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로 귀환했더니 생산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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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마키나
작품등록일 :
2024.08.22 02:05
최근연재일 :
2024.09.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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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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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게이트 브레이크(2)

DUMMY

“흑흑, 난 결국 여기서 뒤지는구나!”


중형 골렘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남자.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얼굴의 공포가 죽음을 직감한 듯 보인다.


“이런 시발, 이제 와서 각성하면 뭐 해! 스킬은 써보지도 못하고 뒤지네!”


각성? 지금 각성했다는 말인가?

그의 말이 사실이라도 되는 듯 그 주변에 마나가 모여들었다.


“신이시어, 거기 계신다면 절 좀 살려주세요.”


나는 남자의 앞으로 다가갔다.


“시, 신이시어?”


아니다.

난 무릎을 꿇은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기도를 들어주셨군요!”


다시 말하지만, 나는 신이 아니다.


“저는 사람입니다.”

“그, 그럼 저를 구해주시려고?”


그럴 리가 없다.

애초에 위험에 빠진 적도 없으니까.


“아닙니다. 얘들은 제가 만든 녀석들입니다.”

“어억······ 그럼, 역시 절 죽이려고?”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습니다.”

“아······?”


내 말을 들은 남자의 얼굴이 붉어진다.

자신이 했던 행동이 창피한 모양이다.


“설마, 다 들으셨어요?”

“전부.”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허허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진정이 된 남자는 나를 바라봤다.


“저를 좀 거둬주십시오.”


만난지 얼마나 됬다고 나한테 거둬달래?

이상한 사람이다.

나는 그를 외면하며, 몸을 틀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자, 잠깐만요!”


귀찮게 내 팔을 붙잡는 남자.

나는 그런 남자를 살짝 밀었다.


“제가, 각성했습니다. 그것도 방금 말이죠!”

“그런데요?”

“이야기를 하, 한 번만 들어 봐 주세요.”


각성이고 각설이고 나랑 상관없다.

그래봤자, 나한테 도움이 될 리가 없으니까.


“무슨 스킬을 얻었는데요?”


그래, 불쌍하니까 한번 들어나 보자.

얼마나 대단한 능력이길래······


“요리 스킬을 얻었습니다.”


요리?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각성 전에도 제가 요식업을 했는데, 이런 보잘것없는 스킬을 얻을 줄은······”


아니다.

지금 나한테 가장 필요한 게 뭘까?

그것은 맛있는 음식이다.


거지같은 몬스터 고기로 이루어진 식단.

그것을 바꿔줄 한 줄기의 희망이 보였다.

난 남자의 손을 덥썩 잡았다.


“안민걸입니다. 성함이?”

“구인상입니다.”


그래, 어쩐지 인상이 좋더라니!

이름도 아주 인상적이다.


“그래요. 인상씨 앞으로 잘해봅시다!”

“저, 정말입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음이 놓인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구인상.


“근데, 왜 절 따라오고 싶어 하십니까?”


근본적인 질문부터 해보자.

왜 하필이면 날 따라오려 하는 걸까.


“이렇게 강해 보이는 몬스터를 부리는 사람이면, 엄청 대단한 각성자가 아닐까 했죠!”


몬스터도 아니고, 각자도 아니다.


“이 녀석들은 몬스터가 아닙니다. 제가 마법으로 생산한 녀석들이죠.”

“마법? 생산······? 제가 각성은 처음이라 잘 모릅니다.”


귀찮으니까, 설명은 하지 않는다.

아무튼 나쁜 의도는 없다 이거잖아.


“왜 혼자 계셨습니까? 원래, 지내던 곳은?”

“원래 지내던 곳이야 있었죠······”


말끝을 흐리는 게 무슨 사연이 있어 보인다.


“흐흑!”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구인상.

그는 옷 소매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식량도 없는데 요리 잘해서 뭐 하냐고 쫓겨났습니다.”

“······그렇군요.”


무슨 대단한 사연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내 미지근한 반응에 당황하는 그.

그는 창피한 듯 혼자 허허 웃으며, 등을 돌렸다.


“아무튼 그런 사연이 있습죠······ 잘 부탁드립니다.”


요리 스킬이 생겼으니까, 쓸모가 없지는 않을 거다.

식량이야 뭐, 구하면 되니까.

어떻게든 부려 먹으면 되는 거다.


‘여유가 생기면, 밭이라도 만들어볼까.’


재배를 통해 자급자족할 수 있다면, 식사의 선택지도 늘어난다.


“바로 돌아가기엔 멀리 나왔으니까, 일단 같이 가시죠.”

“근데, 어디로 향하는 길이셨습니까?”

“게이트요.”

“게, 게, 게······ 게이트요?”


몸을 벌벌 떨기 시작하는 구인상.

나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니면, 혼자 왕십리역으로 가는 방법도 있어요.”


고개를 돌려 내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는 그.

구인상은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흔들었다.


“그게, 더 위험할 것 같습니다. 따라갈게요······”


힘없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좋은 판단이다.


“가는 길에 고블린 한 마리만 마주쳐도 저는 즉사입니다. 즉사!”


자기 목을 긋는 시늉을 하는 구인상.

나는 그런 그를 지긋히 바라보았다.


“뭐, 뭡니까!”

“생각을 좀 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방정맞은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있는 걸까.

뭐, 그런 생각을 좀 했다.


“조심히 잘 따라오세요. 멀리 떨어지지 말고.”

“아, 알겠습니다!”


그는 내게 다가와 내 옷자락을 손끝으로 잡았다.

그 모습이 마치, 수줍은 소녀 같아서 기분이 불쾌해진다.


“이렇게 가까이 붙을 필요는 없는데······”

“헤헤, 그렇습니까?”


바로 손을 떼고 떨어지는 구인상.

아주 눈치가 빠른 남자다.


“가자.”

“”“끼릭!”“”


게이트로 향하는 길목.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몬스터의 숫자가 많아진다.


“게이트 입구라서 그런지 몬스터들이 많군요.”

“그러게요.”

“근데, 민걸씨는 몇 살이십니까?”

“스물여덟입니다.”


그런데 이제 200년을 곁들인 스물여덟이다.


“저, 저보다 형이셨네요?”

“거짓말하지 마라.”

“······에?”


놀라서 속마음이 튀어나와 버렸다.

어떻게 저 얼굴이 나보다 동생이란 말인가?

아니, 동생인 건 상관없다.

무슨 연유로 그렇게 늙었냐가 중요한 거지.


“몇 살이신데요?”

“스물일곱입니다! 그나저나 존대 안 하셔도 됩니다.”

“······”


고개를 살짝 숙일 때마다 보이는 정수리.

그 적은 숱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든다.


‘진짜, 저게 나보다 동생이라고?’


상당히 진행된 원형탈모 덕분에, 당연히 나보다 나이가 많은 줄 알았다.


“그······ 머리는 어떻게 된 건데?”

“아, 이거 말입니까?”


그래, 그 정수리가 휑한 이유가 뭔데?


“제가 원래 탈모약으로 연명했는데······”

“했는데······?”

“몬스터들 때문에, 더 이상 약을 못 구해서 이렇게! 하하하.”

“······그렇구나.”


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웃고는 있지만, 구인상의 눈이 슬퍼 보였기에······


“어? 거의 다 온 모양입니다.”


그의 말처럼 먼저 나아가던 중형 골렘들이 멈추어 섰다.

그리고 그 앞에 보이는 거대한 문.


“아직도 몬스터들이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그래, 나도 보는 중이야.”


열린 문, 그 뒤로 보이는 다른 세계.

밖에서 봤을 때 문의 뒤편은 없지만, 열린 공간은 또 다르다.


‘저게, 게이트구나······’


아르디페이아에서 사용하던 마법 하나가 떠오른다.


‘마치, 차원 문 같네.’


다른 공간으로 연결된 차원 문.

그것을 커다란 형태로 만들면 딱 저런 모양일 거다.


“근데······ 부서져 있네요?”


게이트의 문 아랫부분이 부서져 있다.

그 때문에 게이트가 닫히지 않고, 몬스터들이 빠져나오는 것.


“그래서 게이트 브레이크라 부르는 거구나.”


구인상이 흥미롭다는 듯 턱을 쓸었다.

그리고 난 그런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턱.


“뭐해? 가야지.”

“지, 진짜 가는 겁니까?”

“그러려고 온거야.”

“으아······”


나는 시선을 돌려, 중형 골렘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끼릭!”


움직이는 중형 골렘들.

녀석들은 먼저 게이트의 입구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크륵······”

“키엑!”

“취익.”


몬스터들의 종류는 다양하다.

다이어 울프, 고블린, 오크가 주를 이뤘고.

다른 개체들은 간간이 보였다.


“개체 수가 제일 많은 건 역시, 고블린이네요?”

“임신 기간도 짧고, 한 번에 새끼를 많이 낳으니까.”


그리고 성장에 걸리는 시간도 짧다.

그렇기에 약하지만, 많은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있는 것.


“와······ 물량 공세다. 이겁니까?”

“그런 셈이지.”


무리를 지으면 상대하기도 까다롭다.

생각보다 똑똑하고 영악한 녀석들이니까.


서걱.


“키에엑······”


하지만,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는 무리를 짓는 것도 소용없다.


“형님, 골렘들 엄청나게 강하네요?”

“여기서 당할 거면 오지도 않았어.”


하급 몬스터한테 중형 골렘이 질 리가 없다.


“끼익!”


거대한 무기를 휘두르며, 몬스터들을 학살하는 중형 골렘들.

그 뒤를 이어 소형 골렘들도 공격을 시작했다.


“여기 있어도 되는 겁니까······?”

“안될 건 없지.”

“하, 하지만!”


구인상이 말을 더 이으려던 그때.


“취익.”

“이, 이럴 줄 알았어! 형님, 빨리 도망······”


푸욱.


“······형님?”


내가 찌른 검에 머리가 뚫려 쓰러지는 오크.

구인상은 그 모습에 당황한 듯 자리에 멈춰섰다.


“워, 원래 그렇게 강하신가요?”

“왜 내가 약하다고 생각하는 건데?”


질문을 질문으로 되돌려준다.

물론 여기까지 오면서 골렘들에게 싸움을 전부 맡겼다.

하지만, 그게 내가 약하다는 뜻은 아니지 않나?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당연히······”

“떨어지지 말고 붙어있으라고 했잖아.”

“아, 알겠습니다!”


도망치기 위해서 일어났던 몸을 다시 낮추는 그.

그리고 내 옆으로 다가와 조심스레 붙었다.


“그렇게 딱 달라 붙을 필요는 없다니까.”

“네에······”


속상한 척해도 소용없다.

남자가 달라붙는 건 달갑지 않으니 말이다.


“거의 다 끝난 것 같은데요?”


그 말처럼 상황은 거의 정리된 모양이다.

제대로 서 있는 몬스터들이 거의 없으니까.


“으, 징그러운데요······”

“익숙해져. 안으로 들어가면 계속 이럴 테니까.”


살육의 현장.

몬스터들이 살아있을 때와는 또 다른 공포.


철퍽. 철퍽.


피가 고여 걷는 것조차 불편하다.

그리고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


“빠, 빨리 들어가시죠.”


구인상은 미간을 찡그리며, 게이트로 먼저 걸어갔다.


“조심해, 아직 살아있는 녀석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히, 히엑······!”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다시 돌아오는 그.

그는 내 뒤로 몸을 숨겼다.


“같이 가시죠. 형님······”


몬스터 사체의 산을 넘으며, 게이트로 향한다.

그리고 게이트 앞에 섰을 때 난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혹시 모르니까.”


그래, 아티팩트가 떨어졌을 수도 있다.

물론 몬스터 내부에서 발생하는 아티팩트는 희귀하지만······

혹시 모르잖아?


“없네.”

“뭐가요?”

“그런 게 있어 인마!”


아무리 둘러봐도 아티팩트의 아도 보이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서려던 그때.


“저기 무슨 반지 같은 게 있는데요?”

“바, 반지?”


난 서둘러 몬스터 사채의 틈을 비집고 반지를 꺼내왔다.


“찾았다······”


은색 그리고 그 주위로 붉은 물결무늬가 있는 반지.

분명 내가 아는 그 아티팩트가 맞다.


치직.


마나를 흘려 넣자 반응하는 반지.

확실하게 마법이 담겨있다.


“파이어 볼.”


화륵!

화염구의 반지.

그 이름답게 파이어 볼 마법이 담겨있는 아티팩트다.


“혀, 형님 스킬이 대체 몇 개······”


내가 마법을 사용하자 놀라 달려오는 구인상.

나는 녀석에게 반지를 보여줬다.


“아티팩트야.”

“저도 들어 본적은 있는데,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요.”


그 말은 아티팩트를 사용하는 각성자가 있었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녀석들은 사용법을 제대로 모를 거다.


“파이어 볼.”


화륵!!


이렇게, 마나를 주입하는 양을 늘리면.


“허, 허억!”


점점 거대해지는 파이어 볼.


“이거 뭐, 오크 몸통만 한대요? 원래 아티팩트가 이런 겁니까?”


애초에 각성자들이 마나의 흐름을 알 리가 없다.

그렇기에 아티팩트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을 터.


“이게 제대로 된 사용 방법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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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잠실역(3) 24.09.09 281 10 12쪽
20 20화 잠실역(2) 24.09.08 306 10 12쪽
19 19화 잠실역(1) 24.09.07 320 9 12쪽
18 18화 미네르바(2) 24.09.06 349 11 12쪽
17 17화 미네르바(1) 24.09.05 373 11 12쪽
16 16화 침략자(1) 24.09.04 371 10 12쪽
15 15화 지하철(2) 24.09.03 402 10 12쪽
14 14화 지하철(1) 24.09.02 420 11 12쪽
13 13화 확장(2) +1 24.09.01 439 13 12쪽
12 12화 확장(1) 24.08.31 473 12 12쪽
11 11화 게이트 브레이크(4) 24.08.30 478 12 12쪽
10 10화 게이트 브레이크(3) 24.08.29 501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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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약탈자(2) 24.08.26 59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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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디펜스 타워(1) 24.08.24 690 15 12쪽
4 4화 인간의 적(1) 24.08.23 745 14 12쪽
3 3화 난민(2) 24.08.22 818 16 12쪽
2 2화 난민(1) 24.08.22 907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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