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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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DUMMY

이올린이 주재한 회의에 참여한 인원은 간소하였다.

제논, 탈레스, 칼, 이올린 이게 전부였으니까.


본격적 회의가 진행되기에 앞서 탈레스의 참여 여부가 논쟁에 올랐다.

물론 제논과 칼, 이올린은 그가 참여하길 바랐고, 탈레스는 머뭇거렸다.


“날 못 믿는 것도 이해해요. 지금까지 약속을 못 지켰으니. 하지만 내 목숨 걸고 이 계약은 반드시 이행하겠어요.”

“날 도와 왕국에 암약하는 미친 신도를 처단하고, 내전을 막아줘요. 작위건, 영지건 원하는 건 뭐든지 드릴게요.”


이올린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고, 탈레스의 마음은 촉촉하게 젖었다.

이성은 극구 만류했지만.


“모름지기 사내라면 배포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목숨을 바칠만한 주군을 만나는 것, 싸울만한 상대를 찾는 것 모두 어려운 일이라네.”

“그런데 지금 자네는 그 두 가지 모두 가질 수 있다네.”


칼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을 했다.

탈레스는 너네 같은 놈들이야 그렇겠지, 란 말이 입 밖까지 차올랐지만 내진 않았다.

그냥 가치관이 다른 거겠지, 하고 최대한 넘기려 했다.

굳이 싸우고 싶진 않았으니까.


“우린 서로에게 상호보완적인 존재가 될 수 있네. 난 자네가 원하는 걸 제공할 수 있어.”

“난 칼디아 왕립 아카데미 수장과 여러 대학의 고고학 및 고대 마법의 외래 교수직도 거친 사람일세.”

“자네가 원하는 정보를 아는 사람을 연결할 수 있단 이야기지.”


제논의 보상은 탈레스가 누워있을 적 이야기하던, 타 차원과의 연결하는 마법에 관한 것이었다.

보아하니 완전히 아는 건 아니지만, 파편적으로 알아볼 방법은 여러 개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또 하나, 칼디아 왕가의 요리사에게 설명하고 부탁하면 네 고향 요리를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고급 정보를 흘리기도 했고.


탈레스는 고민에 빠졌다.

솔직히 본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확률은 높아 보이지 않는 것에 비해, 뒤질 가능성은 거의 확실한 것 같았으니까.

그렇다고 안 하면 뭐, 다르냐고 하면 또.


마땅히 할 일도 없었다.

그냥 취직하고 여기서 먹고 사는 건데, 지구에서처럼 여기에서도 뭘 해야 할지, 여길 떠나 삶이 만족스러울 것 같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니.


‘김치 없이 살아보니 알겠다. 한국인은 쌀밥과 김치가 필수야. 지구에선 고기가 최고였는데.’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컸다.

여기 목욕 문화도 정말 마음에 안들었고.

로우힐 같이 아주 씹창난 위생을 가진 도시가 아니어도, 씻는 건 그리 잘 발달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도시엔 워낙 인종이 다양해서 특정하기 어려웠지만, 냄새가 유독 강한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이 더러운 놈들은 코가 망가진 것인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고.


거기다 나름 잘 발달 되어 있다는 셀레스티얼에서도 목욕비는 비쌌다.

한국에서처럼 수도만 틀면 깨끗한 물이 좔좔 나오는 게 아니라서 대부분 우물에서 직접 퍼다 나르는 시스템이었으니까.

물이 깔끔하지 않은 건 덤.


물 자체가 미끈미끈했다.

아무리 씻어도 깨끗해지지 않는 느낌?

강가에서 씻으면 좀 낫기야 하지만, 그러면 또 도시와 멀어진다.

귀농 라이프를 즐길 마음은 없으니.


“위험수당은 확실하게 챙겨줘. 돈거래는 확실하게 하자고. 계약서에 제논이 날 돕는다는 것도 꼭 넣고, 칼 광선검도 알려줘.”


기왕 목숨 걸 거, 뜯어낼 건 다 뜯어내자는 마음으로 던진 말을 제논과 이올린은 쉽게 수긍했다.

칼은 애매했지만.


“탈레스, 정말로, 자네에게 모든 걸 전수해 주고 싶네. 하지만 기사들은 무언가 가르칠 때 서로 맹약을 맺지 않으면 가르칠 수 없네.”

“더군다나 자넨 조그만 마나조차 없잖나.”


칼의 냉정한 거절에, 제논이 달래려는 건지 말을 보탰다.


“자네가 마법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건 전부터 알았네.”

“내가 지금은 퇴임했지만, 아직 영향력이 있으니, 후에 아카데미 특례 입학을 시켜주겠네.”

“검에 관한 기술은 몰라도 몸에 마나를 개발할 수 있을지, 혹 안 되더라도 마법 이론만큼은 배울 수 있을 거라네.”


잘은 모르겠지만, 굉장히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라는데, 마나가 없는 왕족에게 길을 열어 준 적도 있다니 시도는 해볼 만했다.

진짜 억지로 끌려온 세계인데, 여기에서 뭐라도 얻고 가고 싶은 마음도 있고, 기왕에 판타지 세계에 왔으면 화려한 거 써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니.


탈레스는 머리를 톡톡 치다 일단 수긍했고, 그걸 기점으로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인원은 이올린, 제논, 칼, 탈레스 고작 넷이지만, 왕녀에 의하면 보이지 않는 내전 양상을 바꿀 정도로 강력한 팀이라고 하니 뭐.


“탈레스. 우선 저희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이제 한 팀인데, 모르는 게 너무 많으시니.”


이올린은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국내 상황부터.

칼디아 왕국의 왕, 이올린의 아버지이면서 권력의 정점은 어느 날 원인 불명의 병에 걸려 침실에서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후계자가 통치를 맡는 게 정석이지만, 그 계승권자, 1왕자가 갑자기 실종되었단다.


“그래서 각각의 세력들이 파벌을 만들고 자기에 맞는 왕자를 지지하며 내전이 본격화되기 시작했어요.”

“아직 군사적 충돌은 없었지만, 요인 암살, 주요 시설 파괴 등 테러는 자주 있어서, 이것도 곧 벌어질 일이겠죠.”


이올린은 참담한 기분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침착하게 말했다.

보아하니 세력들은 저마다 이권을 챙기려고, 왕자들은 왕위를 차지하려고, 서로의 속셈이 맞물려 저러는 모양이었다.


주요 후보는 세 명이었다.

2왕자, 알로이스. 최근 떠오르는 해운업 관련 종사자들, 하층민들과 해양 상인들, 그리고 해군의 지지를 얻어 만들어진 세력.

3왕자, 바르다스. 토지와 농사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 귀족들과 육군 그리고 관료들의 세력을.

4왕자, 아민타스. 이올린의 친오빠. 칼디아 왕국의 이권을 원하는 외세, 도시국가를 비롯한 인접한 왕국의 지지를 받는 모양이었다.


“제 어머니 나라, 사르데냐 왕국을 비롯한 시그나 연합의 도시국가들이 마구 끼어들고 있어요.”

“제 나라는 칼디아 왕국이지, 저들이 아니기에 전 오라버니를 지지하지 않지만, 다들 한편이라 생각해요.”


이올린은 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하고 미라클교나 암살 같은 어두운 일을 막을 수 있는 통치자를 도울 생각임을 말했다.

다만 자신을 납치하고 자기 사람을 죽였던 자는 반드시 용서하지 않겠다고.

피는 피로 갚을 뿐이라나.


딱히 탈레스가 끼어들 이야기는 없었다.

다 처음 듣는 이야기기여서.


그리고 제논이 대부분의 계획을 짜고 이야기해서 회의는 효율적이었다.

군더더기도 그리 많지 않고.


“그러면 이제 저희도 본격적으로 내전에 뛰어들지요. 상대가 목숨을 노린 이상 갚아줘야 하니까요.”

“가장 시급한 건 전하의 안전입니다. 믿을 수 있고 강한 자들이 모일 될 때까진 붙어 다니지요.”

“이후엔 임무를 나눠 가지는 게 좋겠습니다.”


향후 계획은 간단했다.

칼은 남은 에우제너의 제자와 기사들을 모아 이올린 호위.

제논과 탈레스는 당분간 붙어있다가 기사들이 오고 제논이 모집한 마법사들이 도착하면 2시대 유적 탐구 및 미라클교 추적, 그리고 이올린 납치 및 프리덴의 진상 조사.

마지막으로 그리모어 파괴까지.


칼은 자기가 추적조에 편성되길 원했지만, 도착할 기사를 다루기엔 아무래도 얼굴이 익숙한 그가 나았기에 이렇게 결정 났다.

자존심 강한 기사들이 처음 보는 탈레스를 인정하기엔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모두 아시다시피 미라클 교는 종파에 따라 극단적으로 서로를 배척합니다.”

“남부 지대에 암약하는 종파는 크게 셋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생과 흑마법 탐구를 중점으로 하는 세일럼파, 공간 이동 및 소환 마법 탐구가 중점인 자드파, 인체 강화 및 진화를 노리는 아낙시만드로스파.”


탈레스가 향후 맡을 업무는 프리덴에서 벌어진 일의 조사 그리고 그리모어를 들고 있던 세일럼이란 자, 종파의 수장으로 추정되는 그에 대해 확실히 알아보는 것이었다.

제논과 함께니, 뭘 몰라도 크게 문제는 없어 보였고, 목숨만 위험하지 않으면 좋았다.

저번에 본 제논의 성향은 위험을 굳이 감수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으니, 칼보단 훨씬 좋은 선택이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호위 병력이 도착할 때까지 있을 만한 곳을 정하지요.”

“우선 셀레스티얼과 아틀란티카는 탈락입니다. 이곳은 공화정이라 그런지, 정책이 수시로 바뀌고, 돈만 밝히는 상인 주도로 돌아가 믿기 어렵습니다.”

“아틀란티카는 전하를 붙잡아 놓고 칼디아 왕국에게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수 있어서 탈락입니다.”


탈레스는 가만히 이야길 듣고 있었는데, 마법사란 양반이 정보력과 발언권이 상당했다.

칼과 이올린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자기처럼 그냥 제논 의견에 찬성하는 게 다였으니까.

뭐, 근데 그냥 듣기에도 조사도 좋고, 정리도 잘해서 믿을만했다.

오함마와 프리덴 시절까지, 그 잠깐 누워있는 사이에 다 알아낸 걸 보면.


“왕립 아카데미와 아예 수도로 가는 것, 둘 다 고민했습니다만. 지금 전하의 납치범이 어딘지 밝혀지지 않은 시점에 3왕자 세력권으로 들어가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근방에 강한 외세 역시 아틀란티카와 마찬가지 이유로 되지 않고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결정 난 곳이 린벡이란 곳이었다.

칼디아 왕국의 소속으로 해안과 내륙에 걸쳐 있는 작은 규모의 도시였다.

타 국가와도 가까운 거리, 내륙과 해안 모두 필요하고 힘은 약한 도시.

아직 누구를 지지하지도 지지할 수도 없는, 입장의 도시였다.


“그래서 적이 조금 큰 규모로 움직이면 파악도 쉽고, 여차하면 해안이나 내륙의 다른 국가로 도망가기도 쉽습니다.”

“또 강력한 후보 왕자 중 아무에게도 지지 표명하지 않았기에, 정치적 입장으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


제논의 최종 결정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준비는 꽤 빠르게 끝났다.

그리모어 원정대가 거의 다 죽는 바람에 인원이 적기도 했고, 이올린이 셀레스티얼에 있는 걸 불안해하기도 해서 서둘렀으니.


아마 지원 요청 당시에 도와주러 오는 것이 아니라, 강대한 적이 있단 말에 꽁무니 빼고 도망친 엄청난 수의 군대, 겁많은 셀레스티얼 사람들을 믿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누가 협박만 하면 바로 넘길지도 몰랐으니까.

제논 도착 전 뒤통수 한 번 맞은 것도 컸고.


위용은 화려하지만, 워낙 가난한 현 상황에 제논과 칼은 자기 돈을 모두 내놓았다.

탈레스는 하기 싫어하다 눈치 보여 조금 보태려 했지만, 이올린이 거절했고.


“아니에요. 이런 일에 끌어들인 것도 미안한데, 그럴 순 없어요. 그런 것보다도 당신도 날 믿어준다면 기쁘겠어요.”


이올린의 생글거리는 모습에 탈레스는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뒤로 빠졌다.

썩 마음엔 안 들어도 헌신적이고 이쁘니까, 참 이쁜 게 뭐라고.


이올린의 호위를 위해 마차는 튼튼한 것으로 선택되었고, 말은 마차에 쓸 것과 칼이 탈 것만 구매했다.

탈레스는 애초에 말을 탈 줄 몰랐고 제논의 마법사도 수가 적어 짐마차 하나 더 싸게 구매해서 가는 걸로 결정 난 모양이었다.


문제는 사람을 더 고용할 것인가였다.

전투와 요리 등 인원이 좀 더 필요했지만, 이올린은 믿을 수 있는 사람들로 가길 원했다.

원정대와 달리 이동은 차라리 가벼운 게 낫다고.

납치당할 때도 내부에 배신한 자가 있었던 것 같았다고.


“평생 함께하고 믿었던 자가 배신자였단 걸 느껴본 적 있나요? 참 비참하더라고요.”


이올린은 묶여 있을 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누굴 지칭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잡음이 날지도 모를 인원은 원치 않았다.

그렇게 자그마한 마차 2개가 린벡이란 도시를 향해 출발했다.

조금은 건조한 이 셀레스티얼을 떠나, 초목이 무성하게 우거진 숲으로, 다시 그 숲으로.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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