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로 귀환했더니 생산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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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마키나
작품등록일 :
2024.08.22 02:05
최근연재일 :
2024.09.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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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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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난민(2)

DUMMY

푹. 푹. 푹.


골렘들은 고블린을 한 마리씩 상대했다.

녀석들이 휘두르는 몽둥이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고블린 정도로는 데미지도 안 입는다. 이거지?’


공격이 위협적이지 않으니 딱히 피할 생각도 안하는거다.

그렇게 순식간에 고블린 다섯 마리는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저 인형들 상당히 강한데요?”

“인형 아니야.”

“······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아연이.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검지를 펴서 흔들었다.


“최강 골렘 군단이다.”

“아······ 예······”


내가 원하던 반응이 아니다.

감탄하는 그런 느낌을 원했는데!


“어? 저쪽이에요!”


아연이가 가리킨 방향에는 지하철 역 입구가 보였다.


“왕십리역이구나.”


우리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왕십리역에 도착했다.

그 앞에 보이는 몇몇의 사람들.

아마, 역입구를 지키고 있는 모양이다.


“몬스터를 경계하는 걸까요?”


난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더 경계할 수도 있지.”


이런 미친 환경이 되면, 정상적인 생각을 하든 사람도 변하기 마련이니까.


“일단, 가볼까?”

“네!”


아연이와 나는 두 손을 올리고 천천히 다가섰다.


“도움이 필요해서 찾아왔습니다.”

“어디서 왔지?”


난 손가락을 들어 우리가 왔던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에서 온 사람들인데······”


내 이야기를 듣고 수군거리는 사람들.

잠시 대화를 나누나 싶더니 우리에게 무기를 겨눈다.


“무기는 없겠지?”


절대로 있다.

없을 리가 없지,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데.


“무기는 소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이니까요.”

“솔직하군.”


숨길 생각도 없다.

무기를 버리라고 한다면, 버리면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골렘들은 숨어있으라 명령해둬서 상관없다.


“역 안으로 무기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상관없겠지?”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나는 아연이를 한번 쳐다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만 보장된다면, 문제없죠.”

“쯧, 쓸데없는 소릴.”


내 발언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따라와. 리더한테 간다.”


싸가지 없게 반말하는 남자가 마음에 안 든다.

하지만, 어쩌겠나?

참아야지.


“가자.”

“······네.”


강압적으로 나오는 저들의 태도에 겁먹은 모양이다.


“괜찮아. 무서워할 필요 없어.”


내 말에 조금은 나아진 듯 표정이 풀린다.

그러곤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일단, 역 내부에서 지내는 피난민들의 얼굴은 좋지 못했다.

오랜 시간 먹지 못했는지 깡마른 체형의 사람들이 많다.


‘식량 확보가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


일반인들이라고 몬스터를 잡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약해질 대로 약해진 사람들이 그걸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지.


“이곳에 대한 정보는 좀 있어?”

“리더가 각성자라는 이야기 밖에······”


각성자?

그렇다면, 몬스터를 사냥해 사람들을 먹이는 게 가능할 터.


‘근데, 왜 저렇게 다들 마른 거지?’


의문이 든다.

혹시, 너무 약해서 몬스터를 잡지 못하는 건가?


똑똑.


남자가 조잡하게 지어진 간이 건물을 두드린다.


“리더, 역에서 지내고 싶다는 녀석들을 데려왔습니다.”


나한테는 반말 찍찍하더니, 자기 대장한테는 존댓말을 쓴다.


“어디, 얼굴 좀 보자.”


문을 열고 나오는 남자.


‘어쭈, 이 새끼 봐라?’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게 잘 먹는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은 삐쩍 꼴았는데, 본인만?

무언가 구린 느낌이 든다.


“흐음, 남자는 별 볼 일 없고.”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곧장 시선을 아연이에게 돌린다.


“여자는 반반한 게 딱 좋은데?”


불순한 의도가 있어보이는 발언.

하지만, 당장 나설 수는 없다.


“일단, 잘 지내봐요. 우리.”


내게 손을 내미는 남자.


파직-


어쭈? 손에 무언가 마법이 걸려있다.

난 서둘러 마나를 끌어 올려 손을 보호했다.


“예, 잘 부탁합니다.”


이 새끼 이렇게 대장 노릇을 하고 있었구만?

그리고 몸을 틀어 아연이에게 악수를 건네는 남자.


스윽-


난 그 앞을 막아섰다.


“만지면 옮는 전염병에 걸려있으니, 만지지 않는 게 좋습니다.”


내 말을 듣고 기분이 나쁜 듯 혀를 차는 남자.

그러고는 몸을 돌려, 원래 있던 곳으로 사라졌다.


“리더가 허락했으니, 너희도 우리 일원이다.”


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일원이 되었으니, 너네도 일해야겠지?”

“그렇죠.”


맞는 말이다.

함께 움직인다면, 생존 확률도 더 높아질 테니까.


“뭘 하면 되죠?”

“넌 수색조. 그리고 여자는······”


남자의 시선을 느끼고 몸을 작게 떠는 아연이.


‘여기 새끼들은 하나같이 눈이 마음에 안 드네.’


딱 봐도 나 불순한 의도가 있어요. 이렇게 광고해대는 녀석들이다.


“일단, 오늘은 쉬어라.”


그래도 신입이라서 유예기간은 주는 모양이다.


풀썩.


아연이와 나는 왕십리역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벽에 등을 기댈 수 있는 곳이나, 구석자리는 만석.

먼저 지내던 사람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다.


“새, 생각보다 좋은 곳 같지 않아 보여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눈치가 없어도 그 정도는 보일거다.


“나가고싶어?”

“하지만······”


섣부르게 선택할 수는 없겠지.

밖에는 몬스터, 그리고 안으로는 사람.

사방이 적이다.


“어떻게 할래?”

“일단, 하루만 두고 볼래요···”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제가 잘못 생각한 걸 수도 있으니까요.”


그것 나름대로 괜찮은 생각이긴 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리지 않을 거다.


‘내 오랜 감각이 그걸 이야기해 주고 있거든.’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아연이와 떨어져 수색조에 참여하게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새로 들어왔습니다.”


내 힘찬 인사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는 사람들.

하나 같이 눈이 죽어있다.


‘그 마법 때문인가?’


리더의 능력인 정신 붕괴일 거다.

효과는 말 그대로 정신이 천천히 붕괴하는 것.

그 때문에 저렇게 텅 빈 눈을 하게 된 거겠지.


“출발해.”


마치, 좀비 떼처럼 역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나도 그들을 따라 이동했다.


‘근데, 전부 다 남자네?’


여자는 하나도 없다.

물론, 보호 명목으로 그럴 수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호라니, 그것도 말이 안되긴해.’


그렇다면, 무언가 의도가 있다는 말인데······


“적이다.”


누군가가 몬스터를 발견하고 말했다.


“컹. 컹.”


다이어 울프.

내가 식량으로 썼던 녀석이다.


“도망칠까요?”

“······”


내 물음에도 아무런 대답 없는 사람들.

그 순간.


콰득!


다이어 울프가 달려들어 누군가의 목을 물었다.


‘안도망쳐?’


그 누구도 도망치지 않았다.

용감하다? 그런 느낌은 아니다.

그저, 자신의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것처럼 움직일 뿐.


퍽. 퍽.


심지어 저 빈약한 몽둥이, 그리고 녹슨 날붙이로 다이어 울프를 잡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정신 붕괴 뿐만 아닌가?’


정신이 무너져도 본능적인 공포를 잊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말이다.


“1호.”


일단, 지금은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것이 우선.


“끼릭.”


폐허의 잔해 속에 숨어있던 1호가 머리를 내밀었다.


“죽여버려.”

“끼릭!”


1호가 뛰쳐나가자, 그 뒤를 2, 3, 4, 5호가 따랐다.


“켕, 케엥······”


다구리를 맞고 쓰러지는 다이어 울프.

다른 사람들도 그 모습을 봤지만, 별로 놀라지 않은 모양이다.


“이거 뭐, 감정이 하나도 없는 인형 같네?”


오히려 내 골렘들이 더 인간적이다.


“정신 붕괴에 감정파괴라······”


아주 뭐, 사람을 병신으로 만들어놨네.

이 정도면 리더가 나쁜 사람이라는 건 확정이고.


“1호, 애들 데리고 따라와.”


분명 여자들을 데리고 나쁜 짓을 하고 있을 녀석들.

가서 확실하게 교육 시켜주고 와야겠다.


“끼릭!”

“몬스터?”


푹.


“끄아악! 습격이다.”


푹. 푹. 푹.


일단, 죽이지 않는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알았지?”

“끼릭!”


다섯 기의 골렘 습격은 그야말로 왕십리역의 재앙이 되었다.

그리고 도착한 이곳.


똑똑.


“안에 있는 거 다 아니까, 나오세요.”


묵묵부답.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럼, 뭐 부숴야지.”


주먹 끝에 마나를 모은다.

그리고.


펑!


조잡한 문 따위는 마나를 두른 주먹 한 방에 터져나갔다.


“사, 살려주세요.”


반나채로 덜덜 떨고 있는 리더.

그 주위엔 죽은 표정의 여자들이 서 있었다.


“여자들 전부 헐벗겨놓고 뭐하냐?”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각성했다는 녀석이 결국 힘으로 개짓거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빠······”


겁에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아연이.

다행히 일이 생기기 전에 내가 도착한 것 같다.


“역시, 사람이 제일 무서워.”


어쩌면 몬스터 보다 더 무서운 게 사람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도 무서운 사람이 되기로.


“묻는거에 잘 대답하는게 좋을거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녀석의 손가락질을 하나 꺾는다.


빠득-


“끄아악!”

“대답.”

“아, 알겠습니다.”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여기서 왕 노릇을 한지 얼마나 된거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1년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을 노예로 부려 먹었다?

이건 뭐, 인간쓰레기가 아니고 핵폐기물 정도 되는 것 같다.


“사용한 마법을 해제하는 할 수 있나?”

“있습니다!”


물론 나도 할 수 있다.

마법을 잃기 전 나라면 말이지.

지금은 해제 마법을 사용할 수 없기에 녀석에게 맡겨야 한다.


“뭐해? 빨리 가서 풀어.”

“알겠습니다!”


겁에 잔뜩 질린 돼지는 서둘러 사람들에게 건 마법을 풀기 시작했다.


“전부 풀었습니다.”

“따라와.”


마법에서 풀려난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돼지를 때려죽이려 했다.


‘아직 죽일 때가 아니야.’


아직 물어봐야 할 것들이 많다.

그래서 난 녀석을 데리고 역 밖으로 나갔다.


“서, 설마 몬스터한테 날 던져 버리려고?”

“똑바로 대답 안하면 그렇게 될거야.”


난 녀석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어 질문을 이어갔다.


“다른 각성자를 만나본 적 있나?”

“두 명 정도를 만났습니다······”


많으면 더 좋겠지만, 괜찮다.


“그 녀석들도 너처럼 약하냐?”

“······”


약하냐고 묻는 말에 기분을 나빠하는 것 같았지만, 뺨을 한 대 때리자 곧장 착한 눈으로 변했다.


“1대1로 싸운다면 제가 제일 약하겠죠···”

“다른 녀석들의 능력은?”

“한 명은 신체를 강화하는 각성 스킬을 사용했고······”


각성 스킬.

녀석들이 사용하는 능력을 스킬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또 다른 녀석은 불마법을 사용했습니다.”


정신계열 마법을 사용한 이 돼지랑 다르게 살상력 있는 마법을 쓰는 녀석.


‘당장 마주치면, 위험할 수 있겠네.’


그리고 또 한 가지.


“다른 각성자들도 다 너처럼 못되처먹었냐?”

“······그건, 아닐겁니다.”


그래도 양심은 있다.

지가 못돼먹은 줄은 알고 있으니까.


“사람마다 다르다······ 결국 각성자도 사람이라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나는 녀석의 얼굴에 내 얼굴을 가져다 대며 물었다.


“넌 왜 사람 새끼가 아닌 거냐?”

“······에?”


인간도 아닌 녀석한테 베풀 자비는 없다.


“누가 그러더라, 벌은 달게 받으라고.”


난 곧장 골렘들을 불렀고.

돼지는 무수히 많은 창에 온몸에 구멍이 뚫려 생을 마감했다.


저벅. 저벅.


난 다시 역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여러분들한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시작한다.


“돼지는 죽었고. 앞으로 여긴 제가 관리할 겁니다.”


그래, 오늘부로 여긴 내가 먹는다.

싫은 사람이 있다? 그러면······


“싫으면 나가서 몬스터랑 좋은 시간 보내십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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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놀이공원(1) 24.09.10 249 6 12쪽
21 21화 잠실역(3) 24.09.09 280 10 12쪽
20 20화 잠실역(2) 24.09.08 306 10 12쪽
19 19화 잠실역(1) 24.09.07 320 9 12쪽
18 18화 미네르바(2) 24.09.06 349 11 12쪽
17 17화 미네르바(1) 24.09.05 373 11 12쪽
16 16화 침략자(1) 24.09.04 371 10 12쪽
15 15화 지하철(2) 24.09.03 402 10 12쪽
14 14화 지하철(1) 24.09.02 420 11 12쪽
13 13화 확장(2) +1 24.09.01 439 13 12쪽
12 12화 확장(1) 24.08.31 473 12 12쪽
11 11화 게이트 브레이크(4) 24.08.30 478 12 12쪽
10 10화 게이트 브레이크(3) 24.08.29 501 11 12쪽
9 9화 게이트 브레이크(2) 24.08.28 525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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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약탈자(2) 24.08.26 596 13 12쪽
6 6화 약탈자(1) 24.08.25 634 13 12쪽
5 5화 디펜스 타워(1) 24.08.24 690 15 12쪽
4 4화 인간의 적(1) 24.08.23 745 14 12쪽
» 3화 난민(2) 24.08.22 818 16 12쪽
2 2화 난민(1) 24.08.22 906 18 12쪽
1 1화 귀환(1) 24.08.22 1,085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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