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서툰발걸음
작품등록일 :
2024.08.19 23:44
최근연재일 :
2024.09.18 12:15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3,718
추천수 :
72
글자수 :
279,810

작성
24.09.12 21:25
조회
42
추천
1
글자
12쪽

33화

DUMMY

탈레스는 검을 챙겨 허리에 묶었다.

그리고 주변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니까 받긴 한다만, 내가 강도처럼, 너희와 같지 않다는 걸 잘 알아둬라.”


이런 탈레스의 말에 주변은 싱긋 웃을 뿐이었다.

제논과 이올린이 깊은 회의에 들어간 사이, 칼은 인질을 수송할 마차를 보강하기 시작했고, 탈레스는 다시 채집과 사냥에 나섰다.


오늘도 똑같이 베리류의 과일, 토끼를 비롯해 작은 새와 조그만 늑대 무리, 이들을 어렵지 않게 사냥해서 챙겨온 가방에 넣었다.

사냥 방식은 단순했다.


적당한 크기의 돌을 손에 쥐고, 사냥감을 향해 던진다.

그리고 명중시킨다.

그러면 끝이었다.


딘에게 눈요기로 배운 던지기 솜씨와 노예 생활로 단련된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강한 근력은 뛰어난 사냥꾼이 되게 해주었다.

지금 식구가 오늘 먹을 만한 양은 충분히 획득했다고 판단한 탈레스는 회관으로 돌아갔고, 곧 치열한 논의를 진행 중인 이올린과 제논을 만날 수 있었다.


“알로이스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군요. 당황스럽네요.”


이올린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었고, 제논의 얼굴에도 고뇌가 깃들어 있었다.


“린벡을 자기 영역으로 여기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저희가 거대 괴수를 퇴치하기 전에 이미 2왕자의 군대가 반격을 위해 출발한 것 같더군요.”

“사르데나 왕국과 3왕자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고 함부로 군을 나눈 건진 알 수 없습니다만, 저희가 빠르게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건 확실합니다.”


제논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2왕자의 군대가 린벡을 향해 오고 있고, 지금 이올린 일행은 또다시 선택에 직면해 있었다.

다가오는 2왕자의 군대에 맞설 것인가, 아니면 굴복, 혹은 도망갈 것인가.


“키티아경, 우리가 헬리오스 포대를 설치하면 알로이스 군대에 이길 가능성이 얼마나 되죠?”


이올린은 제논을 보며 물었다.

제논은 그에 답했고.


“상대 주력이 온 게 아니라, 고용된 용병과 징집병, 소규모 정규군이라 수는 많지만 강하진 않을 겁니다.”

“제 생각엔 린벡 주민을 돌려받고 그들을 징집, 또 도시에서 용병을 고용해 포대만 잘 지킨다면 방어는 충분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못해도 대포를 2문 이상 확보해야 가능할 겁니다.”


제논은 이쪽으로 보낸 군대가 그리 세진 않아서 유물만 얻는다면 방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그 대답을 들은 이올린은 재빠르게 움직이기로 결론 내렸고.


이올린은 당장 인질과 함께 약속된 중간 지점으로 출발했다.

방위에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두고서.


제논의 마법에 힘입어 도착한 곳엔 아틀란티카의 부사관 격으로 보이는 인물 몇이 휘하 부대원을 거느리고 막사를 친 채,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약속한 건지, 아주 빠른 이야기 진행이었다.

탈레스는 제논이 시킨 대로 이올린의 뒤를 따르며 눈에 힘을 빡주었고, 칼 역시 마찬가지였다.


“요구조건은 간단해요. 린벡 주민을 돌려주고 당장 함대를 철수할 것, 그리고 사죄의 의미로 가지고 온 금과 식량의 절반을 내놓을 것.”


이올린은 인사도 생략하고 상석으로 보이는 곳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상대측은 분노와 황당함을 감추지 않았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오. 당신네 규모는 우리가 충분히 잘 알고 있소. 수틀리면 전부 죽여버릴 것이니 혓바닥을 잘 생각해서 굴리는 게 좋을 거요.”


상대측 대표로 보이는, 역시나 작은 키의 남자가 말했다.

에드거란 놈도 그렇고 여기 인간들은 칼디아 왕국에 비해 키가 조금 작은 모양이었다.


“아직도 이해 못 하는 모양인데, 다시 한번 알려드리지요.”

“내 직속 근위대 둘이서 당신네 군대 전체가 어쩌지 못하는 괴수를 단숨에 물리쳤어요. 머릿수로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 말이죠.”

“그리고 알로이스의 군대가 날 지원하기 위해 근방에 도착했어요. 아직도 모르는 걸 보니, 형편없기 짝이 없군요.”

“이딴 것도 군대라고. 유적만 믿고 설치는 도시답네요.”


이올린은 냉소 섞인 비웃음과 함께 말했다.

그리고 상대방의 얼굴은 당혹스러움이 비쳤고.

잠시간 소동이 있었지만, 교환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상대측에서도 이올린의 말, 2왕자 알로이스 프리기아의 군대가 근방에 도달했단 사실을 확인했고, 그녀가 지금 협의하지 않으면 몰살시키겠단 말을 했기에.


“좋소. 당장 떠나지. 다만 헬리오스 대포를 건질 시간만 좀 주시오. 3문은 주었지만, 아직 2개를 찾지 못해 시간이 필요하오.”


상대측은 구걸하다시피 요구했지만, 이올린은 딱 잘라 거절했다.

명백히 너희 잘못임에도 이걸로 넘어가는 걸 다행으로 여기라며.


린벡 주민과 에드거 일행의 교환은 급하게 이뤄졌고, 저들은 재빠르게 꽁무니 뺐다.

이올린은 주민들을 데리고 린벡의 방어 강화 및 포대를 설치할 장소를 만들러 떠났고, 제논은 탈레스를 데리고 하늘을 날았다.


“어쩌면 왕자끼리 동맹을 했을 수도 있어. 3왕자가 밀약으로 끌어들이면 2왕자가 괴수와 함께 4왕자 지지 세력, 저들을 물리치는 거지.”

“하지만 확실치는 않아. 아무리 작은 규모라 해도 저만치 군대를 움직이는 건, 2왕자로선 위험할 수 있거든.”


말을 제논은 철수 준비 중인 에드거의 함대가 보는 코앞에서 물로 뛰어들었다.

탈레스는 곧장 바다 깊숙이 잠수했다.


‘시발, 별 걸 다하네. 하여튼 이올린이랑 엮인 다음에 몸이 성할 날이 없어.’


딘이랑 결별한 후, 좀 널널하게 살아갈 생각으로 가득 찼던 탈레스는 자기가 했던 선택이 과연 맞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며 힘차게 물속으로,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푸하. 진짜 숨 쉬어지네. 제논 새끼, 헛말은 아녔네. 하여간에 별 희한한 재주는 다 가지고 있다니까.”


탈레스는 짜디짠 바닷물을 마시며 말했다.

수중 호흡 마법이란 게, 긴가민가했었는데 진짜로 숨이 쉬어졌다.

말도 할 수 있었고.


여기에 무슨 자연 동화인가, 별 희한한 마법도 걸어주어 헤엄도 더 잘 쳐졌다.

팔과 다리, 손가락과 발가락에 지느러미 같은 투명한 무언가가 자라나서 수영에 아주 편했다.


다만 입은 뻐끔해도 바깥과 달리 소리는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면 귀가 물로 가득 차서 안 들리는 거거나.


하여간 탈레스는 제논이 건네준 새하얗게 빛을 내는 구체를 들고 바다 밑을 탐색했다.

거대한 충각이 달린 배가 반으로 부서진 채 가라앉아 있었고 함선의 앞에 신기하게 생긴 아주 큰 대포가 하나 있었다.


대포엔 알 수 없는 문양이 그려져 있고, 새까맸다.

크기는 매우 커서 팔을 다 벌려 껴안으려 해도 손이 닿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발사포 부분의 한쪽을 잡고 바다 위로, 파란 하늘이 보이는 바깥으로 끌어올린 탈레스는 제논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렇게 빨리 찾다니! 자네 선조 중엔 행운의 요정이 있는 게 틀림없네.”


제논은 기뻐하며 무거운 포에 알 수 없는 마법을 걸었다.

경량화시키는 마법이란 거 같은데, 그는 그걸 들고 곧장 날아갔다.

잠시 기다리란 말과 함께 탈레스를 버려두고.


“이 개자식들아! 이건 도둑질이다! 협정 위반이다.”

“남의 물건을 가져가는 것이냐! 가만두지 않겠다.”


분노한 아틀란티카 군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자그마한 보트에 타고서 바다에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하고 있었는데, 저들 역시 마법사들이 무언가 걸어주는 것 같았다.

다만 얕은 해안가와 달리 이곳은 깊어서 좀 애먹는 모양이지만.


“시발. 빌어먹을 영감탱이. 이렇게 될 거 알고서 던져두고 갔나.”


탈레스는 화가 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재네, 진짜로 창을 투척하며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뭔진 모르겠지만, 마법으로 보이는 물로 만들어진 구체도 마구 날아왔다.

탐색을 멈추고 서슴없이 공격하며 오는 인원만 오십이 넘어 보였다.


탈레스는 빠르게 잠수했다.

마법의 유효 시간이 아직 남았는지 다행히 수중 호흡이 가능했고, 덕택에 바다를 둘러볼 여유도 생겼다.

위로 올라가는 건 투창에 벌집이 되겠단 말과 동의어였으므로 포기했다.


“바다가 아름답긴 아름다워. 개구리 인간이 나타나진 않겠지.”


탈레스는 중얼거리며 바다 밑의 생물 군상을 구경했다.

꽤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흔들리는 해초들과 바다 밑에서 기어다니는 갑각류, 그리고 이름 모를 소형 물고기들까지.

그렇게 이곳저곳 둘러보는 사이, 기이한 문양이 새겨진 바닥이 하나 보였다.

바닷가재가 기어가고 있었는데, 그건 돌바닥이었다.

다른 곳처럼 모래와 바위가 여기저기 섞인, 그런 자연적인 곳이 아니라 분명히 인공적으로 만든.


글씨는 읽을 수 없었지만, 하나 확실한 건 탈레스가 다가가니 바닥에 새겨진 글자가 푸르게 빛났단 것이다.


보글보글 거품이 마구 올라갔다.

거대한 돌바닥이 둘로 갈라진 채 열리기 시작했고.

탈레스는 홀리듯 안에 들어섰다.


“어? 공기? 바다에서 어떻게?”


놀라운 일이었다.

마치 경계가 있는 듯, 바닷물은 문 안을 침범하지 않았다.

문엔 계단이 있어 더욱 지하와 연결된 듯했는데, 탈레스는 그것을 밟고 나아갔다.


바다 밑의 지하 굴이다. 분명 어두워야 하는데, 어둡지 않았다.

탈레스가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푸른 빛이 천장과 바닥을 메웠고 그건 현대에 적당한 LED등처럼 빛났다.

과하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어둡지도 않게.


아무것도 없이 고요한 이곳을 걸어가자, 언젠가 이올린을 구출했을 때 보았던 기둥, 그 둘 기둥과 같은 것들이 보였다.

그것들은 룬문자로 보이는 것들이 각각 새겨져 있었고 탈레스가 가운데 들어서자 걷잡을 수 없이 빛났다.

빛으로 꽉 채워진 그건, 탈레스의 몸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어? 어어?”


엄청난 빛이 번쩍이곤 사라져 버렸다.

동시에 동굴의 모든 빛도 꺼져버렸고.


“뭐, 뭐야. 시발. 룬마법 주는 거 아냐?”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돌기둥 한가운데 있는 룬문자 하나가 갑자기 빛을 냈다가 사라졌다.


ᛒ -


뭔진 모르지만 일단 문양은 잘 기억해 두었다.

나중에 제논이 오면 물어봐야 하므로.

그리고 곧장 그걸 공중에 새겨봤다.

앞서 배운 몸이 빨라지는 마법도 이렇게 사용했으니까.


손가락 끝을 따라서 푸른 빛이 맺히고 글자를 완성하는 순간 몸이 따스해졌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몸에 활력이 돋는다는 느낌과 자잘한 흉터들이 사라졌다.


“이거 치유 마법 같은데. 쓸만하긴 한데, 나도 파괴 마법 하나 주지. 제논이 던지는 번개 같은 거.”


탈레스는 아쉬움을 삼키며 발을 옮겼다.

굴이 일자형이었고, 이게 다였던 거 같으니까.


다만, 몸이 이상하게 붕 뜬다고 해야 할까, 뭔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이상한 느낌이 좀 들었다.

가렵거나 아픈 건 아니지만, 그냥 기분이 이상했다.


‘뭔데 이거. 뭐 번쩍하고 끝나니까. 설명이라도 좀 해줘야 뭘 알지.’


탈레스는 불평을 늘어놓으며 굴을 나섰다.

동굴은 그가 나섬과 동시에 다시 닫혔다.


탈레스는 미련을 두지 않고 바다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내밀기 전에 바다 위에 뜬 보트와 잠수한 사람들을 확인하는 걸 잊지 않았다.

없는 자리에서 고개를 내밀자, 하늘에서 두리번거리는 제논이 보였다.


“탈레스! 한참 찾았네! 빨리 가야 하네, 이리로 오게.”


제논은 탈레스를 재촉하며 자신에게로 끌었다.

그리고 곧장 날아서 도망쳤고.


“2왕자의 군대가 생각보다 빨리 움직였네. 아틀란티카 함대가 도망갈 시간을 조금 벌어주고 자네를 찾으면 바로 도망가려 준비해 놓았네.”

“헬리오스 포가 아깝긴 하지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지.”


제논의 말에 둘러본 곳엔 무수히 많은 군인이 있었다.

조잡한 병장기의 병사부터, 아예 중장갑으로 떡칠한 병사까지.

크고 작은 여러 배가 이곳을 향해 오고 있었고.


주변에 소수의 부서진, 아틀란티카의 배도 보였다.

반대편엔 아틀란티카 함대가 꽁무니 빠지게 도망가고 있었다.


복잡한 상황 같은데 좋은 수가 생각나진 않았다.

2왕자 군대 규모가 생각보다 더 커 보이는데, 이걸 어찌할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합니다. 24.09.10 36 0 -
51 51화 NEW 3시간 전 5 0 12쪽
50 50화 NEW 7시간 전 7 0 12쪽
49 49화 NEW 16시간 전 10 1 12쪽
48 48화 NEW 19시간 전 10 0 12쪽
47 47화 24.09.17 17 1 12쪽
46 46화 24.09.17 19 2 12쪽
45 45화 24.09.16 20 1 12쪽
44 44화 24.09.16 18 0 12쪽
43 43화 24.09.16 22 1 12쪽
42 42화 24.09.16 23 0 12쪽
41 41화 24.09.15 25 1 12쪽
40 40화 24.09.15 25 1 12쪽
39 39화 24.09.15 29 0 12쪽
38 38화 24.09.15 32 0 12쪽
37 37화 24.09.14 42 1 12쪽
36 36화 24.09.14 45 1 12쪽
35 35화 24.09.14 44 1 12쪽
34 34화 24.09.13 44 1 12쪽
» 33화 24.09.12 43 1 12쪽
32 32화 24.09.11 51 1 12쪽
31 31화 24.09.10 51 1 12쪽
30 30화 24.09.09 55 1 12쪽
29 29화 24.09.08 57 1 12쪽
28 28화 24.09.08 57 2 12쪽
27 27화 24.09.07 57 1 12쪽
26 26화 24.09.07 63 1 12쪽
25 25화 24.09.06 66 1 12쪽
24 24화 24.09.05 72 2 12쪽
23 23화 24.09.04 76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