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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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DUMMY

둘은 날아서, 신속하게 회관으로 돌아갔다.

그곳은 부상자로 가득했다.

무슨 고문을 한 건지 몰라도 린벡 주민 대다수가 크고 작은 상처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아직도 이송이 덜 되어 마차는 쉼 없이 움직였다.


“탈레스, 난 근방에서 용병을 좀 구해오겠네. 칼과 포대를 설치할 기반을 마련하게.”


제논은 말을 마친 뒤 금화가 담긴 걸로 추정되는 큰 주머니를 들고 재빠르게 날아가 버렸다.

이올린과 마법사들은 부상자들을 치유하기 바빴고, 칼도 마차를 몰며 린벡 주민을 호송하느라 정신없어 보였다.


“아니, 나 포병부대 출신 아니라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탈레스는 머리를 긁적이며 아무렇게나 놓아져 있는 거대한 대포를 끌고 갔다.

바다에서는 몰랐는데, 무게가 상당했다.

크기부터가 탈레스의 몸을 아득히 뛰어넘으니 당연한 걸까.


‘곡사포라 그랬었나? 발사각을 높게 해두면 되겠지. 포만 달랑 있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탈레스는 얼추 마을에서 높아 보이는 언덕 위, 부서진 집을 다 박살 내고 대포를 놓았다.

주변에 큰 돌을 몇 개 가져와 움직임이 덜 하도록 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


‘애초에 지구랑 개념이 다른데, 뭘 알아야 하지. 화약 쓰는 게 아니라 반동이 없지 않을까? 얼마나 단단하게 고정해야 하는 거지?’


다들 바삐 움직이는 탓에 뭘 묻기도 그래서 대충 마무리했다.

애초에 포병 출신도 아닌데 제대로 하는 게 더 신기했을 것이다.


일을 마친 탈레스 앞에 눈 하나가 뜯긴 사람, 불로 지져지거나 팔다리가 베인 사람 등, 갖가지 상처가 있는 린벡의 주민들이 보였다.


‘혹시 다른 사람한테도 될까?’


탈레스는 신음을 내며 딸로 추정되는 아이에게 안긴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추레한 몰골로 뼈가 부러진 건지 팔이 이상하게 덜렁거렸다.


ᛒ -


그 남자의 앞에서 탈레스가 검지로 문양을 그렸다.

이름도 모르고 뜻도 모르지만.


푸른 빛이 점멸하며 알 수 없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남자의 몸으로 흘러들었다.


“우와. 나 진짜 마법사 됐다.”


탈레스는 감격에 차올랐다.

거대한 남자가 다가와 겁을 먹었던, 다친 남자와 그 딸이 두려움을 잊고 감동한 것만큼이나.

그의 부러진 뼈가 다시 붙는 건 물론, 크고 작은 흉터부터 자잘한 상처까지 모두 치유되었으니까.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기적이 나타났으니까.


탈레스는 바빠졌다.

그는 자기에게로 오는 이를 끊임없이 치유했다.

다행히 이 룬마법은 앞서 배운 것과 달리 횟수 제한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다만 기운이 점점 떨어져 가는 게 느껴졌다.


‘앞에서 배웠던 건 덜 힘들었는데 이건 조금씩 지쳐가네. 기력이랑 관련이 있나.’


슬슬 지쳐서 쓰러질 것 같을 때쯤, 어디선가 제논이 나타나 치료를 중단시키고 탈레스를 끌고 와 회관 2층에 눕혔다.


“먹을 걸 좀 가져오겠네. 먹고 한숨 자게.”

“그리고 일어나면 어떻게 이 기적을 행사할 수 있는 건지 좀 말해주게.”


탈레스는 아직 치료를 해주지 못한 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곧장 잠에 들었다.

오늘은 정말로, 이해를 못 하겠지만, 이 세계에 온 후 처음으로 너무 힘들었으니까.

체력이 완전히 바닥났다.

고작 허공에 문자를 그린 게 다인데.


탈레스가 다시 눈을 떴을 땐 고요한 밤이었다.

그는 주변에 잠든 이들을 보며 조용히 1층으로 내려갔다.

아직도 불이 밝혀진 방에선 어디서 구한 건지, 이 근방이 그려진 큰 지도와 함께 고뇌하는 제논이 있었다.


“어이. 먹을 것 좀 없어?”


탈레스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제논에게 물었고, 그는 식수와 함께 딱딱한 빵과 육포를 조금 가져다주었다.

탈레스는 곧장 그걸 들이키다시피 먹었고, 제논은 낮의 일을 물었다.


“아니, 아틀란티카 애들이 공격하길래 바다로 도망쳤지. 근데 바다 밑에 저번 동굴처럼 그런 게 있더라고.”


탈레스는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자세히, 할 것도 없긴 하지만, 어쨌든 설명했고 얻은 룬문자도 이야기했다.

그러자 제논은 탈레스의 몸 곳곳을 만지며 점검했다.

탈레스는 기겁했고.


“뭐, 뭐 하는 거야. 분명히 말해두는데, 난 여자 좋아해. 여자 좋아한다고. 남잔 싫어.”


제논은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더듬었고, 탈레스는 이내 거칠게 저항했다.

진짜로, 탈레스는 진짜로 성적 취향이 확고했다.


그래서 조금 무섭더라도 이번에 확실히 결착 내려 했다.

좀 다툼이 있더라도 반드시.

혹여나 제논이 엄청나게 이쁘고 몸매 좋은 여인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해도, 그래도 좀 그렇지 않은가, 라는 생각과 함께.


“흠. 자네 기이한 회로를 얻었군. 신비로워. 자네 몸을 샅샅이 해부해서 알아내고 싶을 정도로.”


제논은 자신이 벗겨낸 탈레스의 몸을 보며 말했다.

탈레스는 제논을 밀치고 다시 옷을 입었고.


화가 나서 항의하는 탈레스에게 제논은 신경도 쓰지 않는 양 말했다.


“현재 이론으로 설명될 수 없는 마나 회로일세. 만들 수도, 줄 수도 없는. 자연스럽게 모이고 발산 및 변환이 된다니.”

“이걸 알면 자네 몸을 갈라보려는 마법사가 넘쳐나겠군.”


의아해하는 탈레스를 바라보며 제논이 말했다.

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몸에 어떤 장치가 생겼고 그 장치가 대기 중에 퍼진 마나란 기운을 알아서 모은다는 거였다.

그리고 아마도 그걸 원하는 방식에 따라 방출할 수도 있고.


“추정일뿐이지만, 2시대 유물 같네. 포집, 방출, 변환 모두 가능한.”

“보통 어떤 인간이건 사용 방식에 제약이 있네. 그리고 보유할 수 있는 양도 날 때부터 어느 정도 정해지지.”

“그건 가늠이 잘 안되긴 하지만, 저장할 수 있는 마나의 양도 기이하네.”


제논이 푸른 빛을 탈레스의 몸으로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리고 모두가 그렇듯, 저장할 수 있는 마나의 양, 일종의 배터리는 양을 늘리는 게 상당히 어려운데, 이건 좀 다른 것 같다고, 좀 특이하다고.


“회로가 심장과 같이 움직이네. 대개 산소를 얼마나 흡입할 수 있냐에 따라 심장의 크기가 다른데, 이건 훈련에 따라 올릴 수 있네.”

“즉, 보통 회로의 효율 개선이 전부지만 자넨 심폐 능력을 올려 증량도 시킬 수 있을 걸세.”


제논의 말에 의하면 지금 시대의 기술과는 수준이 다른 회로라고 한다.

일종의 성장 회로 같다고.


남자가 몸을 더듬는 건 불쾌했지만, 유용한 정보가 들어오니 그대로 내버려 뒀다.

손에 번개를 들고 던질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이야기를 어찌 포기하랴.

제논은 의미불명의 행동과 함께 쉴 새 없이 떠들었다.


둘은 날이 밝아올 때까지 한참이나 이야길 나눴고,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유적에선 무언가 얻었단 거였다.

그리고 이 알 수 없는 힘은 생각보다 굉장해서 여유가 나면 2시대 유적을 꼭 찾아보라는 말도 잊지 않았고.


“축하하네. 일반적으로 마법을 익히는 것과는 완전히 달라서 내가 길을 이끌어 줄 수는 없지만, 오만 마법은 다 흉내 낼 수 있겠군.”


제논은 탈레스의 등을 두드리며 같이 떠오르는 해를 맞이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내려온 이올린, 칼이 들어섬과 동시에 회의가 시작되었다.


“아틀란티카 측에선 협정 위반이라 말하며 저희에게 물건 반환 요구와 함께 협박하고 있습니다만, 이건 무시해도 좋을 듯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제논의 이야기로 논의가 진행되었다.

일단 첫 안건은 아틀란티카의 항의였다.

2왕자 군대가 도착과 동시에 아틀란티카 함대를 공격했고, 그들은 얻어터지고 도망갔고.

이 상황은 이올린과 아틀란티카가 맺은 협정 위반이라 볼 수 있다고.


다만 어쩌라고, 라는 식으로 나가도 재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 쌩까자는 게 결론이었다.

철수 시간 보장 약속은 한 적 없기도 했고.


“다음은 용병을 주축으로 신설된 2왕자의 군대 침략 건입니다.”

“이들은 아틀란티카 군대를 쫓아내고 저희에게 오고 있습니다.”

“해안과 내륙 방면 모두를 다 포위해서 오고 있어 위험합니다.”


제논의 말과 함께 이올린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 묻어났다.

얼추 듣기엔 다가오는 육군과 상륙해서 린벡으로 향할 해군의 수가 다 합치면 천명 정도 될 것 같다고 하니.


“저희의 병력은 소수의 용병만 응해서, 싸울 수 있는 린벡 징집병까지 다 합쳐봐야 백명 정도입니다.”


이어 제논이 이곳의 상황을 설명했다.

언덕 위라 방어에 유리하지만, 그래도 절대적으로 밀린다고.


“알로이스는 끝내 협상을 거부했나요? 저희를 모두 죽이려 하나요?”


이올린의 질문에 제논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들어보니, 2왕자가 분노했고 이올린 일행을 모두 토벌하라는 명을 내렸다고.

동시에 이올린의 친오빠, 4왕자와 사르데냐 왕국이 지원을 거절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아민타스로서는 기회일 텐데, 아직도 사르데냐 왕국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나 보군요.”


이올린은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사면초가인 상황에서의 타개책이 생각나지 않아 더 머리가 아픈 모양이었다.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봅시다. 키티아경, 다시 한번 접선 부탁드립니다. 위로금과 함께 미라클교 퇴치에 나서자고 이야기를 해보세요.”

“모건경은 회복된 건장한 주민을 뽑아 군사훈련을 부탁합니다.”

“아르케경은 부상자 치유를 해주세요. 마법사들은 돌격 방지용 결계를 둘러주세요.”


이올린은 빠르게 지시를 내렸고 이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탈레스는 다시 마을에 나가 몰려드는 사람들을 치료했다.

어렵지 않았다.

그냥 앞에 서서 그림 한 개 그리면 끝이니까.


“고맙습니다, 선생님,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성자님, 감사합니다.”

“오, 신께서 우릴 구원하러 그의 사도를 보내셨다!”

“아이고. 다시는 못 걸을 줄 알았는데, 이게 가능하다니, 정말로 감사합니다.”


탈레스에 의해 회복한 주민들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저마다의 감탄을 내뱉었다.

이곳에 있으며 본 바로는 무교랑 다신교가 대부분인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모양이었다.


감사 인사를 들어보면 절대적인 신을 섬기는 무리도 꽤 많은 것 같았으니까.

거기에 치유되는 범위가 최근 다친 것에 한정되는 것 같지 않았다.

대다수가 어린 시절 얻은 고질병까지 완치되곤 했으니까.


탈레스는 해가 한창 떠올라 있을 때 퍼져버렸다.

제논의 말처럼 이 힘은 체력과도 연관이 있어 보였다.

이렇게 금방 지치는 걸 보면 말이다.

탈레스는 제논이 미리 말해둔 그대로, 아직 하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내일 치유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회관을 향한 그를 지그시 바라보던 이올린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바깥에서 정체불명의 수프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탈레스가 행하는 기적이 신기했던 모양이었다.


괜히 얼굴을 한번 붉힌 탈레스는 빠르게 2층으로 올라갔고 그대로 누워 잠들었다.

마라톤을 한 것처럼, 몸 곳곳이 쑤시고 노곤함이 몰려와서.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땐, 또 어두운 밤이었다.

침묵이 내려앉은 가운데 총총히 빛나는 별 사이로 인영이 하나 내려앉았다.

제논이었다.


“피곤하지도 않아? 잠도 거의 안 자는 것 같은데.”

“날아다니며 조금 잔다네. 그리고 마나와 명상을 활용하면 피곤함을 좀 가시게 할 수 있네.”


탈레스의 질문에 즉답한 제논이 손을 잡고 회의실로 이끌었다.


“아마 모레쯤 2왕자 병력이 당도할걸세. 배에서 내렸던 육군은 이미 진군 준비를 마쳤고, 아틀란티카 함대를 쫓아낸 해군도 돌아오고 있어.”

“촘촘히 포위해서 놓치지 않을 생각인 것 같네. 실로 어마어마한 병력일세.”


제논은 큰 지도에 돌을 놓으며 말했다.

린벡이 그려진 주위로 빼곡하게 돌이 놓아졌다.


“헬리오스 대포는 사용하기가 굉장히 어렵네. 조준 및 발사는 내가 맡을 걸세. 하지만 이걸 써도 살아남긴 힘들 걸세.”


제논은 탈레스를 보며 말했고, 그리고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 비장의 수를 마련했다는 듯.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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