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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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DUMMY

하늘에서 말린 고기와 딱딱한 빵을 먹으며 해가 뜨고 지는 걸 보았다.

대략 하루쯤 넘게 날아 도착한, 잊지 못할 의식을 치렀던 그곳은 텅 비어있었다.

부서졌던 건물도 다 철거되었고 그 많던 시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저 새파란 파도가 한때 웅장한 건물이 올라가던, 이제는 텅 빈 절벽만 때리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그래도 나름 날 챙겨줬었는데. 전부 다 뒤졌지.’


탈레스가 감상에 젖은 사이, 제논은 손으로 무언가 휙휙 돌리더니, 한 손 크기의 구체를 만들어 건넸다.


“자넨 마나 감지를 전혀 하지 못하니 이걸 쓰게. 의식이 이뤄졌던 그곳을 찾아주게. 거기에 당도하면 이 구체의 색이 바뀔 거야.”


제논의 말을 전부 이해하진 못했지만, 이 구체가 주변에 강하게 흐르는, 혹은 흘렀던 마나를 탐지해 주는 모양이었다.

유지 시간은 대략 일주일.

넉넉했다.


“모든 건 마나에서 출발한다네. 신성력이니, 마기니, 오러니 다들 새로 이름 지어 떠들지만 전부 마나의 성질 변환일뿐이네.”

“이 구체가 띄는 색을 보면 우리는 이곳에서 어떤 형태와 방식의 마나 변환이 있었는지 추측할 수 있어.”


제논은 말을 덧붙이며 다시 날아올랐다.

아틀란티카와 크로울리령에 관해 알아보고 오겠다며.

식량은 알아서 하란 말과 함께.


“아니, 적어도 먹고 자고 할 건 챙겨주고 가야지! 이런 기본적인 복지도 안 챙겨주냐.”

“바다, 숲 두 곳에 먹을 게 천지네. 남부는 축복받은 땅이지. 동굴도 많으니 적당히 자리 잡고 자게나.”

“아이씨. 이 개좆소.”


불만을 터뜨리는 탈레스를 가볍게 누른 제논은 떠나갔다.

탈레스는 투덜거리며 일단 잘 곳과 먹을 걸 확보하기로 했다.


‘프리덴은 딴 거보다 식수가 문제다. 로우힐 가는 길에 중간중간 있던 냇가에서 물 떠와야 하나?’


탈레스는 침소부터 만들려고 전에 의식이 있었던 동굴을 찾았지만, 그 입구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프리덴을 떠나고 언제 이리 변했는진 모르겠지만, 해안가의 절벽은 더욱더 뒤틀렸다.


“뭐, 뭐야. 지형도 변하나? 인위적으로 한 건가?”


탈레스는 사라진 입구를 찾아 헤맸다.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분명 기억에 남아 있던 동굴이 사라진 게 의아했다.


‘무식하게 폭발로 부순 건가? 왜? 4왕자 잘못이면 놔둬도 되지 않나? 이걸 지운 이유가 뭐지?’


이 일의 주체가 굳이 이런 일을 한 이유를 생각하며 탈레스는 다른 방향으로 있었던 자리를 들어갈 방법을 찾았다.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바다가 훤히 보이는 날카로운 절벽이 되긴 했지만. 대략 맞는 것 같아.”


탈레스는 예측 지점을 수직으로 돌파할 생각을 하고 바닥에 다시 한번 표시를 남겼다.


“후. 갈까.”


탈레스는 너클을 단단히 고정하고 룬을 새겼다.


ᚱ -

ᛒ -


두 개의 룬문자가 푸른 빛을 내며 사라졌다.

탈레스의 몸에 바람이 깃들며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고.


‘언제봐도 사기야. 번개도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


탈레스는 언젠가 번개를 던지고 가르리라 다짐하며 강하게 땅을 박찼다.

하늘 높이 떠오른 탈레스는 바닥으로 몸을 돌리고 두 주먹을 바닥으로 향했다.


“LV.2 여래신장이다!”


이곳 사람들은 아무도 알아먹지 못할 기술명을 외치며 바닥으로 곧장 돌진했다.


쿠 – 웅


큰 충격음이 터지며, 거대한 바위가 깨져 돌가루가 곳곳에 흩날렸다.

그리고 희뿌연 먼지가 가득한 곳에서 탈레스가 걸어 나왔고.


“콜록...콜록. 에취. 아우...먼지. 조금 얕았나.”


탈레스는 다시 회복 룬을 돌리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쿠 – 웅


아까보다 더 깊게, 더 많은 바위 파편이 맑은 하늘을 갈랐다.

몸이 걸레짝이 된 탈레스는 기어 나왔고.


‘오늘은 여기까지. 생각보다 쉽지 않네. 이 지점이 아닌가? 빛이 들어왔던 거 보면 천장이 얇아야 할 텐데, 이건 너무 두껍잖아.’


프리덴에서의 감성을 떠올리며 오늘의 작업을 마친 탈레스는 빠르게 강가로 달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원한 목욕 날이니까.


거리가 조금 멀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탈레스의 두 다리는 예전의 그것이 아니었으니까.

룬문자, 그것만 있으면 훨씬 더 빠른 이동이 가능했다.

체력이 받쳐주는 한, 무한정 사용할 수 있었고.


“드디어 씻는다! 이 지긋지긋한 냄새. 시발. 오늘은 하루 종일 물에 있어야지.”


탈레스는 입었던 옷을 벗으며 외쳤다.

좀 얕았던 강가로 기억하긴 하지만, 작은 물고도 있었고 샤워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곧장 뛰어들...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뭐야...피 냄새?”


탈레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마가 끼인 건지 가는데 마다 사건 사고다.

탈레스는 다시 옷을 입고 너클을 끼고 그 리자드맨 대장에게 탈취한, 검집도 없이 들고 다니는 커다란 검을 끄집어냈다.

싸움의 냄새가 풍겼다.


‘여긴 아냐. 좀 더 북쪽이다.’


탈레스는 수풀에 몸을 숨기고 발소리를 죽이며 움직였다.

안 그래도 전투 끝나고 제대로 쉬지도 못했는데, 쓸데없이 여래신장을 남발하다 체력을 꽤 소모한 탓에 싸울 힘이 많이 남아 있진 않았다.


고요히 흐르는 강가를 따라 거슬러 오르다 보니, 붉은 핏물이 물길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그 빨간 물은 점점 불어났고.


‘싸우는 중인가? 아니면 얼마 안 된 건가?’


탈레스는 제일 높아 보이는 나무를 타고 올랐다.

상대가 또 그런 뱀새끼라면 피할 생각이었다.

인간 사냥꾼이라면 머리통 좀 부수러 가주고.


나무에 올라가 내려다보니, 인간들의 시체가 간간이 보였다.

흩어진 간격으로 보아 도망치다 죽은 사람이 대부분으로 추측됐다.


‘무장도 그렇고 다 비전투원인데. 무슨 일이야.’


탈레스는 훌쩍 뛰어내려 시체들의 상처를 살폈고, 범인을 추측했다.


‘검, 이건 강하게 후려친 것 같은데. 물어뜯은 흔적도 있네. 큰 개를 부리는 인간 사냥꾼 집단인가.’


탈레스는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주변을 살폈고, 이내 겨우 숨이 붙은 채 기절한 어린아이 하나를 찾았다.

어깨에 창날을 관통당해 나무에 박혀있었는데, 피도 꽤 흘렸고 눈도 풀린 게 죽기 직전인 듯했다.


ᛒ -


푸른 기운이 퍼져나가며 아이의 상처가 점차 아물기 시작했다.

탈레스는 검날로 창대를 잘라낸 다음, 점차 생기가 도는 아이의 몸에서 그것을 빼냈다.


“아아아아악!”


죽어가던 아이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일어났다.

탈레스는 토닥이고, 또 달래며 진정을 시켰고.

그는 죽은 이들 사이에서 건조식 몇 개와 수통을 가져와 아이에게 먹였고,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보이는, 부서진 마차에서 침낭을 꺼내 눕혔다.


“일단 자. 나도 뭐 움직일 힘이 없으니. 자고 나서 이야기하자. 적도 다 사라진 것 같아.”


침을 줄줄 흘리며 아직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를 재우고 탈레스 역시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잠들었다.

총총히 빛나는 별들 사이로 탈레스가 눈을 떴을 때, 구해준 아이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살려...살려주세요! 괴물들이 와요!”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쯤 되었을까, 어려 보이는 아이가 겪은 공포를 생각하며 등을 토닥여 주었다.

아이는 잠에서 깨었고.


탈레스는 눈물을 닦아주고 부드럽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뭔진 몰라도 바로 최근인 것 같았으니까.

다행히 아이는 겁먹지 않고 술술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리자드맨, 그들이 왔어요. 이제 더 안 온다고 그랬는데! 위로 가면 기사님들이 지켜줄 거라고 그랬었는데.”

“모두 죽었어요. 아빠도, 엄마도. 틸아저씨랑 리리도 전부 다요.”


아이는 훌쩍이며 말을 이었고 탈레스는 그 말을 최근 겪은 사건과 연결해 사고했다.


‘바다나 강가로 올라왔다 그랬지. 그러니까 그게 첫 약탈이고. 그러면 위에 간 애들이 돌아오면서 또 그런 건가?’

‘아니면 다른 무리?’


제논의 비행 속도와 연결 지어 볼 때, 리자드맨이 아무리 빠르다 해도, 탈레스가 농땡이 부리면서 일했다지만, 그래도 너무 빨랐다.

만약 북쪽에 올라간 리자드맨 무리가 아니라면 남는 결론은 하나였다.


‘다른 놈들이다. 좆됐네. 또 그런 새끼 있으면 반드시 죽는다.’


탈레스는 아이를 안고 달렸다.

침낭과 수통, 먹을 걸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이는 의아한 얼굴이었지만 모든 걸 내려놓은 듯 눈을 감아버렸다.


탈레스는 다시 프리덴에 도착해서야, 숨을 돌렸고 적당히 주먹과 긴 칼을 돌에 박아 넣어 주변 바위를 부수었다.

때릴 때마다 쾅쾅하고 퍼져나가는 소리에 아이는 놀라워했고.


“아저씨...는 인간이 아닌 건가요?”


탈레스는 아이의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일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적당히 지어내서 아이를 안심시켰다.


“아, 일단 아저씨가 아니라 형이야. 좀 민감한 문제니까 꼭 지켜줘.”

“그리고 내가 한 때 여기 석공이었거든. 돌 부수기라면 맨날 하던 거라, 그래서 잘해.”


차분한 설명에도 아이는 겁을 집어먹은 건지, 몸을 떨었다.

맨주먹으로 바위를 부수는 인간,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못 볼 게 당연했으니.


탈레스는 아이가 진정되기까지 기다리고 나서야, 나머지 이야기도 듣고 잠도 재울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집단 이주였네. 마을 전체가.”

“어쨌든 그러면 습격을 피해서 도주 중이었는데 갑자기 공격받은 거구나.”


탈레스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리하면 아이는 팔렌이란 마을의 정착민으로 론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리자드맨의 예기치 못한 습격으로 마을은 박살 나고 북쪽으로 도망가는 중에 이 사건이 벌어졌고.


“리자드맨은 남쪽에서만 산다고 그랬는데...여기 오면 괜찮다고 아빠가 그랬는데...”


아이는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이 애를 구할 때 널려져 있던 시체들이 아마 가족과 지인들이었을 터였다.

지금은 충격이 가시지 않아서 힘든 걸 테고.


‘죽음을 보는 건 힘들지. 더러운 세계다. 꼬마야, 너도 곧 익숙해질 거야. 힘내.’


탈레스는 차마 말로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만 생각하며 아이의 등을 두들겼다.

그리곤 작업을 늦추고 정찰의 범위를 늘렸다.

프리덴도 언제든 습격의 범위에 들어갈 수 있기에.


‘리자드맨 부족들이 전체적으로 북상하면서 마을을 약탈하고 아예 거주하는 모양인데. 팔렌이란 마을에도 눌러앉았다는 걸 보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3왕자는 자기 영토에 설치는 저것들을 왜 그대로 두는 거지?’


탈레스는 리자드맨과 3왕자의 밀약 가능성, 제논이 말한 걸 염두에 두고 주변을 살폈다.

분노를 삼키며.


‘시발. 물에서 사는 새끼들이라 목욕도 못 하고. 진짜 엿 같은 것들.’


위생은 중대한 문제였으나, 여기선 정말 해결이 힘들었다.

그리고 정찰 중이던 탈레스는 바다에서 풀쩍 뛰어오르는 생물을 보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리자드맨이다! 저것들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탈레스는 아이에게로 달렸다.

저들은 흉포하고 강력했다.

저 아이에겐 무엇보다 위험했다.


너클을 손에 끼고, 오른손에 길고 큰 검을 들었다.

왼손으로 룬을 새겼고.


ᚱ -


전신에 바람이 일며, 가속이 붙었다.


“으랴앗!”


탈레스는 크게 외치며 해안가로 뛰어들었다.

리자드맨의 한가운데로.


그들은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프리덴의 동굴, 아이와 쉬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곳과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아 보였다.


“이 새끼들이. 어딜.”


탈레스는 곧장 검을 내질렀다.

일직선으로 뻗어나간 검은 긴 창을 든 리자드맨의 심장을 향했고, 그건 그대로 몸을 갈랐다.


“그르르르르...”

“그르르...”


조용히 올라오던 녀석이 소음이 들린, 탈레스 쪽으로 일제히 보더니 다 같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저 이상한 소리와 함께.


“와라. 내가 너네 대장 죽인 사람이야. 한 번 덤벼봐.”


탈레스는 달려드는 한 놈의 창을 피한 뒤, 가볍게 목을 베며 말했다.

이 긴 칼은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단단하면서도 날카로웠다.


탈레스의 등 뒤에는 부서진 프리덴의 절벽이, 앞에는 많은 리자드맨이 무기를 들고 서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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