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서툰발걸음
작품등록일 :
2024.08.19 23:44
최근연재일 :
2024.09.18 20:45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4,042
추천수 :
76
글자수 :
285,225

작성
24.09.18 08:45
조회
11
추천
0
글자
12쪽

50화

DUMMY

동굴 길은 생각보다 수수해서 별다른 위험이 있진 않았다.

심심해진 팀원들은 대화를 시작했고.


“짐승? 머리가 장식품인 저 돌대가리 년은 뭘 받기로 한 거야?”

“아무리 봐도 저년은 큼지막한 고기 하나면 만족할 것 같은데.”


위로우는 호기심을 담아 이트사에게 물었다.

바바라는 이트사가 데리고 온 야만족이었으니까.


탈레스 역시 궁금증이 일었다.

이들은 도대체 뭘 약속받았길래, 서로 이렇게 싫어하면서도 잘 따르는지.


뭐, 대화가 되진 않았지만.


“작은 머리에 뭐 담을 공간이 있긴 하니? 우선 난 난쟁이 똥자루 모가지 100개를 받기로 했어.”

“1번은 너야.”


이트사의 말과 함께 또 싸움이 시작되었고, 탈레스는 말리기 바빴다.

아마 바바라의 광분만 아니었으면 조용히 넘어갔을 거다.

하지만 이트사가 으르렁거리는 걸 본 바바라는 곧장 망치를 내려놓고 주먹을 들었다.

그리곤 탈레스를 가리켰고.


“아니, 이트사. 바바라는 왜 자꾸 저러는 거야?”


탈레스는 황당한 듯 물었다.

이번에 싸우면 벌써 세 번째다.

이미 두어 번이나 기절시키며 싸움을 끝냈고.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나한테 이러진 않았는걸.”


같이 다니는 이트사도 모른다는 의사를 표했다.

답은 위로우가 줬고.


“북쪽에 사는 야만인 부족도 여러 개야. 바바라는 아마 더베드 아니면 오세트족일거야.”

“저러는 건 너를 동족으로 여겨서 친분을 두텁게 하려는 거야.”

“혹은 배우자감으로 적합한지 알아보는 것이거나.”


탈레스는 그저 황당함에 빠져 멍했다.

싸우는 게 친목을 도모하는 행위라고?

그리고 배우자감 이야기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탈레스가 생각을 정리할 새도 없이 바바라가 다가와 그를 들고 집어던졌다.


쿵 -


동굴 벽과 탈레스가 충돌하며 묵직한 소음을 퍼뜨렸고, 바바라는 연이어 몸통 박치기를 시전했다.

탈레스는 빠르게 일어서며 몸을 굽히고 바바라의 태클을 피했고.


쿵 -


또 충돌음이 퍼지며 바바라의 머리와 동굴 벽이 박았다.

탈레스가 달려오는 그녀를 피하고 도리어 벽 쪽으로 밀어버린 탓에.


바바라는 다시 몸을 돌려 주먹을 날렸고 탈레스는 가드를 올렸다.

몇 번의 공격을 받은 후에, 탈레스는 마음속으로 포기를 했다.

그리곤 반격을 시작했다.


“에라이. 시발, 붙여줘도 이런 것들만.”


탈레스는 왼손을 날렸고, 바바라는 그걸 가볍게 피했다.


“훼이크다. 시발년아.”


탈레스는 가볍게 날린 왼손에 이어 묵직한 오른 주먹을 훅으로 뻗었다.

마침 바바라가 왼 주먹을 피하느라 몸이 기울어 때리기도 좋았다.


퍽 -


한 대 맞은 바바라가 흡족한 듯 연타를 시작했고, 탈레스 역시 맞받아쳤다.

그녀에게 잔기술이나 회피는 필요가 없는 모양이었다.

매번 이렇게 맞으면서 되돌려주기 전법으로 나오니.


그렇게 신나게 주먹질 중에, 위로우의 외침으로 싸움은 끝이 났다.


“멍청이들아! 지금 그럴 때야? 앞이나 봐!”


탈레스는 위로우가 손짓한 곳을 쳐다보았고, 그곳엔 코볼트 한 무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걸 쳐다보는 바람에 바바라의 주먹도 허용했고.


“시발 좀!”


탈레스는 바바라를 밀치고 맞아서 돌아간 턱을 다시 제자리에 맞췄다.

그리고 검을 꺼내 들었고.


위로우는 다시 돌벽을 세우고 미사일처럼 날아가는 돌을 날렸다.

바바라는 역시나 해머를 들고 앞으로 무지성 돌격을 했고.

이트사는 또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탈레스는 한숨과 함께 최대한 적을 빠르게 해치우는 것에 집중했다.

얘네 싸우는 모양새가 합 맞출 생각이 아예 없어 보였으니까.

단기간 협력할 동료라고만 여기는 것 같았다.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데.


싸움은 금방 끝이 났다.

코볼트 무리는 전의를 잃은 건지 내빼기 바빴고, 탈레스가 할 일은 모조리 죽이러 쫓아가는 바바라를 막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재차 난투극을 벌여야 했지만.

이트사는 다 끝나고 나서야 나타났다.


“고양이 새끼라 그런지, 겁이 많네. 어디로 도망갔다 온 거야? 엄마 품이 그리웠니?”


위로우는 이트사를 격하게 반겼고, 피에 물든 수인은 불쾌하다는 듯 갸르릉 거릴 뿐이었다.

탈레스는 간신히 바바라를 제압하고 일행에게 휴식을 취할 것을 알렸다.


뭐, 당연하지만 침낭을 꺼내는 등의 준비도 불침번 순서 같은 것도 정하지 않았다.

그저 다들 털썩 앉을 뿐.

심각한 건 먹을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야, 코볼트도 먹을 수 있냐?”


탈레스의 질문에 이트사는 당연히 가능하단 표정이었고, 위로우는 극심한 거부 의사를 표했다.

뭐, 상황이 상황인지라 탈레스는 부싯돌로 불을 붙이고 미리 챙겨온 나뭇가지 몇 개로 모닥불을 만들었다.


“이거 마른 나뭇가지 다 쓰긴 좀 뭐한데. 불 유지할 만한 거 없냐?”


탈레스의 질문에 이트사가 코볼트를 불이 붙은 곳에 던졌는데, 타오르긴 개뿔, 꺼져버렸다.

위로우는 건수 잡았다는 듯 바로 불평을 쏟아냈고.


“돌대가리년. 육지 발광 해파리가 있다는 시점에서 습기 찬 동굴이란 생각은 안 해봤니?”

“난 저 난쟁이가 제일 먹음직스러운데.”


이트사는 이를 드러냈고.

탈레스는 그저 칼을 꺼내 힘으로 돌벽에 박는 묘기를 선보였고.


“저 코볼트 무리 무장 상태가 엉망이었어. 비전투원까지, 전체 부족이 모두 도망친단 이야기야. 이 동굴에 뭔가 있어.”

“여길 만든 생명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새로운 주인이 자리를 잡은 걸 수도 있지.”

“어느 쪽이건 우리에게 좋은 소식은 아냐.”


강제로 이트사에게 흥미를 잃은 위로우가 말했다.

탈레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결국 팀은 배를 채우지 못한 채, 바바라가 일어날 때까지 잠시 휴식을 취했다.

여기서 먹을 걸 준비하고 잠까지 자기엔, 조금 위험해 보여서.


“이트사. 바바라 깨워. 출발한다. 동굴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 죽이건, 도망치건 결정한 후에 오늘 캠프를 만드는 걸로 해.”


탈레스는 팀원들에게 말했고,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조금 더 깊은 굴로.


그렇게 걸어가면서 마주친 길은 점점 좁아졌는데, 어느새 세 갈래로 나눠진 입구에 모두가 섰다.

이트사는 당황했고.


“길이 바뀌었다고? 여기 동굴 형태가 예전과 달라.”


더듬거리는 이트사를 보며 탈레스 역시 놀랐다.


“네가 돌대가리라 기억 못 하는 거겠지. 지형이 그렇게 짧은 시간에 변할 수 있을 것 같아?”


위로우는 일침을 가했고.

발을 멈춘 일행은 탈레스의 결정을 기다렸다.

그는 이트사의 정보를 취합했고.


‘본래는 좁고 긴 길에 아득한 낭떠러지가 보였다고?’

‘길이 하나지, 세 갈래 입구는 없었다고? 이게 말이 되나.’


그래봐야 답은 안 나왔지만.

입구 세 개 모두 컴컴한 것이 발광 해파리가 하나도 없었다.

지금까진 조금이라도 계속 있었는데.


탈레스는 고심 끝에 결정했다.

위로우의 조언에 따라 돌아가기로.

그냥 산을 둘러 가는 게 헤매는 것보다 짧다고 판단했다.


이트사가 반발했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그리곤 돌아온 입구로 발을 옮겼다.

이상함을 느끼기 전까진.


“우리 빙빙 돌고 있는 것 같은데.”

“분명히 앞으로만 걸었는데 왜 길이 다른 느낌이지?”


이트사와 탈레스는 서로 공감하며 대화를 나눴다.

위로우는 얼굴을 찌푸렸고.


“일종의 환영이나 정신 마법 같아. 아마도 우린 지금 캠프를 쳤던 그 자리에 있을 거야.”

“코볼트를 쫓아낸 게 일반적인 괴수는 아닌 것 같은데.”

“이건 우리가 결계에 들어갔거나, 아니면 누군가 한 의식 안에 가둔 거야.”

“대화가 되는 걸 보면 꿈에 묶인 것 같은데.”


위로우는 말을 마치고서 계속 고민했다.

해결할 방법을 찾질 못해서.

그 사이 이트사는 무능한 난쟁이라고 계속 긁었고.


탈레스는 고민 끝에 룬을 새겼다.

혹시나 먹힐 수도 있으니.


ᛒ -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지만, 꿈인지 환영인지 여기선 룬 문자가 빛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의 진짜 육체도 눈을 떴고.


탈레스는 자기 몸을 휘감는 기운을 느끼며 주변을 살폈는데, 기이한 안개가 일대를 덮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앞, 맨 앞에 있던 바바라의 곁에 기괴한 생물이 서 있었다.

안개는 그것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저건...뭐야.”


키는 한 5m쯤 되어 보이는 게 엄청나게 컸다.

다리와 팔은 얇고 동물처럼 털이 났는데, 듬성듬성했다.

그리고 몸통은 내장도 없이 텅 빈 채, 갈비뼈와 같이 내부가 모두 드러나 있었다.

얼굴은 사람 해골처럼 생겼는데, 눈에서 빛이 났다.

다만 턱이 길쭉하고 이빨이 전부 날카로운 것이 인간과는 다른 형태였다.


그놈은 바바라를 삐죽이 튀어나온 긴 손톱으로 들어 올리고 입에 넣으려 하고 있었다.

탈레스는 곧장 검을 들고 저지했고.


“시발. 가는데 마다 지랄이야.”


큰 그의 외침과 긴 칼이 괴수의 몸을 갈랐다.

약간 패이긴 했으나 피나 살점이 튀지는 않았고, 알아듣기 힘든 울음소리만 굴을 메웠다.

음, 뭐랄까, 바람 소리? 공기가 삑하고 끓는 소리라 해야 할까.


그 괴물은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민첩하게 손톱을 휘둘렀다.

날카롭게 갈린 그것은 검날처럼 예리했는데, 큰 덩치와 맞물린 긴 팔이 위력을 더했다.


탈레스는 겁먹지 않고 도리어 뛰어들며 룬을 새겼고, 양손으로 검을 잡았다.

바로 목을 향해 칼을 꽂아 넣었고, 괴물이 뭘 하기도 전에 곧장 오른손 주먹으로 머리통을 갈겼다.


퍼 – 억


살점이 터지는 소리가 나며 괴물이 휘청였다.

탈레스는 놈의 목에 박힌 칼을 밟고 서서 쉬지 않고 머리를 두들겼다.

뼈와 살점이 조금 섞인 머리통의 느낌은 조금 이상했는데, 매우 단단했다.


쿵 – 쿵 -


동굴 안에 무거운 바위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계속 퍼졌고, 좀 아프긴 한지 몸을 흔들던 놈이 앞으로 자빠졌다.

탈레스는 깔릴 위기를 느끼고 한발로 놈을 차며 안전한 자리에 착지했다.


다시 공격하려 했는데, 희뿌연 안개가 시야를 가렸다.

그건 탈레스가 괴물이 쓰러진 지점을 찾는 사이, 얼마 지나지 않아 걷혔고.


그리고 동료들도 깨어났다.

안개가 사라지고 나서.


“안개? 입술까지 썩어 있었다고? 흠. 웬디고 같은데.”

“여기에 보일만한 개체가 아닌데. 이상한 걸.”


탈레스의 이야기를 들은 위로우는 나름대로 추정을 통해 결론을 내렸다.

현혹하는 것, 사람을 잡아먹는 것, 그리고 시체 같은 외형까지.


“쫓지 않는 게 좋아. 웬디고는 별의별 능력을 다 가진 걸로 유명해.”

“거기에다 남부에 있어야 할 놈이 아냐. 이거 뭔가 이상해.”


위로우는 빠르게 동굴을 나가자고 말했다.

나머지는 모두 거부했지만.


바바라는 강한 적과 싸우고 싶어서.

이트사는 그냥 기분 나빠서.

탈레스는 놈 목에 뽑힌 검을 찾아야 해서.


“야, 그게 어떤 칼인지나 알고 말하는 거야. 귀중한 거라고. 고대 사우루스 뭔가 하는 놈들의 보물이야.”


전쟁 영웅이 말했다.

전설의 첫걸음을 딛게 해준, 덩치 큰 리자드맨에게서 탈취한 칼.

그걸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웠다.

지금까지 관리 한 번 안 하고 마구 써댔는데, 아직도 처음처럼 멀쩡했다.

어지간한 금속은 그냥 다 베이기도 하고.


탈레스가 만천화우 기술을 쓰며 느낀 거지만, 조잡한 무기는 금방 망가져 버린다.

그건 분명 특별한 무기였다.

사연은 잘 모르지만.


그렇게 쪽수로 위로우를 압박한 일행은 가봤던 길의 위화감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갔다.

위로우의 경고와 함께.


“나도 웬디고란 존재를 만난 건 처음이야. 책에서만 봤지.”

“실제로 마주친 이가 잘 없기도 하고. 왜 그런진 알지?”

“이놈은 한번 들은 목소리를 흉내 내고, 정신에 침입해 아까처럼 꿈으로 빠뜨리거나 심지어 빙의까지 가능한 걸로 알고 있어.”

“동료끼리 싸우거나 속을 수 있단 거야. 지금 우린 죽으러 가는 거라고.”

“저놈들이 기록에 잘 안 남은 건 만난 사람은 전부 뒈졌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잰 추운 북쪽에서만 나와. 여기 있어야 할 놈이 아냐. 뭔가 이상하다고.”


위로우는 울부짖음에 가까운 고함을 치며 걸었고, 일행은 그저 묵묵히 나아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합니다. 24.09.10 39 0 -
52 52화 NEW 22시간 전 5 1 12쪽
51 51화 24.09.18 10 0 12쪽
» 50화 24.09.18 12 0 12쪽
49 49화 24.09.17 15 1 12쪽
48 48화 24.09.17 13 0 12쪽
47 47화 24.09.17 21 1 12쪽
46 46화 24.09.17 22 2 12쪽
45 45화 24.09.16 23 1 12쪽
44 44화 24.09.16 21 0 12쪽
43 43화 24.09.16 26 1 12쪽
42 42화 24.09.16 27 0 12쪽
41 41화 24.09.15 30 1 12쪽
40 40화 24.09.15 29 1 12쪽
39 39화 24.09.15 33 0 12쪽
38 38화 24.09.15 36 0 12쪽
37 37화 24.09.14 46 1 12쪽
36 36화 24.09.14 49 1 12쪽
35 35화 24.09.14 49 1 12쪽
34 34화 24.09.13 48 1 12쪽
33 33화 24.09.12 47 1 12쪽
32 32화 24.09.11 56 1 12쪽
31 31화 24.09.10 54 1 12쪽
30 30화 24.09.09 58 1 12쪽
29 29화 24.09.08 61 1 12쪽
28 28화 24.09.08 63 2 12쪽
27 27화 24.09.07 61 1 12쪽
26 26화 24.09.07 67 1 12쪽
25 25화 24.09.06 71 1 12쪽
24 24화 24.09.05 77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