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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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DUMMY

사람이 다니는 길로 나아가긴 했지만, 우거진 초목은 괜히 전에 보았던, 그 커다란 생물들을 떠올리게 했다.

거대한 뱀과 미친 덩치의 곰.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약간 겁먹은 얼굴로 마차 바깥을 내다보는 탈레스를 향해, 플라이 마법으로 정찰을 마친 제논이 내려오며 말을 걸었다.


“마차가 불편한가? 얼굴이 좋지 않은데.”


탈레스는 겪었던 일을 털어놓았고 마차 안의 이올린은 놀란 얼굴을 했다.

제논은 놀라지도 않았고.


“깊은 숲으로 가면 별의별 생물이 다 있지. 그래도 남부 지대에 있는 건, 대개 얌전하고 약하다네.”

“대체로 단련된 인간 둘, 셋만 되도 사냥할 수 있는 것들이지. 거친 환경에 있는 것들은 정말 감당하기 어렵다네.”


여기에 제논은 탈레스 정도라면 상대하기 어렵지 않을 거라 말했지만, 그는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런 걸 눈앞에서 보고도 싸울 수 있을까?


뒤이어 제논은 자기가 겪고 싸워본 생물 여러 종을 이야기 해주었는데, 이올린과 탈레스는 꽤 흥미롭게 들었다.

모르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진짜 모험 같아서.


“그래서 의뢰를 받아, 모조리 몰살했는데, 늑대인간은 진짜 인간이었더군.”

“죽이고 나니 바람 빠진 풍선처럼 메말라 버렸어. 결국 인간으로 돌아와서 죽었어.”

“인면조라 하던가. 그런 것도 있었어. 사람 얼굴인데 날아다니더라고. 하피와는 다른 거라던데. 나도 생물 쪽은 잘 몰라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군.”


제논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 휘하의 마법사들이 번갈아 가며 정찰했다.

혹여나 있을 위험에 대비하여.


중무장한 기사와 마법사 여럿이 있어서 그럴까, 갑자기 등장하는 인간 사냥꾼 무리도 없었다.

기척은 있었지만.


“전방에 조잡한 무기를 지닌 남자가 다섯 있습니다. 먼저 공격할까요?”

“아니다. 산적인 모양인데, 쓸데없이 피를 흘려 맹수를 끌어들일 필요는 없어.”


정찰을 마친 마법사가 보고하면, 제논은 응답했다.

그리고 그의 생각대로 저들은 오히려 몸을 숨겼지, 싸움을 걸진 않았다.


“산적도 머리가 좋아야 하는 법이지. 상대 수준을 알아채고 저렇게 도망가는 게 현명한 자들이라네.”


제논과 칼은 왕국과 도시국가 경계에, 특히나 저런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왕국에서 자유민의 환상을 가지고 도망가는 사람을 사냥하거나, 만만한 상인을 공격해 돈을 뺏는 이들이라나.


셀레스티얼에서 도망치듯 빠르게 빠져나오고, 정찰을 쉼 없이 하는 등, 약간 겁을 먹었던 게 무색하게도 밤까지 순조롭게 나아갔다.

야영 준비 역시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다들 이런 경험이 풍부한 건지, 말을 묶고 마차를 분리하고, 텐트 같은 걸 세운 후에 침낭을 준비하는 등, 손이 빨랐다.

식재료도 잘 준비해 온 데다가 조리 역시 전담으로 하는 마법사가 하나 있었고.


모든 게 나쁘지 않았다.

경계 근무 서야 하는 것만 빼면.


“뭐, 말번이니까. 나쁘진 않아.”


그래도 근무 순서는 괜찮았다.

거기에 무슨 위험을 알리는 마법인지, 결계인지 뭔지도 친다고 하니까.

그냥 대비를 이중, 삼중으로 하는 거였다.


그렇게 자리가 배정되고 사람들은 자거나, 경계를 서거나, 마법진을 검수하는 등, 각자 자기 일을 했다.

탈레스는 곧장 침낭 안으로 파고들었는데, 이올린의 옆자리였다.


‘부담스럽네. 왕녀가 왜 텐트를 같이 써.’


준비한 천막이 둘밖에 없는 데다, 칼 아니면 탈레스 같은 호위 전사가 반드시 옆에 있어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본래라면 가드들이 안 자고 지키겠지만.


“탈레스, 자나요?”


곱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탈레스는 괜히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억지로 잠을 자는 행세를 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지금 내겐 기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거든요. 구해줘서 고마워요.”


이올린은 이 말을 마치고 자기 잠자리로 돌아갔다.

탈레스는 괜히 두근거리는 바람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이 씨. 쓸데없이 그런 소리는 왜 해서. 아니, 근데 나 왜 자꾸 이러냐. 이러면 안 되는데.’


귀까지 빨개진 탈레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잠들려 노력해도 귓가를 살포시 스치고 지나간 그 맑은 목소리, 그리고 지금 옆에서 잠든 그녀의 색색거리는 소리는 탈레스가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들었다.


경계 근무자 외에 모두가 잠든 밤에 탈레스는 괜히 밖에서 서성거렸다.

불침번인 이름 모를 마법사는 의아해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고.


‘밤공기 차네. 지구에 돌아가면 꼭 예쁜 여자친구 사귀어야겠다.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꾸만 이상한 마음이 드는 게 좀 그랬던 걸까.

탈레스는 괴로운 유혹을 떨쳐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렇게 집에 대한 그리움과 여기서 잘 해낼 방법,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 멀리서 무언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사람...같은데...’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두건 망토를 쓴 사람의 형태였다.

그것도 한 명.

사람들을 깨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그건 빠르게 다가왔다.


쉬 – 익


뱀이 내는 듯한 소리가 더 가까워지면서 어둠 속에 인간은 탈레스 앞으로, 몇 걸음만 떼면 닿을 정도까지 다가왔다.

횃불의 빛이 닿지 않는 범위로 까지만.


“흐흐. 하찮구나. 이걸 결계라고.”


희미하게 보이는 놈의 얼굴은 주름이 축 늘어진 것이 나이 든 사람 같았는데,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목소리였다.

다만 결계를 언급한 시점부터 적이 분명했기에 탈레스가 취해야 할 행동은 확실해졌다.


“적이다! 전원 기상!”


포효하듯 울린 목소리에 칼을 비롯한 대다수가 뛰쳐나왔고 결계를 언급한 자도 소리에 놀란 듯했다.

그 괴상한 자가 멈칫한 사이, 이올린 팀 전원이 전투태세를 갖추고 그자를 마주했다.


“누구지? 인간은 아닌 것 같은데.”


제논이 먼저 말을 걸었다.

그 검은 두건의 자는 흥미롭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네가 그 유명한 제논인가? 세일럼을 도망치게 했다는 그 신예는 누구지?”


질문에 질문으로 답한 그 괴인은 홀로 있음에도 전혀 겁을 먹지 않은 모습이었다.

제논을 알면, 이 팀을 알고 찾아온 거면 전투력이 어느 정도인진 알 텐데.


“넌 누구고 목적이 뭐지?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바로 공격하겠다. 숨길 수 없는 네 역겨운 냄새가 아무래도 어두운 힘에 취한 놈 같으니.”


제논이 차갑게 뱉은 말에 그 괴인은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몸을 올리기 시작했고.


그것은 거대한 뱀이었다.

전에 보았던 그 뱀보다도 더 큰.

앞에 본 사람 모습의 형태는 뱀의 머리 위에 달린 일종의 장식 같았다.

녹색 피부에 하얀 배, 울긋불긋한 여러 색이 등을 뒤엎은 이 기괴한 뱀은 기나긴 혓바닥을 쉑쉑 거리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하찮은 것들을 본다는 듯이.


“흐흐. 그래도 기백은 있구나. 맘에 들었다.”

“나와 손을 잡고 움직이자. 서로의 적이 일치하니 좋은 편이 될 수 있을 거다.”


뱀의 입에선 의외의 말이 나왔다.

제논은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바로 공격하지 않았다.

정보를 캐내려는 듯.


“서로의 적이란 걸 무얼 말하는 거지? 누구와 싸우고 있나?”


표정이 하도 미묘해 정확히 잡아내지는 못했지만 조금 실망한 얼굴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제논은 왕녀를 노리는 상대를 알아내고 싶어 했었던 것 같고, 뱀 새끼는 세일럼이란 놈이 한 방 먹었단 사실에 찾아온 것 같았으니까.


“세일럼의 충전소 하나를 부수었다지? 아끼는 작품 하나도 박살 냈다고 하던데. 함께 하자. 그 힘과 내 힘이 합치면 막을 수 있는 건 없을 것이다.”


정체 모를 이는 세일럼이란 놈과 적인 모양이었다.

제논은 몇 가지 더 물어 정보를 캐내려 했지만, 놈은 이름조차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근방에 세일럼 충전소라는 게 하나 더 있다면서, 거기 수호자가 강력하니 앞장서면 자기가 기습해서 죽이겠다고.


제논은 결정을 바란다는 듯, 이올린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칼은 곧장 칼에 빛이 나는 기술, 광선검을 만들어 냈고, 제논 역시 공격을 명했다.

상대를 놀리면서.


“진화란 헛된 꿈을 품은 자여, 너는 그저 아낙시만드로스의 실패한 개체일 뿐이다.”

“넌 인간의 참된 본성을 모두 버린 괴수지, 지성을 갖춘 새로운 생명체가 아니다.”

“죽음으로서 꿈에서 깨어나라.”


제논은 말을 마침과 함께 양손에서 마법을 뿜었다.

왼손으론 물 폭탄 같은 걸 만들어 던졌고, 오른손으론 번개 같은 것을 잡고 던졌다.


“와우. 제우스인가. 멋진데.”


탈레스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번개를 잡고 던진다니.

저걸 실제로 구사할 수 있으면 얼마나 멋질까.


물론 제대로 감상할 시간도 없었다.

뱀 새끼도 분노해서 곧장 공격해 왔으니까.

거대한 꼬리가 이쪽을 향해 날아올 때, 마법사들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고, 새하얀 벽이 세워졌다.


쾅 -


물론 한방에 부서졌지만.

그 사이 칼은 하늘 높이 뛰어, 광선검을 마구 휘둘렀다.

녹색의 밝은 빛이 번개와 어우러져 눈을 아프게 했다.


“탈레스, 자넨 전하를 지키게. 싸움은 우리에게 맡겨. 혹시나 양동 작전으로 전하만 납치하려는 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네.”


제논의 외침은 탈레스와 뱀, 모두에게 닿은 것 같았다.

뱀 새끼는 싸우면서도 뒤로 빠진 탈레스와 왕녀를 모두 노려보았으니까.


초목이 우거진 고요한 숲엔 거대한 폭발음이 계속 일었다.

뱀 새끼는 마법사였던 모양이었다.

꼬리를 거칠게 휘두르고 뱀의 이빨로 칼의 광선검에 맞서면서도 장식 같은 인간의 손에서 화염구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건 마법 방벽을 세우던 제논 휘하들에게 날아들었고.

숲은 곧 화염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안 돼!”


이올린은 뱀이 던진 화염구에 터져 나가는 마법사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뒤이어 광선검으로 뱀의 비늘을 몇 개 떨어뜨린 칼 역시 날카로운 이빨에 튕겨 나가는 걸 보자, 다리 힘까지 풀린 건지, 결국 아예 주저앉았다.


“탈레스! 저들을 도와줘요. 내게 남은 사람은 이들뿐이에요.”


이올린은 엎어진 채, 얼굴을 손에 묻고 이야기했다.

탈레스 역시, 이 상황이 지속되면 자기도 죽을 것 같았기에 곧장 뛰어들었다.

뱀의 머리에 달린 인간 손에서 튀어나오는 마법은 놀라운 위력을 자랑했다.

닿는 순간 폭발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니.


저 마법을 멈추는 게 시급했다.

안 그러고선 이 싸움, 이겨도 전원이 통구이가 될 것 같았기에.


ᚱ -


허공에 룬문자를 그린다.

무슨 뜻인지, 어떤 원리인진 모르지만, 쓰는 법은 안다.

하루에 세 번정도, 지속시간은 매번 다른 것 같은데, 그래도 최소 5분은 넘기는 것 같다.


탈레스의 손에서 그려지는 룬문자는 푸른 빛을 맺으며 사라졌고, 그의 몸은 바람에 휘감겼다.

빨라진 두 다리와 팔을 느끼며 탈레스는 강하게 땅을 박찼다.

그리고 단숨에 뱀의 몸을 타고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룬?”


뱀의 머리에 있는 인간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얼마나 충격받았길래, 계속 시전하던 마법도 멈추었다.


그 사이 탈레스는 멈추지 않고 뱀의 몸 곳곳을 밟으며 머리를 향했다.

칼이 비늘을 여러 개 떨어뜨려 놓은 덕에 곳곳에 발판이 있었고 뛰어오르기 좋았다.

인간으로 치면 딱 목까지만.

그 부분에서부턴 상처가 없었다.


비늘이 있는 부위는 미끈하고, 잡히지 않아서 발 딛기 어려웠다.

탈레스는 억지로 중심을 잡고 너클로 비늘을 때려보았지만, 소리만 크게 날 뿐 비늘은 떨어지지 않았다.

뭐, 충격은 있는 것 같았지만.


“이건 무슨 짓이냐!”


화가 난 뱀이 더 몸부림치며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아무래도 몸에서 탈레스를 떨어뜨리려는 모양이었다.


그때 탈레스는 약간 공중에 뜰 수 있단 느낌을 받았다.

뒤를 보니 제논이 자기에게 무언가 걸어준 모양새였다.


탈레스는 등에 매두었던 그레이의 클로를 끄집어내고, 땅을, 아니 공중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뱀의 대가리를 향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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