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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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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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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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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올해도 감자농사는 내려놓지 않을 겁니다.

DUMMY

아직 추위가 남은 늦 겨울, 나는 열 여섯 살이 되었다. 추운 겨울동안 무작정 살기 위해 정착을 신청한 사람들이 꽤 되었다. 이제 보안에도 신경을 써야했기 때문에, 아무런 절차없이 그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겨울동안 초입마을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식량을 지원했었다. 그동안 대길이 관의 도움을 받아서 신원 확인을 한번 했고, 제갈신혜와 당천묵이 개방에 요청해서 또 한번의 신원 확인 절차를 밟았었다.


역시 그들 중에는 타가문의 첩보원들이 제법 있었다. 정파출신도 있었고, 사파출신도 있었다. 같은 무림맹 소속인 경우 정식으로 기술제휴를 계약으로 맺은 당가와 제갈세가, 백가장까지 해당 가문에 항의와 배상을 요구했다. 덕분에 관과 개방에 도움을 받은 보상을 할 수 있었다. 사파의 경우 경고를 보내긴 했지만, 잘 안먹힌 것 같다. 앞으로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신원이 확실한 인원들을 남촌에 정착시켰다. 삼정산에 있는 모든 무림 인력을 동원해서 뚝딱 필요시설을 모두 건설했다. 인맥이 넓은 대길이 알고 있던 사람이 남촌의 촌장을 맡았다. 새 촌장의 이름은 사우진. 아랫마을인 대정촌에서 온 토박이었다. 몇대 째 작은 미곡상을 운영해왔지만, 삼정산의 발전 이후 마을을 찾는 대형 미곡상단이 늘어나면서 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가게를 닫고 소일거리를 찾아 입에 풀칠을 하다가 먼저 중촌에 정착한 대정촌 출신들의 권유로 오게 되었다고 했다.


동촌은 인근에 삼정마을이 있고, 남촌은 인근에 대정마을이 있다. 앞으로 남촌을 통한 삼정산 방문도 있을테니, 마을출신에 인망도 있는 그가 촌장을 맡는 것은 괜찮은 판단이었다. 다만 남촌민들은 대부분 중년의 나이로, 무공을 익히기엔 너무 늦은 나이었다. 고무바퀴라는 황금알을 낳고 있는 삼정산이기에, 무력이 없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민촌은 여러가지 걱정거리가 되었다.


결국 중촌에서 남촌으로 이주민을 지원받고 차출도 했다. 주로 대정촌 출신들이 지원해줬다. 지원자들에게는 금전적인 보상을 약간 해줬다. 그렇게 중촌과 남촌의 인구를 섞었다. 대다수 인원이 무공을 익힌 중촌민과 달리 새 정착민들은 인력적으로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이들은 빨래, 밥짓기, 상거래 등 일반인들도 할 수 있는 역할을 전담시켰다. 생산직은 역시 무공을 익혀야 했다. 효율이 다르니까.


분가의 전문화, 분업화까지 마친 삼정공가는 새해에도 돈을 열심히 쓸어담고 있었다. 탄괴버섯 재배지 한 동은 열흘에 한번씩 수확할 수 있다. 일반적인 버섯들에 비해 굉장히 짧은 생육기간을 갖는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일 회 수확량은 수레용 고무테 사십 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투입되는 원가를 모두 제외한, 순수익은 네 개에 은자 한 냥. 열흘마다 은자 열 냥을 벌어다주고 있다. 한 달이면 삼십 냥. 이런 재배지가 예순 다섯 동이다. 이것 저것 다합치면 한달 소득이 이천 냥 정도 된다. 말 그대로 돈을 쓸어담고 있을 만큼 팔고 있는데도 고무 공급이 부족한 편이다. 앞으로도 고무제품들은 가격 하락세 없이 지금의 소득을 유지시켜 줄 것이다.


참고로 무공을 익힌 중촌민들의 급여는 달에 은자 두 냥이다. 초절정 고수인 동생들의 용돈은 달에 은자 다섯 냥. 폭리를 취하는 것 같지만, 식량 배급과 일반 마을과 비교할 수 없는 편의시설과 안락한 거주지가 제공되면서 급여까지 은자로 받기에 중촌민들의 만족도는 최상이다. 우물에서 물을 길러오지 않고, 냄새나지 않는 측간을 사용하며, 온수 목욕도 쉽게 즐길 수 있다. 돈을 더 벌고 싶다면, 남는 시간에 초입마을에서 장사를 해도 된다.


심지어 중급이지만 무공도 가르쳐준다. 본가의 최상승 무공들은 우리 본가사람들만 익히고 있다. 최대한 본가와 분가를 차별하지 않으려 하지만, 실제적인 무력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이것만큼은 제한을 두고 있다. 당장에는 분가의 인원들을 믿지만, 대를 넘어서면서 언젠가 무공이 유출되면 그만큼 약점이 생기는 일이니까. 분가 사람들도 이 점을 이해하고 있고, 지금도 충분히 고맙게 여기고 있다고 했다.


순수익은 이천냥 정도되고, 전체 인원의 급여와 삼정산 전체에 공급되는 식량과 생필품 등의 지출이 총 오백 냥 정도 된다. 중촌인구 중 일류고수가 현재 이백 명, 그 급여만으로 사백 냥이 나간다. 진남매의 급여가 각각 은자 다섯 냥. 무공을 익히지 않은 중촌민의 경우는 주로 은자 한 냥. 이들이 주로 초입마을에서 노점운영 등으로 추가 소득을 취하고 있다. 촌장인 대길에게는 별도로 은자 두 냥이 더 지급된다. 식량은 본가에서 지급하는 양도 많지만, 외부에서 사오는 양도 많다. 생필품도 마찬가지이고. 그리고 외부에서 들여오는 철기구, 목재, 땔감 등도 있다. 아무튼 뺄 거 다 빼도 이 시점에서 공가는 월에 은자로 천 오백 냥 수준의 돈을 축재하고 있다.


당가와 제갈세가에 호위 인력을 추가 요청했다. 이 부분에서 나는 큰 마음을 먹고 각각의 비전을 공유했다. 연필심의 비전은 제갈세가에게, 질소 비료의 개념은 사천당가에게. 질소비료의 경우 개념에 가까운 것이고, 완성은 사천당가가 해야하기에 비전이라고 하기엔 부족하긴 했다. 하지만 아류를 만들 수 있는 연필심과 달리, 완성만 한다면 폭발적인 생산량 증대를 이룰 수 있는 훨씬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리 공가는 화학적인 연구는 보류하고, 무공으로 대기를 대지로 밀어넣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호위인력의 비용은 각 가문에 월 은자 오십 냥씩 내기로 했다. 아마도 가문마다 절정무인 다섯 명 정도가 추가로 파견될 것이고, 그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가는 더 안전해질 수 있었다. 사천당가와 제갈세가는 이미 작년에 방적기와 직조기로 어마어마한 경제적인 이익과 지역 양민들의 지지를 얻었다. 우리 공가는 양모가 부족해서 크게 써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미 우리 공가에 대한 호감이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무상으로 호위를 요청해도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빚지지 않는 선에서, 대가를 지불한 것은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다.


올 해는 이 넉넉한 자금을 토대로 세력권을 삼정산 밖으로 늘려 볼 생각이다. 그 첫번 째는 당연히 삼정마을이다. 나는 이 곳에 학당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일반적인 유학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산술과 농업, 토목, 목공, 요리 등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일들을 교과로 하는 교육처이다. 당연히 무상으로 시범 운영할 생각이다. 강사는 분가사람들 중에서 뽑기로 했고, 부족한 지식이나 교육기술은 나와, 진소미, 제갈세가에서 도와주기로 했다.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새로 세웠다. 제법 교육장다운 형태를 갖추고 강사들까지 준비를 마쳤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찾아온 아이들은 서너 명 정도 아주 적은 인원이었다. 이 시대는 내가 그랬었듯이 어린아이들도 주요 노동력이기 때문에, 무상교육이었음에도 배우는 것보다 일하는 것에 투입된 것이다. 넉넉한 것이 감자뿐이지만, 그 것으로 점심 무상급식까지 내세우니 그제서야 아이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부모들은 아이의 작은 노동력보다 차라리 한 끼 때우고 오게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나는 강사들에게 아이들의 반응이나 열의에 상관없이, 꾸준히 지치지 않고 생업에 관련된 지식들을 가르칠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그 중에 열의가 있는 아이들은 따로 신상파악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현대인의 감성을 가진 복지라거나, 여유가 생긴 자의 위선이 아니다. 늘 사람이 부족한 공가에 필요한 인재를 선점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같은 맥락으로 고아나 편부모 밑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감숙성 전역에서 찾는 것을 대길에게 지시했다. 삼정촌의 고아출신인 그는 처음부터 내 뜻을 이해했고, 비밀스럽게 이 업무를 진행했다. 소문이 퍼진다면 다른 세력에서 어린아이를 첩자로 둔갑시킬 수도 있는 세계니까. 외부로 진출하는 것은 앞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직 본가의 사람들도 어리다. 우리가 장성할 때까지 시간은 충분했다.


아직 외부의 진출은 진전이 더뎠지만, 삼정산은 겨울이 끝나가자 더욱 활기차졌다. 영물 강아지들은 제법 잘 자랐지만, 아직은 새끼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 가을 데려온 강아지들의 수장이 되었다. 덩치로만 보면 비슷한데 확실히 모태영물의 위엄이 돋보였다. 일반 강아지들은 그동안 잘 훈련받아 이미 간단한 전령 역할을 소화해냈다. 주로 중턱의 재배장들끼리 소통을 이었다. 매란국죽은 희아를 도와 방목하는 가축들의 질서를 유지시켰다. 덕분에 착유 시간이 줄어들었고, 버터와 치즈의 가공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도구는 이제 새로운 역할이 생겨서 낮 시간을 바쁘게 움직였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분가사람들의 이동수단이 된 것이다. 도구가 스스로 시작한 일인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아예 수레 하나를 개조해서 도구 전용으로 튼튼한 육인석 견차(?)를 만들어줬다. 바퀴도 황실에 진상할 때 썼던 마차의 바퀴를 적용했고, 좌석도 고급 고무안장으로 만들었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들은 도구 견차를 타고 중촌과 남촌, 초입들을 돌아다니면서 할 일들을 스스로 찾았다. 서촌이나 북촌의 재배장처럼 생활시설이 없는 곳으로 이동해서, 상주인원들에게 새참을 배달해주기도 하고 빨래거리들을 수거하기도 했다. 객잔아저씨는 중촌의 식구들을 모두 책임지는 숙수일을 하셨고, 다른 인원들이 보조를 도왔다. 그리고 중촌에서 자리를 잡은 이들 중에서 아이가 생긴 부부들도 있었기 때문에, 아이를 돌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와 동생들은 아침마다 파종 전 지력향상을 위한 질소고정 무공시전을 했다. 공유생공(公有生功)과 공가격공장(公家擊空掌). 지난 수확 때 이미 증명된 방법이었다. 거기다가 모아둔 가축들의 배설물도 뿌린다. 올해는 약간이지만 경작지를 확대할 생각이다. 그동안은 경작지를 줄이고 목축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후추라는 상품작물이 생겨났기 때문에 방향을 바꿨다.


감자와 고구마는 현재 규모를 유지, 후추 재배지를 이천 평으로 늘렸다. 공란과의 재배지도 천 평씩 둘로 나누어 이천 평. 공란과는 설 익었을 때는 토마토의 맛을 내고, 완전히 여물면 고추의 맛을 내는 신비한 열매다. 그리고 양젖과 버터, 치즈를 쓰게 된 공가의 식문화에 잘 어울리는 양념이 되어주기 때문에 과하지 않은 규모라고 판단했다. 일단 삼정산에서만 구할 수 있는 작물이기 때문이 컸다.


다른 것은 다 수긍해도 감자의 재배면적에는 모두가 반대했다. 분가의 확장으로 인해 인원수가 늘어나면서, 외부로부터의 식량의존도가 높아졌지만 이 세상은 불안한 것이 많다. 언제든지 가뭄이나 홍수로 흉작이 생길 수 있고, 여기 감숙성은 애초에 농경이 발달하지도 않았다. 늘 기근을 대비하고, 풍족한 삼정산의 기운에 의존해야 한다. 특히 감자는 일 년에 두번이나 수확을 하고 있어서, 지금도 늘 과잉생산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반대도 일리가 있긴 하다. 그럼에도 내 태도는 완강했다. 앞으로도 공가에서 먹여살릴 인원은 늘어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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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천하제일 장인대회 (1) +3 24.09.17 351 14 7쪽
» 30. 올해도 감자농사는 내려놓지 않을 겁니다. +3 24.09.16 359 12 12쪽
29 29. 드디어 김치찌개를 먹다. +3 24.09.16 392 13 12쪽
28 28. 새 가족의 탄생 +6 24.09.16 425 15 11쪽
27 27. 중원제일 산업도시, 삼정산 +4 24.09.15 463 15 13쪽
26 26. 후추를 얻다 +2 24.09.14 488 16 8쪽
25 25. 세가들과의 인연 +2 24.09.14 501 11 8쪽
24 24. 기간산업의 변화 +2 24.09.14 537 13 7쪽
23 23. 기틀 마련 +2 24.08.30 691 15 13쪽
22 22. 세상에 오롯이 서려 합니다. +3 24.08.29 680 16 12쪽
21 21. 은혜갚은 백가장 +4 24.08.28 678 14 12쪽
20 20. 전문 행정인력 진남매 +2 24.08.28 675 14 11쪽
19 19. 호구조사 +3 24.08.27 685 14 11쪽
18 18. 삼정공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 24.08.26 703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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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다짐 +4 24.08.21 783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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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무림인과의 조우 +5 24.08.20 803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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