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세가 금지옥엽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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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면체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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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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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08.




내가 깨어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표행단 내에선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내 활약이 크게 인상적이었던지, 너나 할 것 없이 내게로 몰려들었다.


"무결이 너 인마! 그런 솜씨가 있었으면 진작 말을 해줬어야지. 내가 얼마나 놀란 줄 알아?"


"이놈이 내게 와서 무공을 좀 알려달라고 할 때부터 뭔가 남다르다고 생각했어. 어디 이런 아이가 흔해야 말이지."


"그러니까 말이여. 어디 이놈이 보통 놈이여? 이 나이 때는 어떻게서든 농땡이 치려고 난리인데. 봐봐, 무결이는 다르다니까. 벌써 꿈을 가지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하잖어."


"어휴, 말도 마. 난 그것도 모르고 네 주제나 알라며 구박만 했는데···. 무결아, 내 생각이 짧았다. 정말 미안하다. 너 이번에 보니까 진짜 재능있더라."


평소 내게 무심했던 표사들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었다. 모두 만면에 웃음을 띠고 오며가며 날 칭찬했고, 어떻게서든 나에게 줄을 대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건 쟁자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무결이 너 손속이 제법 매섭던데, 검은 도대체 어디서 배운거야? 어지간한 표사들보다 훨씬 낫던데?"


"아이고, 장씨. 딱 보면 모르오? 다 저기 잘생긴 남궁 공자님에게 배운 거지."


"아, 그런가. 하긴 그 조그마했던 꼬맹이가 몇달 사이 이런 위용을 보이는 것 보면··· 아무튼 참 대단해."


"대단? 고작 그 정도가 아니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그 나쁜 놈들 목이 떨어지는데, 우리 고죽촌에서 영웅이 났어. 영웅이!"


"맞아, 맞아. 절정고수를 죽인 장씨도 대단했지만, 우리 무결이도 그에 못지 않지."


"난 무서워서 손발이 달달 떨리고 꼼짝도 못 하겠던데, 우리 무결이는 다친 다리로도 슉슉 검을 휘두르면서 잘도 날뛰더라고."


"그 상황에 그걸 또 봤슈?"


"그럼, 봐야제. 두눈 부릅 뜨고 봐야제. 우리 같은 사람이 이런 전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뭘 해야겠어? 눈치보는 것 말고 더 있어? 자나깨나 주변 잘 살피고 쎈 사람 옆에 착 붙어서 몸조심해야제."


"아참, 무결아, 너 이번에 남궁세가에 가면 한 자리 차지한다는 소문이 돌던데, 그때 나 모른 척 하면 안 된다. 알지? 내가 고죽촌에서부터 널 가장 아꼈다는 거. 절대 잊으면 안돼. 이번 표행도 누구 덕에 올 수 있었는지 잘 기억해야 혀."


아, 왜 이렇게 다들 친한 척을 하나 했더니만, 그런 소문이 돌고 있었어? 하긴 남궁세가의 금지옥엽을 구해낸 소년영웅인데, 그럴만 하지.


"무결아! 내가 말이야······."


"무결아, 이것 좀 먹어봐. 이놈 닭다리가 실한 것이···"


"어이, 백무결! 이리 와서 한잔 혀. 에헤이! 어른이 주는 건 받아도 된다니께!"


가슴속에 전에 없던 충만한 감정이 들어찼다. 표행단 모두가 내 활약을 칭송하고 내게 따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구해준 쟁자수와 표사가 몇 명이던가. 분명 내가 아니었으면 여기 대부분은 지금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를 하지도 못 했으리라.


"아이고, 다들 그만 좀 하세요. 누가 보면 저 혼자 그놈들 다 죽인 줄 알겠네. 저보다는 여기 표사님들한테나 감사인사를 드려야죠. 표사님들 아니었다면 우린 진작 다 죽었을 테니까."


"그건 걱정 말어. 너 쓰러져있는 동안 얼마나 많이 했다구. 오죽했으면 내가 매일 공 표사님 다리를 주물러 드린다니께."


"아니야, 무결이 말이 맞아. 목숨을 살려주셨는데, 그냥 이렇게 넘어가서야 되나. 상습적으로 숭배를 해드려야지. 자자, 잘 들어봐. 크흠, 큼."


노씨 아저씨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우리 청운표국이 말이지, 어디 보통 표국이냐고. 저기 저 잘생긴 표두님부터해서 멋들어진 표사님들 그리고 우리 같은 쟁자수들까지. 모두 똘똘 뭉쳐서 그 뭔 교인가 뭐시깽인가 하는 놈들을 단숨에 박살냈다는 거 아녀. 이러니 대단혀, 안 대단혀?"


"대단하지, 암 대단하고 말고."


"맞아, 맞아. 머슴 일을 해도 대감님 댁에서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니까. 으하하하."


표행단의 분위기는 더 없이 좋았다. 분명 습격 이후 축 처질 수도 있었지만, 모두가 하나되어 위기를 넘겼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아, 좋다. 좋아.'


쏟아지는 관심에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내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이렇게 고맙다, 감사하다, 모두 네 덕이라며 하루가 멀다하고 칭송해 대는데 기분이 나빠지려야 나빠질 수가 있나.


그렇게 나를 향한 환호성은 표행 내내 계속되었고, 처음 겪는 이 상황에 내 어깨는 점점 올라만 갔다.



***



"오늘은 여기 마을에서 쉬어갈 테니, 부표두는 표사들과 함께 마을 주변을 정찰하고 안전을 확보하도록."


마차는 부지런히 달려 합비 인근에 다달았다. 이제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남궁세가에 도착한다.


"후후, 드디어 나의 새로운 보금자리에 도착하는 건가."


지난 며칠은 나에게 평생 못 잊을 편안한 여행이었다. 남궁연의 극진한 간호를 받으며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고,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며 마차에서 생활했으니, 이게 바로 신선놀음이지. 뭐가 또 있으랴.


······다만, 이 완벽한 생활에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바로 이것.


추양건의 시선이 너무나도 따갑다는 것. 지금도 추양건은 날 원수 보듯 째려보고 있었다.


"으흠, 도대체 왜 저런 눈빛으로 날 보는 걸까?"


초절정고수의 불만 가득한 눈빛. 아니, 살기인가?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도 모를 수가 없을 지경. 추양건의 시선은 마치 뾰족한 칼날처럼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어우, 쉽지 않네."


사실 그동안은 믿지 않았다. 눈빛으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을. 그런데, 요 며칠 추양건을 통해 제대로 체감하고 있다. 아, 이대로면 내가 말라 죽겠구나 하고 말이다.


'분명 뭔가 못마땅한 게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그게 뭘까?'


그 맹하던 아저씨가 저렇게 무섭게 바라보니, 오히려 그 공포가 몇 배가 된다. 조용한 사람이 화를 내면 더 무섭다는 말이 이제 뭔지 알 것 같았다.


저 시선이 어찌나 불편한지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곳이 고급 마차인지, 함거(轞車)인지 모르겠다. 마치 내가 죄인이 된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제가 이것 좀 도와드릴까요?"


"아니, 필요없다."


내가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여 몇 번이나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오히려.


"너는 여기서 알짱거리지 말고 저리 썩 꺼지거라! 도움은커녕 짐만 된다."


추양건은 단호하게 날 멀리했다. 특유의 맹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이러니 내가 뭘 어떻게 할 수가 있나.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해준 게 얼만데!'


분명 내가 이렇게 위축되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의 기지로 암영단의 습격을 막았고, 자백침혼분을 준비하여 일촉즉발의 위기도 넘겼으며, 결정적으로 이 한 몸 날려서 남궁연을 구하고, 추양건의 실책까지 막았으니까.


물론, 여기서 내 공을 알아달라는 것은 아니다. 굳이 티내고 싶지도 않고. 다만, 이럴 필요까지 있느냐는 거지.


그런 내 눈빛이 너무 뜨거워서 그런 걸까, 추양건이 내게 날카롭게 물어왔다.


"왜 그러느냐? 무슨 불만이 있더냐?"


도대체 누가 할 소리를.


"네? 그게 무슨-"


"불만이 있으면 말을 해라. 그렇게 사람 불편하게 만들지 말고."


"허···."


내가 멍청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추양건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되었다, 되었어. 이런 놈이 뭐가 예쁘다고."


나는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니, 그러는 아저씨야말로 제가 잘못한 게 있다면 그냥 말로 하시죠. 물론, 제가 이런 눈빛을 받을 만큼 잘못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저에게 티끌만 한 공이 있거늘.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내 말에서 뭔가 울컥한 게 있는지, 추양건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공? 고오오옹? 감히 네가 그딴 소리를! 네 놈의 눈에는 도련님의 시름이 보이지가 않더냐? 어찌 그리 당당할 수 있단 말이야!"


뭐라고? 남궁연의 시름?


고개를 돌려 남궁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예쁜 얼굴로 표사와 쟁자수들을 챙기고 있었다.


저게 시름이라고 할 정도인가? 물론, 늘 보던 그 얼굴이 아니긴 하다. 살짝 그늘진 것이 뭔가 고민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네놈을 위해서 그 고생을 한 게 아닌데. 어이구···."


지금까지 나와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이 다른 건 단순히 이번에 다친 표사들이 많아서 그런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추양건이 뭔가 억울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이제 와서 후회하면 뭐하겠느냐. 지금쯤 다 네놈의 똥으로 나왔을 텐데. 고작 이런 놈을 위해서 도련님은 왜 그리 귀한 것을···."


자, 잠깐만. 뭐? 똥으로 나와?


······서, 설마 아, 아니지?


나는 다급히 추양건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추양건은 답답한 마음을 쏟아내기라도 하듯, 그간 미뤄왔던 이야기를 내게 전했다.


"아니, 그, 그럼······."


"이제 좀 알겠느냐? 네놈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나는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귀한 무극선령환을 내게 먹였다고? 지금 내 단전에 노도와 같이 날뛰는 내공이 모두······.'


나는 놀라움과 함께 곧장 남궁연에게 달려갔다.


"형님! 도대체 왜 그러셨어요."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야?"


"무극선령환이요. 왜 저한테···."


남궁연은 나를 다정하게 보며 대답했다.


"아, 들었어?"


"네에···."


"아저씨도 참. 말하지 말라니까."


"······."


"괜찮아, 걱정하지 마. 날 구한 은인인데 당연히 그래야지."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없으면 형님의 동생이···."


남궁연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너도 내 동생이잖아."


"아, 아···."


동생··· 그래, 내가 동생이지. 남궁연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그런데 그게 말이죠. 그게 없으면···."


···남궁휘가 죽는다고요.


차마 이 뒷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어쩌겠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나는 네가 이렇게 멀쩡한 것만으로 만족해. 영약이야 다시 구하면 되는 건데 뭘."


내 표정이 너무 심각했던 걸까. 남궁연이 재차 날 위로했다. 정작 위로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이건만.


"너무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돼. 다른 방법을 구하기 위해서 지금도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거든. 세가에서 다시 나섰으니, 잘 해결될 거야."


회귀 전 지난 30년 동안 남궁휘가 괜찮아졌다는 소리를 나는 듣지 못했다. 오히려 자식을 둘이나 잃은 남궁세가의 가주가 미쳐 날뛰었다는 말만 들었지.


다시 말해 남궁세가는 이번 무극선령환 이후 아무런 영약도 구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혀, 형님···."


"괜찮다니까. 뭐야? 울어? 사내놈이 왜 눈물을 흘리고 그래. 사람 민망하게."


굳이 이렇게까지 안 해도 남궁세가를 위해 이 한 몸 바칠 생각이었거늘. 이래 버리면 내가 어떻게 그냥 있겠냐고.


나는 이것도 모르고, 그저 남궁세가에서 펼쳐질 나의 찬란한 미래를 생각하며 마차에서 처 놀고 자빠져 있었으니······.


이제야 원망어린 추양건의 시선이 이해가 갔다.


"하아···."


마차로 돌아온 나는 쉴 새 없이 한숨을 내뱉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행동이 부끄러웠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남궁연이 어떤 마음으로 내게 무극선령환을 먹였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구명지은(救命之恩).'


분명 지금까진 내가 남궁연을 구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당연히 받을 것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남궁연의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도움을 받은 건 바로 나였다.


회귀 전이나 회귀 후나 여전히 남궁연은 나에게 은혜를 베풀고 있었다.


감히 짐작도 되지 않을 만큼.


"······."


내 고향인 사천성의 한 가문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은혜는 두 배로, 원한은 열 배로.'


비록 지금 내 능력이 부족해 두 배로 갚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와 비슷하게는 갚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 사람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남궁휘를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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