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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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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DUMMY

탈레스는 침착하게 리자드맨 무리를 노려보았다.

수는 좀 많았지만, 그렇게 큰 규모도 아니었다.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았고.


“너네 어디서 한 판 붙었냐? 얼굴들이 왜 그래?”


멀리서 볼 땐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들 몸 곳곳은 상처투성이였고 파충류 새끼들이라 표정으로 확신은 못 하겠지만, 아마도 지친 것 같았다.


“그르르르 -”


북쪽에서 싸운 무리와 또 다른 울음소리를 내는 리자드맨 무리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화가 많이 났다는 듯이.


탈레스를 향해 앞으론 칼이, 위로는 뛰어서 내려찍으려는 도끼가 하나, 그리고 양옆으로 창 두 개가 날아들었다.


깡 -


탈레스는 곧장 위로 뛰며 점프한 리자드맨의 도끼를 쳐냈다.

도끼를 든 놈은 금속의 충돌음과 함께 몸통이 갈렸고.


“얘들아, 레슬링 좋아해? 내 피니쉬 기술 보여줄게. 마지막일 테니 잘 감상해.”


탈레스는 룬을 새기고, 동시에 등 뒤 부서진 프리덴의 바위를 밟고 뛰어오르며 말했다.

그리고 필살기 여래신장을 시전했다.

고심하고 또 고민해서 겨우 이름 지은 그 기술을.


콰 – 앙


바위와 모래로 이루어진 바닥이 움푹 파이고 돌 파편과 흙먼지가 날아다녔다.

탈레스에게 직격으로 맞은 리자드맨 셋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되었고 주변에 서 있던 놈들은 충격파로 몸 곳곳이 부서졌다.

그리고 튀어 오르는 돌파편은 더 멀리 있던 리자드맨들에게도 상처를 안겨주었고.


“콜록...콜록. 에취. 시벌, 이건 모래 있는 데선 쓰면 안 되겠다.”


탈레스는 기침을 멈추지 않으며 뛰어올랐다.

오른팔은 완전히 부러져서 기괴한 모양새였고, 왼손엔 긴 칼을 들고 있었다.


탈레스는 모래 가루가 들어가 따가운 눈이 가라앉자, 공격하려 했으나 의미 없게 되었다.

살아남은 리자드맨 무리가 일제히 바다로 도망갔으니까.


“멀리 안 나간다. 잘 가라.”


탈레스는 회복 룬을 새긴 후, 론에게 돌아갔다.

급하게 온 건 전부 이 아이 때문이었으니까.


“괜찮니? 많이 놀랐지?”


누가 봐도 어색한 목소리로 론에게 말을 건넨 탈레스.

입을 벌린 채 눈을 크게 뜨고 쳐다만 보고 있는 론.


“아저씨...아저씨는 인간이 맞나요?”


론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고, 탈레스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론은 탈레스의 부러진 오른팔 뼈가 붙고 혈관과 신경이 연결되며 새살까지 순식간에 돋는 것을 보며 기겁했다.

이건 뭐 누가 봐도 인간 같진 않았으니까.


“어, 그러니까 이 세계엔 마법이란 게 있는데, 형은 그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론, 전에도 이야기한 것 같은데 난 형이야, 아저씨가 아니라.”


탈레스는 호칭 정정을 시도했지만, 론의 정신은 이미 다른 데 있었다.

론은 탈레스의 진귀한 마법과 전투 능력에 묻고, 어느 정도 문답을 주고받은 후엔 제자로 받아달라 떼쓰기 시작했다.


“제발 부탁이에요! 아저씨, 제 가족 모두가 죽었어요. 제 눈앞에서 하나씩 하나씩. 심지어 먹기까지 하는 놈도 있었고요!”

“내 동생! 리리는 몸 통째로 먹혔어요. 울면서 살려달라고 비는데, 그런데도 씹어 먹어버렸다고요!”


론은 전사였다.

보통은 두려움과 공포에 도망치길 원할 텐데, 외려 리자드맨과 싸우고 싶어 하다니.

이 아이는 자기의 약함을 저주하며, 힘을 원했다.


하지만 탈레스는 그걸 이루어 줄 수 없었다.

애초에 단계적으로 강해진 것도 아니고, 제자를 거두려니 할 일도 많아서.

그리고 처음부터 거슬린 건데, 자꾸 아저씨라 그래서.


그렇게 둘이 다투고 있는 사이, 저 하늘에서 점 하나가 보였다.

제논이었다.


“탈레스! 할 일이 있네!”


역시나 저 영감은 올 때마다 일을 던져줬다.

내려온 제논은 곧장 탈레스 앞으로 다가왔고, 론은 제쳐둔 채 자기 할 말만 하기 시작했다.


“리자드맨 무리와 3왕자가 밀약한 게 아닌 것 같네. 남부 지대 전체가 리자드맨 무리로 뒤덮였어!”

“3왕자 세력은 리자드맨 무리와 전쟁에 들어갔네. 샤르데나 왕국과 시그나 연합도 마찬가지야.”

“남부 전체가 무너지고 있네. 유일하게 2왕자만 방어에 성공했지만, 이들은 리자드맨 보다 3왕자를 치는 걸 선택했네.”


제논의 말엔 초조함과 급박함이 섞여 있었다.

리자드맨들은 바다와 강, 어디든 물이 있는 루트라면 어디건 침입한 모양이었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일세. 리자드맨 몇 부족이 약탈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이렇게 종족 전체가 움직이는 건 그 어떤 기록에도 없네.”

“이들을 막아야 해. 남부의 인간을 지켜야 하네.”

“우리의 소중한 터전을 지켜야 하네.”


제논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는데, 남부 지대 전체를 임시 동맹으로 엮을 생각인 듯했다.

다만 2왕자는 확실히 나가리라고.


이미 그는 리자드맨 무리를 막는 대신, 칼디아 왕국 왕의 자리를 선택한 것 같으니까.

2왕자는 바다에서, 그리고 해안가 일부 지대에서, 자기 영역에 침입한 리자드맨 무리를 퇴치하자마자 3왕자의 영토로 진격했다고 하니까.


아무래도 최전선에 대치 중이던 3왕자의 군대가, 갑자기 들이닥친 리자드맨의 방어로 빠진 게 선택에 영향을 준 것 같았다.

3왕자는 이제 자기 땅, 내륙 곳곳을 지키기에 바쁘니까.

지금 잘만 하면 라이벌을 모두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우선 루시드와 로우힐을 방어해야 하네. 밑에는 이미 다 뚫렸어.”

“셀레스티얼에서 무제한 원조를 약속했어. 저 두 곳이 뚫리는 순간 바로 자기 차례니.”


제논 이야기를 들어보니 꽤 좋은 조건으로 지원군 약속을 해준 모양이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이 양반은 발도 넓고 행동도 꽤 빠르다.

좀 틀릴 때도 있긴 하지만.


“일단 로우힐로 가게. 이미 근방 마을은 다 부서져서 의미가 없네. 칼디아의 큰 도시는 3왕자가 기사단을 비롯한 정예를 투입해 방어하러 갔으니, 우린 약한 곳을 지원해야 하네.”

“로우힐과 루시드는 도와줄 곳이 없어. 셀레스티얼을 비롯한 근방 도시는 전부 자기 방어하기 바쁘네.”

“돈은 내놓아도 자기 목숨 지키는 게 우선이라 군대는 못 빼겠다고 하더군. 빠지는 순간 자기들도 침략받으면 어쩌냐고 하면서.”


제논의 말을 들은 탈레스는 시그나 연합이 병력도 많고 돈도 많은데 왜 남부 지대에 주인이 되지 못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놈들은 전부 본인 살아날 길 찾기 바쁘다.


“근데 우리가 이렇게 대놓고 움직이면 그 레덴인가? 뭐 코올슬로? 아무튼 그쪽은 괜찮아?”


탈레스의 말에 제논은 놀란 얼굴을 했다.

니가 전략이란 것도 생각할 줄 아냐는 듯.


“괜찮네. 제국의 남부까지도 리자드맨이 들이닥쳤네. 안 그래도 제후들끼리 싸우기 정신없는데, 이곳까지 신경 쓰기 힘들 것이네.”

“발디스란 놈, 흔적만 봐선 엄청난 힘을 지녔던데 거기서 바로 자넬 잡아가지 않고 놓아준 거 보면 분명 저기도 바쁠걸세.”

“이곳까지 내려올 여력은 없다고 추측하네. 그리고 우리 군대는 근방만 정리할걸세. 지원군으로 움직이는 건 자네와 나, 둘 뿐일세.”


제논은 말했고 탈레스는 의아해했다.

아니, 리자드맨 무리의 규모가 얼만데 지원군이 고작 둘?


아틀란티카 함대 땐 솔직히 운이 좋았다.

그 거대 괴수는 실제 타격을 받았다기보다 놀라서 도망간 거였으니까.

린벡 방어전 역시.

1:1로 결투할 이유가 없는데 멍청한 도마뱀 새끼가 그냥 그렇게 했다.

만약 옆에 있던 놈들이 조금만 거들었으면 탈레스는 사지가 찢겼을 거다.


찡그리는 얼굴로 거부하는 탈레스를 향해 제논은 설득을 시도했다.

정체불명의 뼈로 만들어진 팔목과 발목의 방어구를 건네며.


“한번 이겼지 않은가. 리자드맨은 결투를 좋아하네. 용맹하지 않으면 리더가 될 수 없지. 그런데 그들은 지휘관이 죽으면 금방 무너지네.”

“무슨 뜻인지 모르겠나? 리자드 노블 혹은 리자드 나이트 같은, 고위 리자드맨만 하나 잡으면 그냥 오합지졸이란 이야길세.”


제논의 말에 탈레스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인진 안다.

저번에 싸워봤으니까.

근데 그게 이론이랑 진짜 실행하는 거랑 같은가.


실제로 그 많은 무리를 뚫고 지휘관 앞에 가기도 어렵고, 간다고 해도 그놈처럼 결투 안 하고 같이 덤비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싸울 놈의 성향을 모르는 이상 모험할 마음은 없었다.

인간을 지켜야 한다는 거엔 동의하지만, 여기 대체로 재수 없는 남부 놈들을 위해 목숨 거는 건 좀.


“자넨 영웅일세! 앞으론 더 크게 될 거고. 이걸 막지 못하면 미래고 뭐고, 인간의 존재 자체가 사라질 판국일세.”

“해볼 건 해봐야 하지 않는가. 자네에게 준 그건 그 거대한 도마뱀의 뼈를 이은 걸세.”

“강철보다도 더 단단하더군. 자네가 죽인 리자드맨 지휘관 가죽도 엄청 질겨서 칼도 거의 안 들어가네.”


제논은 또 다른 선물을 이야기했다.

대충 들어보니 죽은 리자드맨 지휘관 가죽이 예리한 칼날도 잘 안 들어갈 정도로 좋단다.

근데 큰 도마뱀 뼈는 그거보다 더 단단하고.

그러니까 그걸 갑옷으로 만들어 주겠단다.

이거 끝나면.


“이제 자네가 맨몸으로 날카로운 무기의 공격을 받아도 멀쩡해질걸세. 거기에 리자드맨 무리로부터 인류를 구원한 영웅이라니! 칼디아 왕국을 비롯한 남부 지대 전체가 자넬 찬양할걸세.”

“자네의 명성이 높아진 만큼 원래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도 쉽겠지.”


제논은 또 감언이설을 내뱉으며 꼬드겼다.

탈레스는 이를 빠드득 갈며 수긍했고.

애초에 친구라 부를만한, 서로 협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올린 팀이 전부였으니.


이들을 떠나면 또 새로 시작해야 하는데, 제논 정도로 괜찮은 조언자를 얻을 확률이 어느 정도 될까.

잘은 몰라도 마법사로서 능력은 거의 최상위급이고 이론도 왕립 아카데미 수장 자리까지 했다니까, 아마도 확실할 텐데.


“잘 생각했네. 자네의 친구 이스마엘이 있는 도시, 툴레도 루시드 바로 위라네.”

“툴레는 성벽도 없어 루시드가 무너지면 바로 박살 날 걸세. 그렇게 되면 이곳에 와서 처음 사귄 자네의 친구도 사라지겠지.”

“프리덴부터 4왕자, 폐하까지 할 일이 많지만, 지금은 리자드맨에 집중해야 하네.”


제논은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뒤이어 로우힐을 바로 달려가 줄 것을 이야기했고.

그리고 론을 부탁하는 탈레스의 말에도 선선히 응했다.


제논은 론을 린벡에 데려다 놓겠다는 말과 함께 말린 음식 몇 개를 주곤 훌쩍 날아갔다.

어쩔 줄 모르는 론을 데리고.


“하여간 잘 부려 먹는다니까. 그래, 개좃소 기업 과장 아무나 하는 거 아니지. 저렇게 구슬릴 줄 알아야 하지.”


탈레스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말린 고기와 과일을 씹었다.

그리곤 로우힐로 향했다.


현 로우힐 상황은, 아까 제논에게 간략히 들었다.

한창 공성전을 치르는 중이라고.

당장은 성벽이 보호해 주는 형세랄까, 싸움은 못 하는데 성 때문에 전세가 비등한 형국이라나.


리자드맨 무리는 야전은 잘해도 공성 무기랑 물리력 있는 마법이 없어서 공성전은 약하단다.

그래서 아직도 함락 못 시킨 거고.

다만 로우힐 특성상, 마약만 많지, 식재료 유통이 적어 방어에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을 거라고.

먹는 게 적으면 싸우는 힘도 약해질 테니.


“캬. 또 개같은 곳에 가는구만. 이번에 가면 겸사겸사 브로디란 놈 좀 조져야겠다.”

“그레이란 양반 이야기도 좀 알아보고. 이 사람 진짜 기사였을까.”


탈레스는 로우힐의 추억을 떠올리며 서둘러 움직였다.

그리고 정리해야 할 과거, 그것들도 머리에 리스트를 만들었고.


일종의 죄책감인지, 아니면 마법검에 대한 탐욕인지, 그냥 호기심인지 알 순 없지만 특히나 그레이란 사람의 기억을 많이 떠올리면서.


‘내가 싸운 것 중에선 최강이었어. 다리도 절고 외팔에, 움직이는 것도 힘겨워 보이는 양반이었는데.’

‘젊었을 때 개쩔었을 것 같은데, 어쩌다 그렇게 된 거지.’


탈레스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짜릿한 그 검을 기억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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