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세가 금지옥엽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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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면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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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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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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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DUMMY

19.




대별산(大別山)은 강동(江東) 지역에서 가장 크고 위엄 있는 산으로, 하남(河南), 호북(湖北), 안휘(安徽)의 경계에 넓게 걸쳐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별산은 달리 대별산맥이라고도 불렸는데, 장강(長江)과 회하(淮河)를 나누는 경계선이기도 한 이곳은, 천하를 양분하는 거대한 장벽과도 같은 험준한 산세로 유명했다.


수천 개의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었으며, 동쪽으로는 안휘의 비옥한 평원을, 서쪽으로는 호북의 험준한 구릉을 감싸며, 그 모습은 마치 천하를 굽어보는 청룡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대별산의 이 무시무시한 위용에 걸맞게 나는 지금 지독한 고행의 길을 걷고 있다. 말 위에 편히 앉아 표행을 하던 지난날과 달리, 이번 여정은 내 한계를 시험하는 시련과도 같았다.


"더, 더럽게 힘드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발을 한 번 내디딜 때마다 다리에 불타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무릎이 떨리고, 발은 돌덩이를 얹은 것처럼 무거웠다. 아직 경공을 배우지 않은 나로선 이 고난을 감당하기엔 너무도 벅찼다.


"뭘 꾸물거리고 있느냐? 빨리 오지 못할까!"


남궁검영은 다 죽어가는 나를 흘깃 바라보며 엄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한겨울 날의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한 치의 자비도 느껴지지 않는 게 꼭 누군가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허억, 헉, 헉···. 가, 갑니다!"


그저 산을 오르라 하면 못 할 것도 없겠지만, 두 사람과 같은 속도로 오르려니, 그것이 문제였다.


저기 앞선 두 사람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길이건만, 나에게는 마치 천길 낭떠러지를 거꾸로 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직 여물지 않은 육체로 이 험준한 산을 오르는 것은 정말 미친짓이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다 못해 이제 자기 할 일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한 걸음도 더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고장나버린 다리를 부여잡고, 애원하듯이 말했다.


"···대, 대주님. 조금만 쉬었다가 가면 안 되겠습니까? 다리가 도무지 움직이질 않습니다."


남궁연은 처절한 내 모습을 보고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당숙부님, 무결이가 많이 힘들어 하니, 조금 쉬어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남궁연의 따뜻한 배려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크흑, 내 생각을 해주는 건 역시 남궁연밖에 없다.


그러나 남궁검영은 냉정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놈 참, 도대체 얼마나 왔다고 이리 힘들어하는 건지. 그동안 세가에서 무얼 한 것이냐? 꼴을 보니, 경공은 아예 뒷전이었던 모양이로구나. 그리고 무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체력이거늘. 그걸 소홀히 하니 이 모양인 것 아니냐."


나는 숨을 고르며 힘겹게 대답했다.


"······아직 경신법을 배우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남궁검영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기본이 되어 있지 않으니, 추 호위가 알려주지 않은 거겠지! 감히 누굴 탓하느냐?"


억울함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근신처분도 근신처분이지만, 최근 추 교관님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터라, 나 혼자서는 그 무엇도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시키신 운검초와 신체 단련만 반복할 뿐.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더이상 불만을 토로할 수 없었다. 남궁검영의 매서운 눈빛이 내 입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남궁검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모두 다 핑계일 뿐이다. 나와 연이가 지금 네놈이 못 쫓아올 정도로 빠르게 가고 있는 것도 아닌데, 경공이 부족하다면 끈기라도 있어야지. 이 정도 고통에 주저앉아 버리면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그의 말에 울컥하고 뭔가가 속에서 올라왔다. 열흘은 족히 걸릴 거리를 닷새 만에 주파하는 미친 일정을 강행하면서 뭐가 어쩌고 어째?


솔직히 이 정도면 정말 초인적인 인내를 발휘한 거다. 이미 내 발은 피와 멍투성이에 발톱까지 다 빠져버렸다. 이게 사람 발인지 짐승 발인지 헷갈릴 정도건만, 저 지독한 이는 이것도 모르고. 크흑···.


이럴 때마다 과거의 조잡한 경공을 다시 꺼내고 싶은 충동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나를 괴롭혔다.


'아서라. 참자, 참어.'


우리 추 교관님이 아직까지 운검초와 신체 단련만 시키는 이유가 뭐겠는가. 기초가 부족하고, 과거 잘못된 방식으로 익힌 무공 때문이다.


괜히 또 예전의 잘못된 무공을 쓰다가 이상한 버릇이 다시 들면 지금까지 해온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것이다.


지금은 그런 사도(邪道)가 아닌, 정도(正道)를 걸어야 할 때. 비록 그 길이 고통스럽고 험난할지라도,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했다.


나는 입이 댓발나온 채로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대주님, 제가 조금 더 힘을 내보도록 하겠습니다."



***



그렇게 이틀이 더 흘렀다.


대별산의 거친 산길은 점점 더 험악해졌고, 나로 인해 속도는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의 느린 발이 일행의 발목을 붙잡자, 결국 남궁검영은 어쩔 수 없이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네 꼴을 보니, 도저히 안 되겠구나. 더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으니, 경공을 알려주겠다. 지금 상황에서 가문의 무공을 알려줄 순 없고, 그동안 내가 배우고 느꼈던 심득을 엮은 구결을 하나 알려주마. 그걸 어떻게 쓸지는 네놈에게 달렸다."


"네, 알겠습니다."


"잘 들어라. 천리일순심여풍(千里一瞬心如風), 호정여환영무형(戶庭如幻影無形), 기수신주천지광(氣隨身走天地廣)······. 모두 기억하겠느냐?"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남궁검영이 말하는 모든 구결을 빠짐없이 머릿속에 새겼다.


"네, 전부 기억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이 무어냐?"


"이것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으흠, 일단 검영보(劒影步)라고 하자."


"네? 검영보요?"


"크흠, 큼."


내 물음에 헛기침을 몇 번하던 남궁검영은 다시금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경공을 익혔으니, 다시는 약한 소리를 하지 말거라. 앞으로는 전력으로 갈 테니, 뒤처지지 않도록 해라."


"전력으로요···?"


내 입에서 절로 불만이 흘러나왔다. 아니, 방금 구결 몇 자락 알려주고, 곧바로 전력으로 달리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건가?


하지만 남궁검영의 무표정한 얼굴은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듯 나를 압박했다.


"너는 지금부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경공 수련을 하는 거다. 중간에 포기할 생각은 하지 마라."


"······네."


그의 말에 마지못해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천불이 나고 있었다. 이 미친 일정 속에서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남궁연의 반응은 달랐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무결아, 잘됐다. 축하해."


나는 그 말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네? 이게 축하받을 일인가요?"


"그럼, 당연하지! 숙부님의 경신법은 강호에서도 일절이라고 불리잖아. 지금 비록 약식으로 배웠지만, 이런 가르침을 받을 기회는 흔치 않아."


그러고 보면 과거 얼핏 들은 것 같긴 하다. 남궁세가 창천대주의 별호가 추월비검(追月飛劍)이라고 했던 것을. 달을 쫓는다는 말에서 그의 경공이 어느 수준인지 능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배운 것은 절대 단순한 구결이 아니야. 아마도 숙부님의 오랜 심득이 담긴 경신법이라고 보는 게 맞을 거야. 그러니, 오늘 배운 구결을 잊지 말고, 두고두고 떠올리며 수련하도록 해."


어쩐지··· 구결에서 알 수 없는 현기(玄機)가 느껴지더라니.


"누님, 잘 알겠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이걸 제 것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래,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남궁검영은 우리 두 사람을 잠시 바라보다가 무심하게 말했다.


"잡담을 나눌 여유가 생긴 걸 보니, 충분히 쉰 모양이로구나.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보자."



***



그렇게 또 이틀이 흐르고.


나는 제법 검영보에 익숙해졌다.


―스스슥.


'오, 이게 이렇게 되는구나.'


남궁검영이 전수해 준 검영보는 겉보기엔 그저 그런 어설픈 것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남궁연의 말처럼 그 속에 숨겨진 심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오했다.


나는 매일같이 강제로 달리며, 그 깊이를 몸소 체감했다. 처음엔 단순히 구결을 외우고 발을 디디는 수준에 그쳤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구결 속에 숨겨진 이치를 하나씩 깨달았다.


'천리일순심여풍(千里一瞬心如風) 순간 천리를 가로지르니 마음은 바람처럼 가벼워지고, 호정여환영무형(戶庭如幻影無形) 문과 뜰을 지나도 자취가 남지 않으며, 기수신주천지광(氣隨身走天地廣) 기운이 몸을 따라 천지에 흩어지고······.'


처음에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구결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마치 무수히 흩어진 별들이 하나의 별자리를 이루듯,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진 구결들이 머릿속에서 완전한 깨달음으로 완성된 것이다.


'아아···.'


전신을 관통하는 깨달음에 전율이 일었다. 전생의 기억과 검영보의 구결이 어우러지며, 나를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지로 이끌고 있었다.


남궁검영이 전수해 준 구결의 요체는 바로 기운의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기운이 몸을 따를 때, 몸은 가장 자유로워 진다.'


마치 강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듯, 기운 또한 저절로 흐르도록 해야 한다. 억지로 힘을 주거나 속도를 내려는 것은 오히려 방해가 될 뿐. 중요한 것은 기운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특히 나처럼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체질을 가진 자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끝없는 수련 끝에 나는 이 기운을 나만의 방식으로 이끌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검영보는 내 몸에 딱 맞춘 옷처럼 자연스럽게 변했다.


―휘익!


무아지경으로 대별산을 내달리는 내게 남궁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결아, 이제는 나보다 훨씬 빠르구나."


나는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다 누님 덕분입니다. 매번 제가 물어보는 것이 귀찮을 법도 한데, 항상 상냥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제가 이런 성취를 얻은 것이죠."


남궁연은 내 말을 듣고도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런 설명만으로는 절대 이런 성취를 보일 순 없어. 같은 걸 들었지만, 너와 나는 다르잖아. 넌 정말 천재야. ······솔직히 조금 질투가 날 정도라니까."


그 말에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너무 과한 칭찬이었다.


"과찬이십니다. 누님이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런 대화도 잠시, 남궁검영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시끄럽다. 웃고 떠들 시간이 있으면 빨리 영초가 있는 곳을 찾기나 해라. 언제까지 이렇게 산 속을 헤맬 생각이냐. 한시가 급하다고 하지 않았더냐?"


그 말에 나는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네, 알겠습니다."


나는 전생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더욱 발걸음을 재촉했다.



작가의말

예약을 한다는 게 실수로 업로드를 해버렸네요 ㅠ

재밌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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