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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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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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DUMMY

환상적이었다.

허공를 밟고 뛰어올라 하늘을 나는 기분은.


그 뱀 새끼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모양인지, 대처가 늦었다.

뛰어오르려 할 때마다 몸을 비틀고 머리를 내빼던 놈이, 앞으로 다가왔으니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뛰어오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아마 화염구를 먹이기 위해, 정확도를 올리려 가까이 왔던 게 아니었을까.


탈레스는 단단한 바닥을 차듯, 차례로 하늘을 차며 올랐다.

세 번의 뜀박질 만에 놈이 가진 인간의 형체에 닿았고.


“잠깐! 우린 서로 적이 아니다! 우리의 진정한 적은...”


뱀 새끼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레이의 클로에 달린 검이 일직선으로 내려그어지며 그놈의 몸을 베어버렸기에.


‘느낌이 이상해. 머리통을 날려본 적은 있어도...사람이 이렇게 잘 썰리나? 뼈도 있을 텐데.’


탈레스는 생소한 느낌과 함께 인간 형체를 깔끔하게 베어냈다.

그리고 몸이 반으로 갈라져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보며 뒤로 빠졌다.


“끝이네. 생각보다 쉽구만.”


탈레스가 검을 거두고 불을 끌지, 아니면 이 화염 지대에서 도망을 가는 게 나을지 의논을 가려 할 때였다.


스스스스 -


뱀이 바닥을 기는 소리가 탈레스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동시에 제논이 외쳤고.


“탈레스! 머리를 다시 노리게. 이형종 대부분이 접합 부위가 약점이라는 기록이 있었네. 아마 인간과 뱀을 접합시켰던 부위가 약점일게야!”


제논은 오른손으로 얼음 파편을 뱀에게 뿌리면서 왼손으론 기이한 기운을 탈레스에게 쏘았다.


‘하늘 나는 마법인가? 아까 그거?’


예상과 달리 이번엔 허공을 밟는 게 안됐다.

대신 피부가 무슨 껍질처럼, 단단한 바위처럼 되었다.

신기하긴 했지만, 하늘 밟는 게 아니라 이걸 왜 골랐는진 잘 몰랐다.

그래서 일단 달렸다.


취이익 -


뱀의 경고 소리가 들리며 동시에 크게 벌려진 입이 탈레스에게 돌진 해왔다.

아까 머리를 조심하던 것과는 다른 태도였다.

놀란 탈레스는 피하려 했지만, 반응하기 어려울 만큼 빨랐다.


콰 – 직


거대 뱀이 탈레스를 삼켰다.

완전히 깨물어 부순 다음 삼킨 것처럼, 그렇게 보였다.

이올린은 비명을 질렀고 칼은 부러진 다리를 짚고 달려왔다.


“칼, 마차와 말을 연결해서 끌고 오게. 이대로면 말이 다 불타 죽는다.”

“전하, 탈레스는 무사합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빨리 생존자와 함께 모두 마차에 오르시지요.”

“제게 남은 마나가 얼마 없어 여기 전체를 소화 시키는 건 불가능합니다. 탈레스가 나오면 화염 지대를 바로 돌파하겠습니다.”


제논은 크게 외치며 기절한 마법사 몇을 업고 한데 모았다.

그때 탈레스가 뱀의 머리를 뚫고 튀어나왔고.


“개 – 시 – 발!”

“개 역겨워!”


탈레스는 우웩– 하고 토하면서 비틀거렸다.

머리가 터져 나간 뱀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탈레스는 독인지 침인지, 뭔지 모를 것들과 피로 온몸을 뒤집어쓴 상태였다.


제논은 계속 토하는 탈레스를 마차로 던지고, 왼손으론 리드로프와 채찍, 오른손으론 물로 된 구체를 마구 던지며 나아가는 기예를 선보였다.

숲은 더 크게 타올랐고, 일대는 이제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따금 제논이 뿌리는 바람이 숨을 쉬게 만들어 주었다.


“전하, 탈레스, 부상자들을 봐주게. 연기로 질식한 것 같은 자들에겐 호흡을 불어넣어 주고, 골절상인 자들은 붕대와 각목을 묶어주게.”

“뒤에 있는 가죽 가방에 코카 잎이 조금 있으니, 고통이 심한 자들은 아주 소량만 씹게 하고.”


제논은 외치며 또다시 물 폭탄을 날렸다.

손에서 발사되는 물 구체는 펑하고 터지며 일대를 식혔다.

물론 잠시였을 뿐, 화염을 완전히 꺼뜨리진 못했다.


“제기랄. 지독하기도 하군. 본래 화염 계열 마법사였던 모양이야. 보통 이 정도면 꺼지는 게 정상인데.”


제논은 욕설을 마구 내뱉으며 말을 채찍질했다.

순간 리드줄을 놓고 채찍질했다가 다시 리드줄로 강한 불을 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등, 기마술에도 조예가 깊음을 보여주었다.

오른손은 쉴 새 없이 마법을 뿜어냈고.


물 구체로 일대를 식히고, 머리 위로 바람을 불게 만들어 계속 피어오르는 새까만 구름을 날렸다.

마차 안도 무척 바빴다.


살아남은 사람은 몇 되지 않았지만, 탈레스와 왕녀는 서툰 솜씨로 붕대를 싸매고 인공호흡을 했다.

칼은 자기 스스로 팔과 다리를 치료했고.


그렇게 사투를 벌인지 얼마나 지났을까, 동이 터옴과 동시에 불타는 숲을 벗어났다.

마차는 강가와 가까운 어귀에서 멈췄다.

텐트고 뭐고 아무것도 챙겨오지 못한 탓에 식료품과 침낭, 그리고 돈까지 없었다.

탈레스 가방도.


그들은 급한 대로 큰 나무 옆에 말을 묶고 사람들을 눕혔다.

그리고 갈증과 더러움을 해소했고.


“푸아! 살 것 같다. 시발. 개 같은 거. 그 뱀새낀 평생 양치질 한 번도 안 했을 거야.”


탈레스는 아직도 우웩 거리며 강가에 몸을 푹 적셨다.

칼은 나무에 기대 숨을 골랐고, 왕녀는 부상자들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제논은 남은 물자와 현재 위치를 가늠했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모인 자리에서 제논이 먼저 말을 꺼냈다.

현황 보고와 향후 계획에 관한 이야기였다.


“현재 전투로 손실된 인원은 마법사 여덞, 계열은 바람, 물, 빛 속성. 보조 직군으로 칼의 고향 친구 하나도 전사, 총 아홉이 죽었습니다.”

“살아남은 건 보다시피 다 합쳐서 일곱입니다. 전사 둘, 절 포함한 마법사 넷, 그리고 전하까지.”

“현재 전투 가능 인원은 저와 탈레스 둘뿐입니다.”


물론 전력으로 싸우는 건 불가능하단 말도 덧붙였다.

이올린의 얼굴은 절망으로 물들어져 있었다.

제논이 물자 보고할 땐, 아예 남은 게 없다시피 했고 현재 위치한 방향도 린벡과 훨씬 동떨어지게 되었기에.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적들에게 위치가 노출되었는데, 우리 팀은 그 정체조차 모른다는 게 컸다.


“자기 신체를 뱀과 접합하고 세일럼과 적대적인 걸로 보아 아낙시만드로스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긴 대체로 함께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개별로 행동하니, 단독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다만 저희 동선을 꿰고 있던 걸로 보아 협력 세력이 없다고 생각하긴 힘듭니다.”


제논은 셀레스티얼에서 이미 자기들을 추적하고 있던 놈들이 있을 거라 예상했다.

다만 그들이 누구인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2왕자? 3왕자? 그래도 4왕자는 아닐 거다.

안 그래도 외세에 겨우 의존하는 상황인데, 든든한 우군으로 보이는 그녀를 쳐낼 리가.


“어쨌든 내부 협조 세력이 있지 않고선 이렇게 날뛰기 힘듭니다. 셀레스티얼은 워낙 다양한 세력이 뭉친 곳이라 특정 세력을 유추하기도 쉽지 않고요.”


회의는 길게 이어졌다.

아니, 제논의 고민이 길게 이어졌다고 해야 할까.

사실상 이 팀의 두뇌는 그였으니까.


예정대로 린벡으로 가야 할지, 생각보다 강한 적에, 위치까지 노출되었으니 아예 잠시 은신처를 새로 발굴해 숨을지.


“도대체 누가 이렇게 대놓고 전하를 적대시하는 걸까요?”

“물론 세일럼을 공격하자고 했지, 저희와 싸울 마음이 없었던 걸 수도 있습니다만, 저희 성향을 아는 이상 분명 일부로 보낸 걸 텐데...”


제논은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애초에 적이 특정되지도 않으니, 방향을 정하기가 더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키티아경. 린벡으로 가요. 내가 멀쩡하단 걸 보라고 하죠. 오히려 당당하게 나가면 놀랄지도 몰라요.”


이올린이 말했고, 제논의 주름은 더 깊어졌다.

도박 수라 보는 모양이었지만, 결국 방법이 없었던지, 본래 목적지로 방향을 정했고, 이후 다시 모여 장례를 치렀다.

시신도 이미 다 불타서 재가 되었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서.

칼은 부러진 다리로 억지로 일어섰고, 정신을 차린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제논과 이올린이 추도사를 했고 다른 이들은 그에 따라 묵념했다.


“잊지 않을게요. 고귀한 희생, 헛되이 쓰지 않겠습니다.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어 당신들의 후손이 편히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마지막으로 이올린은 가족들에게라도 철저히 보상할 것을 하늘에 맹세하며 일행은 다시 출발했다.

분위기는 가라앉았고, 침묵이 내려앉은 가운데 마차는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슬픔에 동조한다는 듯 하늘에선 비가 내렸고, 제논은 비를 맞으며 마차를 몰았다.


재차 가는 길엔 운이 좋은 건지, 더 이상 습격은 없었다.

다만 일행의 수가 줄어서인지, 강도들 몇 들이닥치긴 했다.

그때마다 제논이 탈레스를 활용해 간단히 해결했고.


“흐흐. 곱게 물건을 내놓으면 편하게 죽여주지. 여자랑 물건만 내놓고 목을 꺼내라.”


덥수룩한 수염의 남자가 이렇게 말하면, 제논은 마차를 콩콩 두들겼다.

탈레스를 호출하는 것이었다.


“가능한 죽이진 말고, 교훈만 좀 알려주게나. 사람을 가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그런 가르침 말일세.”


탈레스는 귀찮다는 듯, 터덜터덜 걸어 나왔고 곧장 다가갔다.

놈들이 놀라 죽창을 비롯한 벌목할 때 쓰는 도끼 등 조잡한 무기를 휘두르면 맨손으로 잡아 날리곤 아주, 아주 가볍게 툭 쳤다.


“커 – 억.”


물론 그것만으로도 피를 토하고 떼굴떼굴 구르고 난리가 났지만.


“잘 배웠지? 눈 착하게 뜨고 다녀.”


그렇게 탈레스가 돌아오면 마차는 다시 출발했다.

생각보다 위험 없이 나아가는 가운데, 탈레스와 제논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두가 침울한 가운데 둘만 미친놈인지, 정신이 멀쩡했기에.


“근데 왜 다 살려줍니까? 저런 애들은 죽어도 되는 애들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쓸데없이 피를 묻히는 건 좋아하지 않네. 난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죽이지 않는다네.”


이렇게 탈레스가 묻고 제논이 답하는가 하면,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아낙시만드로스는 요구자가 원하는 대로 몸을 개조하고 진화의 가능성을 주는 대신에 뭘 하나 가져간다고 하더군.”

“그 뱀 대가리에 달린 인간은 뭘 주었던가? 혹시 고자였나? 그걸 주었나?”

“아니, 이 미친 영감. 아무리 그래도 설마 그걸 줬을 라고. 애초에 남잔지, 여자인지 분간도 안 갔어.”


제논은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기도 했지만, 대체로 상식이 풍부해서 탈레스의 지식엔 큰 도움이 되었다.

탈레스는 자신들과 싸운 것들이 오래전 기록으로만 존재하고 현재엔 거의 보이지 않는 것들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 놈들이랑 몇 번이나 마주친 자기들은 운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그럴 운명을 찾아갔었던 건지 잡생각이 들기도 했고.


이동 중간에 가끔 멈춰서서 토끼 같은 소형 동물과 베리류의 과일들을 구해와 식사 시간을 가졌다.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해, 제논과 탈레스가 번갈아 가며 다녀왔고 남은 이는 왕녀와 함께 식사 준비 및 부상자 돌보기를 맡았다.

칼은 투덜거리기를.


“이렇게 약해서야. 스승님 뵐 낯이 없어. 원수를 갚기는커녕, 짐짝이 된 꼴이라니.”

“단련, 단련해야 한다. 정진해야 해. 스승님의 뜻을 이어야 해.”


칼은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혼자서 중얼거리다 왕녀가 건네면 겨우 음식을 먹곤 했다.


“먹어요. 잘 먹고 잘 쉬어야 싸움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살아남은 자에겐 살아야 할 의무가 주어지는 법이에요.”


칼은 왕녀의 명을 거절하지 못했다.

맞는 말이기도 했고.

탈레스는 다른 이들이 침울한 것과 달리 멀쩡한 제논을 보고 의아해서 묻기도 했다.


“흠. 제자도 있었던 것 같은데 괜찮으신가요? 괜히 멀쩡하신 척, 그럴 필요 없는데.”

“때가 되면 다 가는 법이지. 나도 그럴 걸세. 떠나간 전우를 위해선 슬픔보다 더 나은 계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네.”


제논의 말에선 풍부한 경험이 묻어났다.

잘은 모르지만, 젊은 시절 싸운 괴수들 이야기도 그렇고 만만치 않은 상대가 많았던 것으로 보아, 아마 많은 동료를 떠나보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냉정을 유지할 수 있을 테고.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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