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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탱이
작품등록일 :
2024.08.1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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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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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26. 후추를 얻다

DUMMY

빠르게 한 해가 지났다. 이제 나는 열 다섯 살이 되었다. 여전히 어린 나이지만 성장기답게 쑥쑥 잘 크고 있었다. 동생들도 마찬가지고.


그동안 본가에서는 가장 돈이 되는 제품 생산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농경도 여전히 중요했기 때문에, 수확기때는 중촌인원까지 진법 안으로 데려와 일을 나누고 소출을 나눴다.


셈할 필요도 없이 어마어마한 수확량이었지만, 경지 차이가 있다할지라도 전원 무림인이다보니 넘치는 체력과 기예로 편하게 해결해버렸다.


농한기 이후로는 대부분의 생산을 멈추고, 본가와 중촌 모두 무공 수련에 집중했다. 든든한 뒷배가 많이 생겼지만 스스로 지킬 힘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그 과정에서 가장으로서의 체면은 바닥을 뚫고 내핵까지 내려갔다. 매일매일 동생들에게 지도대련이라는 이름의 구타 비슷한 것을 당했다. 동생들도 불편한 마음이었지만, 그럴수록 내가 더 악착같이 매달렸다. 만약에라도 실전이 발생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 말이다. 오라버니(큰형)를 공격할 정도의 단단한 마음은 가지게 하고 싶었다. 생존을 위해서.


조금 다른 가닥이지만, 나 또한 대련에서 동생들로부터의 생존을 모색하며 절대적으로 방어에 치우치는 독문무공을 만들어냈다.


소림이 추구하는 금강과 비슷한 방향으로 만들어진 체술로, 현대 격투기의 가드를 많이 참고했다. 이 것만큼은 동생들도 인정하고, 더 계발하여 제대로 된 무공으로 집대성했다. 물론 비전서로 만들어 낸 것은 소한이었다.


이후로도 딱히 경지 상승은 없었지만, 실전성이 높아지고 비어져 있는 육신의 단련이 채워진 느낌이었다. 박달나무를 치는 느낌이라하여, 공가단골공(公家檀骨功)이라 이름지었다.


봄이 되면서 우리 삼정공가의 번영 덕분에, 산 아랫마을들도 활기를 갖게 되었다. 이 곳 영정현에서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면 정주(定州)가 있다.


이 곳은 비단길이라고 불리는 서역과의 교역로가 통과한다. 같은 감숙성에 위치해있고, 거리도 멀지 않음에도 지난 세월 동안은 얻을 것 없는 영정현을 찾아오는 서역 상인은 없었다. 올해는 날이 풀리자마자 다양한 상인들이 아랫마을들에 찾아왔다.


그들 대부분이 원하는 것은 고무제품들이 가장 많았다. 중원도 일부 지역이 그렇고, 서역상인들의 본토에서도 그렇고 천연 고무나무가 자생하지만 우리 공가만큼의 가공기술은 없었던 듯 하다. 그래서 서역 상인들은 고무 바퀴과 좌석의 거래를 요청하는 방문이 대부분이었다.


연필은 우리 말고도 만들어내는 타 공방의 유사제품이 늘어났지만, 품질에서는 아직까지는 우리 것이 제일이었다. 타 공방의 제품들은 연필심이 단단하지도 않고, 우리것만큼 제대로 종이 묻어나지 않았다.


짧은 시간 수익을 올려줬던 양변기는 이제 각 지역별로 만드는 도공들이 많아졌다. 상하수도의 설치가 관건이지, 물건의 구조는 간단했으니까.


다 필요없다. 어차피 고무바퀴 만들기만도 바빴으니까. 본가와 중촌의 재배장에서 겨우 내 생산량이 적었던 탄괴버섯이 마구마구 피어났고, 출하되는대로 첨가제와 함께 가공되었다.


거래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결국 삼정촌은 상인들의 거점 마을처럼 확장되어 전장까지 들어섰다. 사람이 늘어나면서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마을이 팽창하고 외부인원들이 늘어나자, 흑도무리들이 생겨나고 소요가 늘었다.


조용했던 마을이 시끄러워지자, 처음에는 활기를 찾는다고 좋아했던 토박이분들의 원망도 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객잔아저씨는 아예 중촌으로 이주하셨다. 죄송한 마음에 현지인들께 보상도 하고, 삼정공가의 이름으로 처음 무력 해결을 직접 나섰다.


대길이를 중심으로 완숙한 일류고수들 오십명으로 이루어진 중촌치안대와 이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자경단원들이 모두 투입되었다. 당연히 공가 최대전력인 우리 삼남매는 나서지도 않았다.


손 쉽게 마을의 소요를 잠재우고 흑도를 평정했다. 해봤자 삼류잡배들이니 결과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삼류라고는 하지만 무인들이기에 단전을 모두 파괴하고, 관에 압송시켰다.


무림인의 방식대로 해결한 것이 아니라 무뢰배들에 대한 신고와 처벌을 요청드리니 관에서는 좋아했다. 무림인이 관의 법을 따르고, 그 처벌을 맡기는 것 자체로 관의 명예가 올라가는 일이니까. 게다가 우리 공가는 투명한 세금납부를 유지하고, 편의물자들을 관에 자주 지원했기 때문에 특히 인상이 좋았다.


서역 상인들은 의외로 점잖았다. 먼 길을 다니는 그들이기에 호위무사들의 숫자도 많았고, 프라나라는 낯선 기운을 다루는 강자들도 많았다. 아무래도 먼 여정을 통해 상업활동을 하는 그들이기 때문에, 하찮은 소요보다 상거래에 진심으로 보였다.


현재 삼정공가의 고무제품들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요가 많았고, 그들의 주력상품인 후추 또한 월등한 수요와 값을 자랑했기 때문에 중촌에서는 늘 팽팽한 협상이 이어졌다.


나는 그들에게 은자 열 냥을 투자해서 후추를 구입했다. 중원의 기후에서는 자라지 않는다는 후추이지만, 신비로운 삼정산 정상이라면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늘 그랬듯이 공도유님께서 투자한 종목은 뜹니다.


그 밖의 매입으로는 사천당가를 통한, 대두의 확보가 있었다. 이 시대의 압착방식의 착유는 그 효율이 높지 않았다. 이게 다 전부 멍청한 무림인들이 나서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나와 동생들이 직접 나서서 기공을 활용한 기름을 짜냈다. 남은 콩깻묵은 그 즉시 기공으로 건조하고 분말로 만들었다. 어디에 쓰든 용도야 많았다. 안되면 닭 사료로 써도 좋다.


중원 음식들은 기름에 볶는 음식과 값 비싼 튀김음식들도 많았기 때문에, 이제는 번화가가 된 삼정마을에 유통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닭튀김과 탕초리척이 더 대중적인 음식이 되기를 기대하는 이유도 있었다.


바쁘게 지내던 때에, 소미를 통해서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영물인 희아가 임신을 한 것이다. 우리 도구가 아빠가 되는 것이다. 가끔씩 삼정공가를 찾던 제갈상현이 수명이 긴 영물들은 희귀성 때문에 짝을 찾기가 힘들고, 수태도 쉽지 않아서 직접 임신사례를 보는 것 자체가 매우 귀한 일이라고 했다.


희아에게 자주 영양식을 먹였고, 쉬는 자리를 더 자주 보살폈다. 덕분에 홀로 양 떼를 관리하게 된 도구였지만 뭔가 더 활기차고 씩씩해보였다.


공가의 누구보다 빠르게 어른이 된 도구였다. 몇년 전에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작은 강아지였는데 말이다. 그 시절 피터지는 싸움의 승자는 나였지만, 솔직히 이제는 덤빌 용기도 없다.


동생들의 말로는 도구의 힘이라면 자신들의 무력과도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초절정의 끝에 선 무인과 비비는 수준이라니, 다시는 도구와 싸우지 않고 평생 일승의 추억을 안고 살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내가 투자했던 후추는 대부분 발아에 성공했다. 역시 신비로운 삼정산에는 무언가가 있다. 휴경지로 두던 곳에 넓게 심었다. 후추마저 수확에 성공하게 된다면, 남는 건 정말로 고추뿐이다. 그 외에도 양젖을 발효해서 얻는 버터와 치즈도 언젠가 성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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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드디어 김치찌개를 먹다. +3 24.09.16 393 13 12쪽
28 28. 새 가족의 탄생 +6 24.09.16 425 15 11쪽
27 27. 중원제일 산업도시, 삼정산 +4 24.09.15 463 15 13쪽
» 26. 후추를 얻다 +2 24.09.14 489 16 8쪽
25 25. 세가들과의 인연 +2 24.09.14 502 11 8쪽
24 24. 기간산업의 변화 +2 24.09.14 537 13 7쪽
23 23. 기틀 마련 +2 24.08.30 691 15 13쪽
22 22. 세상에 오롯이 서려 합니다. +3 24.08.29 681 16 12쪽
21 21. 은혜갚은 백가장 +4 24.08.28 678 14 12쪽
20 20. 전문 행정인력 진남매 +2 24.08.28 675 14 11쪽
19 19. 호구조사 +3 24.08.27 685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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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무림인과의 조우 +5 24.08.20 803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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