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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DUMMY

제논은 수염을 괜히 한번 매만지더니 초상화 인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름은 바바라, 북부 야만인 출신일세. 보다시피 우직함과 용맹을 두루 갖춘 여전사일세.”

“전사의 기개와 포기를 모르는 강인함을 지녔지만 여기 언어가 좀 약한 게 흠이라네.”


말 그대로 투박하게 생긴, 진짜 오크라고 불러야만 될 것 같은 사람이 그림에 있었다.

그 후 제논이 손짓 한 번으로 있던 걸 날려 보내고 새로운 걸 그리기 시작했고.


“이름은 이트사, 보다시피 수인이지. 민첩하고 생존에 능하지.”

“심지어 변신도 가능하다네. 단순한 수인이 아니라, 드루이드를 닮은 특수한 능력도 있다네.”

“쓸 수 있는 언어도 많아서 아주 다재다능한 인재라네. 바바라도 이트사가 데리고 왔어.”


말을 마친 제논은 다시 그림을 날렸고, 아마 마지막이 될 동료를 그렸다.

탈레스는 제발 사람 같은 거 하나라도 있길 바랐고.


‘이쁜 여자는 바라지도 않는다. 별 희한한 것들만 집합시키지만 마라.’


탈레스의 기원이 닿은 건지, 아닌 건지, 그려진 초상화의 얼굴은 정상적인 여성이었다.

뭔가 동글동글해서 아직 어려 보이긴 했지만.


“다음은 위로우라네. 대지 마법을 주로 다루고 보조적인 마법도 할 줄 아는 게 많지.”

“마법사답게 박학다식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걸세.”

“다만 걷는 게 조금 느리단 점과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어려워하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


제논은 말을 마치며 그건 자네가 잘 이끌어 줄 수 있을 거란 이야기를 덧붙였다.

탈레스는 체력이 약하고 사람과 어울리는 걸 안 좋아하는 거라고 여겼고.


‘그거야 뭐. 뭐가 문제 되겠어. 수인하고 오크...인간이긴 한데, 어쨌든 저렇게 눈에 띄는 듀오가 있는데, 그 정도야.’


탈레스는 지금 짜인 팀의 최대 단점이 눈길을 너무 많이 끄는 거라고 여겼다.

아무래도 이곳에 와서 처음 보는 수인, 고릴라 같은 인간도 처음이었으니.


“사람 모으느라 힘들었네. 아무래도 동부 지리, 그리고 도시 문화와 필요에 따라 보조 마법도 필요할 테고 적합한 인재를 얻기란 어려우니.”

“거기에 뭐가 등장할지 모를 밀림을 지나는데, 적게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눈길을 끌 만큼 많은 인원도 넣을 수도 없고.”

“정말로 힘들게 구한 거라네. 필요한 능력은 꼭, 꼭 알맞게 다 넣었네.”


제논은 할 일에 대한 설명과 보상 약속까지 끝냈다며, 탈레스의 역할은 오로지 이 팀의 중심을 잡고 목적을 이루고 오는 것이라 말했다.

이번 일의 성공 여부에 따라 이올린의 거사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날 거라면서.


“칼디아 왕국 사람들이 대거 동요하고 있네. 두 왕자 모두가 광신자들과 손을 잡았으니.”

“하지만 대체재도 없는 상황이지. 전하를 선택하자니, 사실 전하의 이미지도 썩 좋진 않거든.”

“샤르데나 왕국 출신도 있지만, 사악한 마녀의 딸이란 소문이 너무 크네. 다들 멍청한 이야기를 너무 믿고 있어. 쯧.”


제논은 혀를 차며 또 날아갈 준비를 했다.

트라키아의 ‘검은 바다’란 술집에서 저들과 합류하라면서.

그리고 동부와 남부가 간략하게 그려진 지도와 함께 왕자와 시비가 나타났다는 곳, 예상 이동 지점 등을 모두 표기했다.

이곳 전부를 찾아보라는 말과 함께.


“자넨 이들을 이끌고 가기만 하면 되네. 위로우와 이트사가 알아서 할 거야.”

“이트사에겐 1왕손의 체취가 남은 의복을, 위로우에겐 칼디아 왕손들의 피를 좀 건넸네.”

“찾아내는 건 이들이 할 거야. 구심점만 잘 잡아 주게.”


할 말을 모두 마친 제논은 날아갔다.

탈레스는 허탈한 얼굴로 떠날 채비를 했고.


물론 길을 잘 모르는 만큼, 이번엔 그냥 갈 생각이 없었다.

전쟁으로 인해 마차를 타는 비용이 상당히 비쌌지만, 그 정도 여유는 있었다.

여기에 먹거리까지 다 사고 나니 남은 게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돈을 너무 막 쓴 것 같단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이 세계 오고 처음 사귄 친구이기도 하고, 성공도 할 것 같으니까.


툴레에서 트라키아까지 그리 멀진 않았다.

마차가 그렇게 빠르지 않았던 것 같은데, 하루 반 정도 만에 도착했으니까.


들어가는 것도 편했다.

로우힐에서 배운 새끼와 약지에 은화 끼우기 수법을 쓸 필요가 없었다.

전쟁 영웅이니까.


탈레스는 경비병들의 인사를 받으며 트라키아에 입성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도시였는데, 사람들 대부분이 밝고 활달해 보였다.

건물들은 오밀조밀하게 붙어서 있었고, 대부분 사각형의 하얀색이었다.

밑으로 보이는 바다도 나름 아름다웠고.


탈레스는 감상을 마치기도 전에, 이곳의 권력자들에게 가야만 했다.

경비병에게 소식을 들은 그들이 전쟁 영웅에게 이야기를 듣길 원해서.


거의 이틀이나 잡혀서 대화를 마친 후에, 탈레스는 함부로 이 입장권을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음식은 꽤 괜찮긴 했지만, 이렇게 붙잡혀서 시간 낭비할 만큼은 아니었기에.


너무 쓸데없이 늦어버린 탈레스는 빠르게 검은 바다란 술집을 찾아갔고, 곧 난장판을 마주했다.

문을 열기도 전에 무언가 부서지고 날아다니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난쟁이 똥자루여서 그런가, 마음도 좁네. 그런데 어쩌지? 네 힘도 작디작은 몸만큼이나 볼품이 없는걸?”


갸르릉 소리가 섞인, 비웃음이 담긴 여성의 목소리가 문틈으로 들려왔다.


“시발! 어디 모자란 고양이 새끼가 사람 흉내를 내고 지랄이야.”


저걸 답하는 약간 앳된 목소리도 같이 들렸고.

동시에 나무 바닥이 부서지고 칼이 뽑히는, 금속음도 선명히 잘 들렸다.

탈레스는 바로 문을 세게 차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어지러운 광경에 한숨을 쉬며 참여했고.


‘오크, 수인 듀오인 것 같은데. 꼬맹이랑은 왜 싸운 거지?’


멀리서 봐도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외모를 지닌 듀오가 탈레스 무릎에나 올 것 같은 작은 아이와 싸우고 있었다.

탈레스는 빠르게 뛰어 오크, 아니, 바바라의 거대 양손 해머를 맨손으로 막고 공중에서 수직 낙하하는 이트사의 쌍칼을 박치기로 받았다.


“록 스피어!”


그리고 등 뒤에서 날아드는 돌창을 그대로 맞았고.

돌창은 탈레스의 자세를 무너뜨렸지만, 뼈를 뚫진 못했다.


“뭐, 뭐야?”


조그만 아이, 그리고 이트사로 추정되는 수인은 당황하며 물러났다.

반면 바바라로 추정되는 오크, 아니 여성은 흡족한 얼굴로 해머를 던지고 맨손 격투를 시작했다.


“좋.다.”


어딘가 어색한 남부어, 그리고 오크를 닮은 외모.

탈레스는 그런 그녀와 난투극을 벌였다.


* * *


“첫인상이 최악이야.”


탈레스는 피멍이 든 얼굴을 문지르며 말했다.

갸르릉 거리는 수인, 이트샤도 고개를 끄덕였고.

아까 그 꼬마, 난쟁이 똥자루, 진짜 난쟁이였다.

노움이라는 이 여성, 위로우라는 마법사도 동의하는 표정이었다.

유일하게 오크, 아니 인간 여성 바바라만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기절해 있었고.


지금 이들은 트라키아 바깥의 초원에 노숙 중이었다.

첫 만남, 첫인사와 함께.

난투극으로, 뭐 탈레스는 그냥 넘어갔지만, 나머지는 모두 추방령을 받았다.


“그래서 이젠 어쩔 거지? 네가 리더라며, 뭘 할지 좀 들어보자.”


이트사란 수인은 나무에 기대 팔짱을 끼고 내려다보는 눈으로 말했다.

목소리에 이미 너 따위가 리더? 란,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탈레스가 화를 꾹 누르고 대답하려는 찰나, 다른 이가 화답했다.


“흐. 어디서 짐승 새끼가 사람 흉내를 내네.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그냥 들고양이 새낀데.”


위로우는 이트사를 흘겨보며 말했다.

이트사는 조용히 쌍 단검을 꺼내 들었고.


“시발. 또 싸우면 니년 둘 다 내 손에 뒤진다.”

“이트사, 널 잡아 찢어 죽이는 데 얼마 걸린다고 생각해?”

“위로우, 네 머리통을 박살 내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아.”


탈레스가 둘 사이에 긴 칼을 내던지며 말했다.

팀 전체엔 침묵이 맴돌았고.

그리고 바바라가 깨어났다.

꼴통 오크가.


“좋.다.”


바바라는 탈레스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주먹을 올렸고.


탈레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한 번 두들겨 팼으면 됐지, 또 해야 하나 싶어서.


“야만인들 인사법이야. 머리를 세게 박아주면 끝이야.”


이트사는 여전히 팔짱 낀 채 탈레스에게 말했다.

바바라와 탈레스는 머리를 세게 박았고.


쿵 -


큰 바위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만족한 바바라의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돌대가리들만 모아놨네. 앞으로 여정이 험난하겠어.”


위로우는 그걸 보며 한숨을 쉬며 말을 내뱉었고.


“일단, 너네가 뭘 받기로 했는진 모르겠지만, 임무 완료할 때까진 서로 싸우는 건 금지야.”

“일 끝나면 죽이건 살리건 관여하지 않을게.”


탈레스는 스트레스가 마구 솟는 걸 느끼며 상황을 정리했다.

만족한 바바라와 달리, 이트사와 위로우는 상당히 불만이 많은 듯했지만, 보상 때문인지 탈레스의 말을 따랐다.


“우선 우리가 처음 갈 곳은 플라타이아란 곳이야. 그곳에 도착하면 탐색에 관한 건 이트사와 위로우의 판단 아래 진행한다.”

“난 지리에 약해. 따라서 이동에 관한 건 이트사가 전담해.”


탈레스는 머리를 감싸면서도 할 일을 차근차근 마무리했다.

우선 역할 배분이었다.

파티에 짐꾼 및 전투 시 전위는 바바라, 탐색 및 지리, 중위는 이트사, 상황에 따른 전략 수립과 후위는 위로우에게 맡겼다.

탈레스는 최종 결정과 짐꾼, 정찰, 전략 수립 세 가지 다 하고, 싸움이 벌어지면 바바라와 마찬가지로 전위를 맡기로 했다.


“알겠지? 싸움이 벌어지면 이트사는 위로우를 지키면서 전위 보조, 위로우는 원거리 공격하는 놈이나 위험한 놈 먼저 잡아.”

“바바라, 너는 나랑 마찬가지로 지키는 걸 우선해. 만약 빠르게 잡아야 하면 내가 다녀올 테니까.”


탈레스는 행군 중 소규모 적과 부딪칠 때의 교전 수칙을 상세히 알려주었다.

다들 대충 넘기는 분위기였지만.

지도 보고 길 찾는 건 이트사 몫이었는데, 나쁘지 않게, 그렇다고 좋지도 않게 해냈다.

길 자체는 맞게 가는 것 같은데 썩 편하진 않았다.


“이트사, 꼭 이런 길로 가야 하나? 사람 다니는 길은 없어?”

“흐. 나약한 소리. 동부 소식은 잘 모르나 본데, 리자드맨이 게릴라전을 펼쳐서 아무 데서나 막 튀어나와. 도적놈들도 많이 생겼고.”


탈레스의 질문에 이트사가 논리를 겸비한 답변을 했다.

리자드맨 무리가 손쉽게 격파된 남부와 달리, 동부 쪽은 아테나이 방면을 제외하면 혼란스럽다고.

무너져서 사라진 도시가 있을 정도로 리자드맨의 공세가 강하다고.


거기에다 남부와 달리 모여서 한 방 형태의 공격이 아니라 소규모 무리 여럿이 나뉘어서 습격하는 상황이 많다고 한다.

추가로 유랑민, 먹고 살기 힘들어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도적이 되어 도리어 다른 인간 습격을 많이 한다고.


“대로로 가면 수시로 싸워야 할 거야. 반면 이런 울창한 길은 조금 강한 놈 한둘 상대하는 걸 제외하면 그리 싸울 일이 많지 않지?”

“아무리 돌대가리라도 내 말은 이해하겠지?”


이트사는 갸르릉 거리며 탈레스를 보며 말했다.

탈레스는 눈살을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울창한 숲을 헤치며 나아가던 팀은 해가 저물자, 캠프를 준비했다.


“에효. 말이 통할 리가 없지.”


탈레스는 한숨을 섞어 말했다.

초기에 분명 역할을, 그러니까 야영 때 땔감 및 모닥불 준비는 바바라, 침낭을 펴고 바닥을 깨끗이 하는 건 위로우, 식료품을 꺼내어 먹기 좋게 준비하는 건 탈레스, 마지막으로 주변 정찰은 이트사.


하지만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었다.

위로우는 자기 주변을 돌로 두르고 그곳에 침낭을 깐 채 말린 과일을 우물거렸다.

잠도 거기서 자려 했고.

이트사는 나무 위로 올라가 거기서 뭘 사냥해서 생으로 먹으며 잠도 그곳에서 자려 했다.

바바라는 그냥 아무렇게나 먹고 침낭도 안 깔고 바닥에 누워버렸고.


탈레스는 불침번 순서 어쩌고 하다 때려치웠다.

아무도 그의 말을 듣는 놈이 없는 것 같아서.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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