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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DUMMY

탈레스는 로우힐에서 파병한 군대에 보상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약속한 게 있으니 살아남은 이들을 모아 돈을 좀 나눠주는 한편, 원하는 이에 한 해 린벡의 군인으로 천거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응하는 이는 없었고.


아무래도 이런 집단 전투는 처음 경험한 데다, 어떻게 해도 상대할 수 없단 공포를 안겨 준 적이었으니까.

탈레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고 죽은 이를 포함해 쪼그라든 로우힐 군대에 받은 보상의 절반을 건넸고, 그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아마 다시 볼 일은 없지 않을까.


그 이후 이틀간 아테나이와 루시드 귀족들에게 대접받으며 보냈다.

그들은 탈레스를 찬양하고 영웅 대접했으며 가능하다면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했다.


탈레스는 잠시 고민하긴 했다.

이올린 밑에 있는 것과 달리 확실한 보상, 그리고 각종 신병기를 보니 제논만큼 든든한 조언자도 있을 것 같아서.

생각보다 이 세계 기술과 마법 수준이 높았기에.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의리란 게 걸리기도 하고 괴수들이 활개 치며 인간을 잡아먹는 것도 보기 싫었으니까.

이 팀을 떠나서 2왕자나 3왕자가 왕이 되면 저 괴수 군단을 이끌고 여기도 부수지 않을까, 결국엔 말이다.


탈레스는 루시드의 무너진 성벽이나 망가진 집을 보수하는 것도 돕고, 귀족을 비롯한 병사들과도 친하게 지내며 며칠을 이곳에서 보냈다.

음식도 좋았고, 영웅 대접 받는 게 너무나 좋았다.

잠자기 전이면 회장에서 받았던 금빛 종이와 금장을 꺼내서 구경하곤 했는데, 만족감이 하늘을 찔렀다.


몇 번이고 종이에 새겨진 글을 읽고 나서야 잠이 들곤 했다.

내용이라 해봐야 국가 방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어쩌고 하며 찬양하는 글귀 조금이 전부인데.

다만 뒤에 따라붙는 면책 특권은 좀 사기긴 했다.


제논 이야길 들어보니까 어지간한 죄는 다 넘어가 줄 거라고.

이렇게 빨리 논공행상이 결정되는 경우도, 타 국가 인에게 이걸 수여하는 것도 처음이라고.

자주 발행되는 것도 아니고.


아마 아테나이의 외교 전략과 관련이 있을 거란 말을 했다.

시그나 연합의 실질적 맹주 역할을 하기 위해 이번 승리를 크게 부풀릴 거라고.

그 후 겁먹고 덜덜 떨기만 하는 주위 도시 국가들을 압박할 거라고.

탈레스에게 큰 훈장을 내리는 것도 이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단 말이었다.


탈레스와 제논을 보유한 이올린과 동맹, 그리고 리자드맨 집단을 단번에 박살 낸 아테나이의 군사력.

어쩌면 저들이 시그나 연합의 주인이 될지도 몰랐다.


‘상관있나. 나한테만 잘해주면 뭐.’


무심한 탈레스는 푸른 강이 아름다운 도시, 루시드에서 몇 박 후 툴레로 출발했다.

루시드 주민들까지 모두 나와 탈레스를 환송했고, 아테나이까지 포함된 대규모 군대가 그를 향해 경의를 표했다.


탈레스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그걸 즐겼고, 주는 걸 마다하지도 않았다.

루시드에 올 땐 맨몸이었던 게 나갈 땐 두 마리의 말과 마차, 그리고 마부와 하인 하나까지 붙었다.

식료품도 빵빵했고.


복구 작업에 예산이 모자랄 텐데, 다들 탈레스에게 진심이었다.

그렇게 탈레스는 루시드를 떠났다.


‘이게 진짜 보상이지. 일하고 싶게 만드네. 여행길도 쾌적하고. 좋네, 좋아.’


물론 리자드맨 무리가 아예 사라진 것도 아니라서 전쟁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 전투를 기점으로 쫄아 있던 시그나 연합이 아테나이를 중심으로 해서 모여 반격에 들어가는 상황이니, 나쁘지 않아 보였다.

탈레스 역시 동부로 향하며 그곳의 리자드맨 잔당과 부딪칠 예정이 되어버렸고.


툴레로 가는 길은 말 그대로 휑했다.

리자드맨 무리가 도주하면서 있는 걸 죄다 박살 내고 간 여파인 것 같았다.

크게 경계할 것도 없는 상황이라 밤도 편안히 보냈고, 붙여준 하인의 요리 솜씨 또한 좋아서 여러모로 편안한 여행길이었다.


탈레스는 도착하고 나서 마부와 하인을 돌려보냈다.

감사 인사와 함께.

계속 같이 다니면 편하겠지만, 싸움으로 점철된 삶에 저들이 끼면 좋은 먹잇감이 될 것 같아서.


탈레스는 그들을 보낸 후, 이스마엘을 찾으려 했다.

별로 어렵지도 않게,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루시드 방어전 이야기가 여기에도 퍼졌고, 탈레스는 유명인이 되어 있었으니까.

추가로 제논의 연락을 미리 받은 이스마엘이 알아서 찾아왔다.


“루시드의 빛, 사우르스 학살자, 시그나 연합의 영웅, 아르케 경을 뵙습니다.”


이스마엘은 예전과 달리 아주 정중한 말투와 몸짓으로 탈레스를 대했다.

카이우스 역시.

다들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아니, 뭘 그렇게까지. 예전처럼 해. 너무 딱딱하잖아.”


탈레스는 편하게 하라고 했지만, 이스마엘이 그렇게 한 건 사람들도 다 사라지고 계속된 요구 끝에서야였다.


“이렇게 출세했을 줄이야. 자넨 귀족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 모르는 것 같네. 우리 같은 평민들은 자네가 화가 나서 죽였다고 해도 풀려날 수 있네.”

“조그만 금전으로 보상하면 끝이지.”


이스마엘은 이렇게 말하며 사람들 있는 곳에서 주의하는 이유도 덧붙였다.

불경죄에 걸리면 탈레스가 괜찮다고 해도 끌려가서 죽을 수가 있다나.

아무래도 툴레가 귀족정인 탓인 것 같았다.

도시 국가마다 법률과 분위기가 다 다르니.


“법 한번 복잡하네. 그런 죄목이 있는 도시에선 그냥 나하고 부딪치기만 해도 사형이란 거네. 이야, 이거 좋아해야 하나, 싫어해야 하나.”


탈레스는 웃기는 설명에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좀 헷갈렸다.

그리고 오랜만에 회포도 풀었고.


“우린 식료품을 사서 프리덴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네. 그때 하필 마차 바퀴가 박살 나는 바람에 제때 돌아가지 못했어.”

“운이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굉장히 좋았지.”


이스마엘은 프리덴에서 살아남은 경위를 말해주었다.

작업장 요청에 따라 또 식료품을 사서 오는데 마차 바퀴가 바닥에 빠졌고 그걸 빼내는 과정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아예 부수어 먹었단다.

그 덕에 마차도 일부분 부서졌고.


등짐도 지고, 말에도 얹어서 가는데 날씨가 더러워서 결국 늦은 데다 식료품도 다 날려 먹었다나.

강한 비바람에 휩쓸리니 못 먹을 상태가 되어버렸다고.


“솔직히 망했다는 심정이었네. 그래도 조금이라도 가져가면 봐주지 않을까 하고 돌아갔지.”


거기 담당관한테 먹인 뇌물도 있고 한 번 실수는 눈감아주지 않을까 해서 갔는데, 있는 건 칼디아 왕국에서 직접 파견 나온 군대였다나.

그들은 끌려가서 심문받고, 돈을 줘서 풀려났다.

그 후에 벌어진 일을 전해 들으며 오히려 운이 좋았던 거란 생각을 했다고.


“아예 소매상 노릇을 관두기로 했었네. 카이우스의 말대로 우리가 운반하는 위험성에 비해 수익이 너무 적었어.”

“그나마 프리덴이 시세가 좋아서 했던 건데, 그곳이 그렇게 되었으니.”


그렇게 협력 상인 노릇을 그만둔 이스마엘과 카이우스는 뭘 할지 고민하다가, 누리가 있을 때 생각한 그 사업을 해보기로 했다고.

지금은 툴레의 조그만 투기장에서 검투사 매니지먼트와 도박으로 먹고 살 정도는 버는 모양이었다.


“자네도 한 번 보게. 카이우스가 열심히 훈련 시켜 꽤 쓸만하다네. 내일도 싸움이 있으니, 어떤가?”


탈레스는 싸구려 술을 마시며 응했다.

이름도 정체도 바뀌었지만, 처음 세상을 가르쳐 준 이들이기도 하고, 그 엿같은 프리덴에서 살아남은 동료라 반가웠다.


이스마엘의 집에서 하루를 보낸 탈레스는 아침이 되어 카이우스가 훈련 시키는 걸 구경했다.

인원 셋 정도밖에 안 되는데, 이것도 여기선 중간급 규모라 했다.

오늘 나가는 선수는 휴식 중이니 총 넷인가.


“여긴 합법 투기장일세. 자네가 말한 로우힐의 그곳과는 다르다네.”

“여기에 출전하는 이들은 대체로 자유민이지. 몸값이 그런 곳과는 달라.”


이스마엘은 설명을 마치고 오후 경기에 나갈 선수 컨디션 관리를 위해 떠나갔다.

탈레스는 훈련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는데, 생각보다 수준이 낮으면서도 높았다.


‘검을 막아내면서 폼멜로 얼굴을 친다. 기교는 굉장히 좋네.’


카이우스가 가르치는 전투 기술을 보면 정교하고 예리했다.

검날을 흘리면서 발을 내지르거나, 기습적으로 검날을 잡고 가드 부분으로 가격하는 등.

칼뿐만 아니라 도끼, 창 등도 있었는데 대전 상대에 따라 상성 우위를 점하기 위해, 혹은 익혀둬야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아니까 한다는 듯했다.


다만 훈련받는 이들은 대부분 따라가지도 못하고 육체도 약했다.

훈련 시키는 카이우스도 기술은 좋은데 힘이 좀 달려서 위력이 충분히 실리지 않았다.


‘만약 지금 내가 카이우스랑 붙으면 무조건 내가 이겨. 근데 동등한 힘이면 내가 지겠다.’


맨몸 싸움이라면 모를까, 무기술은 좀 배울 필요성을 느끼며 탈레스는 투기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곳 투기장은 고대 그리스의 극장처럼 반원형 모양으로, 맨 앞에서 싸움을 벌이는 듯했다.

거기엔 나가지 못하도록 펜스 같은 게 있었고.


탈레스는 이스마엘과 싸구려 술을 홀짝이며 담화를 나누었다.

카이우스는 투기장 뒤에서 출전 선수랑 대기 중이고.


“여긴 툴레 도시 재원으로 운영되네. 도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줄 목적으로 설립되었지.”

“오늘 경기는 총 다섯 번인데 우리 팀이 마지막이네. 제법 열심히 단련시켰으니 재밌게 봐주게.”


탈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경기를 관전했다.

이따금 상위 객석, 그러니까 귀족들만 앉을 수 있는 곳에서 탈레스에게 인사를 하러 내려왔는데, 그때마다 이스마엘은 고개를 숙이고 엎드려 있었다.


탈레스는 이때 서야 자기가 출세한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툴레의 권력자들이 탈레스에게 호의적이면서도 높은 사람 취급하는 데 반해, 이스마엘은 쳐다도 보지 않으니.


탈레스는 이스마엘의 불편함을 생각해 빠르게 대화를 마무리했고 경기를 관전했다.

싸움은 생각보다 볼만하면서도 시시했다.


처음 싸운 건 노란 옷에 갈색 바지를 입은 콧수염 남자와 칙칙한 색의 의류와 두꺼운 모자를 쓴 털보 남자였다.

콧수염은 쌍 단검을 들었고 털보는 날카로운 작은 칼날이 박힌 방패와 도끼를 들었다.


선공은 콧수염이었다.

그는 가볍게 몸을 날려 쌍 단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고, 하나는 방패에 막혔지만 하나는 도끼를 든 어깨를 그었다.

얇디얇은 옷은 찢어졌고 피가 새어 나왔다.


콧수염은 그치지 않고 발로 밀어내고 다시 뛰어서 베어 내려 했다.

오판이었지만.


밀려난 털보는 방패를 위로 들었고, 도끼를 강하게 휘둘렀다.

다시 뛴 콧수염은 방패 칼날은 다행히 피했지만, 도끼는 그대로 어깨에 박혔고, 팔 하나가 날아가 버렸다.

바닥은 피로 물들었고.


“아예 계속 붙어서 단검으로 목을 쑤시든 공격했어야 하는데, 저건 트레이너 잘못일세.”

“저렇게 싸울 거면 다른 무기를 줘야 했어.”


이스마엘은 방금 전투에 대해 품평했다.

그가 말하는 사이에도 싸움은 계속 이어졌다.

나름 전문 훈련을 받은 투사들이라 그런지, 팔이 한 짝 날아가는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싸움을 이어갔다.


콧수염 남자는 남은 손에 들린 단검으로 털보의 도끼 든 어깨를 다시 쑤셨다.

털보는 그걸 당하면서도 칼날 달린 방패를 쿡 밀어 콧수염의 몸 깊숙이 찔러넣었고.


콧수염 남자가 피를 토하며 기대듯이 쓰러졌고, 싸움은 끝났다.

털보는 아무렇지 않게 어깨에 박힌 단검을 뽑고 뿜어져 나오는 피를 닦았다.

주변에 그의 트레이너인지, 한 사람이 달려와 부상을 봐주고.


“완전 상남자들이네. 아프지도 않나. 그냥 아무렇지 않게 뽑아버리네.”


탈레스는 감탄하며 싸움을 구경했다.

좀 잔인하긴 했지만, 놀거리 없는 이 세계에, 그리고 고대 지구에서 왜 투기장이 인기가 있었는지 조금 알게 되었다.

조잡한 무기에, 어설픈 솜씨의 싸움인데도 보는 재미가 있었으니까.


비슷한 수준의 싸움이 계속 이어지고, 해가 저물 때쯤, 마지막 싸움이 열렸다.

양쪽 다 무장부터 이미 아까 싸움과 수준이 달랐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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