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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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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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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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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전문 행정인력 진남매

DUMMY

나는 처음 봤을 때부터 진소민에게 호기심이 있었고,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눠보면서 더 확신할 수 있었다.


반드시 영입해야 할 인재라고 말이다. 현대였다면 초등학교 6학년밖에 되지 않은 어린이인데, 어려운 삶 속에서도 비굴함 없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동생까지 책임지는 의지와 정갈한 어휘 구사까지. 더불어 살기에는 최선의 인물이다.


고립된 산간생활.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다. 물론 우린 셋이었지만, 고립된 처지는 그대로이다. 그렇기에 사람이 필요했다. 나와 동생들이 장성할 때까지 정신적으로 갇히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인연들.


이제는 먹고 자는 것은 충분히 해결해줄 수 있으니, 부디 좋은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함께 살 수 있기를 말이다. 아마 백예린 사건이 큰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돌아가야 할 집과 가족이 있었으니까.


그런 일들이 있었기에 예정보다 수 년을 앞당겨서 동생들과 마을에 내려간 것이기도 하다.


아무튼 진남매를 데려온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배운 집안에서 태어나서 였는지, 생각이 빠르고 판단력도 좋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지식과 지혜도 눈에 띄었다.


안타깝게도 둘다 무재는 없었다. 우리가 그랬듯이, 진남매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삼재신공을 구해서 익혀봤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내공을 느끼지도 못해서 단전을 만들지 못했다고 했다. 어차피 물리적인 부분은 화하둥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전혀 상관이 없었다.


내게는 소민이가 복덩이였다. 소민이는 가장 먼저 창고상황부터 확인했다. 귀한 소금부터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꼼꼼히 살펴봤다. 다음으로 화하둥이에게 의지해가면서 밭의 면적을 실측했다.


작년 텃밭의 규모를 기준으로 하니, 감자의 소출량은 평당 열여덟 근 정도였다고 한다. 나도 셈해보지 않아서 몰랐던 내용이다. 그리고 작년의 텃밭 규모는 백평이 약간 넘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맨 땅에 하루도 쉬지 않고 맨손으로 일궈낸 것이라, 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크진 않았다.


문제는 올해다. 감자밭의 면적이 삼천평이란다. 고구마밭이 천평 정도. 채소밭들은 다 해서 이천평이 정도 수준.


어린애 셋이 경작하는 밭만 육천평 되시겠다. 종자가 부족해서 아무 것도 심지 못한 휴경지가 다섯배 정도. 장원의 건물들과 터들까지 생각해보면 더 넓다.


무림인 다섯 명이 작정하고 닷새 간 땅을 깐 결과였다. 나무를 베고 뿌리를 뽑고 바위를 부수고 자갈마저 가루내면서 말이다.


현대인의 감성으로는 산꼭대기를 다 갈아엎어서 녹지 풍성한 리조트를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물론 놀고있는 땅이 더 많아서 푸르지만은 않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일류무사 넷과 절정무인도 대단하지만, 초절정 두명이 출동한다면 어떨까?


화하둥이가 보배로다. 그리고 이 넓은 토지를 모두 감추고 있는 진법의 정체는 대체 뭘까?


아무튼 당시의 폭발하는 광기로 만들어 낸 밭은 그냥 봐도 넓었지만, 듣고보니 얼떨떨했다. 감자밭은 곧 수확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대로 가면 수확한 감자에 파묻혀 질식할 수준이란다.


듣자마자 얼떨떨한 내게, 이미 제안할 방도도 여럿 구상해왔다. 아침에 보여준 연필을 이미 편히 쥐고 쓰고 있는 그녀는 빼곡한 글씨가 차있는 죽간본을 펼쳤다.


신축 창고를 건축할 것. 까둔 땅이 워낙 넓어서 아무데나 지으면 되는데, 그 위치와 방법까지도 제법 잘 짚었다. 화하둥이의 오감과 기감을 통해서 확인한 목으로 습도가 가장 낮았다고 한다.


그리고 땅을 깊게파서 층을 만들고, 하중을 고려한 선반을 제작할 것. 전용 옹기를 구워서 습도를 방지하여 보관할 것.


필요 이상의 소출을 처리할 방법으로, 가공하거나 외부판매 등을 지금부터 계획할 것. 그리고 이 과정들을 통해서 내년의 경작지를 계획할 것.


소출은 비상 대비 비축량을 포함할 수 있는 적정 수준만 유지하고, 밭을 줄여 차라리 목축을 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일러주기까지 한다.


'얘 천잰데?'


소한이는 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할아버지 생전까지, 의원도 해결할 수 없는 자신의 병약한 몸을 스스로 고치려고 의술을 어느정도 익혔단다.


아마 그런 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소민이 직접 약재들을 구하려고 했었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의술을 익혀서 인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소한이었다.


"음 그러니까 단전에서 용천혈까지 불어넣은 내기를 바닥에 쏘듯이 뿜어내고, 그와 동시에 다른 근육은 그대로, 오직 가자미근만 수축시킨다는거네? 내공 흐름은 완전히 수직으로 내리는거고? 뼈에 무리가 가진 않고?"


"그래서 담비뒷다리가 중요해. 다람쥐뒷다리가 되면 무릎 뒤부터 엉덩이까지 뼈가 아프거든."


화하둥이 전문 무공번역사가 생겼다. 소한은 내공을 느끼지 못해서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서도, 구체적으로 질문하면서 화하같이 말해도 소한처럼 알아들었다.


그렇게 해석하는 내용들을 다시 글귀로 만들고, 화하둥이의 검수를 받고, 다시 정리해서 구결로 만드려는 것 같았다. 가전무공을 체계화하는 장면이었다.


들어온지 이틀만에 대변혁의 싹을 틔우는 진남매였다. 이 기특한 고급행정인들에게 무슨 포상을 해야할까 고민했다. 그때 번뜩 생각이 났다. 그래, 도구가 찾아냈던 적화흑삼! 아직 한뿌리가 남아있었다.


나는 도구에게 흑삼 캐오는 것을 부탁하고 약재당에 들어갔다. 연단 준비를 해야했다. 보통 단환은 고뿔이나 속앓이에 쓰는 상비약을 만들 때나 잡는 형태인데, 한번 만들 때 많이 만들어서 자주 쓰진 않는다. 오랜만에 본업으로 실력행사를 해봐야겠다.


무림에서 말하는 영단은 일반인이 섭취하면 건강이 크게 개선된다고 하는데, 그게 다 영초를 연단해서 만드는 것이다.


내공이 없는 일반인의 경우 적화흑삼같이 상위 영초를 조제없이 그냥 먹으면 오히려 독이 된다.


흑삼을 연단해서 소한에게 주겠다고 하자, 진남매도 이제 내 성향을 알아서 거부하지 않고 그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내 약학지식과 소한이의 의학지식을 토대로 첨가할 약재들과 연단과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전처리 과정과 연단과정까지 나흘이 걸렸다.


"서른 알이니까, 한달이면 되겠네. 일단 오늘치 한 알부터 먹어보고 몸이 어떤지 확인해보자."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형님."


"나보다는 네가 고생했지."


실제로 연단은 준비만 해줬고, 나머지는 거의 소한이 다 했다. 나와 화하둥이는 소민이의 지휘에 따라 창고를 만드느라 바빴다.


창고는 아직도 짓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과 마을에서 익힌 지식들이 총동원되었다. 공교롭게 가장 많은 공이 들어간 것이 창고라니. 다시 닷새가 지나서야 끝났다.


한채당 백 평 정도로 다섯 채를 지었다.다음날 하루를 통째로 푹 쉬었다. 감자 수확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수확물들을 저장할 나무상자만 며칠 내내 만들었다. 자연파괴 그 자체. 집짓는데 보 다 더 나무가 많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닷새간 수확을 했다.


소한을 제외하고 도구 까지 다섯이 모두 달려들어 해뜰 때부터 해지고 나서까지 감자만 캐고 옮겼다. 저녁 밥도 감자였기 때문에, 모두 밥생각이 없어졌다.


다음 날 다시 하루를 꼬박 쉬었다. 이 날은 공가 최강 도하와 진가 최강 소한이 장기를 뒀다. 삼전삼승 소한의 승리였다. 진건 도하였지만, 나와 소화도 어깨가 내려갔다.


우리가 쉬고 노는 동안에도 소미는 중간중간 창고에 나가 감자를 품질별로 선별하고, 도구가 이를 도왔다. 그리고 씨감자로 쓸 수량을 따로 분리하고 남은 수량도 다시 상시용과 비상비축량, 잉여수량으로 분리했다.


축사도 면적당 마릿수, 암수 마릿수, 일간 계란 출하량, 매일 소비되는 사료량 등을 기록했다. 뭔가 큰 집안에 총관이라도 생긴 것 같다.


흑삼단약을 복용한 지 약 보름이 지났고, 매일 보는 얼굴이라 몰랐는데 보름 새에 건강히 엄청나게 좋아졌다고 한다. 상위급 영약과 몸에 좋은 약재가 들어갔고, 의식주와 개인위생이 개선되었으니 건강해질만하지. 두 사람이 또 한번 내게 감사를 표했다.


다음 날, 진남매가 찾아왔다. 서책을 엮을 종이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동안 꾸준히 버섯과 약초를 번 돈이 있었지만, 우리도 식량이 많을 뿐 돈이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종이 살 돈은 있었다. 바로 예린이 떠나기 전에 주고간 은자! 무려 다섯 냥을 받아서 비상금으로 가지고 있었다. 시골마을에서 은자를 쓰는 것도 눈에 크게 띄이는 일이라 가지고만 있었다.


큰 맘 먹고 마을로 내려갔다. 대길이형을 불렀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구매하는 것은 부담이 되어서, 구매를 대행시키기 위해서였다. 직업이 심부름꾼이다보니, 은자를 쓰더라도 이상하게 여길 사람은 적었으니까.


좋은 옷감과 종이를 잘 분배해서 우리 다섯 지을 양과 종이까지 은자 세냥 안에서 구해주기를 부탁했다. 남으면 남는대로 잔돈은 거슬러오고 부족하면 세냥치만 사오기로.


그리고 한냥을 따로 심부름값으로 건넨다. 일회치가 아니라 달아두고 앞으로도 종종 부탁할 것이라 했다.


내려올 때 잔뜩 등에 싣고 온 감자는 객잔에 드렸다. 초봄에 심은 감자 농사가 많이 잘 되어서 잉여량이 꽤 된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암염덩어리도 감자 사이사이에 몇개 껴넣어드렸다. 소미와 소한이 큰 도움이 된다고, 소한은 계속 건강해지는 중이라고 안부도 전해드렸다.


이틀 뒤 대길이형으로부터 전해받은 옷감과 서책용 종이를 가지고 돌아왔다. 옷은 소미와 소화가 지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번역을 마친 소한이 두권의 서책을 작성해주었다.


공가심법 (公家心法)

초용의보 (貂踊擬步)


가전무공이 비전서로 남은 역사적인 날이다. 진남매가 들어온 지 딱 이십 일만에 보여준 성과였다. 아직도 동생들의 무공을 번역 및 연구중인 소한은 반년 안에 동생들의 모든 무공을 비전서로 기록하겠다고 한다.


소미도 이미 공가 장원의 내정을 다 파악해서, 서류화하고 있었다. 재능을 보고 데려온 것이 아니었기에 이런 결과가 뜻 밖이고, 두 사람에게 고마움을 크게 느낀다.


그리고 동시에 이 전문행정 인력을 더 굴려먹을 수 있는 분야를 머릿 속으로 계산해본다. 일단 어디 딴데 가지 못하게, 잘 먹이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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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천하제일 장인대회 (1) +3 24.09.17 353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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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드디어 김치찌개를 먹다. +3 24.09.16 394 13 12쪽
28 28. 새 가족의 탄생 +6 24.09.16 425 15 11쪽
27 27. 중원제일 산업도시, 삼정산 +4 24.09.15 463 15 13쪽
26 26. 후추를 얻다 +2 24.09.14 490 16 8쪽
25 25. 세가들과의 인연 +2 24.09.14 502 11 8쪽
24 24. 기간산업의 변화 +2 24.09.14 538 13 7쪽
23 23. 기틀 마련 +2 24.08.30 691 15 13쪽
22 22. 세상에 오롯이 서려 합니다. +3 24.08.29 681 16 12쪽
21 21. 은혜갚은 백가장 +4 24.08.28 678 14 12쪽
» 20. 전문 행정인력 진남매 +2 24.08.28 676 14 11쪽
19 19. 호구조사 +3 24.08.27 685 14 11쪽
18 18. 삼정공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 24.08.26 704 14 11쪽
17 17. 새 가솔을 거두다 +5 24.08.25 715 16 12쪽
16 16. 가족 +5 24.08.25 700 17 7쪽
15 15. 새봄맞이 +3 24.08.25 712 16 9쪽
14 14. 삼남매 첫 나들이 +2 24.08.25 743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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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다짐 +4 24.08.21 785 16 11쪽
9 9. 백예린 +3 24.08.21 792 18 11쪽
8 8. 무림인과의 조우 +5 24.08.20 804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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