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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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DUMMY

제논은 아군으로 표기된 돌 하나의 위치를 옆으로 옮겼다.

전장에서 약간 이탈한 것 같은 자리에.

그리곤 탈레스를 바라보았다.


“사면으로 오는 적을 포 하나만으로 막을 순 없네.”

“다만 저들은 대다수가 용병이야. 주력은 여전히 3왕자와 대치 중이야.”

“동쪽과 남쪽은 숲과 잔디가 많은 땅이지. 난 거기에 바람 마법과 함께 헬리오스 포를 쏠 걸세. 그 인근 지대는 모두 화염으로 뒤덮이겠지.”


제논의 말은 두 방향은 아예 화염으로 진입을 원천 차단하고, 나머지 두 쪽만 방어하겠다는 이야기였다.


“포도 모자라고 북쪽과 서쪽은 진흙이 많아 불을 붙이기도 어렵네. 대신, 질퍽해서 기병이나 중장갑 보병의 진입이 어렵지.”

“상대 지휘관도 이 사실을 아는 건지 저쪽 방면엔 경장갑을 착용한 보병을 배치했네.”

“주요 전력이 몰린 지역에 포와 마법을 곁들여 혼란으로 밀어 넣고, 그 사이 역으로 우리가 칠 걸세.”


제논의 이어진 설명으로 보아, 대담한 작전이었다.

동쪽과 남쪽은 적이 보이는 순간 바로 헬리오스 대포와 바람 마법을 혼합해 대지를 불태우고, 북쪽과 서쪽 방면에 병력을 집중, 마지막으로 적이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왔을 때 전장을 이탈했던 탈레스의 진입과 방어 병력이 역으로 돌격.


“제일 중요한 건 자네가 북서 방면 쪽의 군을 이끌고 온 지휘자를 죽이고 최대한 난동을 크게 벌이는 걸세.”

“기습해 온 병력도 많은 것처럼 보이면 좋고.”


제논은 미지의 종이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혼란에 빠진 걸 틈타서 아군이 전원 반격에 나설 거라고.


건네받은 종이는 스크롤이라 부르는 일회용 마법이었다.

적진에 뛰어들면서 지휘관과 선두 부대 사이에 이걸 뿌리라고.


“프로스트 노바라 불리는 마법일세. 본인 몸 주변으로 냉기를 퍼뜨리지. 바닥이 얼어붙는 건 덤일세.”

“반드시 지휘부랑 선두 부대 가운데서 해야 하네. 저들은 아틀란티카 함대의 헬리오스 포를 알면서도 온 군대야.”

“숫자도 그렇고 아무리 주력이 아니라지만 비장의 무기가 있는 게 틀림없어. 우린 혼란을 주어야 하네.”


제논은 진지한 얼굴로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동남쪽으로는 화염 폭탄 세례, 북서쪽으로는 지휘관 살해와 반격, 그리고 지원군이 많은 걸로 보이게 해서 적에게 혼선을 주는 게 주요 목적이라고.


“저들은 쉬지 않고 달려왔어. 아틀란티카 함대를 몰아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지금 이 싸움에 투입되었지.”

“육군도 마찬가질세. 배로 이동해서 아틀란티카 주둔지 근방에 내려서는 지금까지 계속 달렸어. 저들은 지쳤을 걸세.”

“혼란만 줄 수 있으면 아무리 많고 강해도 한 번은 격퇴할 수 있을 걸세.”


말을 멈춘 제논이 비장한 표정으로 해안가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이번 전투에서 이기면 모두를 데리고 여기로 간다고.

탈출 수단은 2왕자의 함선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저들의 주력, 중장갑의 육군을 따돌리고 해군을 이끄는 사령관을 살해해 역으로 그들의 배를 탈취한다고.


“성공만 한다면 어마어마하게 이름을 날릴 걸세.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전투니까. 우리 입지도 그만큼 올라가겠지.”


제논은 말을 마치며 탈레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 모든 작전은 탈레스의 힘을 믿고 짠 것이라고.


날카로운 예기도 진한 뱀의 독도 죽일 수 없는 인간.

초인.

탈레스가 반드시 해줘야 했다.


“그러니까 북쪽 방면 봉우리에서 뛰어내리라고? 적진 한가운데로? 날 죽일 생각이야?”


탈레스는 기겁한 얼굴로 답했다.

앞의 이야기는 좀 어렵지만, 그럭저럭 들을 수 있었다.

몸도 튼튼하고 치유 마법도 얻었으니 힘들긴 해도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근데 첫 공격을 북쪽 높은 봉우리에서 뛰어내리는 걸로 하라니.

사냥하며 본 곳 중 하나인데, 상당히 높았다.

산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언덕이라 하기엔 너무나 높은.


“중량 증가와 스톤 스킨을 동시에 걸고 뛰어내리면 충격파가 어마어마할 걸세.”

“그리고 그대로 프로스트 노바를 뿌리면 상대는 공중 혹은 지하에서 적의 지원군이 나타났다고 생각하겠지.”


제논은 탈레스로 추정되는 검은 돌을 잡아 들더니 바닥을 콱하고 찍었다.

그리곤 린벡에 있던 돌들이 북서쪽으로 나오며 탈레스와 합류하고 적 해군의 주둔지로 예상되는 지점까지 그대로 돌격.


“프로스트 노바의 냉기 지속시간은 그리 길지 않네. 저들의 선두 부대가 놀라 뒤로 도망갈 때 최대한 많이 죽여야 하네.”

“그래야 적 지휘관을 공격할 때 좀 수월할 테니. 이 부분은 칼이 알아서 할 걸세. 자넨 떨어지자마자 앞으로, 앞으로만 돌격하게.”


제논은 바닥을 찍은 돌을 제일 앞으로 움직이며 말했다.

그리고 칼로 추정되는 돌과 탈레스의 돌이 합류할 때, 제논과 이올린인 걸로 보이는 돌을 북으로 옮겼다.

배가 있는 쪽으로 전원을.


“그리고 우리가 탄 배 외엔 모두 가라앉힐 걸세.”

“당장은 화염 때문에, 이후엔 배의 속도 때문에 육군은 우릴 쫓을 수가 없어. 혹여나 육지에서 부딪쳐도 배에 헬리오스 포대만 잘 설치하면 일방적으로 밀리진 않을걸세.”


제논은 향후 계획도 세워놓았지만 나머진 전투 후에 말해주겠다고 하며 다시 한번 탈레스의 등을 두들겼다.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난 솔직히 항복하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한데, 영감이 그렇다면 일단 해보지 뭐.”

“다만 나 안 죽는 거 확실하지? 스톤 스킨인가, 그거 꼭 걸어둬. 나 내가 뛰어내려 죽는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탈레스는 작은 불평과 함께 날아올랐다.

제논에 이끌려서.


그가 내린 곳은 어느 한적한 숲이었다.

그리고 간략한 지도에서 봤던, 그 봉우리로 추정되는 곳까진 그리 멀지 않았다.


“적의 탐지에 안 걸리는 범위에서 최대한 가까이 온 걸세. 어차피 혼자고 적도 역으로 공격한다는 생각은 아예 못 할 걸세.”

“겁먹어서 마냥 웅크려 있다가 항복할 거라 보겠지. 그러니 쉬지도 않고 계속 달리는 걸 테고.”


제논은 적들이 대부분 용병이라 쉽게 도망가고, 지휘가 금방 무너질 거란 말을 덧붙이며 날아가 버렸다.

자그마한 구슬과 마법을 걸어주고.


구슬을 터뜨리면 마법 유효 시간이 늘어난다나.

탈레스는 스톤 스킨과 중량 증가 마법이 같이 걸린 탓인지 몸이 너무 무거웠다.


평소와 달리 한 발짝 뗄 때마다 바닥은 아주 깊고도 움푹하게 패였고 걸음걸이는 무척 느렸다.

그리고 아무리 살살 놓아도 쿵쿵 소리가 울렸고.


“이야 이거, 온 동네 사람들 다 듣겠는데. 제때 도착할 수 있을까.”


탈레스는 진지하게 의문을 가졌다.

속력은 도저히 나지 않고 거리는 좁혀질 기미가 안 보였으니까.

그러면서 제논이 주고 간 세 개의 구슬 중 하나를 터뜨렸다.


구슬은 빛을 뿜으며 탈레스의 몸을 휘감았다.

대략 한 번 사용에 2~3시간 유지라 했으니, 주기적으로 써줘야 했다.


‘이래 가지곤 도착 못 하겠는데. 아우, 개 추한데. 해보기나 하자.’


추정으로 마법의 최소 유효 지속시간은 8시간.

최적으로 구슬을 터뜨리면 12시간이겠지만, 탈레스가 이걸 해낼 방법은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마법이 끝나도 도착 못 하겠다는 계산이 선 탈레스는 네발로 자세를 취했다.

그나마 좀 더 빠르지 않을까 하면서.


“하. 시발. 이젠 멍멍이로 달려야 하나.”


탈레스는 신세 한탄을 하며 달렸다.

두 발보다는 좀 빨랐지만, 그래도 애매했다.


‘영감탱이가 실수할 리가. 어째서 제때 도착한다고 생각한 거지.’


탈레스는 느려터진 몸을 보며 의문을 품었고 이내 해답을 얻었다.

잊어먹고 있었는데, 그에겐 룬마법이 있었다.

세일럼과 첫 만남 때 얻은, 몸을 빠르게 해주는 룬.


‘아씨, 이야기를 해줘야지. 혹시 내가 당연히 알 거라 봤나? 그래도 좀.’


불평을 마친 탈레스는 곧장 검지를 들었다.

그리고 허공에 글을 새겼다.


ᚱ -


바람이 몸을 휘감았고 전신에 활력이 감돌았다.

처음 얻었을 때보다 훨씬 더 좋아진 것 같았다.


‘어? 이거 왜 더 빨라졌지? 에너지 음료 때려 넣은 것처럼, 생기가 도는 능력도 없었는데.’


마치 고카페인과 타우린이 잔뜩 들은 음료를 마구 들이킨 것처럼 몸에 힘이 넘쳤다.

몸의 빠르기도 바람이 밀어주는 것처럼 훨씬 더 부드럽고 좋아졌고.


탈레스는 달렸다.

몸이 무거워졌음에도 평소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

발도 사뿐사뿐 가벼워졌고.


‘존나 개사기네. 이렇게 된 게 바다의 그 동굴과 연관이 있으려나.’


그는 룬마법의 위력을 체감하며 쉬지 않고 달렸다.

아마 몸이 무겁지 않은 상태라면 하늘을 날아오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허공답보.

어쩌면 무협 소설에서나 보던 경지를 실현 시킬 수 있지 않을까.


잡생각을 계속하는 사이, 어느새 봉우리에 도착했다.

구슬은 이제 전부 썼고.

시간 내로 적이 선두와 지휘부가 갈리는 것만이 남았다.


적에게 들키지도 않고 늦지도 않게 도착한 건 좋았으나, 적은 돌격하지 않았다.

대신 멀찍이 서서 린벡을 향해 외치고 있었다.


“사악한 마녀의 딸, 추레한 창녀, 칼디아 왕국을 멸망시킬 악녀, 이올린을 따르는 자들은 들으라!”

“마녀를 따른 자는 사형에 처함이 옳으나 구제할 기회를 주겠다. 지금 우리에게로 오는 자는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내용을 몇몇이 나와 크게 외치고 있었다.

저들의 얼굴은 제논의 말처럼 피로에 물들어 있긴 했지만, 두려움이나 공포는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절대 질 거라고 여기지 않을 테니.


탈레스는 속절 없이 시간만 흐르는 것이 답답했다.

이대로는 스톤 스킨이며, 중량 증가며 마법이 모두 풀릴 터였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지? 길면 3시간까지랬으니까, 잘하면 1시간 반이고 운 나쁘면 30분인가.’


탈레스는 검을 뽑아 들고 봉우리에 납작 엎드려서 아래 상황을 계속 지켜보았다.

저들은 돌격 없이 항복을, 그러니까 이올린의 목을 베어 들고 올 것을 강요했다.


탈레스는 지금이라도 혼자서 그냥 뛰어내릴 것인지, 아니면 결론이 날 때까지 버텨볼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저들은 예상과 달리, 바로 공격하지 않았으니까.


탈레스가 그렇게, 제논과 의견도 못 나누고 혼자 결정 내려야 하는 것에 답답해할 때, 바로 그때였다.

탈레스가 위치한 봉우리 아래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스스스ㅡ


들어본 적이 있는 소리였다.

린벡으로 올 때, 이올린을 처음 만나기 전에 숲에서.

잊을 수 없는 두 번의 만남.

거대한 뱀들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소음과 공포를 주었으니까.


탈레스는 깜짝 놀라 주변을 살핌과 동시에 소리에 집중했다.

봉우리와 상당한 거리에 있는, 적이 서 있는 벌판과는 꽤 먼 아래쪽 숲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피 냄새와 함께.


‘이거 얼마 되지 않은 피 냄새다. 상당히 강한데. 한둘이 흘린 피가 아냐.’


탈레스가 생각을 마칠 때쯤 아래에선 정체불명의 괴수들이 튀어나왔다.

인간보다 조금 큰 덩치, 두 발로 지탱하고 선 채로 무기를 든 파충류 인간.

언젠가 에우제너란 사람의 과거를 들을 때 알게 되었던, 탈레스가 상상했던 리자드맨이라는 족속과 닮아 있었다.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수가 아래에 포진했고, 제일 앞엔 2층 건물은 될 법한 길이의 거대한 도마뱀을 탄, 역시나 제법 큰 리자드맨이 있었다.


‘시발. 이건 또 뭔데.’


꽤 먼 거리임에도 리자드맨의 울음소리가 봉우리까지 들려왔다.

참새처럼 짹짹거리는 놈이 있는가 하면, 개구리 마냥 구우울- 하고 우는 놈도 있었다.

종류와 소리가 다양한 저 리자드맨 가운데서

가장 압권은 큰 도마뱀을 탄 놈이었다.


!


거대한 포효가 터져 나왔다.

탈레스는 저도 모르게 귀를 막았다.

대지엔 약한 지진이 난 것처럼 진동이 울렸고, 나무와 수풀은 태풍이 부는 것처럼 떨렸다.


“악! 뭐야. 시발.”


너무 큰 소리에 귀를 막았던 손을 내려놓고 아래를 보니 리자드맨이 일제히 달리고 있었다.

인간들을 향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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