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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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DUMMY

마차는 시원하게 달렸다.

무슨 재주가 그리 많은 건지, 바람이 마차를 감싸고, 말들은 활력이 넘쳤다.

아까 피 냄새가 짙은 전투 때, 훈련되지 않은 말처럼 겁먹고 도망만 치려고 했던 것 과는 정반대였다.

도로 역시,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길이 잘 닦여 있었다.

보기에 분명 질퍽한 흙길인데, 뭔 짓을 했는지 달리는 자리만 땅이 굳어 있어 마차가 쉽게 갈 수 있었다.


탈레스는 힐끔힐끔 제논을 보았는데, 그는 또 왼손으로는 리드줄과 채찍, 오른손으론 정체 모를 마법을 계속 날렸다.

언제봐도 화려했다.

한 손으론 말을 끌면서, 한 손으론 마법을 난사하는 모습이란.


추격 해오는 적도 없었다.

처음에 같이 쫓아온, 호위로 추정되는 기사가 몇 있긴 했는데 뭐라고 외치다 중간에 포기한 것 같았다.


그렇게 꼬박 몇 시간을 달린 이들은 방어진을 구축 해놓은 회관에 도착했고, 곧장 들어갔다.

인질로 잡힌 이들은 지하로, 제논과 탈레스는 이올린에게로.


“미라클교로 추정되는 이들 격파 완료, 무사 복귀했습니다. 아틀란티카 군이 재건되는 걸 확인한 후, 잘못을 묻기 위해 사령관과 부관을 잡아 왔습니다.”

“그럼 저는 거대 두족류를 소환한 이들로 추정되는 놈들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들의 육군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번 전투엔 참여하지 않았으니까요.”


제논은 적의 움직임이 걱정된다면서 빠르게 날아갔다.

아마도 정체가 탄로 날 걸 두려워해 모습을 숨긴 걸 테고, 일이 틀어진 이상 여길 습격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탈레스는 침실에 들었다.

몸이 노곤하기도 했고, 대장인 왕녀가 쉬라고 하니까.


그렇게 한숨 푹 자고 일어나니, 이올린 팀은 회의 중이었다.

2층에서 내려온 탈레스는 영문도 모른 채 곧장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고.

원래 안건이 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탈레스가 왔을 땐, 서임식 이야기로 바뀌었다.


“아르케경. 그대는 능력과 신의를 증명했습니다. 정의와 의로움을 행한, 용기 있는 자에게 합당한 직책과 칭호를 내립니다.”

“그대는 칼디아 왕국의 굳건한 방패로서, 적들을 무참히 베는 검으로서 사명을 다하십시오.”

“이것이 나, 이올린 프리기아가 그대에게 내리는 작위이자, 숙명입니다.”


아직 눈곱도 떼지 못 한 탈레스의 주위에 두 줄로 사람들이 늘어섰고, 그 앞에서 왕녀가 검을 하나 들고 말했다.


“엥? 뭔...?”


어리둥절한 그를 제논이 나서서 한쪽 무릎을 꿇리고 속삭였다.


“그냥 내가 말하라는 대로 따라 하게. 시간이 없어 약식으로 치르니 이해하게. 어쩌면 아틀란티카 도제가 될 놈을 다시 만나야 하는데, 작위도 안 내린 상태로 하기가 좀 그래서 말이야.”


탈레스는 일단 제논이 시키는 대로 자세를 잡고 고개도 숙였다.

그러자 이올린이 양쪽 어깨에 한 번씩 검을 탁탁 쳤다.

그리고 한 손을 내밀었고.


탈레스는 빨개진 얼굴로 그녀의 손등에 키스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건네받은 검을 잡으며 외쳤다.


“결코 적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 있게 선을 행하며, 진실을 수호할 것을 맹세합니다.”

“저는 전하의 검으로서 충성으로 섬길 것과 명을 행함에 있어서 물러서지 않을 것과 죽임에 있어선 가릴 것을 맹세합니다.”

“전하께서 가고자 하는 길이 곧 저의 길이 될 것이며, 전하의 꿈이 곧 저의 꿈이 될 것이며, 전하의 명이 곧 저의 사명이 될 것임을 맹세합니다.”


탈레스는 놀라기도 했고, 약간 고민은 했지만, 제논이 옆에서 읊어주는 대로 그대로 말했고, 그걸로 서임식은 끝났다.

이올린은 생긋 웃는 얼굴로 마지막에 안아주었는데 탈레스는 그대로 굳었다.


‘바지가 두꺼워서 다행이야.’


방어용으로 만든 바지라 그런지, 신체 반응이 좀 오는 걸 막아주었다.

뒤이어 다들 축하를 해주었고.


“축하하네. 드디어 당당히 기사가 되었군. 이제 자넨 합법적인 깡패가 된 거라네. 딘이란 놈 밑에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걸세. 뭔 짓을 하건, 난 기사다, 이 한마디면 해결되네.”


제논은 실용적인 의미의 설명을.


“예전엔 냄새나는 발등에 키스해야 했다고 하더군. 그것도 시커먼 남자한테. 근데 나도 전하의 품에 안겨본 적이 없는데. 부럽네.”


칼은 질투를.


“축하드립니다. 명예로운 기사여, 당신의 맹세를 영원토록 지키시길.”

“앞으로도 지금처럼 고난에 굴하지 않고 뚫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다른 이들은 격려와 충고를.


“아니, 근데 뭔 설명은 해주고 이거 한다, 저거 한다 해야 할 거 아냐. 갑자기 이건 왜 하는데?”


당사자인 탈레스는 항의했다.


“아틀란티카 권력자들과 접촉해야 하는데, 평민이 제 근위대여선 안 되니까요. 당신은 이제 어엿한 귀족입니다.”


이올린의 말에 탈레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한국과 이곳에서의 신분의 의미가 좀, 아니 아주 많이 다른 것 같았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지 잘 모르겠으니까.

그냥 금전으로 주는 게 더 확실한데, 말로만 때우는 것 같아서 더 그랬다.


어쨌든 서임식을 마침과 동시에 회의는 재개되었다.

아틀란티카로부터 보상은 얼마를 요구할지, 어찌 보면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높았던 2왕자와 협력할지 등에 대해.

뭐, 탈레스의 역할은 별로 없었다.

어차피 제논과 이올린의 문답이지, 칼과 탈레스, 이 둘이 끼어들 판은 그다지 없었다.


“좋아요. 그럼 키티아경이 외교 일정과 필요한 절차를 마무리 해주세요.”

“모건경은 인질이 탈출 못 하도록 지속적인 감시 부탁드립니다.”

“아르케경은 미라클교의 잔여 세력 동향 파악 및 이 일대 탐색을 해주세요. 식량 조달도 겸해서요.”

“그리고 나머지 분들은 이곳의 방위 구축 및 제 호위를 계속하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합류할 이들에 대한 거처 준비도 같이요.”


이올린의 명이 내려졌고 그에 따라 다들 바삐 움직였다.

대충 보아하니, 이곳에서 거점 구축을 더 강화할 모양이었다.

물자도 풍부하고, 주민들을 돌려받으면 여기서부터 세력 구축하기도 좋을 거라나.


아틀란티카 병력이 사실상 거의 전멸에 가까울 정도고, 위에 제국은 내전 중이라 못 내려오고, 시그나 연합은 아직 간 보는 중이라 안 움직일 거고.

2왕자, 3왕자, 4왕자 모두 서로를 견제하느라 직접적으로 이올린을 공격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그럼 아예 거병하는 건가? 여기가 수도야?”


탈레스는 순수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올린은 애매하게 답해주었고.


“왕이 되려는 건 아니지만, 그런 셈이 되겠네요. 일단 저의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해서 제 의견에 힘을 실을 생각이에요.”

“왕이 되려면 저를 포섭하지 않고선 안될 만큼 힘을 키울 생각이에요.”


이올린은 반드시, 자기 목숨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이 칼디아 왕국에서 미라클교의 완전한 퇴출, 그리고 자기 사람을 죽인 놈을 처벌할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살벌하네. 원한이 깊은 것 같은데.’


전부터 느낀 거지만, 이올린 팀 전체가 미라클교와 원한이 좀 있어 보였다.

종파도 다 다르다는데, 다 같은 취급이 맞는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들의 1순위가 저들 퇴치란 건 거의 확실해 보였다.


탈레스는 주변 탐색을 하란 명에 따라 정찰을 위해 밖을 나섰고, 그때 문서를 챙기고 나서는 제논과 마주쳤다.


“이봐, 영감. 왜 날 포탄으로 쏜 거야? 설명이라도 해줬어야지. 그리고 나 헤엄칠 줄 몰랐으면 어쩔 뻔했어?”


얼굴을 구기고 말하는 탈레스의 등을 토닥인 제논은 화답했다.


“자네에 대한 정보는 충분했다네. 날카로운 무기도 들어가지 않는 몸, 바위를 부술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이 실린 공격에도 끄떡없는 육체.”

“초인. 자네를 조사한 정보원이 내린 결론이네.”


분명 잘못한 건 제논인데, 뭔가 다 알고 했다니 이상하게 할 말이 없어졌다.

또 초인이라니, 일종의 초능력자 취급받는 것 같아 기분이 썩 나쁘지도 않았고.

그래도 이대로 물러설 순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물만 보면 달려가서 한참이나 있는 데다, 강에서 수영하는 걸 목격한 사람도 있었네.”

“내 실수라면 스톤스킨을 제때 풀어주지 않았다는 거지. 그건 사과하겠네. 미안하네.”


제논이 먼저 선수를 쳤고 탈레스는 입을 다물었다.

할 말이 그다지 생각나지 않았다.

하긴 이 세계 사람들은 물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탈레스는 지구에서의 기억 때문에 안 씻는 걸 못 견디는 거고, 여기 사람들은 아닌 거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거 말싸움 이길 방법 없나? 설명도 안 하고 냅다 던진 건 영감 잘못이 맞는 거 같은데.’


탈레스가 어떻게든 반박하려 머리를 굴리는 사이, 제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틀란티카 군대로 향한 건지 또 날아가 버렸다.

결국 탈레스는 씩씩거리며 자기가 할 일, 탐색, 그리고 사냥 및 채집이나 가야 했다.


‘이거 맞는 걸까. 거병하면 여기에만 짱박혀 있을 것 아냐. 그러면 지구로 돌아가는 거 알아보는 건 어떻게 해.’

‘돈을 제대로 주긴 하려나. 이 세상에도 최저시급이 있을까.’


탈레스는 구시렁거리며 산을 탔다.

작은 동물을 사냥하고, 먹을 만한 과일을 채집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특히 그놈들을 발견했던 그 지점을 조사하는걸.


‘위험하니 조용히 봐야겠다.’


탈레스는 거리를 충분히 두고서 놈들의 거처를 둘러봤다.

조용하고 피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다.


당시 봤던 걸로는 꽤 많은 수행원과 시체가 있었는데, 단기간에 이걸 치웠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시체를 치워도 냄새가 금방 없어질 리 없으니.


머피의 투기장을 내려갈 때면, 아직 싸움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도, 그래도 났었던 그 피 냄새가 탈레스에게 말하고 있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탈레스는 두려운 마음으로 조심스레 처음 발견했던 그 구멍으로 발길을 옮겼다.

호기심이 공포를 이긴 것이다.

아래로 내려다본 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문양도, 의식의 흔적조차도.


그냥 텅 빈 동굴이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이걸 단숨에 치우고 사라진다고? 이런. 이거 안에 들어가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큰데.’


탈레스는 다시 주변을 돌며 입구를 찾으려 노력했다.

들어가진 않더라도 최소한 위치는 파악하려고.

그런데 입구조차 찾기가 쉽지 않았다.


‘프리덴에선 수평으로 굴을 뚫었어. 바다와 붙어 있었고. 여긴 바다와 거리가 조금 있는데. 이놈들은 어디로 들어간 걸까.’


탈레스는 의식이 행해진 곳 근처엔 아무런 굴 입구도 없단 걸 재확인했다.

굳이 풀숲까지 뒤져가며 찾았지만, 아예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철수를 선택해야 했고, 그는 곧장 이올린에게 사실을 알렸다.


“정체 노출을 두려워한 것 같아요. 그런데 능력도 뛰어나군요. 냄새까지 지웠다는 걸 보면 마법사도 여럿 보유했나 봐요.”


이올린은 아마도 갑자기 등장한, 어느 정도 힘을 지녔는지 추정이 안 되는 자기 세력에 놀라서 도망쳤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 거대한 생물, 아마도 문어가 맞을 것이다. 어쨌든 그것에 필요한 마나가 어마어마했을 테니, 준비에 공들인 만큼 실패할 리 없다고 확신했을 거라고.


다만 적에 대한 경계심은 늦추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부분 마법사는 파괴와 관련된 학파를 좋아하고 보조 직군은 취급이 박하고, 어지간한 팀도 잘 데리고 다니질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어지간히 큰 세력이 아니고선, 마법사는 진짜 필수 인원만.

파괴 특화나 데리고 다니지, 저런 냄새 지우기 마법 같은 거 쓰는 애 안 데리고 다닌다고.


“그러면 꽤 큰 세력이란 거네. 근데 그런 애들이 돈이 어디서 나서 저렇게 음지에서만 활동할 수가 있어?”


탈레스는 의구심이 들었다.

대개 힘이나 능력이 있으면 그만큼 잘난체하기를 원하지 않는가.

저렇게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도 국정원 요원처럼, 음지에서 활동하려면 뭔가 합당한 보상이 있었을 텐데, 도대체 그게 뭘까 하는, 그런 의문.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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