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서툰발걸음
작품등록일 :
2024.08.19 23:44
최근연재일 :
2024.09.18 12:1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3,721
추천수 :
72
글자수 :
279,810

작성
24.09.08 21:55
조회
57
추천
1
글자
12쪽

29화

DUMMY

침묵에 내려앉은 마을에 도착한 이들은 곧장 촌장의 집, 혹은 마을 회관이었을 걸로 추정되는 곳으로 움직였다.

칼과 탈레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주변에 집을 부수어 나무를 날카롭게 깎아 바닥에 세우고, 집을 더 튼튼하게 보강했다.

이올린은 내부를 청소했고, 부상이 심한 자들은 안쪽에 눕혀두었다.


나름의 보강 공사가 끝나자, 칼과 탈레스는 번갈아 가며 마법사를 호위했고, 마법사는 마을 곳곳에 결계를 설치했다.

적이 잠입하거나 침입할 시, 거점에서 알람이 울리도록 하는 마법이라는 듯했다.

그것이 끝나고 난 후엔, 여기저기에 밟으면 터진다는 마법 함정도 설치했고.


일을 마친 마법사는 휴식을 취하러 갔고, 칼과 탈레스는 불침번 순서를 정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동안엔 번갈아 가며 주변 정찰을 했고.


“아무도 없어. 그냥 완전히 텅 비었어. 축사도 있던데, 돼지고 뭐고 아무것도 없어.”


탈레스는 털썩 앉으며 말했다.

다음 차례로 다녀온 칼 역시 마찬가지로 이야기했고.


그들은 차분히 제논을 기다렸다.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제논이 날아온 건, 해가 완전히 저물고 달이 빼꼼 얼굴을 내밀 때쯤이었다.

그는 곧장 이올린에게로 향했다.


“전하. 보고 사항이 있습니다.”


이올린이 일어서서 화답하자, 제논은 거의 숨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린벡 밑쪽에 아틀란티카의 함대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이곳 주민으로 추정되는 인원도 다수 붙잡혀 있습니다.”

“명백한 국경 침입입니다. 아무리 명확하게 나뉜 국경이 아니라지만, 린벡은, 이 밑은 칼디아 왕국이 분명합니다.”

“함대는 대형선 3척, 중소형 범선 10척에 다수 징집된 갤리선들이 있습니다. 추정 병력은 천명에서 천오백 사이입니다.”


이올린은 놀란 눈을 감추지 못했다.

도시국가들이 칼디아 왕국을 탐내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도 아니고, 왕자들의 군대도 건재하다.

아틀란티카가 강력한 도시긴 하지만, 저들 단독으로 칼디아 왕국에 맞설 순 없다.


“지금 명확한 경위는 알아보는 중입니다만, 추정으론 4왕자나 3왕자와 밀약을 맺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갤리선 같이, 작은 배, 원양 항해가 목적이 아니고, 강에도 들어갈 수 있는 걸 끌고 온 것 자체가 해안 지대를 약탈하겠다는 뜻이니까요.”


제논은 내전이 본격화되었음을 시사했다.

물리적 군사 충돌이 시작된 것이다.

아마도 목표는 2왕자.

해안가 일대를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한 이를 공격 목표로 삼은 것 같으니.


“키티아경, 아틀란티카와 직접 접선해서 경위를 묻겠습니다. 사신으로 가서 내가 만나고자 한다고 전해주세요.”


이올린은 머리를 짚었던 손을 내리며 말했다.

제논은 만류했지만, 분노한 왕녀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아무래도 아틀란티카 함대의 지휘자가 그녀의 약혼자라니, 화가 더 난 모양이었다.


“아틀란티카는 소수의 귀족 가문이 번갈아 가며 통치를 맡아요. 대개 임기는 평생이죠.”

“보통은 나이가 많은 이들이 맡는데, 이번엔 젊은 내 약혼자가 도제 자리의 계승자가 되었죠.”


이올린은 탈레스를 위해 설명을 아끼지 않으며 의복을 점검했다.

마법사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최대한 깔끔하게 외교를 할 준비를 마쳤고.


제논은 만류하면서도 이올린의 명에 따랐다.

칼과 탈레스에게 은밀한 지시를 내리면서.


“혹여나 틀어져서 아틀란티카 군대가 전하를 납치하려 할 시, 내가 일대를 터뜨려 버리겠네.”

“둘은 전하를 업고 달리게. 최대한 내륙, 숲 쪽으로.”


제논은 죽음을 각오하고 회담을 준비했다.

어차피 피할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오기 전 이미 일을 끝냈네. 어쩌면 저들이 우리의 경로를 알고 준비한 일일지도 모르네.”

“도망쳐봤자 다른 덫이 우릴 기다릴 것 같단 말일세.”


말을 마친 제논은 다시 하늘을 날아 아틀란티카의 진영으로 향했다.

일행은 제논을 기다렸고.


“며칠 전, 키티아경이 아틀란티카 쪽의 정보원이 죽거나 납치된 것 같다고 했어요.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고 했거든요.”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 같단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요. 어쩌면 우군이 될 거라 생각만 했지, 이렇게 싸우리라고는...”


이올린은 긴 한숨과 함께 말했다.

탈레스는 그런 그녀를 힐끔 보며 침을 삼켰다.

자꾸 왜 이러는진 모르겠지만, 고뇌하는 그녀의 얼굴도 아름다웠다.

귀까지 빨개진 자기 모습을 감추려 가장 앞쪽에 섰다.

그건 오해를 샀고.


“흠. 자네가 앞에 설 건가. 내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본래라면 양보 따위는 안 하지만, 자네라면 인정하지.”


칼은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탈레스는 의아했고.

앞에 서서 간다는 의미를 잘 몰랐기에.


주변에 찬사를 들으며 대충이나마 자기 행위를 이해했다.

가장 앞에 선 자가 보통 세력의 친위대의 대표 격이고, 일이 터질 시 목숨을 잃을 확률이 가장 높단 사실을.


‘아, 시발. 얼굴 보기 부끄러워서 앞에 간 건데. 그런 건 미리 말해줬어야지. 그러면 뒤로 갔을 거 아냐.’


탈레스는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할 수 없다 싶어서 자리를 지켰다.

제논은 곧 돌아왔고.


“회담은 이틀 뒤로 잡혔습니다. 자꾸 저희를 아래로 보는 투로 이야기해서 조금 충돌이 있었습니다만, 중간 지점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간 김에 조금 둘러봤는데, 린벡 주민들 대부분 고문을 당한 것 같습니다.”

“보아하니 이들은 미라클교 처단이란 명분으로 움직인 것 같습니다.”


제논은 이 말을 마치며 이 행위, 침략을 눈감아 주겠다고 약속한 왕자가 있을 거란 말을 붙였다.

미라클교 처단 협력이란 이름 하에.

이올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풀썩 앉았다.

당장 출발하려다 위신이란 걸 이제야 생각한 듯.

감정이 앞서 절차고 뭐고, 다 쌩까고 달려가려 했기에.


어쨌든 최대한 일정을 당겨 이틀로 잡았고, 그동안 혹여나 아틀란티카가 린벡을 포위하고 공격하지 않을까 해서 정찰을 더 강화했다.

집결지로 설정한 이 린벡에 오는 이들이 각개격파식으로 아틀란티카에 잡힐 것을 우려해, 전부 하진 못했지만, 가능한 많은 인원에게 현 상황을 알리는 것도 잊지 않았고.


“골치 아프네. 식량 조달도 직접 해야 하는 참에 천명도 넘는 적의 포위도 우려해야 한다니.”


탈레스는 중얼거리며 사냥에 나섰다.

이제 팀에서 식량 조달을 단독으로 맡게 되었다.

마을에서 주운 가장 큰 가방 하나를 짊어지고 근방 숲에서 과일 채집 및 소형 동물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입이 여럿이니 귀찮긴 하네. 아오. 집에 가고 싶다.”


탈레스는 부단히 움직이며 불평했다.

그때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 냄새와 함께.

여기서 거리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뭔가 익숙한 음이었다.


‘노래 같으면서도 아니고, 뭔가 의식을 치르는 것 같은...설마?’


탈레스는 가방을 짊어지고 발소리를 최대한 죽인 채, 소리의 근원지로 향했다.

사실 소리라기보단, 무언가 기운에 가까웠다.

이건 목소리로 도무지 닿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으니까.


탈레스가 도착한 곳은 아주 익숙한 풍경의 뚫린 바위였다.

처음 이 세계에 도착해서 바라보았던 천장.

지금 자기가 그 천장에 있는 셈이었다.


밑으로 보이는 곳엔 미라클교로 추정되는 소수의 인원 몇과 인간 제물이 겹겹이 쌓여있었다.

무슨 수를 쓴 건지, 제물들은 알아서 가운데로 걸어갔고 사제로 추정되는 이가 몸을 가르고 심장을 꺼냈다.


‘이올린 구할 때 그 의식이 없던 이들이 저런 상태였나. 그나저나 어떻게 하지. 조금 무서운데.’


탈레스는 살며시 발을 뺐다.

두려움이 좀 앞서기도 했고, 팀원에게 빨리 알리기도 해야 했으니까.


볼 수 있는 구멍이 워낙 작아 정확하진 않지만, 추정으론 마법사 일곱에서 여덞, 중무장한 병사도 열명 이상.

저게 동굴 깊숙한 곳임을 고려하면, 프리덴에서의 병사를 생각하면 월등히 많은 숫자가 안에 있을 터였다.

제물 숫자만 해도 오십은 족히 넘어 보였으니까.


탈레스는 조용히 발을 옮겼고 다행히 위에는 경계를 서는 이들은 없었다.

과도한 인원 혹은 자만, 뭔진 모르겠지만 이들이 철저히 경계를 서는 것 같진 않았다.

그래서 운이 좋게도 탈레스는 무사히, 그리고 빠르게 회관으로 돌아왔다.

그는 가방을 내던지고, 곧바로 이올린과 제논 앞에 섰다.


“엥? 탈레스 사냥 솜씨가 영 없구만. 시간을 얼마 썼는데 이게 전부 인가.”


칼이 가방을 열며 말했다.

아주 태평한 얼굴로.


그와 달리 탈레스는 긴박하게 상황을 전파했고 제논과 이올린의 얼굴은 심각해졌다.

칼도.


“이거 외통수군요. 저들이 아틀란티카와 한패가 아니길 바라는 수 외에는 저희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제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올린은 다시 손톱을 뜯었고.


“탈레스의 말로 추정해 볼 때 자드파거나 제국에서 내려온 다른 종파 같습니다. 세일럼이나 아낙시만드로스 쪽은 아닌 걸로 생각됩니다.”


제논이 다시 말하며 상황을 정리했다.

과연 어느 쪽 세력일까.

아틀란티카와 같은 편일까, 아닐까.

어느 왕자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놈들일까.


모든 게 미지인 가운데 일행은 방위를 더 강화했다.

마을 입구부터 시작해서 이곳 전체를 함정으로 도배했고, 제논은 거기에 추가해서 플라이 마법으로 도주 가능 인원을 추렸다.


“합동으로 포위 공격 해올 시, 제 마법으로 탈출할 수 있는 건 저를 포함한 셋 정도가 한계입니다.”


두 자린 당연히 제논과 이올린이었고 한 자리만 남았다.

마지막 플랜이긴 했지만, 상황이 워낙 위급한지라 짜두긴 해야 했다.

제논은 플라이 마법도 탈출 가능성이 완전하다 장담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살 수 있을 확률이 좀 더 높아 보였다.


“난 괜찮소. 스승님의 원수를 갚지 못 해 아쉬울 뿐. 탈레스, 뒤를 부탁하네. 꼭 원한을 갚아주게.”


칼은 이렇게 말했고 나머지도 마찬가지였다.

남은 자리를 일행 모두가 탈레스에게 양보했다.

전부 죽음을 각오했다.


탈레스는 떨리는 맘으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이올린 팀은 침묵에 빠졌다.


탈레스는 이게 내 자리가 맞는지, 그리고 또 양보한 사람들 얼굴 볼 낯이 없어서.

이올린은 다시 자기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게 싫어서.

제논은 더 나은 전략이 있는지 고민하느라.

칼과 나머지 마법사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유서를 탈레스에게 넘기느라.


고요한 회관 안에선 그저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만 들려왔다.

탈출로 계산도 끝났고 버틸 수 있는 시간 추정도 끝났다.

제논은 아무리 그래도 이 팀 하나 잡자고 저 많은 병력을 동원할 이유는 없다고 우리가 목표가 아닐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다만 확신하진 못했다.


“모든 게 불투명하니 움직이기가 어렵구려. 저들과 아틀란티카의 관계만 확실히 알 수 있으면 우리가 먼저 움직일 수도 있을 텐데.”


제논은 계속 턱을 두들기며 말했다.

그는 그냥 아틀란티카 본진에 도움을 요청해 볼 요량도 하는 것 같았다.

다만 잘못할 시, 혹여나 진짜 저들이 한패라면 자기가 붙잡혀 버릴 수 있으니 그게 좀.

그러면 탈출이고 뭐고 이올린의 세력은 여기서 끝이다.


뭐 하나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밤은 고요히 지나가고 있었다.

부엉이의 울음소리만 주변에 들려왔고 모두가 잠들지 않은 채로 횃불을 밝히고 밖을 지켜보았다.


어두운 밤이 지나고, 동이 틀 때까지 아무런 침략은 없었다.

다들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불평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일단 오늘은 무사히 지나갔군요. 전하, 잠깐 정찰 좀 하고 오겠습니다.”


제논은 곧장 하늘을 날았다.

이 일대를 둘러보는 한편, 탈레스가 말했던 곳으로 향하는 모양새였다.


“밤에 공격할 거라 예상했는데. 병력이 많으니 그냥 대놓고 와서 협박하려나. 어떻게 생각하나, 탈레스.”


칼의 질문에 탈레스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내가 어떻게 알겠냐는 듯.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합니다. 24.09.10 36 0 -
51 51화 NEW 3시간 전 5 0 12쪽
50 50화 NEW 7시간 전 7 0 12쪽
49 49화 NEW 16시간 전 10 1 12쪽
48 48화 NEW 19시간 전 10 0 12쪽
47 47화 24.09.17 17 1 12쪽
46 46화 24.09.17 19 2 12쪽
45 45화 24.09.16 20 1 12쪽
44 44화 24.09.16 18 0 12쪽
43 43화 24.09.16 22 1 12쪽
42 42화 24.09.16 23 0 12쪽
41 41화 24.09.15 25 1 12쪽
40 40화 24.09.15 25 1 12쪽
39 39화 24.09.15 29 0 12쪽
38 38화 24.09.15 32 0 12쪽
37 37화 24.09.14 42 1 12쪽
36 36화 24.09.14 45 1 12쪽
35 35화 24.09.14 45 1 12쪽
34 34화 24.09.13 44 1 12쪽
33 33화 24.09.12 43 1 12쪽
32 32화 24.09.11 51 1 12쪽
31 31화 24.09.10 51 1 12쪽
30 30화 24.09.09 55 1 12쪽
» 29화 24.09.08 58 1 12쪽
28 28화 24.09.08 57 2 12쪽
27 27화 24.09.07 57 1 12쪽
26 26화 24.09.07 63 1 12쪽
25 25화 24.09.06 66 1 12쪽
24 24화 24.09.05 72 2 12쪽
23 23화 24.09.04 76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