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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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DUMMY

마법의 기초는커녕,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탈레스는 알아듣기 어렵긴 했지만, 지구에서 가르치던 철학과 비슷한 학문이란 생각은 들었다.

그리고 제논은 그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고.


“나도 꿈이 있다네. 내가 마법사가 되었던 그날, 내가 해보았던 것, 어쩌면 이런 세상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그런 꿈.”

“그땐 그게 될 거라 보지 않았네. 난 현실주의자였으니까. 그런데 전하를 만나고 함께하며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지.”

“이런 권력자도 있구나. 한번 해볼까. 그렇게.”


말을 마친 제논이 탈레스의 손을 덥석 잡았다.

두 눈은 초롱초롱 빛내며.


‘뭐...뭔데? 난 남자한테 흥미 없는데. 혹시 마법으로 글래머 여자로도 변신할 수 있나? 아, 아냐, 그래도 진짜는 늙은 남자잖아.’

‘안돼. 난 성정체성이 확고한 사람이라고. 너의 젠더 감수성은 존중하지만 나한테 강요하면 안 돼.’


혹여나 마법으로 어여쁜 여인으로 변할 수도 있는 게 아닌가 고민하면서도 맞잡은 손을 뺐다.

어쨌거나 진짜 본체는 늙은 아저씨 아닌가.

탈레스에게 그런 취향은 없었다.


제논은 당황해서 손을 빼는 탈레스를 보면서도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그럴수록 손을 빼려고 더 몸부림친 건 덤이었고.

분명 힘이 더 센데도 이상하게 무섭고 빼내기 어려운 것도 추가.


“잘 부탁하네. 룬마법이란 존재도 그렇지만, 자네가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사람이란 걸 믿어 의심치 않네.”

“전하를 보필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보세.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없지만, 어쩌면, 진짜로, 우리가 세상을 바꿀지도 모르지 않나.”


평소의 제논과 달리 꽤 격앙된 목소리였다.

그러나 절실한 그 감정은 탈레스에게 잘 와닿지 않았다.

손을 붙잡은 채, 얼굴을 들이밀고 말하는데 무섭지 않을 리가.


“아...알겠어요. 제발, 일단 좀 떨어져 봐요.”


탈레스는 제발 자기가 제논의 취향이 아니길 빌며 말을 더듬었다.

제논은 미소 지으며 물러났고.

무슨 사냥감을 얻은 것처럼 즐거운 표정으로.


‘시발. 분위기 이상한데. 그린라이트로 받아들인 거 아냐? 난 너랑 잘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진지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이렇게 된 이유를 모르겠지만, 당황한 탈레스를 놔두고 제논은 떠나갔다.

밤이면 늘 하는, 뿌려둔 정보원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아침이면 이올린에게 보고해야 하니까.


탈레스는 몸을 바들바들 떨며 심각하게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

진지하게 제논은 존나 강했다.

일대를 물폭탄으로 적시고 손에 번개를 잡고 던지는 양반이다.


그 번개가 날아간 일대는 폭발과 함께 눈이 아플 정도로 스파크가 튄다.

바위도 가를 정도의 물리력을 가지기도 했고.

확실히 맞으면 뒤질 거다.


‘그 뱀새끼가 유달리 강했던 거지. 저 인간도 정상적인 사람은 아냐.’


탈레스는 공포를 차분히 가라앉힌 후, 마법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제논이 염동력 같은 걸로 물건을 가져오거나, 모닥불 및 요리 냄비 설치할 때 물건을 자연스레 구부리기도 했다.


‘검이라고 휘게 하지 못할까. 마나가 있으면 어검술이나 그레이가 쓰던 그런 기술 다 쓸 수 있지 않을까.’


만약 마나란 존재가 꿈꾸는 것을 이루게 해주는 기운이라면 모든 게 가능할 것이다.

지구로 돌아가는 것도.


‘마나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다. 제논의 말대로라면 나도 마법사가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아직 잘 이해가 가진 않긴 하지만, 그래도 희망찬 가능성이었다.

탈레스는 타닥타닥 타는 모닥불을 보며 화려하게 마법을 쓰는 자신을 상상했다.


화려하게 360도로 날아가는 퍼져 화염구, 거대한 파도를 마구 일으키고 새하얀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는 자신.

빛나는 검을 뽑고 방향과 빠르기, 그리고 길이까지 마음대로 조종해 적을 압도하는 자기 모습.

제일 중요한, 주문 하나로 몸이 깨끗하게 되고 배를 채울 맛있는 음식도 나오는, 청소 같은 잡일을 해줄 마법 빗자루 같은 것도.


‘머리 가려워. 진짜 더러운 세상이야. 내가 마법 쓸 수 있으면 씻는 거부터 개발한다.’

‘이 세계 놈들은 어떻게 이 비듬을 달고도 멀쩡하게 지내지.’


탈레스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그리고 동트는 걸 지켜봤다.


“어? 시발?”


탈레스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자기는 초번이다.

분명 길게 서겠다고 했지만, 날이 샐 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근데?

밤이 다 지나갔다.

망할 영감이 떠드는 이야기를 듣고, 잠시 다른 생각 하는 사이.


자기 잘못이라 할 말도 없다.

다음 불침번 깨우는 건 자기가 할 일이었으니까.


“탈레스. 대단하군. 동료를 위해 불침번을 홀로 다 서다니.”

“고맙네. 덕분에 푹 잤어.”


그나마 멀쩡한 마법사와 조금 회복한 칼의 감사 인사를 들으며 탈레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선의로 한 척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으니.


“전하. 보고 올리겠습니다.”


아침이면 늘 있는 일이었다.

퀭한 얼굴로 나온 이올린 앞에 제논이 등장해 각지에서 얻은 정보를 취합한 내용을 알리고, 오늘 뭘 하는 게 좋을지 조언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올린이 결정하고.


“좋아요. 그럼 린벡으로 출발해요. 오늘 밤 도착 예정이니, 키티아경이 먼저 연락을 넣어줘요.”

“칼디아 왕국 7왕녀 이올린 프리기아가 잠시 의탁을 원한다고. 보상은 확실히 하겠지만 거부할 권리는 없을 거라고 전해요.”


이올린의 단호한 명령이 내려졌고 일행은 출발했다.

제논은 도착하기 두 시간 전쯤 갈 계획이었고.


“일찍 알리는 게 예의긴 하나, 자리 비우기가 무섭네. 그 뱀과 접합한 존재의 이름은 모르지만, 덕택에 우리가 경계를 소홀히 할 수 없게 됐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애매한 말투로 제논이 이야기했다.

그냥 흙길에 풀도 듬성듬성 난, 썩 좋은 길은 아녔지만 쾌적했다.

언덕이 많지도 않고 습격해 오는 적도 없고.


확실히 린벡이 가까워진 것인지 산적 같은 것도 잘 보이지 않았다.

가끔 마주치던 늑대 무리도 없었고.


“탈레스, 정신 차리게. 이제부터 할 일이 많다네.”


제논은 마차에 기대어 잠들어 있던 탈레스를 깨웠다.

그리고 할 일 몇 가지를 알려주었다.

그래봐야 단순한 거였지만.


“그러니까 저 린벡이란 데 가면, 눈에 힘을 빡주고 서 있으란 말이잖아요.”

“깝치는 새끼 있으면 손 좀 봐주고.”


제논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기싸움을 할 예정인 것 같으니.


“린벡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어요. 워낙 외곽 마을이라 이곳에서 실질적 영주 역할을 하는 촌장에 대해서도 잘 몰라요.”

“어쩌면 날 바보 취급할지도 모르는데, 그래선 안 돼요. 난 이제 내전에 본격적으로 나설 당당한, 지금 왕자들도 조심해야 할 위치로 올라갈 예정이니까요.”


이올린의 말에 탈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임무 자체가 어려울 게 없었다.

그냥 센 척하고 있다가 까부는 애 머리 쥐어박아 주면 끝 아닌가.

좀 허름해 보여도 로우힐 싸움터에서 한참 구르고 구른 탈레스다.


‘내가 챔피언이야. 그레이까지 꺾은. 존나 센 새끼라고.’


탈레스는 뱀새끼보다 그레이를 높게 치며 몸을 풀었다.

혹시 주먹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제논은 경계를 철저히 하란 말과 함께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갔고.

전하의 방문을 알리기 위한 전령이었다.


정신을 차린 마법사 하나는 마법으로 마차를 닦았다.

그래봐야 낡은 마차지만, 어쨌든 있어 보이는 척을 하긴 해야 하니.


“모건경. 지금부터는 천천히, 우아하게 가도록 해요.”


이올린은 제논을 대신해 마부석을 맡은 칼에게 말했다.

마차의 속도는 느려졌고, 탈레스는 옆에서 걸으며 주위를 경계했다.


“피 냄새가 나는 것 같아.”


탈레스가 말했다.

언제부턴지는 모르지만, 유독 이 냄새에 민감한 그였다.

칼을 비롯한 전원은 전투 준비를 갖춘 채 움직였다.

탈레스 코의 정확도는 꽤 높았으니까.


“또 그런 괴물 같은 적일까요? 여기서 더 이상 전력을 잃어선 안 되는데.”


이올린이 초조한지, 손톱을 깨물며 말했다.

그때쯤 제논이 날아왔고.


“정지. 마을이 이상하다. 사람이 아무도 없어. 새카맣게 탄 흔적만 조금 있어.”


급하게 날아온 제논이 내려오지도 않고 말했다.

이올린은 화들짝 놀랐고.


“전하. 마을이 이상합니다. 사람이 아무도 없고 텅 비어 있습니다. 새카맣게 탄 흔적과 마나 사용 흔적이 있는 걸로 보아 무슨 일이 있었던 게 틀림없습니다.”


제논이 숨도 안 쉬고 말했다.

아마 본진이 걱정되어 재빠르게 달려왔겠지.

사실 이 팀의 전력에서 자기 존재가 매우 크니까.


일행은 즉각 진군을 멈추고 회의에 들어갔다.

이대로 린벡으로 갈지, 주변 수색을 할지,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옮길지.


“우리 기사단이 전부 오면 승산은 있소. 린벡에서 방어진을 짜고 버팁시다.”


칼은 린벡으로 들어갈 것을 주장했다.

합류 시기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에우제너의 아이들이 곧 올 테니까.


“굳이 미지의 적에 맞설 필요가 있을까요? 그때 뱀처럼 강력하다면 저희는 살아남기 힘들 겁니다.”


마법사 하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발언했다.

제논과 탈레스는 침묵을 지켰고.

이올린은 서성이며 고민에 잠겼다.


그동안 제논은 플라이 마법으로 일대를 살폈는데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진 못한 것 같았다.

시신도 보이지 않고, 적의 존재도 찾을 수 없다.

무얼 판단할 근거가 있어야 결정할 텐데, 마을이 텅 비어 있단 거 외엔 정보가 없으니.


“혹시 마을을 버려두고 집단 이주했을 가능성도 있을까요?”


이올린이 제논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고.


“습격이 아니라면 거의 없습니다. 작은 마을이긴 해도 중요한 위치를 점한 데다가, 이곳에서 생산되는 물자가 적은 게 아니라 쉽게 버릴 리 없습니다.”


제논에 의하면 여기는 바다로는 해산물, 육지로는 농사도 꽤 잘 되어 풍족한 편이라고 한다.

일부러 이곳의 훈제 물고기와 소금을 사기 위해 들르는 거상들도 있을 정도라고 하니.


“지키기 어려운 지역이라 투자를 안 한 거지, 전쟁 위협만 없다면 크게 성장할 마을입니다.”

“마을 전원이 도망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살해나 납치 혹은 강제 이주가 아니라면 자발적으로 사라졌다는 건 거의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대화의 주제는 이렇게 만든 놈이 누군가에 대한 걸로 바뀌었고.

물론 소득은 없었다.


“좀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위험이 있어 호기롭게 권해드리긴 어렵습니다만...”


말을 끝까지 잊지 못하는 제논을 보며, 이올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곤 마차에 오르며 외쳤다.


“난 내전에 끼어들기로 결심했어요. 셀레스티얼에서 나눈 이야기는 잊지 않았죠?”

“겁쟁이처럼 숨고, 도망 다니는 건, 정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안 하겠습니다.”

“우리는 린벡으로 갑니다.”


이올린이 명을 내렸고 모두가 그에 따랐다.

제논은 도착 후 할 일을 지시했고.

탈레스의 임무는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마을 한 가운데 있는 가장 큰 집에 거점을 구축할 거네.”

“부상 회복이 다 된 이들은 칼과 함께 회관의 방어를 보강하고 결계를 세우게.”

“탈레스, 자네는 전하의 주위를 절대 떠나지 말고 주변을 살피게. 난 이 마을을 비롯해 근방을 다시 조사하지.”


제논은 마법으로 무언가 만들어 건네며 말했다.

무슨 통신용 기기 같은데 두들기면 된다는 말과 함께.


‘신기하네. 두들기니까 색이 변하네.’


파랗고 동그란 구체는 손가락으로 두들기는 횟수에 따라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제논은 자기가 정찰한 결과에 따라 안전하면 초록, 주의가 필요하면 파랑, 위험하면 빨강으로 알리겠다고 했다.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적이 나타날 시 바로 빨강으로 자기에게 전달하라고.


“나도 일정 거리 이상으로 나가진 않을 걸세. 어차피 최우선 순위가 전하의 안전이니.”


말을 마친 제논이 훌쩍 날아올라 사라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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