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세가 금지옥엽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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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면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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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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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09.




안휘성의 중심에 자리한 성도 합비(合肥)는 유구한 역사와 풍부한 문화적 유산을 자랑하는 고풍스러운 도시였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천혜의 요새로 그 아름다움과 전략적 위치로 예로부터 무역의 중심지로 번성하였다.


봄이면 벚꽃이 만개해 거리를 물들이고, 여름이면 청록의 강물이 햇빛에 반사되어 눈부신 절경을 이루었으며, 가을이면 단풍이 붉게 물들어 장관을 만들고, 겨울이면 눈이 내려 순백의 세상이 되곤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합비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가슴 아픈 작별을 해야 했다. 표행단의 목적지는 합비를 지나 저기 산동의 제남(齊南)까지 가야 했기 때문이다.


"추 대협, 남궁 소협. 그동안 저희와 함께 다니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원하는 바를 이뤘으면 좋았겠지만, 제가 부족해서 그러지 못하였네요."


곽기룡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전하자, 남궁연이 환한 미소로 그 말을 받았다.


"아닙니다. 오히려 곽 표두님 덕분에 몸 건강히 편안하게 이곳 합비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간 보고 느낀 것들 모두가 저에게 큰 경험이 되었으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조금 마음이 놓이는군요."


곽기룡의 얼굴에 안도감이 번졌다. 지난 시간 동안 쌓인 피로와 함께 어딘가 모르게 홀가분한 느낌이 있었다.


"이왕 여기까지 오셨는데, 그래도 잠시 세가에서 쉬었다 가심이 어떨는지요? 저희 때문에 표행단 여러분들도 고생하지 않으셨습니까?"


"말씀은 감사하지만, 이만 여기서 헤어져야 할 듯합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부지런히 가야 제 시간을 맞출 수 있거든요."


남궁연이 청아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그럼, 다음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겠습니다. 언제든 저희 세가에 방문해 주십시오. 곽 표두님이라면 항상 문은 열려있으니까요."


"남궁 소협의 호의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음번 기회가 될 때 꼭 들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달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남궁연과 인사를 마친 곽기룡이 돌연 내게로 다가왔다. 그의 눈빛은 무겁고도 진지했다.


"백 소협."


우리 표행단에 백 씨가 또 있던가? 처음 들어보는 호칭에 나는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자, 항상 냉철했던 곽기룡이 빙긋 웃으며 다시 한번 말했다.


"후후, 백무결 소협."


"네? 저요?"


곽기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백 소협의 기지가 아니었다면 우리 표행단 모두는 구화산에서 뼈를 묻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작 했어야 했지만, 정신이 없어 이제야 인사를 합니다. 청운표국을 대표해 정말 감사하단 말을 전합니다."


진중한 얼굴을 한 곽기룡이 내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포권을 해왔다.


"백 소협의 앞날에 무궁한 행운이 깃들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언제든 힘든 일이 있을 때 저를 찾아주십시오. 꼭 보답하겠습니다."


나도 재빨리 손을 들어 마주 포권을 했다. 그의 진심이 담긴 인사를 그냥 흘려보낼 순 없었다.


"곽 표두님, 저야말로 그동안 신경 많이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이번 표행은 제 평생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표행단의 모두가 내게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했다.


"무결아, 잘 가! 또 보자!"


"남궁세가에 갔다고 우리 잊으면 안 된다!"


"사천성에 오게 되면 꼭 연락혀."


"너무 힘들 때면 고죽촌을 찾아와! 네 고향이라 생각하고."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동안 이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 홀로 서야 했던 내가, 이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있었다.


"다들 정말 감사했어요. 조심히 가세요!"


이윽고, 표행단은 천천히 말머리를 돌려 다시 먼 길을 떠났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손을 흔들었다.



***



그렇게 눈물의 이별을 마치고.


나와 남궁연 그리고 추양건 세 사람은 곧장 합비의 중심에 위치한 남궁세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 여긴가요?"


"응."


『南宮世家』


황금빛의 남궁세가 현판이 눈앞에 드리워지자, 나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어때? 대단하지?"


지금, 이 순간의 감회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30년을 돌고 돌아 드디어 당도한 남궁세가. 가슴이 벅차올랐다.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소문으로는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대단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남궁세가는 그야말로 장엄함, 그 자체였다. 웅장한 대문을 중심으로 높은 담벼락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솟아있고, 그 위로는 갖가지 정교한 조각들이 남궁세가의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이건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안으로 들어가면 더 깜짝 놀랄걸?"


남궁연이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며 말했다. 얼굴 가득 남궁세가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부심이 넘쳤다.


"자, 어서 들어가자."


남궁연의 안내에 따라 장원 안으로 들어서자, 더욱 장관이 펼쳐졌다.


커다란 연못과 그 위를 지나는 다리, 고풍스러운 정자와 고요하게 흐드러진 대나무 숲까지. 마치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온 듯,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져 있었다.


북경의 자금성이 이리 화려할까. 오대세가의 수좌라는 명성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본 것만 해도 장원이라고 하기보다 하나의 성이라고 칭해야 할 것 같은 거대한 규모였다.


"우와아아."


"그쪽으로 가면 안 돼, 위험해."


사실 남궁연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여기저기 숨겨진 기관진식과 함정들이 날카로운 독니를 품은 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과연 남궁세가는 강호에서 이름난 무림세가였다. 이 아름다운 모습조차 모두 적의 침입에 대비한 위장이었다. 단순히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방어까지 염두에 둔 설계.


'확실히 대단하네.'


그렇게 우리는 몇 개의 관문을 더 통과하고 나서야, 한 무리의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 중 선두의 위엄 있는 남자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단단한 외모와 굳건한 체격은 그가 일생을 무에 바쳤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남궁연은 그를 보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그는 남궁연의 아버지이자, 현 남궁세가의 가주인 남궁무상(南宮武常)이었다. 창천검왕(蒼天劍王)이라 불리는 화경의 고수.


그 모습이 마치 우뚝 솟은 산맥과 같았고, 날카로운 눈빛은 내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있는 듯했다.


"그래, 연아. 수고 많았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


남궁무상의 부드러운 물음에 남궁연은 대답보다 먼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힘들게 얻은 물건을 제 임의로 사용했습니다. 상황이 너무 급박한지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남궁연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병상에 누워있는 남궁휘가 머릿속에서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남궁무상 역시 그 안타까운 상황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아니다, 네가 무사했으면 되었다. 그 일은 나중에 차차 이야기하자꾸나."


남궁연과 짧은 재회를 마친 남궁무상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이 아이가 그 아이더냐? 으흠···."


남궁무상은 내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잠시 침묵했다. 날 바라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았다.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다. 남궁휘에게 갔어야 할 무극선령환을 내가 먹었다. 어찌 아비 된 자의 마음이 편하겠는가.


그리고 이 분위기가 생각보다 무거웠던 모양인지, 남궁연은 불안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남궁무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름이 무엇이더냐?"


"백무결이라 하옵니다."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해서 마냥 움츠러들 수는 없었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남궁무상의 눈을 당당히 직시했다. 이 자리에서 말하는 모든 것이 앞으로의 행보에 깊은 영향을 미칠 터.


"듣자하니, 무공을 배우고 싶다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봐도 되겠느냐?"


무공을 배우고 싶은 이유.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 것이다. 이는 남궁세가에서 내게 주어진 첫 번째 시험이었다. 남궁세가의 가주로서 나의 진심과 의지를 꿰뚫어 보려는 의도였다.


"제가 무공을 익히고자 하는 이유는 이 험난한 강호에서 살아남고자 함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제 힘으로 강호의 정의를 실현하고, 제 주변 사람들을 지키고 싶습니다."


"으흠···."


남궁무상의 옅은 탄성에 나는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고, 힘없는 정의는 무능이라 배웠습니다. 저는 힘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그 힘으로 강호의 어둠을 밝히고, 약한 자들을 보호하겠습니다."


내 대답에 남궁무상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남궁무상은 한동안 나를 가만히 응시하더니, 이내 다시 물었다.


"무림에서 정의를 입에 담는 자는 많지만, 그 정의를 끝까지 지켜내는 자는 손에 꼽힌다. 네가 말하는 정의가 너를 어디로 이끌지, 그 길의 끝을 아는 자는 없다. 그것이 옳은 길인지, 그른 길인지도 알 수 없지. 앞으로 너의 앞에 수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과연 끝까지 흔들림 없이 걸어갈 수 있을 거라 자부할 수 있겠느냐?"


"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저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믿는 정의를 지켜내기 위해서 그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내 말에 남궁무상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엄중했지만,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이것은 분명 내게 흥미를 느낀 것이리라.


'됐다!'


나는 그 순간.


첫 번째 시험을 통과했음을 직감했다.


"강호에서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무공만이 아니라, 지혜와 인내 그리고 때로는 냉정함도 필요하다. 네가 말한 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이곳 남궁세가에서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아라. 그것이 네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될 것이다."


나는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가주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게 주어진 기회를 소중히 여기며 결코, 남궁세가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남궁무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다, 기대하마. 네 결의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이 남궁세가에서 시험해 보도록 하겠다. 앞으로 너에게 닥칠 시련을 견디고 이겨낸다면, 네가 원하는 무공을 익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 명심해라, 네가 생각해야 할 것은 무공뿐만이 아니라, 그 무공을 쓸 때의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남궁무상의 허락이 떨어지자, 남궁연이 참았던 숨을 푹 하고 내쉬었다. 그러고는 잘됐다며 내 등을 토닥였다. 나도 그녀를 바라보며 싱긋 웃음을 지었다.


"내가 손님을 너무 세워뒀구나. 총관! 아직 이 아이의 부상이 다 낫지 않았을 테니, 의당으로 보내서 마저 치료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 그리고 추 호위, 자네는 따로 날 좀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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