.09.03 9,064 242 19쪽
18 017화. 팔꿈치를 붙여야 +16 24.09.02 9,030 259 17쪽
17 016화. 나는 천재가 아니니까 +16 24.09.01 9,217 239 17쪽
16 015화. 기대, 그리고 두려움 +25 24.08.31 9,602 245 25쪽
15 014화. 해보려 한다 +23 24.08.30 9,498 235 18쪽
14 013화. 보는 눈의 차이 +26 24.08.29 9,569 244 14쪽
13 012화. 삼대장 +23 24.08.28 9,753 252 17쪽
12 011화. 나는 행복합니다 +24 24.08.27 9,774 247 15쪽
11 010화. 백호 등장 +21 24.08.26 9,771 275 17쪽
10 009화. 그냥 제가 치겠습니다 +27 24.08.25 9,766 234 16쪽
9 008화. 주말리그 개막 +17 24.08.24 9,845 237 14쪽
8 007화. 내가 터트려준다고 +18 24.08.23 9,947 225 13쪽
7 006화. 너 진짜 야구 안 할 거야? +12 24.08.22 10,358 2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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