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천재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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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소년
작품등록일 :
2024.08.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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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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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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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화. 한 번 해보자고

DUMMY

<꼴찌 후보로 꼽혔던 청진고, 명문 대전우수고까지 잡아내며 6연승 질주!>


<9이닝 무실점 14K 완봉승, 멀티홈런에 3루타, 2루타까지 더하며 전 타석 출루를 기록한 백호... 1학년 에이스 간의 대결에서 완승>


<고교 1학년 최대어라 평가받던 대전우수고 조상혁, 6과 2/3이닝 5실점, 3타수 무안타 부진에 빠지며 팀의 패배를 지켜보다>


<익명을 요구한 프로팀 관계자 “한 경기만으로 모든 걸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2029 드래프트 1픽의 순위에는 분명 영향이 있을 것”>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스카우트 “구단에 한국을 전담할 스카우트 인력파견을 요청했다. 정말 좋은 선수를 발견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 청진고 VS 남일고 전에 집중되는 관심, 과연 청진고의 창단 후 첫 우승은 가능할지>


**


“정진 선배님, 혹시 승려 말고 운동선수가 될 생각은 없는 거예요?”


“응, 난 꼭 스님이 되어야 해.”


“왜요?”


“내 마음 속, 이 끝없는 번뇌를 끝내려면 그 길뿐이거든.”


“......”


이 사람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이 말도 안 되는 신체능력이면 꼭 야구가 아니더라도 뭔가 운동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재능이 너무 아깝지 않나?


하지만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사람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


저기 저놈들도 마찬가지다.


“왜, 뭐,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건데.”


“오늘따라 더 못 생겨보여서.”


사실은 눈치 채고 있었다.


내 공 받는 노예 1호기가 조상혁에 대한 복수를 마치고 나면 다시 야구를 그만둘 생각이라는 걸.


나는 오랜 시간 야구를 해왔다. 천재들을 보며 나의 재능 없음을 한탄하던 때도 있었고, 그런 재능의 한계를 시간의 힘으로 뛰어넘은 후에는 반대로 다른 선수들의 질시어린 시선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내 눈에는 저 애송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보인다.


누구 못지않은 재능을 가진 놈이 괜히 눈만 높아져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고 착각하고 있는 거다.


당연한 일이지도 모른다. 저놈의 비교대상이 나, 혹은 조상혁이니 말이다.


글쎄,


나는 그렇다 치고 지금이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조상혁하고는 한 번 붙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공을 던지는 매커니즘 자체가 현대야구의 트렌드와도 잘 어울리고, 무엇보다 손끝에 감각이 있다. 한 번 가르쳐준 커터를 곧바로 실전에 써먹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야, 강유찬, 난 그럼 먼저 샤워하러 간다.”


“왜, 같이 가. 나도 저놈 공만 받아주고 훈련 끝낼 거야.”


“오늘 알바 한 시간 먼저 가야 해. 그럼 나 먼저 간다.”


야구부에 들어온 후에도 계속 아르바이트를 이어가고 있는 최승우 저 놈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대전우수고 리드오프인 김영욱보다 최승우 저놈이 더 좋은 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프로팀 코치고 김영욱과 최승우가 동시에 입단한다면 난 망설임없이 최승우를 중견수로 키울 거다.


결론적으로 저 두 놈 역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야구재능을 타고났다. 그런데 한 놈은 의미 없는 비교질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고, 한 놈은 아르바이트에 뭐에 뭐가 그리 바쁜지 도통 야구에 집중하질 못한다.


뻐엉


뻐어엉


“야, 이거 연습투구야. 살살 좀 던져!”


잡생각이 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너무 세게 던져버렸다.


강유찬의 얼굴을 보니 가슴 속에서 뭔가가 욱하는 게 한 마디 하고 싶어졌지만,


그만뒀다. 그냥 다 귀찮아졌다.


“쯧, 애송이들이란 역시.”


“갑자기 또 무슨 소리야!”


“닥치고 공이나 받아.”


**


뻐엉


- 삼진! 삼진! 대전우수고의 주포 백준성이 삼구삼진으로 물러납니다! 몸 쪽 155km/h 하이패스트볼에 꼼짝도 하지 못했습니다!




“영상 보니 어때?”


“진짜 턱도 없는 놈이 튀어나왔네요. 준성이를 저렇게 잡아내다니.”


“그렇지?”


“공도 빠르지만, 무엇보다 영리하네요. 백준성하고는 첫 대결인데, 타자가 뭘 생각하는지 훤히 꿰고 있는 거 같은데요.”


“맞아, 그렇지 않고서는 저런 식으로 던질 수가 없지. 어때, 저놈한테 이길 자신은 있고?”


남일고 감독의 말에 김서율이 피식 웃었다.


“감독님이 가르쳐주셨잖아요. 야구는 1대 1 승부가 아니다. 상대 투수와의 대결에서 패한다 해도 팀이 이기면 우리가 이기는 거다.”


“그래, 내가 그렇게 가르쳤지.”


“저는 야구에 나이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저놈이 저보다 좋은 투수일 수도 있겠죠. 당장은 아니더라도 1년, 아니 반년 후만 되도요.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할까요? 저는 남일고가 청진고에 진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에이스의 대답에 감독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역시 이 녀석이 최고다. 투수 개인 기량에 있어 이놈보다 더 나은 놈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팀을 이끌어갈 에이스로 이 녀석보다 나은 투수는 없다. 선수보다는 팀이라는 남일고의 철학에 가장 잘 부합하는 투수는 바로 이 녀석이다.


남일고 감독이 김서율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좋아, 전반기 우승은 너에게 맡기마. 나가 봐.”


**


“야, 최승우.”


“왜.”


“얼마 전부터 물어볼까 말까 하다 참은 건데.”


“뭔데, 그냥 물어봐. 대답해줄 테니까.”


“너 왜 아르바이트 하냐? 너희 집 잘 살잖아. 야구 할 거면 야구만 하고, 그게 아니면 차라리 공부를 하든지, 왜 굳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데?”


친구의 말에 최승우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 내가 말 안 했구나.”


“뭘 말 안 했다는 건데.”


“우리 집 망했어.”


끼이익


“뭐?”


최승우의 말에 깜짝 놀란 강유찬이 자전거를 멈춰 세웠다.


“그냥 가면서 말해. 이러다 또 지각이다.”


“야이 씨, 지금 지각이 문제... 아니, 문제는 문제지. 알았어, 그럼 일단...”


주말리그 전반기 우승이 달린 마지막 경기, 남일고와의 일전을 위해 학교로 가고 있는 강유찬과 최승우.


중요한 경기다. 야구로 복귀한 첫 번째 목적이 조상혁에 대한 복수였다 해도 우승이 걸린 마지막 경기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강유찬의 머릿속에서 잠시나마 야구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집이 망했다고? 이럴 때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강유찬이 할 말을 고르느라 말을 잇지 못하자 최승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놀래. 별 거 아냐. 그냥 아버지 사업이 망해서 어디론가 잠수 타셨고, 엄마는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하셨고, 아, 큰 병은 아니야. 그냥 놀라신 거. 아무튼 집에는 빨간 딱지가 붙었고, 그래서 나는 고모네 집에서 학교 다니는 중. 대충 이해됐지?”


“야... 그럼 너 얼마 전부터 너희 집 못 오게 한 게...”


“어, 거기 이제 못 가. 우리 집 아니야. 은행 꺼야.”


“그럼 아침마다 우리 집 와서 밥 먹은 것도...”


“응, 고모랑 고모부 맞벌이시라 아침 차려줄 사람이 없거든. 괜히 눈치도 보이고.”


“자전거 안사고 매일 내 뒤에 타는 것도...”


“아니, 그건 그냥 편해서. 안 그래도 고모가 자전거 한 대 사줄까 하셨는데 필요 없다고 했지.”


친구의 대답에 어이가 없어진 강유찬이 한숨을 푹 쉬었다.


어쩐지 뭔가 이상했다. 매사에 귀찮은 것 투성이던 놈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부터 의심했어야 했다.


“...야, 너 괜찮냐?”


“괜찮아. 너도 알잖아. 나 잠자리도 잘 안 가리고, 밥도 아무 거나 잘 먹는 거. 그리고 별로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그나마 너랑 노는 게 재미있어서 야구는 계속 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가능할까 싶다. 아르바이트로 야구부 활동비 내는 게 쉽지만은 않거든.”


이런 심각한 이야기를 웃으면서 하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됐지만,


지금 당장 강유찬이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그래도 야구는 포기하지 마. 네가 제일 잘 하는, 아니, 좋아하는 게 그거잖아.”


“너나 포기하지 마. 이 새끼야. 내가 너였으면... 됐고, 칙칙한 얘기는 그만두고 일단 오늘 경기나 생각하자. 내일 일은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뭐.”


**


고교야구 주말리그 중부권역의 우승팀을 가리는 마지막 경기,


홈팀 덕아웃에 자리를 잡은 청진고 선수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꿈만 같은 일이다. 지난 해 주말리그 전반기 2승 5패, 후반기 1승 6패에 그쳤던 팀이 여기까지 오다니.


오늘만 이기면 창단 후 첫 우승이다. 비록 전국대회도 아니고, 그래봐야 주말리그 지역 우승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우승은 우승이다.


학교에서 야구부를 대하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경기장을 찾는 응원단의 숫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오늘은 100명이 넘는 재학생과 동문회 응원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일고와 마지막 결전을 치르게 되었다. 들리는 말로는 이곳 야구장의 관중석이 좁아 100명밖에 못 온 거란다. 달라진 입지가 새삼 느껴졌다.


긴장감, 기대감, 부담감, 승리에 대한 열의,


온갖 감정으로 뒤덮인 선수들의 얼굴을 보며 서광수 감독이 말했다.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청진고 지휘봉을 잡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 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 딱 한 번만 남일고와 결승을 치를 수 있다면 정말 후회 없이 그만둘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런데 이렇게 빨리 그 날이 올 줄은 몰랐네? 어떻게, 오늘 경기 끝나면 나 그만둘까?”


“감독님...”


“하하, 농담이야. 이 녀석들아. 그만두긴 왜 그만둬. 오래오래 벽에 똥칠 할 때까지 이 팀 감독 할 거니까 나중에 졸업하고 나서 나 잊어버리지 말고 가끔 놀러오고, 아무튼 그건 그렇고!”


감독의 농담에 선수들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선수들을 보며 서광수 감독이 활짝 웃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든 나는 오늘을 잊지 않을 거다. 자랑스러운 제자들과 함께 우승에 도전했던 이 순간을 말이야. 가자, 나가면서 응원단 쪽에 인사하는 거 잊지 말고. 오늘 경기, 재미있게 해보자. 제자들아.”


**


- 주말리그 전반기 우승과 황금사자기 직행 티켓이 걸린 마지막 경기입니다. 최 위원님, 오늘 양 팀 응원단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네요. 경기시작까지 시간이 제법 남았는데 벌써부터 응원전이 치열합니다


- 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이곳 경주베이스볼파크에는 관중석이 따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난겨울 동안 급하게 내야 관중석을 설치했단 말이죠. 그 관중석이 지금 양 팀 응원단으로 가득 들어찼습니다


- 좋군요. 자, 남일고는 그렇다 치고 청진고가 여기까지 올라올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오늘 경기 전까지 6연승을 내달린 두 팀이 드디어 만났습니다


- 올해도 중부권역에서는 남일고와 대전우수고, 2강 체제가 유지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거든요. 이야, 근데 전체 부원 숫자가 22명밖에 안 되는 청진고가 대전우수고까지 꺾을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 못했죠


- 그러니 백호 선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지난 여섯 경기 중 다섯 경기에 선발 등판했고, 나머지 한 경기에는 마무리로 올라왔습니다. 45와 2/3이닝을 던지며 5승 1세이브, 9이닝 당 삼진을 무려 16.9개나 잡아냈습니다. 와, 1학년 투수가 정말 대단했네요


- 처음에는 백호 선수의 실력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야구를 시작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1학년 선수들 중 최대어라 평가받던 조상혁 선수와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두며 그런 소리도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 국내 팀도 그렇지만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더군요. 오늘도 빅리그 팀 스카우트들이 이곳 경주베이스볼파크를 찾아 백호 선수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 당연하죠. 저 나이에 156km/h를 던지는 투수, 물론 중남미 쪽에 가면 찾을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백호 선수에게는 그들에게 없는 것들이 여럿 있죠


- 그게 뭘까요?


- 그 공을 존안에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신체가 완성되지 않아서 가끔 밸런스가 흔들릴 때도 있는데, 그걸 역이용할 정도로 영리합니다. 체인지업도 좋고, 무엇보다 경기운영능력이 탁월합니다. 상대적으로 야구 시장이 큰 한국인이라는 것도 큰 장점이죠. 같은 실력이면 훨씬 더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 아, 타격도 빼먹으면 안 될 것 같은데요


- 네, 샘플이 적긴 하지만 5할에 가까운 타율에 5개의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고교선수들이 일 년에 대략 3, 40경기 정도를 치르는데요. 거기서 홈런 10개만 때려내도 특급 거포 취급을 받습니다. 지금 백호 선수의 페이스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이 가실 겁니다


- 알겠습니다. 그런 백호 선수가 오늘 선발 투수 겸 3번 타자로 출전해 남일고의 에이스 김서율과 정면대결을 펼칩니다. 잠시 후 시작될 경기를 저희 KBC 중계와 함께 하시길 바라며, 광고보고 돌아오겠습니다


**


솔직히 말하면 이 팀에서 뛰면서 여기까지 와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라는 존재가 있었음에도 청진고는 언제나 중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전국대회는 물론이고, 주말리그에서조차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다.


당연한 일이다. 언제나 그렇듯 야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까. 내가 아무리 날아다녀도 같은 팀 동료들이 실책을 하면 점수를 내주는 거고, 결정적인 찬스에서 병살타가 나오면 질 수밖에 없는 거다.


그렇기에 나는 이 결과가 놀라울 뿐이다.


뭘까, 분명 같은 멤버에 훈련량도 비슷한데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왜,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데.”


포수로서의 실력만 놓고 보면 원래 저 마스크 주인인 홍진하가 훨씬 나으니 강유찬 저놈은 이유가 못 되고... 아, 저놈이 던지는 공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긴 한다.


“배고프다.”


밥을 잘 못 먹고 다니는 건지 틈만 나면 배고프다는 말을 달고 사는 최승우...


이놈의 중견수 수비는 확실한 플러스 요인이 맞고,


“어제는 밤새도록 불공을 드렸어. 꼭 이기게 해달라고.”


“밤에는 잠을 자야죠, 선배님.”


“괜찮아. 며칠 정도 못 자도 끄떡없으니까.”


탈 인간적인 피지컬을 가진 이 예비스님의 영향도 좀 있는 것 같고,


“자! 얘들아, 이제 마지막이다. 힘내자! 파이팅!”


“청진고 파이팅!”


음... 이번 생에 유난히 열정적인 주장의 영향도 있을 테고,


그러고 보니 숨어 있던 플러스요인이 꽤 된다.


새삼 깨닫는다.


별 것 아닌 것들이 한데 모여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망할, 광주 타이거즈에서 뛰던 초창기가 생각났다. 왜 그 팀에는 이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녀석들이 없었을까. 매일 술 먹고 사고치는 놈들만 득실득실하고.


“플레이 볼!”


-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2027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반기 중부권역 우승팀을 가리는 마지막 경기, 청진고와 남일고 간의 대결이 청진고의 선공으로 시작됩니다!


그럼에도 솔직히,


냉정하게 제3자의 시각에서 살펴보면 오늘 청진고가 남일고를 잡을 확률은 높지 않다.


이건 내 실력과는 상관없는 문제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유망주들을 끌어 모은 대전우수고와 달리 지금부터 우리가 상대할 남일고는 엄청난 훈련량을 바탕으로 탄탄한 조직력을 쌓아올린 팀이다. 이기는 법을 알고, 이기기 위해서는 뭐든지 한다.


힘만 믿고 무식하게 덤벼들던 대전우수고와 달리, 남일고는 우리 팀의 가장 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디선가 에러가 터져 나올 것이고, 결국 천천히 무너져 내릴 것이다.


마치 예전 광주 타이거즈가 그랬던 것처럼.


<1번 타자 중견수 최승우>


그러니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경기 초반에 선취점을 올려 저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거다. 꼼수가 아닌 정면대결을 할 수밖에 없게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뻐어엉!


“스트라이크!”


- 157km/h! 157km/! 대단합니다. 초구부터 엄청난 강속구가 날아옵니다!


- 네, 역시 김서율이네요. 고등학교 3학년 좌완투수가 157이라니요. 빅리그 팀들이 침을 흘릴 만합니다


김서율, 중부권역을 대표하는 에이스이자 전국에서도 탑 레벨을 다투는 3학년 투수. 대전이나 부산에 입단하면 에이스, 클리블랜드로 가도 선발 한 자리 정도는 차지할 포텐을 가진 선수다.


최고 구속 157km/h의 포심과 스위퍼,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가끔 제구에 문제를 드러내긴 하지만 그 압도적인 구속과 구위로 타자를 찍어 누르는 타입의 투수가 바로 김서율이다.


부웅


“스윙! 아웃!”


- 삼진! 삼진입니다! 삼구 삼진! 청진고 리드오프 최승우가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역시,


쉽지 않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난 삶에서보다 공이 더 좋아진 느낌이다. 우리 팀 애송이들이 때려내기에는 턱없이 위력적인 공이다.


“주장, 포심만 노리는 게 나을 거 같은데요.”


“그래, 백호야.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


내 조언에 정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타석으로 들어섰다.


조언이라고 하긴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쉬울 리 없다.


이쪽 생각을 눈치라도 챈 것인지 스위퍼와 체인지업이 번갈아 날아왔다.


부웅


“스윙! 아웃!”


“아...”


청진고 응원석에서 탄식이 쏟아졌다. 6연승에 취해있던 사람들이 이제야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팀이 어떤 팀인지 깨닫게 된 것이다.


최승우에 이어 정우진까지 삼진으로 물러나며 투 아웃 주자 없는 상황,


이제 내가 칠 차례다.


하지만,


- 아, 과감한 결단이네요. 이번 대회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백호 타석에서 자동고의사구가 요청됩니다. 김서율 선수가 자존심보다는 팀을 선택합니다


그래, 이럴 줄 알았지.


남일고가, 그리고 김서율이 무서운 부분이 이런 거다.


계속 쳐맞으면서도 끝까지 덤벼들던 조상혁과 달리 저 투수는 이기기 위해서라면 승부욕이나 자존심 같은 건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낮출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결국,


부웅


“스윙! 아웃!”


렌즈를 새로 맞춘 후 어느 정도나마 떨어지는 공을 구분할 수 있게 된 박정진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우리 팀의 1회 초 공격이 득점 없이 끝났다.


그래,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오늘 경기 재미있겠네.


어디 한 번 해보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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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천재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찢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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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032화. 청진고 NEW +23 21시간 전 4,070 222 15쪽
32 031화. 그 인터넷이라는 거 나도 좀... +22 24.09.16 5,784 226 18쪽
31 030화.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로봇이 되거라 +20 24.09.15 6,473 234 14쪽
30 029화. 이대로 돌아가라고? +15 24.09.14 7,138 240 19쪽
29 028화. 못할 일 같은 건 없다 +25 24.09.13 7,437 246 17쪽
28 027화. ...하기 딱 좋은 날씨네 +31 24.09.12 7,652 268 16쪽
27 026화. 피해라 +18 24.09.11 7,804 231 12쪽
26 025화. 애송이들 +24 24.09.10 8,133 236 21쪽
25 024화. 웃고 있는 거 맞지? +20 24.09.09 8,198 252 17쪽
24 023화. 동영상 강의 참조해서... +21 24.09.08 8,386 235 14쪽
23 022화. 구원투수 +12 24.09.07 8,608 217 13쪽
» 021화. 한 번 해보자고 +21 24.09.06 9,012 221 19쪽
21 020화. 박살 +15 24.09.05 9,055 266 16쪽
20 019화. 더! 더! 더! +24 24.09.04 9,129 273 18쪽
19 018화. 약속대로 박살내주지 +23 24.09.03 9,069 242 19쪽
18 017화. 팔꿈치를 붙여야 +16 24.09.02 9,033 259 17쪽
17 016화. 나는 천재가 아니니까 +16 24.09.01 9,220 239 17쪽
16 015화. 기대, 그리고 두려움 +25 24.08.31 9,605 245 25쪽
15 014화. 해보려 한다 +23 24.08.30 9,502 235 18쪽
14 013화. 보는 눈의 차이 +26 24.08.29 9,574 244 14쪽
13 012화. 삼대장 +23 24.08.28 9,756 252 17쪽
12 011화. 나는 행복합니다 +24 24.08.27 9,776 247 15쪽
11 010화. 백호 등장 +21 24.08.26 9,774 275 17쪽
10 009화. 그냥 제가 치겠습니다 +27 24.08.25 9,767 234 16쪽
9 008화. 주말리그 개막 +17 24.08.24 9,846 237 14쪽
8 007화. 내가 터트려준다고 +18 24.08.23 9,952 225 13쪽
7 006화. 너 진짜 야구 안 할 거야? +12 24.08.22 10,362 215 13쪽
6 005화. 이번 삶은 흥미롭다 +16 24.08.21 10,919 214 14쪽
5 004화. 청진고 야구부 +15 24.08.20 11,436 230 14쪽
4 003화. 인터넷 보고 배웠는데요 +14 24.08.20 11,830 239 16쪽
3 002화. 분노라는 감정 +15 24.08.19 12,750 248 14쪽
2 001화. 그걸 왜 이제 말해주는 건데! +83 24.08.19 14,284 338 20쪽
1 000화. 프롤로그 +17 24.08.19 15,604 236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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