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로 귀환했더니 생산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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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마키나
작품등록일 :
2024.08.22 02:05
최근연재일 :
2024.09.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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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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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화 미네르바(2)

DUMMY

“민걸님은 저를 구해주신 은인이십니다.”


당장 튀어 나가 그녀의 입을 막아야 하나 싶었다.

다행히도 미네르바의 입에서는 평범한 말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부터 저는 몸도 마음도 민걸 님의 것이 되었죠.”

“이런······”


평범한 소리가 먼저 나와 방심했다.

적막한 정적이 흐른다.

나는 그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미네르바가 외국에서 와서 한국말이 조금 서툽니다.”


실제로도 미네르바의 한국말은 살짝 어눌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한테 배웠으니까.’


200년 이상을 함께 하며, 난 그녀에게 한국어를 가리켰다.

마법으로 뚝딱 습득한 언어가 아니기에, 완벽하지는 않다.


‘거의 현지인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핑계가 떠오르지 않는다.

제발 그냥 넘어가 주라······


“그, 그렇죠? 화끈한 대답이 돌아와서 놀랐어요.”


아연이가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형님, 대단하신 분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하긴 민걸이가 잘생기긴 했어.”


멋쩍은 웃음으로 대화를 넘겼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미네르바가 함께 지낼 것이라 말해주었다.


“형님, 저는 이런 이름다운 분은 환영입니다!”

“오빠, 저도 좋아요!”


미네르바의 합류에 이견을 가진 이는 없었다.


“잠시 둘이서 이야기 좀 하고 올게.”


다시 소재 창고로 돌아와 미네르바와 둘만 남았다.


“역시, 마법을 전부 잃으신 건가요?”

“그래······ 유일하게 생산 마법만 사용할 수 있는 상태야.”

“다시 배우는 건 불가능한 겁니까?”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도해도 마법을 습득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몸에 금제라도 걸린 것 같아.”

“그것 또한 등가교환일까요?”

“그럴 수도 있지.”


당시 소유한 마나의 전부.

그리고 마법들을 바쳐 지구로 차원 이동했다.


“그중 유일하게 남은 게 생산 마법인 거겠지.”


그게 아니고서야 생산 마법이 남은 걸 설명할 수 없다.


“그나저나, 이곳엔······”


미네르바가 심호흡을 여러 번 했다.


“그래, 마나 농도가 낮지.”

“그것도 그렇지만, 정령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군요.”


애초에 정령은 마나가 풍부한 곳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지구는 정령이 살기 좋지 않은 곳.


“저 같은 고위급 정령이 아니고서야, 형상 유지도 어렵겠어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고위 정령인 미네르바도 제약이 생길 정도이니, 일반 정령들은 이곳에 잠시라도 머물고 싶지 않아 할 게 분명하다.


“흐음, 지금은 이 녀석들과 함께인 겁니까?”


미네르바가 옆에 있던 소형 골렘들을 돌아보았다.


“끼릭?”


1호가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인다.


“수준이 떨어지는 녀석들이군요.”

“······끼릭.”


시무룩해 하는 1호.


“아니야, 이 녀석들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야.”

“그렇습니까?”


1호가 나를 보며, 감동에 차오른 듯한 몸짓을 보였다.

그래, 진짜 너네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야.


“주인님, 그 집밥이라는 건 드셨습니까?”

“크흑······!”


미네르바의 말에 가슴이 아려온다.


“집밥의 집도 구경 못했어.”


돌아와서 우리 집도 본 적이 없으니, 집도 구경 못한 게 맞다.

아마, 폐허의 잔해 어딘가에 집이 있을 거다.


“그리고 부모님의 행방도······”


나를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미네르바.

그녀의 표정엔 나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많은 감정이 녹아있다.


“괜찮아, 생사 확인이 안 된 것뿐이니까. 살아계실 거야.”

“분명 살아계실 겁니다. 주인님의 부모님이시니까요.”


그녀의 팔이 나를 감쌌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포근한 감각.


“고마워, 미네르바······”

“아닙니다.”


나는 그녀에게 이곳 지구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몬스터에 의한 멸망이라, 마치 예전 아르디페이아 같군요.”

“비슷한 느낌이지.”


하지만, 지구는 선택받은 인간을 제외하고는 힘이 없다.


“몬스터와 싸울 힘이 없다니······”

“정령 계약도 할 수 없고, 일반인은 오크 한 마리도 상대하기 힘들 거야.”


고블린이라면 모를까, 오크 정도 되는 몬스터에게 대응할 수단은 없을 거다.

뭐, 화기라도 소유할 수 있으면 또 모르긴 하지.


‘문제는 상급 몬스터야.’


하급 몬스터들이야 화기로 처리한다고 해도, 상급 몬스터에게 통하지 않을 거다.


‘그러니까, 지구가 이렇게 망했지.’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던 건 아닐 거다.

군대를 동원해 몬스터를 제압하려 시도도 했을 거고.

하지만, 결과는 멸망.

그렇기에 화기에 의지할 수도 없다.


“결국 동료로 끌어들일 만한 각성자를 찾아야겠군요.”

“전력으로 따지자면, 그만한 게 없겠지.”


하지만, 지금까지 봐온 각성자들은 모두 썩었다.

욕심과 탐욕에 지배당한 녀석들밖에 없었다.


“하지만, 보류야. 정상적인 녀석들을 만날 때까지는.”

“그렇습니까······”


그렇기에 우선 백프로 믿을 수 있는 골렘의 숫자를 늘린다.


“생산!”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력 증강이다.


***


승강장 앞에 선 나는 골렘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가자.”

“”“끼릭!!”“”


수백 기의 소형 골렘들이 내 앞으로 지나간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생존자들이 있다고 했던, 잠실.”


혹시 모르잖아, 뜻이 맞는 각성자를 찾을 수도 있고.


“근데, 난 왜 데려가는 거야?”


툴툴거리는 정현상.

나는 녀석의 어깨를 두드렸다.


“파티에 힐러는 필수잖아, 안 그래?”

“피, 필수라니!”


싫다고 해도 데려갈 생각이었다.

좋은 스킬이 있는데, 써먹어야지.


“잔말말고 조용히 따라와.”

“······알겠어.”


그리고 시선을 돌려, 옆에 선 한 남자를 보았다.


“아, 저는 불만 없습니다. 형님!”


구인상이 손을 들어 휘휘 저었다.


“그럼, 다행이고. 출발한다.”

“옙! 알겠습니다.”


우리는 금세 저번에 도달한 한양대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끼릭!”

“잘 지키고 있었네?”


중형 2호와 소형 골렘들이 나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별일 없었어?”

“끼릭. 끼릭.”


검지와 중지를 펴, 사람이 걸어가는 모양을 흉내를 내는 중형 2호.

아마, 내가 먼저 보낸 그놈들을 이야기하는 모양이다.


“알고 있어. 내가 보낸 거거든.”

“끼릭!”


내가 한양대역에 대기하고 있던 골렘들을 이야기했기에, 이 녀석들을 향해 공격하거나 하는 일은 없던 모양이다.


“어디까지 갔으려나.”

“그놈들 말이야?”


내 이야기를 듣던 정현상이 다가왔다.


“그래, 골렘들은 건들지 않고 그냥 지나간 모양인데.”

“아무리 그래도 한, 세 정거장 정도는 가지 않았을까?”


세 정거장이라면, 건대 입구다.

혹은 먼저 밖으로 탈출했을 확률도 있지.


“그나저나 아쉽군요.”

“뭐가?”

“벌레로 요리하는 거 재밌었는데”

“······”


끔찍한 소리를 쉽게 하는 구인상.

나는 그를 보며 다짐했다.

최대한 빠르게 벌레 구간을 넘어서겠다고.


“빠르게 가자······!”


녀석들이 먼저 이곳을 지나서일까?

몬스터를 만나는 일이 흔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다음역에 도착했다.


“흐음, 흥미롭네요.”

“그러게······”


구인상의 말처럼 흥미롭다.

뚝섬역 전체가 청소한 듯 깨끗했으니까.


“여기도 생존자들이 자리를 잡은 게 아닐까요?”

“그럴 확률은 낮을 텐데.”


그래, 확률은 낮다.

이곳은 이블 스파이더의 행동반경 안.

이런 곳에 위험하게 살고 있을 인간이 있을까?


‘분명 이블 스파이더의 습격이 있었을 텐데.’


일단, 우리는 역을 수색하기로 했다.

혹시나 생존자들이 거주하는 곳일 수 있으니까.


“미네르바.”

“알겠습니다.”


미네르바는 눈을 감고 그림자 마법을 전개했다.


“서치!”


마치, 안개가 퍼지듯, 역 전체로 산개하는 그림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림자들이 미네르바에게 돌아왔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역시 역내에 생존자는 없었다.

특이한 부분은······


“몬스터도 없었습니다.”

“무언가에 의해 처리된 건가?”


그게 아니라면, 설명할 방법이 없다.

무언가가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을 사냥했다.

그리고 그 시체들도 모두······


“네크로맨서가 있는 걸까요?”

“모르는 일이지.”


네크로맨서, 죽은 자의 힘을 이용하는 마법사.

기본적으로 어둠 마법은 정신을 오염시킨다.

그렇기에 만약 그런 녀석이 존재한다면, 호의적이진 않을 테지.


“확실하지는 않으니까, 조심만 하자.”

“알겠습니다.”


미네르바와 간단한 대화가 끝난 후.

나는 옆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두 남자를 보았다.


“미네르바 씨도 각성자셨군요?”

“그런 스킬 처음 봤어······”


나는 얼이 빠진 둘의 어깨를 때렸다.


“정신 차려, 바로 이동하자.”


뚝섬역을 벗어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분위기가 변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익숙한 것을 발견할 수 있ᄋᅠᆻ다.


“혀, 형님, 저거······”


내가 쫓아냈던 녀석들의 사체.

얼추 숫자를 세보니, 거의 전원이었다.

근데, 그 녀석들이······


“크아악!”


죽은 채 우리를 향해 달려온다.


“이런 시발! 좀비 아니야?”


나는 먼저 달려드는 녀석을 향해 마나 건을 뽑아 들었다.


지이이잉.


“뒤져.”


콰앙!


마치, 번개가 쏘아지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총의 궤적 안에 있던 모든 좀비는···


“혀, 형님! 뭘 만드신 겁니까.”


모두 신체의 일부분이 사라져, 땅에 몸을 뉘었다.


“감탄은 그만하고, 어서 뒤로 피해.”


우리를 지나쳐가는 골렘들.


“머리를 터트려야 움직임을 멈출 거야!”

“”“끼릭!”“”


골렘들은 각자 무기를 들고 좀비를 사냥했다.


“골렘이라 다행이군요.”


미네르바의 말처럼 골렘이라 다행인 거다.

좀비의 무서운 점은 감염성에 있으니까······


“골렘이 감염당할 일은 없으니까.”

“적합한 피조물들입니다.”

“난 조물주가 아닌데······?”

“제게는 그렇습니다.”


좀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쓰러졌다.

단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말이다.


“······형님, 저는 더 이상 못갑니다.”


구인상이 내 허리춤을 잡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녀석의 손을 떼어 놓은 뒤, 입을 열었다.


“돌아가도 괜찮아. 혼자 갈 수 있으면.”

“이런, 악마······”


그는 어쩔 수 없이 우리와 함께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네크로맨서인가 뭔가가 있는 거죠?”

“확률이 큰 건 그쪽이지.”


자연 발생하는 좀비는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누군가가 악의를 품고 어둠 마법을 사용한 것.

그렇기에 죽은 자들이 이승을 맴도는 것이다.


“어디 숨어있을지 모를 녀석을 어떻게 잡습니까······”

“저기······”


아까부터 말이 없던 정현상.

그가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알 것 같아.”

“네크로맨서를 안다고?”


고개를 젓는 그.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우리 파티를 전멸시킨 오우거야······”

“오우거?”


머리가 두 개 달린 오우거.

트윈 헤드 오우거를 말하는 거다.

근데, 여기서 그 녀석이 왜 나오는 건데?


“그 녀석 우리랑 싸울 때도 사체를 사용했어.”

“······설마.”


몬스터들 중 마법을 쓰는 녀석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위 종의 몬스터들에게는 흔하지.


‘트윈 헤드 오우거가 네크로맨서라니.’


까다롭게 돼버렸다.

높은 재생능력과 신체 능력, 거기에 어둠 마법까지······


“혀, 형님. 그런 녀석이랑 싸워야 한단 말입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행동반경을 옮겨 이쪽으로 넘어온 게 분명하다.

그리고 싸워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녀석이 만약 잠실역을 습격한다면······”


그쪽 생존자 전원이 좀비화될 거다.


‘그것만큼은 꼭 막아야 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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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로 귀환했더니 생산 마스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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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트윈 헤드 오우거(2) 24.09.13 101 6 12쪽
24 24화 트윈 헤드 오우거(1) 24.09.12 184 4 12쪽
23 23화 놀이공원(2) 24.09.11 223 7 12쪽
22 22화 놀이공원(1) 24.09.10 249 6 12쪽
21 21화 잠실역(3) 24.09.09 281 10 12쪽
20 20화 잠실역(2) 24.09.08 306 10 12쪽
19 19화 잠실역(1) 24.09.07 320 9 12쪽
» 18화 미네르바(2) 24.09.06 350 11 12쪽
17 17화 미네르바(1) 24.09.05 374 11 12쪽
16 16화 침략자(1) 24.09.04 371 10 12쪽
15 15화 지하철(2) 24.09.03 402 10 12쪽
14 14화 지하철(1) 24.09.02 420 11 12쪽
13 13화 확장(2) +1 24.09.01 439 13 12쪽
12 12화 확장(1) 24.08.31 473 12 12쪽
11 11화 게이트 브레이크(4) 24.08.30 478 12 12쪽
10 10화 게이트 브레이크(3) 24.08.29 501 11 12쪽
9 9화 게이트 브레이크(2) 24.08.28 526 12 12쪽
8 8화 게이트 브레이크(1) 24.08.27 559 15 12쪽
7 7화 약탈자(2) 24.08.26 596 13 12쪽
6 6화 약탈자(1) 24.08.25 634 13 12쪽
5 5화 디펜스 타워(1) 24.08.24 690 15 12쪽
4 4화 인간의 적(1) 24.08.23 745 14 12쪽
3 3화 난민(2) 24.08.22 818 16 12쪽
2 2화 난민(1) 24.08.22 907 18 12쪽
1 1화 귀환(1) 24.08.22 1,085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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