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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탱이
작품등록일 :
2024.08.1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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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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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세가들과의 인연

DUMMY

슬슬 더워지는 여름이 되었다. 백가장의 지원과 대길의 역량으로 중촌은 늘 발전하고 있었다. 서른다섯명으로 시작된 중촌은, 산아래 위치한 세 마을(삼정촌, 대정촌, 덕목촌)의 젊은이들이 많이 유입되어서 총 백명의 인구가 정착했다. 거대문파처럼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무공을 배울 수 있는 기회와 안정적인 일자리가 제공되기에 가능했다.


덕분에 정상의 본가에서는 늘어난 인구를 책임질 식량 확보에 다시 열을 올리게 되었다. 워낙 넒은 휴경지가 존재했기 때문에, 경작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언제까지 삼정산의 지력이 온전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에 별도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두 개의 무공이 만들어졌다. 하나는 심공이다.


첫 번째가 공유생공(空有生功). 깊은 호흡을 통해서 뱉어내는 날숨에 섞인 생기를 조절해 땅으로 환원시키는 행공이다. 질소비료를 만들 재주는 없었기 때문에, 무림인의 특권인 기(氣)를 운용하여 대기를 땅으로 보내는 방법이었다. 내가 구상한 것을 최대한 소한이 설명해가며 동생들이 자신들의 느낌대로 만들어냈다.


두번 째가 공가격공장(公家擊空掌)이라고 하는 장법이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대기를 쳐서 땅으로 스며들게 하는 목적이다. 정확한 타점을 노리는 게 아니라 최대한 눌러담는 느낌의 내공운용이 핵심이다. 이렇게 두가지 무공을 활용하여 경작지를 걸으면서 행공을 운공하고, 손으로 쉴 새 없이 바닥을 향해 장을 날리면 끝이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다음 수확기가 지나봐야 알 수 있다. 양계장에서 나오는 계분도 거름으로 함께 사용했다.


이렇게 일상적인 생산활동에 매진하던 때에 중촌에서 일급 호출이 왔다. 일급 호출은 주로 도구를 통해서 전달된다. 진남매만 남기고 우리 공가 삼남매가 모두 중촌으로 급히 내려갔다. 풍채가 청수한 노인 한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파무림에는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집단이 있다. 바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인데, 노인은 그 중에서 문무겸비로 명성이 자자한 제갈세가(諸葛世家)의 태상가주 제갈상현이었다. 뜻 밖의 방문에 영문이 궁금했는데, 의외로 단순했다. 연필의 발명가를 수소문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대뜸 내게 은자가 잔뜩 들은 전낭을 던져줬다. 연필을 자기 생전에 보급해준 값이라고 한다. 어른이 주시는 건 거절하는 게 아니라고 배웠다.


명성과 영향력이 워낙 높은 어르신이다보니, 중촌에서 맞이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정식으로 우리 본가로 초대하고 함께 산을 올랐다. 그는 현역시절 만박무괴(萬博武怪)라는 별호로 활동했을만큼, 다방면에서 능통하고 무공 경지 또한 화경을 이룬 절대고수였다. 놀라운 것은 그런 제갈상현조차 삼정산의 진법을 파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미 중촌의 풍경을 접한 터라, 그동안의 다른 손님들보다 본가의 풍경에 크게 놀라진 않은 듯 했다. 그저 조금의 도움은 있었으나, 우리 어린 남매들이 지금의 본가를 모두 이룩했다는 점에서 놀라긴 했다. 그와는 제법 이야기가 잘 통했다. 연필이 상인을 중심으로 일반 양민사회에 빠르게 보급되는 것에서 핵심을 짚은 인물이었다. 그는 연필이 단순히 쓸 것으로서의 편의성 뿐만 아니라, 점차 지식과 지혜의 보편화를 이뤄낼 도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점에서 무림에서 몇 안되게 지성을 강조하는 대표집단의 인물로서 반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세가라는 틀에 얽매여서 폐쇄성을 띠게 된 지난 날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아까의 은자는 그에 대한 사례 였던 것이다. 서른 냥은 넘어보였는데, 확실히 오대세가는 부자구나 싶었다. 친하게 지내야지.


참고로 현 정파무림의 최고 지낭으로 칭해지는 분이신데, 진소한과의 바둑을 세 판 두고 전패했다. 참고로 소미와는 일승 일패. 진남매가 똑똑하고 영특한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증명되었으나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제갈가주는 배울 게 많은 동네라면서, 그 이후로도 자주 찾아오곤 했다.


언제는 혼자가 아니라 가문의 진법가들과 함께 방문했다. 여기 본가가 위치한 정상의 신비로운 진법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중촌의 핵심 범위에 기문진술들을 여러 개 설치해주셨다. 답례로 최고급으로 만들어둔 연필과 아직 공개하지 않은 비누를 드렸다. 그런 인연으로 끝내 우리는 각자 가문의 깃발을 나누게 됐다.


백가장과는 사업적으로 훨씬 긴밀한 관계가 되었다. 내가 의뢰한 다양한 바퀴와 수레 몸통, 바퀴축, 자전거 몸통들이 완성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전생에서 내 유일한 이동수단이었기에 친숙하고 아는 것도 많았다. 기어와 체인도 내가 꼼꼼하게 그림과 각주로 설명한 것을 제대로 재현했다. 수레는 총 오십대, 자전거는 총 서른 대의 몸통이었고, 이 날을 위해 준비해둔 내장 고무 공기관, 외장고무테로 이중 구성된 바퀴를 모두 꺼내어 장착했다.


철제 제품 제작의 의뢰를 완벽하게 수행해준 백가장에 별도의 선물을 따로 보냈다. 사실 선물이라기보다 앞으로의 거래를 위한 포석이었다. 중학생 시절 기술가정 교과에서 잠깐 배운 코크스라는 것이 기억난 것이 시작이었다. 철광석을 녹일 때 순수한 탄소를 함께 넣어 불순물을 제거하는 용도인데, 숯과 저품의 석탄 등을 재료로 공도유 독문기공으로 만들어낸 무림식 탄소결정(공가탄이라고 부른다)이었다. 이를 계기로 백가장은 완벽한 중원제일 야장가문(中原第一 冶匠家門)으로 자리매김했다. 덕분의 우리 가문도 공가탄의 납품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수입이 크게 늘어났다.


그리고 우리를 더욱 부자로 만들어 줄 고무바퀴 수레들도 나누었다. 삼정공가(三井公家)의 이름이 음각된 수레 오십 대. 이십 대는 백가장에 선물했고, 열 대는 제갈세가에 선물했다. 그리고 열다섯 대는 중촌에서 사용하고, 남은 다섯대를 본가에서 쓰기로 했다. 고무 안장까지 마련된 자전거는 본가 사람들 모두 사용하게 되었다. 동생들은 자신들의 경공이 훨씬 빠름에도 타는 것 자체를 즐겼다. 나머지 자전거는 모두 중촌에 지원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의뢰한 바퀴는 현대의 소형차 수준의 바퀴다. 그에 맞는 두꺼운 고무테를 두르고 마차로 만들었다. 고급스러운 외장재와 내부는 고무로 충격을 완화시킨 의자가 배치된 특품이었다. 대길을 내세워서 감숙포정사(甘肅布政使)께 선물했다. 그리고 금칠로 외장한 마차 한대는 함께 보내어, 감숙포정사(甘肅布政使)를 통해 황도로 진상을 요청했다. 이미 무림세력들에 가까워졌지만, 현대감성 충만한 공도유이기에 공권력을 존중한다는 표시였다.


이제는 차이가 벌어졌지만, 이전까지 백가장과 야장술을 두르고 경쟁하던 거대가문이 하나 있다. 사천당가(四川唐家)는 독과 암기로 가장 유명하지만, 의학과 야장술로도 유명했다. 호기심도 워낙 강한 일족들이라 백가장 상승세의 원인인 나를 찾아다녔고, 당가의 집착에 질린 백가장의 가주가 직접 부탁해서 나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백예린의 부친되는 백가장주도 이 때 처음 봤다.


막상 만나게 된 사천당가에게 알려줄 것이 많지는 않았다. 야장술이란 것도 아는 게 없고, 그냥 코크스 하나 기억하고 있던 것 뿐이다. 독과 관련된 지식도 없었고. 그러나 나름 전생의 명문대생 입시 지식이 어디 가겠는가. 돈이 없어서 휴학하고 현장노동과 아르바이트를 했을 뿐, 빛나는 1등급 출신 공도유이시다. 과외 아르바이트도 했었지만, 열심히 가르치는 것과 별개로 학생의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잘렸기에 선호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공가에 위협되지 않을 수준에서 기초적인 화학지식을 가르쳤는데, 그것만으로도 은사 취급을 받았다. 덕분에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당가는 비상 시 쓸 수 있는 독과 해독제, 각종 구급약품들을 많이 지원해줬다. 추가로 생산되는 고무바퀴 수레를 다섯 대 선물로 보내드렸다. 그렇게 인연이 생긴 당가의 깃발도 중촌 입구에 걸리게 되었다. 이제 제법 뒷배도 든든한 가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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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드디어 김치찌개를 먹다. +3 24.09.16 393 13 12쪽
28 28. 새 가족의 탄생 +6 24.09.16 425 15 11쪽
27 27. 중원제일 산업도시, 삼정산 +4 24.09.15 463 15 13쪽
26 26. 후추를 얻다 +2 24.09.14 488 16 8쪽
» 25. 세가들과의 인연 +2 24.09.14 502 11 8쪽
24 24. 기간산업의 변화 +2 24.09.14 537 13 7쪽
23 23. 기틀 마련 +2 24.08.30 691 15 13쪽
22 22. 세상에 오롯이 서려 합니다. +3 24.08.29 681 16 12쪽
21 21. 은혜갚은 백가장 +4 24.08.28 678 14 12쪽
20 20. 전문 행정인력 진남매 +2 24.08.28 675 14 11쪽
19 19. 호구조사 +3 24.08.27 685 14 11쪽
18 18. 삼정공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 24.08.26 704 14 11쪽
17 17. 새 가솔을 거두다 +5 24.08.25 714 16 12쪽
16 16. 가족 +5 24.08.25 700 17 7쪽
15 15. 새봄맞이 +3 24.08.25 711 16 9쪽
14 14. 삼남매 첫 나들이 +2 24.08.25 740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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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다짐 +4 24.08.21 784 16 11쪽
9 9. 백예린 +3 24.08.21 792 18 11쪽
8 8. 무림인과의 조우 +5 24.08.20 803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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