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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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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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DUMMY

안개에 당해 꿈의 세계에 들어갔을 때와 달리, 길은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처음의 생각과 달리 가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다.

꺼진 게 더 많긴 했지만, 곳곳에 걸려 있는 마법에 가미된 횃불은 시야를 훤히 밝혀주었고 길도 좁지 않았다.


탈레스는 나아가며 웬디고의 흔적을 유심히 살폈는데, 그 존재는 어떻게 한 것인진 몰라도 발자국 하나, 털 혹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마치 나타난 적이 없었다는 듯.


탈레스와 다른 이유로 일행은 주변을 살폈는데, 근처에 이름 모를 벌레와 땅을 파고 사는 두더쥐 같은 게 좀 보였다.

이트사는 그것들을 사냥했고 바바라도 거기에 동참했다.

위로우는 마법으로 땅을 들어 올려 도망가지 못하게 막았고, 탈레스는 모닥불을 준비했다.


아까와 달리 제대로 된 팀워크와 캠프를 준비한 이들은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런대로 배는 채울 수 있는 식사를 마쳤고 다음 계획을 논의했다.


“식수가 넉넉하지 않아. 광산에서 먹는 물을 찾을 순 없을 것 아냐. 이틀 내로 마무리하고 나가야 해.”


탈레스는 말을 마치며 웬디고를 못 찾으면 나갔다 다시 오더라도 칼을 꼭 챙길 것을 알렸다.

잃어버려선 안 되는 거라고 말하며.


위로우는 매우 두려워하면서도 탈레스를 따랐다.

대신 환영을 어떻게 부수었는지 알려줄 걸 집요하게 요구했다.


“잘 몰라. 그냥 룬 마법 쓰니까 풀리던데. 그래서 깨자마자 공격한 거고.”


탈레스의 말에 위로우는 놀란 눈을 했다.

이트사와 바바라는 관심 없었고.


“룬? 네가 그걸 사용할 수 있다고? 거짓말.”

“당대의 쟁쟁한 인간들이 모여서 연구했어도 실패한 건데, 너 같은 머저리가 어떻게 그걸 한다는 거야.”


위로우는 강하게 쏘아붙였고 탈레스는 기분 나쁜 얼굴을 하며 회복 룬을 새겼다.

허공에 새겨진 문자는 푸른 빛을 내며 탈레스의 몸을 휘감았다.


“아니...? 어? 어?”


위로우는 입이 벌어진 채 다물 줄 몰랐고 바바라와 이트사는 그저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제논이 말 안 했어? 나 뭐 유산의 계승자인가 뭐라고 하던데. 나도 잘은 몰라. 내가 정식으로 배운 게 아니라서.”


탈레스는 자기가 이론적으로 아는 건 없음을 천명했다.

위로우는 과거 이야기를 듣고 더더욱 황당해했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차라리 반신이라거나, 신의 아이라고 해라.”

“하.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실전된 마법인데.”


위로우는 불퉁한 목소리로 흥분해서 계속 떠들었고 탈레스는 적당히 상대하다 말았다.

말해봐야 믿지도 않고, 계속 뭘 묻는데 아는 게 있어야 답을 하지.


이러나저러나 충분히 쉬었음을 확인한 탈레스는 다시 이동할 것을 알렸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나아가는 길은 한쪽은 돌벽으로 막혀있고, 그 옆은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인 좁은 길이었다.

지금까지 중에 가장 위험해 보이는 길이었다.

하나씩만 가야 하는 외길이었으니까.


“잘못해서 떨어지면 즉사하겠는데.”

“중간에 적이라도 있으면 곤란한 길인데.”


탈레스는 주변을 살펴보며 말했다.

그리고 제일 앞은 자신, 다음은 이트사, 세 번째는 위로우, 마지막은 바바라로 배치했다.

혹여나 적이 달려들 경우를 생각한 순서였다.


뭐, 당사자들은 별생각 없는 것 같았지만.

다들 생존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 깊이 파인 지하에 이 동굴을 만든 생명체가 있을 것 같은데.”

“아마 용일 거야. 일부러 동굴을 만드는 생물은 그리 많지 않거든.”


위로우는 밑을 보며 말했다.

이트사는 비웃으며 믿지 않았지만.


탈레스는 둘을 말리며 앞을 보는 것도 있지 않았다.

길은 좁고 험했으니까.


다행히 적은 없었고, 뭐 간간이 이상하게 생긴 박쥐가 나타났지만, 위로우가 간단하게 쫓아냈다.

그렇게 나아간 곳엔 조그만 돌들이 잔뜩 쌓인, 넓은 방 같은 게 하나 있었다.


그곳의 바닥엔 탈레스의 긴 칼, 그것이 놓여 있었고 근처엔 조금 작은 사람 하나가 고개를 숙인 채 죽어 있었다.

탈레스는 칼을 챙기는 한편, 죽은 사람을 살폈는데 위로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렸다.


“스킨 워커야. 네가 죽인 건 웬디고가 된 스킨 워커였어.”


위로우는 죽은 사람의 정체를 알려주며 어서 가자고 재촉했고, 탈레스는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쉽게 말하자면 마녀 같은 존재야. 다만 능력을 다른 존재에게 빌어와 사용하는 거지, 사악한 놈들이란 건 똑같아.”

“그리고 중요한 건, 이들은 혼자가 아니라 집단일 가능성이 높아. 개체별로 전투력 차이야 있겠지만, 첫 상대가 그 정도라면 남은 놈들도 강할 거야.”

“이놈들도 북쪽에 가깝게 있는 녀석들인데, 왜 내려왔는지 모르겠어. 일단 빨리 나가자.”

“참고로 얘네 식인해.”


위로우는 발걸음을 서두르며 말했고, 일행 모두 그를 따랐다.

서로 다른 이유로 그러긴 했지만.


잠깐 살펴본 죽은 사람의 목엔 칼이 꼽혔다가 뽑혔는지 절상이 나서 피가 가득했고, 얼굴에도 멍이 가득한 게 한참 두들겨 맞은 모양새였다.

즉, 탈레스가 공격했던 부위와 죽은 이의 상처가 일치했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가 탈레스를 감쌌다.

더구나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라니.


“이런. 망한 것 같아.”


앞장서서 잘 걷던 위로우가 탈레스에게 작게 말했다.

눈앞엔 네 발로 움직이는 기묘한 인간이 벽과 천장, 그리고 바닥을 기고 있었다.


위로우는 검지를 하나 세워 코에 가져다 놓으며 살포시 걷기 시작했다.

일행도 눈치껏 알아듣고 그렇게 움직였고.


침 넘기는 소리조차 나지 않게 주의하며 움직였다.

탈레스는 지나가며 기어다니는 놈들을 살폈는데, 귀는 뾰족하고 온몸이 하얀 것이, 정말로 희한했다.

몸 형태는 분명 인간이지만, 손과 발, 그리고 입과 눈이 달랐다.


손톱과 발톱은 삐죽하고 날카로웠고 이빨도 예리한 송곳니만 가득했다.

눈은 아예 없었는데, 무슨 수술한 것처럼 닫혀있었다.

그리고 사람 코를 도려내어 뼈만 놔두면 나올 것 같은 모양의 코도 가지고 있었는데, 보기에 굉장히 징그러웠다.


전체적으로 남성적인 몸 형태지만, 등이 굽어 있고 생식기도 없었다.

탈레스는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숨소리를 죽였다.

바바라는 아니었지만.


“바바라, 뭐, 뭐 하는 거야?”


위로우의 당황한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분명 조용히 지나가자는 게 합의 되었던 것 같은데.

바바라가 대뜸 거대한 양손 망치를 잡더니 기어가는 그 하얀 놈의 몸을 박살 냈으니까.


콰 – 직, 이란 소리와 함께 녀석들이 쉭쉭 거리는 소릴 내며 몰려들었고.

모르긴 몰라도 몇백은 될 것 같은데.


“미친 돌대가리, 개 싸이코, 돌아이년. 내가 조용히 지나가자고 그렇게 신호했는데!!!”


위로우는 괴성을 지르며 자기 주변에 돌벽을 치고 바닥에서 돌기둥이 솟구치는 마법을 시전했다.

이트사 역시 바닥과 천장을 높게 빠르게 뛰어다니며 놈들을 베기 시작했고.

바바라는 자기가 포문을 연 만큼 신나게 주먹과 머리, 해머를 사용해서 적들을 짓밟았다.


“시발, 조용히 지나가는 법이 없어.”


탈레스는 빠르게 돌진 룬을 새기고, 검을 마구 휘둘렀다.

몸이 바람에 휘감겨 검이 베는 속도도 무척 빨라졌다.


한 번 베기에 두 마리가 갈렸고, 등 뒤에 달려드는 흰 괴물을 팔꿈치로 쳐내며 뒤돌았다.

그리고 천장과 우측에서 날아드는 놈에게 박치기와 발차기를 각각 한방씩 먹였고.


꾸 – 엑


놈들은 비명 소리를 냈다.

탈레스는 멈추지 않고 공격했다.

놈들 역시.


상대에게 두려움이란 없었다.

몸이 갈라지고 머리통이 박살 나는 걸 보면서도 수십 마리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탈레스는 팔과 다리, 갑옷과 두꺼운 옷이 없는 부위의 살점을 물어뜯기며 싸웠다.


벽에서 튀어 오르는 놈의 목을 잡아 휘두르며 바닥에 내리찍고, 발로 머리통을 부수고.

천장과 바닥에서 뛰어오는 놈들과 몸통으로 부딪치면서 박치기, 니킥, 저들과 마찬가지인 깨물기까지.


한참을 싸웠다.

탈레스 주변엔 하얀 놈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누굴 구원하러 갈 처지도 못 되었다.

보이는 게 죄다 하얀 놈들뿐이어서.

마구 죽이며 움직일 뿐이었다.


실수, 실수였다.

끝도 없이 벽과 천장, 바닥에서 나오는 놈들 때문에 발을 잘못 디뎠다.

아까 깊은 낭떠러지와는 멀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신경을 못 썼다.

마구 패대기치고 움직이면서 싸우는 게 습관이 되었던 탓일까, 탈레스는 몸이 허공에 붕 뜨는 걸 느꼈고, 집요한 놈들은 공중에 뜬 그에게 몸을 날리며 달려들었다.

덕택에 떨어지면서도 싸워야 했고.


“시발. 미치광이 같은 것들.”


탈레스는 욕설을 내뱉으며 몸에 달라붙어 이빨을 박아 넣는 녀석들을 떼어냈다.

한 손으로 잡아뗀 녀석들은 깔끔하게 머리통을 부쉈고.

동시에 룬 두 개를 새기며, 방금 잡아 죽인 적을 하나를 밟고 떨어졌던, 돌벽으로 예상되는 지점으로 뛰었다.


쾅 -


충돌음과 함께 탈레스는 가까운 벽과 부딪쳤고, 미끄러지듯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뭘 중간에 잡지도 못하고 급경사에 쓸려 떨어진 곳은 차갑고 아름다운 호수였다.

풍 – 덩 소리와 함께 물에 빠진 탈레스는 물의 감촉에 만족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풍경에 놀랐다.


“와...이거 뭐야.”


탈레스는 탄성을 내질렀다.

호수 바닥과 벽면 곳곳엔 보라와 은빛이 섞인 보석이 박혀 있었다.

위에서 볼 때 완전 어두웠던 것과 달리 이곳은 이 보석들 때문에 무척 밝았다.


탈레스는 얕은 호수에 가득한 이것들을 보며 감탄하며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내 몇 개 부수어 가져갈 생각도 좀 했다.

모르긴 몰라도 비쌀 것 같아서.


‘여비도 남은 게 없는데 이걸 좀 가져가면...’


당장 숙식을 해결할 돈도 없으니, 어떻게 보면 운이 꽤 좋았다.

그렇게 돌아보며 챙겨갈 보석을 고르는 찰나, 기묘한, 뭔가 꿈틀거리는 살색을 보았다.

어떤 생명체의 꼬리 같았는데 맨 끝부분의 굵기부터 이미 통나무 크기였다.


“뭐, 뭐야 이건 또.”


탈레스는 당황하며 꼬리 앞쪽을 내다보았다.

이곳과 달리 저긴 보석이 적고 어두워 잘 보이진 않았지만, 이게 끝 없이 이어져 있다는 것과 신기하게도 사람의 살점 같은 꼬리란 건 알 수 있었다.


중간쯤 굵기만 해도 탈레스보다 더했고, 그걸 넘어서면 아예 다 팔을 다 벌려도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꼬리만으로 이미 압도당한 탈레스는 조용히, 얌전하게 튀어나온 보석 몇 개만 챙기고 벽을 타고 올랐다.

저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 같으니까.


아예 뭔지 알아보지도 않고 빠르게 올라가기로 택한 탈레스는 돌진 룬을 새기고 검과 다리를 이용해 점프하며 뛰듯이 기어갔다.

물론 보석 몇 개도 챙겼다.

낙하하면서 생긴 충격으로 떨어진 파편이라 좀 작긴 했지만.


하얀 놈들이 조금 무섭긴 했지만, 당장은 팀원들이 더 걱정되어 서둘렀다.

그 떼거리를 마주하고 살아남기란 힘들어 보였으니까.


탈레스는 벽을 기고 올라, 아까 걸었던 그곳, 좁은 외길에 섰다.

다행히 적은 보이지 않았고.


탈레스는 빠르게 이동했는데, 아까 죽은 스킨 워커 자리엔 그놈 대신 하얀 놈들이 떼거리로 죽어 있었다.

아마 탈레스가 이쯤에서 싸우다 굴러떨어진 거겠지.


괜히 숨을 한번 마셨다가 내뱉은 탈레스는 고요가 가라앉은 동굴을 나아갔다.

적의 시체는 가득했지만, 동료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기고 나서 내가 죽었다고 생각해서 그냥 나갔나?’

‘아니면 잡아 먹힌 거야?’


탈레스는 결과에 대해 궁금해하며 그 하얀 놈들을 마주쳤단 그곳까지 나아갔지만, 여전히 그놈들 시체만 가득할 뿐, 동료들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보기 위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탈레스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여...기...야.”

“도...와...줘.”


가냘프면서 흩날리는 위로우와 이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투는 평소와 완전히 달랐지만.


“지금 간다! 기다려!”


탈레스는 외침과 동시에 칼을 뽑고 달렸다.

상황은 모르지만, 위험한 것 같아서.

물론 곧 멈춰야 했지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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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24.09.15 32 0 12쪽
38 38화 24.09.15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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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24.09.10 53 1 12쪽
30 30화 24.09.09 57 1 12쪽
29 29화 24.09.08 61 1 12쪽
28 28화 24.09.08 6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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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24.09.07 6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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