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로 귀환했더니 생산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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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마키나
작품등록일 :
2024.08.22 02:05
최근연재일 :
2024.09.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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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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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화 잠실역(3)

DUMMY

서걱-


데스트리의 뿌리를 잘라내며, 앞으로 나아간 지 10분이 흘렀다.


“이거, 뭐 끝이 없는데?”

“그러게······”


뿌리가 잘려 공간이 만들어지면, 그곳을 다른 뿌리가 채운다.

마음 같아서는 파이어볼로 전부 태워버리고 싶지만······


‘쓸 수 있는 물건은 최대한 챙기는 게 좋겠지.’


식량이야 상관없지만, 생필품이나 의약품은 챙길 수 있을 때 챙겨두는 것이 맞다.


“미네르바, 어느 정도 온 거야?”

“대략 6퍼센트 정도 가까워졌습니다.”

“······아직도 그 정도라고?”

“그렇습니다.”


데스트리의 뿌리가 생각보다 더 질기다.

소형 골렘들의 노력 덕에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콰득.


“끼릭··· 끼릭···”


가끔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공격을 하는 데스트리.

그 덕분에 상처 입은 골렘들의 숫자도 점점 늘어났다.


“방법이 없을까?”

“마법을 사용할까요?”


내게 묻는 미네르바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마나는 비상시를 대비해 아껴야 한다.


“힐! 어······?”


골렘을 치유하던 정현상의 놀란 목소리.


“무슨 일이야?”

“기분 탓인지 모르겠는데, 내가 힐을 쓸 때마다······”


그는 데스트리의 뿌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힐.”


화아악!


정현상의 손 끝에서 따스한 초록의 빛이 터져나왔다.


스르륵······


‘설마, 힐을 피하는 건가?’


근본적으로 성스러운 마법으로 생명을 회복시키는 힐.

그리고 생명력을 흡수하는 데스트리.


‘상반된 힘을 가지고 있어서······’


방법이 생겼다.


“뿌리를 전부 처리하면서 갈 필요는 없지.”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자, 일할 시간이다. 현상아.”

“······나?”


번쩍! 번쩍!


마트 안에 초록의 빛이 계속해서 터져 나온다.


“힐! 힐! 힐! 힐!”


힐을 멈추지 않는 정현상.

그의 얼굴은 창백해져 죽은 자와 다름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인걸?


그렇게 힐을 쓴 지 한참.

우리는 드디어 거대한 나무의 몸통 앞에 섰다.


“이게, 데스트리의 본체······?”


정현상이 죽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수고했다.”


나는 그의 어깨를 툭 쳤고.

그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좀 쉬고 있어.”


아무 대답 없이 숨을 몰아쉬는 그.

그런 그를 내버려 둔 뒤, 데스트리의 몸통을 바라보았다.


‘악마의 형상이 따로 없네.’


몸통에 박힌 공허한 눈과 거대한 입.

그것들은 당장이라도 생명력을 갈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신력이 약하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생명력을 뺏길 거다.’


쩌억-


입을 벌리자, 그 안으로 보이는 흐릿한 무언가.

그것들은 마치, 사람과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


“생명력을 뺏고 영혼을 가둬둔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저 녀석을 죽이지 않는 이상, 영혼들은 절대 벗어나지 못할 거다.

나는 녀석을 향해 마나 건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지이잉.


총구 끝에 모이는 마나의 파동이 느껴진다.

그리고 내가 방아쇠를 당기자.


콰앙!


“구어어······”


터져 나가는 데스트리의 몸통.

녀석은 괴로운 듯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금세 회복하는군요.”

“예상은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니 아쉬운데.”


뚫려 나간 데스트리의 몸통이 다시 차올랐다.

그리고 화가 난 듯 몸이 붉어지는 녀석.


“옵니다!”


녀석은 뿌리를 채찍처럼 휘두르기 시작했다.


“현상이 좀 챙겨줘.”

“끼릭!”


움직이지 못하는 그를 골렘들에게 맡긴 뒤, 나는 데스트리를 향해 마나 건을 계속해서 발사했다.


“소용없다. 이건가?”


흡수한 생명력과 영혼들은 자신의 회복에 사용하는 녀석.


“마법을 쓰겠습니다.”


나를 돌아보는 미네르바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어쩔 수 없다. 골렘들의 힘만으로는 저 녀석을 상대할 수 없을테니까.’


눈을 감는 그녀의 곁으로 그림자가 몰려든다.

어둠보다 더욱 어두운 그림자.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만 같은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콰앙!


데스트리도 당황한 듯 서둘러 그녀를 향해 뿌리를 휘둘러 봤지만······


파드득.


뿌리는 그녀에게 닿지 못했다.

그림자의 폭풍에 전부 파괴당한 것.

그리고 눈을 뜬 그녀는 천천히 녀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


“섬멸.”


콰드드드득!!


데스트리의 몸통이 처참히 찢겨 나간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붉고 작은 보석이 눈에 들어왔다.


‘데스트리의 핵인가?’


나는 그것을 향해 마나 건을 조준했고.

방아쇠를 당겨 응축된 마나를 쏘아냈다.


채앵!


핵이 터져나가며,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데스트리.

녀석의 뿌리들 또한 녀석과 함께 소멸하기 시작했다.


“······그어어어!!”


파스슥-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지기 시작하는 녀석.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은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되었다.


“끝이 났군요.”

“아니, 아직이야.”


나는 데스트리가 자리 잡고 있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곳에 갇혀있던 영혼들을 떠올리며, 손을 뻗었다.


“생산.”


번쩍-


작은 묘비.

나는 녀석에게 갇혀 고통받던 영혼을 기리며, 작은 묘비를 세웠다.


“이제 고통받을 일은 없겠지.”

“역시, 좋은 일을 하시는군요.”

“이게 나도 마음이 편하니까.”


묘비를 세운 뒤, 골렘들과 함께 마트 안을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잘 보존되어 있는데?”

“데스트리가 온도랑 습도를 조절하고 있던 모양이네.”


음식 대부분은 상했지만, 통조림 따위는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생필품도 대부분 잘 보존이 되어 있기에 사용 가능할거다.


“전부 다 챙겨갈거야?”

“일단, 필요한 것들만 챙기자.”


일단, 한번은 광장으로 돌아가야 할거다.


“그래도 최대한 챙겨봐.”

“”“끼릭!!”“”


골렘들이 생필품과 식량을 챙기고 있을 무렵.

나는 밖으로 나와 마트 입구 앞에 섰다.

그리고.


“생산.”


널부러진 자재들을 사용해서 만든 문.

나는 마트의 입구를 막았다.

그리고 몸을 틀어 몬스터들의 반응이 있는 곳으로 향했고.


“생산!!”


그곳엔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했다.


‘기껏 데스트리를 처리했는데, 또 털릴 수는 없지,’


다른 개체의 몬스터가 또 다시 마트에 자리 잡으면 곤란하다.

그래서 해둔 최소한의 대처였다.


“끼릭!”

“전부 다 챙겼어?”

“끼릭. 끼릭!”

“그래, 일단 돌아가자.”


대화를 나누던 내 곁으로 정현상이 다가왔다.


“너 언제부터 골렘이랑 대화가 가능했냐?”

“······그러네.”

“이런 미친! 그냥 끼릭 끼릭 거리는 걸, 알아듣는다고?”

“대충 뉘앙스로 유추하는거지 임마. 알아듣겠냐.”


이제는 어느정도 느낌으로 골렘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 정도의 수준이 된 거지, 회화가 되는 건 아니란 말이지.


“설마, 성공하신겁니까?”


우리가 돌아오는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김도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실패할 거면, 출발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역시······ 아무튼, 그쪽 상황은 어떻던가요?”


그의 눈빛에 감탄과 존경이 서린다.

나는 그에게 마트쪽의 상황을 설명했고.

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그런 녀석을 잡고 물건들을 가져오신······”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멈추는 김도환.

그는 내 손을 꼬옥 붙잡았다.


“고맙습니다. 저희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죠.”


쿨하게 이야기해 보지만, 그래도 감사를 받는 건 기분 좋다.


“일단, 사람들한테 필요한 물품을 나눠주시죠.”

“그래도 되겠습니까?”

“이곳 상황이 나아져야, 저희도 도움을 받죠.”

“고맙습니다······”


나와 왕십리역이 도움을 받으려면, 이곳의 상황이 나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곳의 지원이 먼저다.


“그리고 전부를 가져온 건 아닙니다. 일단, 대처해놓긴 했지만.”

“했지만?”

“아직, 안쪽에 몬스터가 있습니다. 함부로 접근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몬스터와 싸울 수 있는 이가 없다.

그렇기에 내가 나서지 않는 이상 나머지 물건은 가져올 수 없을 거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욕심내서 털어갈 일도 없다는 말이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제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은 그렇게 하죠.”


그래야, 꾸준히 내가 이곳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저는 가장 먼저 선로를 복구할 생각입니다.”

“선로를?”


일단, 지하철이 멈춰있는 곳은 왕십리역.

그리고 이곳으로 진입할 때 까지 한 대도 못봤다.


‘앞쪽에 멈춰 있는거겠지.’


그러니 선로만 복구된다면, 왕십리역까지의 안전한 이동 수단을 만들 수 있다는 거다.


“그래야 교류도 간편하고, 이동 수단도 만들 수 있겠죠.”

“언제부터 하실 계획입니까?”

“내일부터 시작하고 싶은데, 사람들은 어떤가요?”


잠시 고민하는 듯 턱을 어루만지는 김도환.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충분히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죠.”


***


선로 정비를 돕는다고 해봤자,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몇 개 없다.


“그쪽 좀 잘 치워.”

“몬스터 사체를 어디에 모아둬야 할지······”

“한쪽으로 모아 놓으면, 태울 거래.”


자재들을 정리해서 따로 모으고.

필요 없는 것들은 버린다.


“생산 마법으로 복구하실 생각인가요?”

“그렇지. 이걸 따로 만들고 수리할 수도 없을 테니까.”


부서지고 틀어진 선로들은 생산 마법을 사용해 복구한다.

이것이 내 계획의 커다란 틀이다.


“사람들은 불만 없는 것 같아?”

“지금까지는 그렇습니다. 민걸님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겠죠.”


잠실역의 사람들은 나를 거의 구세주로 보고 있다.

마치, 신앙과 가깝다고 해야 할까?


“하하, 민걸님 오늘도 은혜로우십니다!”


봐라, 저렇게 말이다.

확실하게 신뢰를 얻은 것은 좋은 일이지만······

저렇게 나를 신처럼 모시니까 조금 부담스럽긴 하다.


“파이어 볼.”


화륵.


썩어가는 몬스터들의 사체를 모아 태운다.


“맛있는 냄새······”

“먹고 싶어?”


내 물음에 정현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 썩은 고기를 어떻게 먹어.”


냄새는 좋을지언정 이걸 먹으면, 삼 일 밤낮 복통에 시달릴 게 뻔하다.

그러니 어서 태워 버리는 게 좋지.


“언제 돌아갈 건데?”

“어디를?”

“왕십리역으로 말이야. 여기 정비도 얼추 끝났잖아.”

“까먹은 모양인데······ 트윈 헤드 오우거가 이쪽을 향하고 있어.”

“······”


미네르바의 탐색 마법으로 녀석이 근처까지 왔다는 걸 파악했다.

그리고 녀석은 곧 잠실역을 습격하겠지.


“지금 선로나 정비하고 있을 때가 아닌 거 아니야?”

“골렘이나 더 만들라고?”

“전력을 늘려야 할 거 아니야······”

“괜찮아. 충분해.”


정현상은 놀란 눈으로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는데, 나도 생각이 있단 말이지.

그리고 그 계획에는 이 선로가 꼭 필요하다.


“일단, 다친 사람들 있으면 회복이나 잘 시켜주고 기다려.”

“······괜찮은 거 맞지?”


녀석에게 동료를 잃었기에 더 걱정되는 모양이다.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툭- 툭-


“괜찮아, 누가 죽거나 하지 않게 할 테니까.”

“알겠어. 믿고 있을게 그럼.”


내 위로가 통한 것인지 그의 눈에 다시금 생기가 돈다.


“끼릭. 끼릭.”

“아, 저쪽까지 정리 다 했어?”

“끼릭!”


잠실 나루역까지의 선로 정비가 끝난 모양이다.

골렘들과 소통하는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정현상.

그리고 그는 떨리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역시, 너 골렘이랑 대화할 수 있는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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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트윈 헤드 오우거(1) 24.09.12 184 4 12쪽
23 23화 놀이공원(2) 24.09.11 223 7 12쪽
22 22화 놀이공원(1) 24.09.10 249 6 12쪽
» 21화 잠실역(3) 24.09.09 281 10 12쪽
20 20화 잠실역(2) 24.09.08 306 10 12쪽
19 19화 잠실역(1) 24.09.07 320 9 12쪽
18 18화 미네르바(2) 24.09.06 349 11 12쪽
17 17화 미네르바(1) 24.09.05 373 11 12쪽
16 16화 침략자(1) 24.09.04 371 10 12쪽
15 15화 지하철(2) 24.09.03 402 10 12쪽
14 14화 지하철(1) 24.09.02 420 11 12쪽
13 13화 확장(2) +1 24.09.01 439 13 12쪽
12 12화 확장(1) 24.08.31 473 12 12쪽
11 11화 게이트 브레이크(4) 24.08.30 478 12 12쪽
10 10화 게이트 브레이크(3) 24.08.29 501 11 12쪽
9 9화 게이트 브레이크(2) 24.08.28 525 12 12쪽
8 8화 게이트 브레이크(1) 24.08.27 559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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