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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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DUMMY

로우힐로 가는 길은 쾌적했다.

아니, 아무것도 없다고 해야 할까.


습격의 여파인진 몰라도 지나치는 종종 먹다 남기거나 혹은 그냥 창대에 찔러 세워둔 시체들을 볼 수 있었다.

시신의 수도 꽤 많았는데, 아마 로우힐 방면으로 가던 중에 들르지 않고 지나쳤던 작은 마을의 주민들인 것 같았다.

시체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고 죽은 것도 도주 중에 당한 모양새가 많았으니까.


‘이 새끼들. 좀 심하네. 산 채로도 씹어 먹는 것 같은데. 이놈들 아예 종족 전으로 인간 말살이라도 하려는 건가.’


탈레스는 마음속으로 리자드맨의 위험 레벨을 격상했다.

시신의 훼손 정도로 볼 때 데리고 놀다 죽인 듯한 것, 일부러 조금씩 상처를 내어 천천히 사망하게 한 것 등, 눈 뜨고 보기 어려운 것들이 많았으니까.


리자드맨 습격 여파로 왕국의 레인저들도 다 죽은 것인지 딘과 함께 갈 때랑은 달리, 막아서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부서진 나무와 리자드맨의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여럿의 발 모양만 찍혀 있을 뿐.


탈레스는 먹고 자는 시간, 확실한 휴식을 통해 체력을 보존하면서 이동 시간은 최대한 단축했다.

룬과 함께면 보통 빠른 게 아녔으니까.


‘후, 이제 도착이네. 비릿한 물과 피 냄새가 풍기는 거 보니까 다 온 거 같네.’


퀴퀴하고 썩은 듯한 하수구 냄새, 로우힐의 내음 대신 다른 게 풍겨왔다.

리자드맨과 죽음의 향기가.


공성전은 진행이 좀 된 것인지, 성 밖엔 뼈만 조금 남은 인간들 시신이 널브러져 있었다.

로우힐은 네 방면으로 포위 되어있었다.

그리고 성 위엔 하얀 깃발이 걸려있었는데, 리자드맨은 아랑곳하지 않고 성문을 부수는 중이었다.


“이런. 부서지겠는데.”


굵은 나무는 이미 부서 진지 오래고 철로 만들어진 창살만이 버티는 형국이었는데, 그것도 여기저기 어그러져 곧 뚫릴 것 같았다.

다만 운이 좋다면 좋달까, 이들이 성문을 잘 못 부수는 이유가 눈에 보였다.


로우힐에서 화살을 쏘거나 혹은 뜨거운 물, 아니면 기름을 부어버리거나, 또는 돌을 던지는 등, 방어 행위를 그리 잘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일 힘이 없었다.

린벡 전투와 달리, 거대한 도마뱀도, 큰 리자드맨 개체도 보이지 않았고.

거기서 싸운 놈들과 비교하면 애송이들 수준이랄까.

다만 수는 많았다.


“어느 놈이 대장이야? 아무리 재네가 약해도 혼자서 쓰러뜨릴 순 없는데.”


탈레스는 멀찍이서 지휘관을 찾아 살폈다.

그러는 사이 성문은 뚫렸고 전투가 시작되었다.

로우힐 방어군은 성벽 위에 있으면서도 리자드맨의 투척을 맞고 겁먹어서 숨은 모양새였는데, 정면으로 들어오는 적을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하. 로우힐 범죄자만 다 모아도 리자드맨 병력이랑 비슷하겠다. 한심한 새끼들.”

“같은 인간에게는 그렇게 모질고 독하게 굴면서 뭘 그렇게 겁먹고 짜져있냐.”


탈레스는 한숨을 푹푹 쉬며 달렸다.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대장 찾기를 포기하고 모조리 때려죽일 생각이었다.

보니까 린벡 방어전과 비교해서 체격도 작고 무장도 빈약했다.

말 그대로 수만 많았다.


ᚱ -

ᛒ -


두 개의 룬을 빠르게 휘갈겨 썼다.

푸른 빛이 문자와 함께 점멸하며 탈레스의 몸에 바람이 휘감겼고.


“갑니다아! 여러분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크게 담아 서비스 가요!”


여래신장이란 이름을 달았던, 탈레스의 필살기가 리자드맨 무리의 한가운데 직격했다.


콰 – 앙


이름 모를 잡풀들과 작은 돌 파편, 그리고 흙먼지가 흩날렸다.


“에 – 취. 시발. 또 깜빡했네. 물 묻힌 천이라도 덮어쓰고 할 걸.”


탈레스는 욕을 내뱉으며 꺼진 구덩이에서 튀어 올랐다.


“끼루루루룩.”

“끼룩. 끼룩.”


조그만 리자드맨들은 당황한 건지, 소리만 지르면서 움찔거렸고 자연스럽게 선공은 탈레스에게로 넘어왔다.


“목소리 봐라. 지금까지 본 리자드맨들 중에 너희가 제일 형편 없어.”


탈레스는 별 이상한 소리를 내는 리자드맨을 향해 달렸다.

회복 룬으로 한쪽 팔 치유도 겸하면서.


뭐, 사방이 포위되어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정 안되면 또 룬 두 개 휘갈기고 튀거나 필살기 한방 더 먹이면 되니까.


탈레스는 길고 거대한 검이 횡으로 날아들며 바람을 갈랐다.

그건 깔끔하게 일자로 그어졌다.

마주친 게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세 마리의 리자드맨 몸통이 반으로 갈려 하늘을 날았다.

그들의 무기도 평등하게 잘려 나갔고.


‘이거 쓰던 놈 도대체 어떻게 이 칼 만들었을까. 그때 아틀란티카 놈 칼도 엄청 좋은 거랬는데 한방에 갈렸었지.’


탈레스는 칼에 만족감을 나타내며 마구 날뛰었다.

그냥 보이는 족족 베고 찌르고 잘랐다.

리자드맨 무리는 탈레스에게 도망치기 바빴다.

하늘에서 그가 날아든 그 순간부터 이미.


“너네, 원래 이렇게 니들끼리 차이가 심하냐?”

“나 린벡에서 싸울 땐 존나게 힘들었는데. 적응 안 되네.”


탈레스는 리자드맨의 전투 레벨을 하향 조정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베어나갔다.

리자드맨이 옆 혹은 앞으로 도망가면 일자로 돌진해서 찔러 죽이고, 옆으로 뛰며 베어 가르고.

그렇게 한창 잡병을 잡아 족칠 때, 긴 창이 하나 날아왔다.


“흐. 이제 대장인가?”


탈레스는 뒤에서 날아온 창을 회피하며 돌아보았다.

뒤엔 네모난 모양의 거대 방패와 긴 창을 든 리자드맨들이 서 있었다.

총 다섯이었는데 금빛 무기에, 체격도 크고 이빨도 툭 튀어나온 것이 딱 봐도 다른 종자였다.


‘조금 많네. 저번이랑 다르게 대장급이 다섯인가?’


탈레스는 전투력을 모르니 신중하게 옆으로 뛰며 적이 자신을 포위하는 걸 경계했다.

어차피 조그만 리자드맨들은 위협도 되지 않으니, 저들만 조심하면 될 터였다.


“그워어어어.”

“그르르르.”


또 처음 들어보는 해괴한 울음소리와 함께 그놈들이 일제히 뛰었다.


‘무기는 창과 방패로 전부 동일. 투척용 창을 두, 세 개씩 가지고 있으니 싸울 때 앞에 없어도 신경 써야 해.’

‘내 칼도 기니까 길이 싸움은 비등하다. 문제는 투척이랑 포위해서 한꺼번에 들어오는 건데.’


탈레스는 잠시 머리를 굴린 뒤, 2차 팬서비스를 준비했다.

잘만 내려찍으면 다섯을 한 방에 보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갑니다아!”


탈레스는 룬 두 개를 휘갈겨 뛰어올라 바닥을 향하며 외쳤다.


콰 – 앙


또 거대한 굉음과 함께 바닥이 꺼지며 여러 물질이 흩날렸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기침을 내뱉으며 탈레스가 뛰어올랐고.


“에 – 취. 씨. 그래도 좀 적응이 되긴 되네.”


회복 룬을 새기며 땅을 딛은 탈레스에게 익숙한 파공음이 들려왔다.


쉐 – 엑


탈레스는 곧장 몸을 움직여 구덩이 안으로 피했다.

긴 창 세 개가 탈레스 머리 위를 갈랐다.


‘한 놈도 안 죽었다고? 저번 놈보다 더 잘 싸우는 건 아니겠지?’


피하기 전, 바라본 적은 멀쩡했다.

분명 땅에 닿기 직전엔 그 자리에 있었는데, 절묘하게 피한 걸로 추정되었다.


“하. 세상 쉬운 게 없네.”


탈레스는 다시 힘차게 뛰어올라 창이 날아왔던 방향으로 칼을 휘둘렀다.


깡 -


리자드맨의 방패와 검이 부딪쳤고 막은 놈의 무릎은 굽혀졌다.

방패 역시 금이 갔고.


“이야. 시발, 이 칼 존나 사기네.”


탈레스는 뒤이어 갈라진 방패를 발로 쳐내고 놈의 목을 베려 했으나, 날아온 투척용 창에 그냥 몸을 빼야 했다.

창은 쉴 새 없이 날아왔다.

발 딛는 지점 곳곳마다.


“이 새끼들. 나도 할 줄 안다!”


탈레스는 역조공을 준비했다.

창을 피하며 바닥에 있는 돌, 작은 리자드맨 시체, 조잡한 무기들, 뭐 아무거나 잡히는 대로 던졌다.

막 던지는 것 같아도, 룬 사용에다가 투척 정밀도 역시 좋아 리자드맨의 공격은 현저하게 줄었다.


깡 -

깡 -


방패와 조잡한 무기, 혹은 돌의 충돌음이 계속해서 퍼져나갔다.

리자드맨 무리의 당황한 모습이, 물론 얼굴은 개떡 같아서 표정을 볼 순 없었지만, 태도에서 드러났다.

연이어 날아오던 공격은 줄고 공세에서 수비로 전환한 모습이었으니까.

추가로 투척용 창도 다 쓴 모양새였다.


“내 턴이네. 사이 좋게 다 같이 보내줄게.”


탈레스는 무언가 집어던지는 걸 멈추지 않으며 내달렸다.

좌측으로, 우측으로, 또 정면으로 갔다가 공중으로 상대가 예측할 수 없게.

그리고 날아오르며 한 놈, 아까 방패가 갈라진 놈에게로 칼을 내리꽂았다.


촤르륵 -


아주 깨끗하게 베어지는 소리와 함께 리자드맨 하나가 방패와 함께 잘려 나갔다.

몸은 통째로 반이 갈려 옆으로 엎어졌고.


리자드맨 무리, 귀족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하나가 죽어서 이들은 혼란에 빠진 것 같았다.

애초에 진단 생각을 안 한 모양이니까.


두 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서 도망갔다.

반면 둘은 방패를 앞세워 탈레스에게로 달려왔고.


“너네도 군기 개판이구나. 지휘관도 하나가 아니고.”


탈레스는 제논에게 리자드맨 무리가 한 팀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각각의 부족이 연합해서 행동하는 것 같다고, 말해줘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아무래도 이것도 전술을 짤 때 중요한 요소 같으니까.


탈레스는 달려오는 둘을 향해 도리어 뛰어들었다.


쿵 -


리자드맨의 긴 창은 허무하게 빗나갔고, 큰 충돌음과 함께 탈레스의 몸과 리자드맨의 방패가 부딪쳤다.

탈레스는 기우뚱거리는 놈에게 방패를 걷어차 뒤로 엎어지는 걸 도왔고, 동시에 그걸 발돋움 삼아 옆에서 뛰어오는 놈에게로 날았다.


쿵 -


이번에도 충돌음과 함께 방패 든 다른 리자드맨 하나가 넘어졌다.

탈레스는 긴 칼을 그대로 찍었다.

세로로 날을 세워 칼끝을 리자드맨의 목에.


푸 – 욱


가죽이 찢기며 피가 새어 나왔고 리자드맨 한 마리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탈레스는 방패를 탈취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방패를 들며 다시 몸을 일으킨 한 마리에게 돌진했다.


까까깡 -


방패가 부딪치고 긁히며 쇠 소음을 냈다.

일어선 그놈은 다시 밀리며 뒤로 엎어졌고.


“잘 가.”


탈레스는 들고 있던 방패를 던지며 말했다.

그리고 오른손의 칼을 양손으로 잡고 깔끔하게 리자드맨의 목을 갈랐다.


“후우.”


탈레스는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리자드맨 무리 전체가 흩어지며 도망가고 있었다.

탈레스는 그걸 감상하며 로우힐 입구로 터덜터덜 걸어갔는데,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했다.


“애네, 조금 말랐네? 수분에 따라 달라지나, 혹시?”


탈레스는 상대 종족 자체가 다른 걸 알고 있긴 했지만, 수분 여부에 따라 피부에 변화가 있단 사실은 처음 알았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이곳엔 습기가 낮아서 그런지 피부가 건조하고 갈라져 있었다.


‘좀 약한 느낌이었는데, 이놈들 혹시?’


확실하진 않지만, 놈들이 바다와 강을 거슬러 습격했다는 것과 결부하면 놈들은 물가가 아니면 약할 가능성이 좀 있었다.

추가로 캠프를 만들거나, 따로 먹거리를 챙겨온, 그러니까 보급도 없는 것 같았다.

군장도 없었으니.


“이거 마을 습격해서 사람 먹는 이유가 있었네. 이 새끼들 장기전은 약하겠구만.”


리자드맨의 약점은 생각보다 많아 보였다.

공성전도 안되고, 보니까 물가 멀리 원정도 불가.

거기에 현지에서만 식량 조달하는 거 같은데, 왜냐하면 오는 데 보급로 자체가 없는 것 같았으니까.

그러면 장기전도 불가능하단 결론이 나온다.

추가로 육식만 하는 것 같고.


“성에 짱박혀서 방어만 해도 이기겠네.”


탈레스는 간단한 결론을 내리고 로우힐의 부서진 성문 앞에 섰다.

아무리 빠르게 지원을 왔다 한들, 피해가 있었는지 입구 부분은 부서지고 죽은 사람이 꽤 많았다.

약한 리자드맨이라 해도 인간 보다는 강한 모양이었다.

로우힐의 사람들, 그래도 이 쓰레기 도시 놈들은 허구한 날, 날이면 날마다 싸워서 전투라면 좀 할 텐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발린 걸 보면.


탈레스는 터덜터덜 걸어갔다.

아마도 여기 귀족들이 있을 법한 곳으로.


겁에 질린 채 온몸을 피로 적신, 거대한 덩치의 탈레스를 바라보는 로우힐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 한 채.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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